믿을 수 있나요 - 4-1. 미끼(Decoy)

TriaStellae 2018-07-14 4

  

  ※ 이 이야기에는 검은양&늑대개 팀의 시즌 1과 시즌 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며, 작중 시간대는 검은양&늑대개 팀의 시즌 2 이후이며 사냥터지기 팀의 스토리 이전의 상황입니다.


  ※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반영하지만, 글쓴이의 추가 설정 또한 다수 반영됩니다. 단, 본 이야기는 위의 이유로 사냥터지기 팀의 대다수 스토리 등이 미반영될 수 있습니다.


  ※ 작중 등장하는 인물, 장소, 기관 등은 현실의 그것과 무관합니다.


  ※ 현재 클로저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BGM 재생이 불가능합니다. BGM과 함께 소설을 감상하고 싶으신 독자분들께서는 글쓴이의 블로그나 네이버 카페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BGM은 화면에 마우스 오른쪽 클릭 후 연속재생을 누르시면, 반복해서 BGM이 재생됩니다.






  신서울 강남에 제1종 차원재난이 발생하다. - 4월 16일 목요일.
  검은양 팀, 신서울 강남에 발생한 제1종 차원재난을 진압하다. - 4월 19일 일요일.


  검은양 팀, 플레인게이트 탐사하다. - 4월 20일 월요일 ~ 4월 30일 목요일.
  늑대개 팀, 플레인게이트 탐사하다. - 4월 21일 월요일 ~ 5월 3일 일요일.

  검은양 팀, 그레모리 박사의 연구실을 방문하다. - 4월 28일 화요일.

  늑대개 팀, 그레모리 박사의 연구실을 방문하다. - 4월 30일 목요일. 


  검은양 팀, 국제공항으로 향하다. - 5월 1일 금요일.
  데이비드 리의 정체가 발각되다. - 5월 2일 토요일.
  늑대개 팀, 국제공항으로 향하다. - 5월 3일 일요일.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 공동전선을 꾸리다. - 5월 3일 일요일.


  데이비드 리, 유니온 뉴욕총본부를 침공하여 지고의 원반을 장악하다. - 5월 13일 수요일.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 데이비드 리를 쓰러뜨리고 테러를 진압하다. - 5월 18일 월요일.


  미국, 파괴된 뉴욕 일부 구역들의 도시복구를 시작하다. - 5월 19일 화요일.
  검은양 팀, 뉴욕에 체류하다. - 5월 15일 금요일 ~ 6월 10일 수요일. (제이와 미스틸테인은 현재까지 체류 중)
  늑대개 팀, 뉴욕에 체류하다. - 5월 15일 금요일 ~ 현재.


  검은양 팀, 유니온 신서울지부로부터 신서울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다. - 6월 4일 목요일.
  검은양 팀, 신서울로 복귀하기 위하여 뉴욕을 떠나다. - 6월 10일 수요일. 
  검은양 팀, 신서울에 도착하다. - 6월 11일 목요일.


  검은양 팀, 유니온 신서울지부의 모든 간부들 앞에서 데이비드 리의 테러활동의 진압과정을 보고하다. - 6월 12일 금요일.
  신서울 강남의 논현역사거리에 다수의 차원종이 출몰하였으나 의문의 위상능력자들에 의해 진압되다. - 6월 12일 금요일.


  검은양 팀, 신강고등학교로 다시 등교하기 시작하다. - 6월 15일 월요일.
  신강고등학교에 교육실습생이 오다. - 6월 15일 월요일.




  ◆ 4-1


  "당신이 왜 여기에…"

  

  들릴 리가 없는 이세하의 말을 뒤로 하고, 남자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짙은 색의 정장에 흰 셔츠, 그리고 슬림한 회색의 넥타이는 무척이나 차분한 모습의 그를 잘 드러내는 듯 하다. 거기에 마치 색을 맞춰서 입은 것처럼 백색에 가까운 은색의 머리색은 차가운 은빛의 눈동자와 무척이나 잘 매칭되는 듯 하다. 

  그리고 학생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서,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한 달 정도 신강고등학교에서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된, 교육실습생 '서주현'이라고 합니다. 한 달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그에게 학생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고, 고개를 들어올리기가 무섭게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특히 남학생들보다는 여학생들이 강세였다.


  "선생님, 선생님, 몇 살이에요?"

  "교생쌤! 무슨 과목 가르치세요?"

  "선생님, 어느 학교에서 오셨어요?"

  "쌤! 혹시 애인 있어요?"

  "쌤의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이에요?"


  고등학생들의 머리에서 나올 만한 질문들이 한 가득 쏟아지자, 듣다 못한 담임 교사가 학생들을 제지한다.

  "이 녀석들! 교생선생님 힘드시게 이게 무슨 짓들이야!" 

  "아닙니다, 선생님. 이 정도는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다시 미소를 머금고선, 학생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기 시작했다.

  "먼저 저는 26살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과목은 사회이고, 저는 K대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애인은 아직 없고, 제 이상형은…"

  

  쉽게쉽게 대답을 이어가던 그는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생각에 빠진 듯 하다. 자기의 이상형을 쉽게 고백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 이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이다. 특히 이런 학생들 앞에서는 더욱 말조심을 해야하는게 교생이기 때문에, 더욱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한 여학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 이상형은 저런 친구와 닮았죠."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일제히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이 꽃미남 교생의 이상형이 바로 이 반에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렇게 당당히 학생 중의 한 명을 지목한다는 것은 더더욱 놀라운 일임이 틀림없다. 학생과 교생은 절대적으로 서로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존재이니까.


  시기와 질투의 눈초리로 손가락 끝을 따라간 모든 여학생들은 자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린 그곳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이고 포기의 한숨을 내쉴 수 밖엔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 이미 그들은 이 교생 선생님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마음으로 내정해 놓은 상태였다 - 교생이 가리킨 사람은 쉽게 그들이 범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순간 자신을 향해 가리켰다는 걸 알아채고 한참이나 두리번 거리다가 이내 자신을 향했다는걸 인정해** 행운의 - 동시에 질투의 대상이 된 - 여학생은 다름아닌 서유리였다.

  

  "예에에에에엣?!"


  모든 남학생들이 소리질렀다. 

  그건 서유리도 마찬가지였다.


  "나? 나나나나?"


  모두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은 하나같았다. 그녀의 왈가닥 성격을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이 반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서유리는 얼굴에 잔뜩 부끄럽다는듯 홍조를 띄우고 어쩔 줄 몰라하며 말을 더듬는다.


  "그… 그렇지만 아직 난 사귀는 건, 생각도 안 해봤고… 너, 너무 갑자기… 이러는 건 조금 뭐랄까…"


  모두의 질투와 부러움어린 시선이 한꺼번에 집중되고. 모두가 교생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제안하고 싶은 마음이 들 쯤에, 교생 선생님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사람이 얼굴만 보고 마음을 주는 건 아니죠."


  그 말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안도의 한숨은 물론, 졸지에 말린 오징어가 되어버린 남학생들의 질투어린 목소리도 들려왔다. 거기에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혼잣말을 남기는 서유리의 목소리는 덤이다. 그러나 그것을 들었든지 못들었든지 전혀 이 교생은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한 용감한 학생이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그러면 선생님이 좋아하는 거와 싫어하는 거를 말씀해주세요!"

  "맞아요! 선생님이 좋아하는거!"

  "싫어하는 것도 꼭!"


  기호라는 건 언제나 사람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여학생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거라…"


  잠시 생각에 빠지는 교생을 보고,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담임이 학생들을 향해 호통친다.

  "이놈들! 선생님 힘드시게 아까부터 계속 이런 질문만 던질거냐! 이번 질문이 마지막 질문인 줄 알아!"

  "네에에?"

  "아, 쌤~!"


  학생들의 원망은 저절로 담임에게 돌아간다. 그렇지만 그러하다고 해서 학생들이 그만두는 건 아닐 것이다. 어차피 방과 후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약 한 달이라는 기간은 꽤나 기니까 말이다. 지금부터 열 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먼저 제가 싫어하는 것부터 말하죠. 이건 꽤나 중요한 거니까요."

  

  보통은 좋아하는 것부터 말하는게 보통이지만, 싫어하는 걸 먼저 말하는 것은 그가 말한대로 정말 중요한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에게 잘 보이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벌써부터 메모지를 꺼내들고 필기를 준비한다.

  

  '그렇죠, 선생님.'

  '싫어하는 건 무조건 피해야하니까요.'

  '그러니까 빨리 말해줘요, 쌤이 싫어하는 걸요!'


  뻔히 생각이 다 읽히는 얼굴을 하고서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여학생들을 바라보며 남학생들은 질투를 담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 드디어 교생은 입을 열었다.


  "제가 싫어하는 건 말이죠,"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것만 같던 그의 시선이 가까운 곳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그의 눈길이 향한 곳은 그를 향해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였다.

  

  "제가 싫어하는 건, 클로저입니다."

  

  찌익.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건 메모를 하고 있던 서유리가 자신도 모르게 메모지를 찢어버린 것이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말 때문이겠지. 이 소리는 마치 어떤 사람의 마음상태를 대변하는 소리와도 같아, 그나마 적대적인 시선만 보내고 있던 한 학생을 완전히 적으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더욱 이세하의 눈빛은 매서워졌다. 


  "정확히 말하면 위상능력자를 싫어합니다. 엄청 가식적이거든요, 인류의 평화니 뭐니"

  

  적어도 신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세하나 서유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역시 이세하의 얼굴을 알고 있다. 아니, 애초에 처음 만났을 때 이세하를 몰랐더라면, 그런 말을 남길 수 조차 없다. 

  게다가 인류의 평화같은 예를 들었다는 건, 단연 불과 한 달 전 데이비드의 테러를 잠재운 검은양 팀을 노리고 한 것이다. 그 증거로 그의 시선은 이세하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이쯤하죠. 더 했다간, 당장 목숨이 위험해질 것 같거든요."


  이세하의 감정은 이미 얼굴에 충분히 드러나있었고, 저번과 같이 이번에도 그는 폭발 직전에서 물러났다.

  더 이상의 자극은 하지 않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과 같이 딱 인내할 수 있는 선까지만 도발하겠다. 그것이 교생의 생각인 듯 하다. 


  교실 내의 싸늘한 분위기를 느낀 건 단연 교생만이 아닌지라, 다른 학생들도 더 이상 이세하를 자극하는 걸 말리려고 하던 찰나에 끝이 났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다음 말을 이어갔다.


  "제가 좋아하는 걸 또 물었었죠.

  제가 좋아하는 건, 사과입니다."


  싫어하는 것과 달리 좋아하는 건 무척이나 정상적이어서 오히려 학생들이 놀란 눈치다.

  이쯤되니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또 다시 용감한 학생이 그것을 묻는다.


  "선생님, 왜 사과를 좋아하시는 거에요?"

  "그야 맛있으니까요. 예쁘게도 생겼고, 영양가도 풍부하죠. 그리고 가식이 없어요, 생긴 것 그대로 맛있죠.

  이걸로 답은 되었나요?"


  질문했던 학생은 평범한 대답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은 꽤나 많은 건 사실이니까. 이 사람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에 학생들은 더욱 친근함을 느꼈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무척이나 평범한 것이고 싫어하는 것도 자신들과 별반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여학생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자자, 여기까지. 내일 아침부터 서주현 선생님도 함께 조회에 들어올거야. 물론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시는 건, 며칠 후나 될테니까 당장에 수업 중에 볼 일은 없을 거다. 선생님 곤란하시게 하면 혼 날 줄 알아. 무엇보다 서주현 선생님은 너희 선배니까,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거다.

  전달 사항은 별다른 거 없고, 저번 주에 강남 한 복판에서 차원종 출현한 거 봤지? 강남만이 아니라 지금 강북 쪽도 이상한 낌새가 있다고 하니까, 밤에 으슥한 곳으로 쏘다니지 말고 집에 일찍일찍 들어가길 바란다. 전달사항은 이상이다."


  이것도 연륜일까, 담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교종이 울린다.

  조회를 끝내고 학생들을 집으로 보내라는 뜻을 담음 종소리가 울리자 곧바로 반장이 일어나 인사를 인도했고, 상호 인사로 경례한 후 선생님들은 교실 밖으로 나간다. 

  학생들 중에서 극도의 팬심(?)을 가진 몇 학생들이 교생의 뒤를 쫓아나간 것 외에는 평소와 같았다. 

  

  학생들에게 찾아온 일과의 끝, 하교. 

  학교에 오래있기보다 밖에 나가고 싶어하는게 모두의 마음인지라, 교사들의 퇴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학생들도 하나 둘 교실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교실에 남은건 이세하와 서유리 뿐이었다.


  전혀 움직일 기세를 보이지 않는 이세하의 옆으로 서유리가 다가간다.

  그의 눈치를 살피던 그녀는 이세하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교생 때문이라는 것을 무척이나 빨리 눈치챘다. 그것이 아니고는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일리 없기 때문이다.


  "세하야, 마음 쓰지마."

  

  그에게 건넨 한 마디에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한다.

  "사람 일은 참 알 수 없는 것 같아."

  "어차피 교생이고, 한 달 후면 갈 사람이야."

  "그렇긴 하지만, 앞으로 한 달은 정말 멋진 한 달이 될 것 같아."

  "세하야…"


  서유리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는 그가 무척이나 감정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과 그가 무척이나 그 남자 - 교생 선생님 - 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부정적인 것을 넘어 적대적이기까지 한 그의 생각은 교실 분위기를 일순간 싸늘하게 만들어버릴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그녀와의 대화가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지,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던 그가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 왜 아직도 짐 안싸고 있어?"


  이슬비의 목소리이다.

  교실의 앞 문으로 목을 빼끔 내밀곤 두리번거리는 그녀를 보니, 아마도 그쪽 반은 이미 하교가 끝난 모양이다. 하긴 평상시같으면 누구보다도 빨리 학교 밖으로 나왔을 그들이 하교알림종이 울린지 10분이 다 되도록 반에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것은 이상할 만 하다. 아마도 이슬비는 중앙계단에서 쭉 기다렸을테고, 그들이 보이지 않자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리라.


  잠시 두 사람을 두리번거리던 이슬비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묻는다.

  "무슨 일 있었어?"

  "응… 교생 선생님 때문에."

  "교생?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전에 아이스크림 사러갔을 때 세하 기분을 안 좋게 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이번에 교생으로 왔어."

  "뭐? 류음태 선생님이랑 같이 지나가던 그 남자? 그 사람이야?"

  "응… 그 사람이 우리반 부담임이 되었거든. 그런데 또 세하가 기분 나쁘게…"

  "… 야, 이세하. 넌 또 당하고만 있었어?"


  서유리에게서 자초지종을 다 들은 그녀는 곧바로 분한 목소리로 이세하에게 한 마디 쏘아붙인다.

  그러나 이세하는 말없이 책가방만 쌀 뿐이다.


  "교생은 교생일 뿐이야. 교생은 학생한테 그래선 안 되는 거야. 그런데 당하고만 있었어?"

  "알아, 안다고."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무척이나 신경질난 목소리로 이세하는 답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 거기서 민간인 상대로 쌈박질이라도 하라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항의는 할 수 있는 거잖아?"

  "걱정마. 참는 건 이번까지일테니까. 다음에도 이렇게 나온다면, 그땐 나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어."


  그는 챙길 것은 모두 다 챙긴 모양인지 가방의 지퍼를 잠근다. 그리곤 가방을 메고선 이슬비에게 물었다.

  "일 없지? 그럼 난 이만 간다."

  "기다려."

  "왜?"

  "일, 있으니까."


  일이라는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곤,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버린다.

  "클로저 업무야?"

  "응."

  "우리는 당분간 대기하면서 순찰 업무만 담당한다고 했었잖아."

  "그랬었지. 그런데 약 1시간 전에 지부로부터 명령이 내려왔어."

  "지부로부터?"


  그의 반문에 이슬비는 지부로부터 내려온 지령서를 꺼내보였다.

  언제나 볼 수 있었던 전자문서의 출력본이지만, 거기에는 그들을 향한 지부의 명령이 적혀 있었다. 문서를 받아든 이세하는 천천히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서유리도 옆으로 다가와 문서의 내용을 살핀다.


  "플레인게이트로의 파견 지시.

  귀 팀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플레인게이트 탐사팀-207호 문서"(2020. 06. 15.)의 요청에 따라, 귀 팀의 플레인게이트 파견을 지시합니다. 이는 "요원관리국-1058호 문서"(2020. 06. 12.)의 지시에 따라 일상 생활을 지속하되, 팀의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현장지휘관의 재량 하에 플레인게이트 탐사팀을 지원하십시오.  끝."

  "플레인게이트? 그러면 보나가 우리를 부르는 거야?"


  서유리의 물음에 이슬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답한다.

  "아마도. 그런데 보나가 다른 클로저들이 아닌 굳이 우리를 부르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거야. 찾아가봐야겠지."

  

  이번에는 이세하가 묻는다.

  "이슬비, 잠깐만. 그러면 지금 바로 갈거야?"

  "그럴 생각이야. 어차피 여기에서 플레인게이트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그녀에게서 너무나도 쉽게 답이 돌아오자, 그는 불평섞인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따가 석봉이랑 레이드 뛰기로 했는데…"

  "안 돼, 이세하."

  "후우… 알았어, 가면 되잖아."


  그의 답을 얻어낸 이슬비는 서유리에게 물었다.

  "유리도 시간 되는거지?"

  "응! 나는 좋아!"


  그의 즉답에 이세하는 빈정거리듯 묻는다.

  "서유리, 넌 개인생활도 없냐."

  "어차피 야근하면 추가근무수당이 나오잖아? 돈도 벌고 일석이조지. 게다가 플레인게이트의 차원종들, 그렇게 강하지도 않으니까!"


  너무나도 그녀다운 대답이기에 이세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그가 어떤 이유를 대든 이슬비는 결코 허락해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 김유정을 대리하여 현장지휘관을 맡고 있는 이슬비의 지시에 그는 좋든 싫든 복종해야 한다. 

  그는 노을지는 창 밖의 먼 곳을 바라보았다. 강남의 고층빌딩들에는 어느덧 하나씩 불이 들어오고 있다. 그들이 플레인게이트에 도착할 쯤이면, 완전히 해는 사라지고 강남에는 밤이 찾아오겠지. 


  오늘은 게임하기 완전히 글렀다고 판단을 내린 그는 기왕 임무를 나가는 거라면 좋은 마음으로 나가자고 다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신호로 세 명의 클로저들은 교실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빠르게 교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곧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향한다. 


  단 한 명의 학생도 남지 않은 교사 안에는 2층 창가에 비치는 한 사람 분의 인영(人影)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림자의 주인, 노을빛에 짙게 그림자가 드리워진 은발의 남자는 검은양 팀의 뒤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완전히 학교 밖으로 나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




  ◆ 4-2


  또각또각. 

  하이힐의 굽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유니온 총본부 건물 안의 어딘가에 있는 이곳은 아직 완벽히 전기 시설이 복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등을 사용할 수 없었고, 때문에 초의 희미한 불빛만이 어두운 공간을 비추고 있기에 별도로 손전등의 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곳은 책장과 책들 그리고 문서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는걸로 보아 총본부의 서고일 것이다. 바로 이 곳에서 김유정은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있다.


  한참을 이 문서 저 문서를 빼내어 무언가를 살피던 그녀는 마지막으로 빼든 문서 상자 옆에 쓰인 목차를 보던 중, 자기가 찾는 것이 있는 모양인지 해당 문서를 찾아 정독을 하기 시작했다.


  문서의 제목은 "외부차원의 생태 및 세력에 관한 연구"로 차원전쟁이 종료된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그 내용이 추가되고 수정되는 연구이다.

  그녀가 찾은 문서는 아마도 원본의 사본일 것이며, 그 증거로 문서의 마지막 내용 추가가 작년 12월에 이루어졌다는 메모가 문서상자에 기록되어있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그녀가 찾는 내용은 분명히 이 안에 들어있을 테니까.

  다만 미국에서 작성된 문서이다보니 모든 것이 영어로 쓰여있다는 점이 그녀의 머리를 살짝 아프게 할 뿐이다. 물론 과거 우수한 사무인력이었던 그녀에게 이 정도의 문제는 심각하기보다는 귀찮은 정도이지만.


  엄청난 페이지수를 자랑하는 문서의 중간 쯤에서부터 나타나는 차원종의 세력에 대한 연구가 그녀의 관심사였다. 이유는 하나였다, 트레이너가 그녀에게 전해준 정보, 즉 지금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차원종들의 '주인님'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알고 있는 선에선 차원종들도 세력이 꽤나 많이 나누어져 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차원종들은 고위급 차원종을 중심으로 여러 세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지난 강남칭공을 계획한 용의 군단이 바로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그녀가 알고 있는 차원종으론 애쉬와 더스트가 자신만의 군단을 따로 보유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였다.

  그녀는 문장을 보며 천천히 해석해가며 입 밖으로 그 해석된 내용을 꺼낸다. 그리고 옆에 펼쳐둔 그녀의 수첩에 주요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차원종들은 지휘관급 개체들의 지배 아래에 중간급 개체별로 자체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는 영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이 중간급 개체는 '군단'의 최소규모의 단위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차원종들은 이 최소규모의 단위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잠시 읽기를 멈추고 그녀는 생각에 빠져든다.

  이 연구의 말대로 이번 뉴욕 외곽에 집결한 차원종들의 군세는 일정한 지휘관급 개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병력들의 집합체였다.

  그리고 그녀가 검은양 팀을 이끌고 상대해 온 수많은 차원종들 역시 언제나 B급 이상의 차원종들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이들을 제외한 지휘관급 개체들 - 아스타로트나 메피스토와 같은 S급 차원종 - 만이 언제나 단독활동을 하였다. 

  종합하자면 결국 지휘관급 개체들이야말로 바로 하위 개체들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이들을 주로 찾아야 한다.


  "차원종들의 군단, 즉 '이름없는 군단'은 지금까지의 탐사 및 연구에 의해서 밝혀진 바로는 다음과 같은 구성을 이루고 있다. 

  총지휘관? - CLASSIFIED지휘관급 개체들 - 참모장 CLASSIFIED(알파원에 의해 양단됨), 용(아스타로트 타입), 외부차원 식물종, 외부차원 시공간섭종, CLASSIFIED외부차원 정신간섭종, CLASSIFIEDCLASSIFIED… 이게 뭐야"


  기껏 찾은 부분들이 모두 검열처리 되어있어, 문서에 나타나 알아볼 수 있는건 얼마 없었다. 비록 이 서고도 국장급 이상의 보안등급을 가진 직원들만이 열람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지만, 역시 이런 곳에 전시되어 있으면 쉽게 열람가능한 자료들인지라 이런 검열처리가 되어있는 모양이다. 이는 그녀도 이미 생각한 바였지만, 국장급의 보안등급을 요구하는 이곳에서도 설마 검열처리가 있을까 하고 넘겼던 문제였기 때문에 이렇게 되어있으리라고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도 계속 자료를 읽어가보기로 그녀는 생각하고, 검열처리가 되어있는 부분을 모두 건너뛰어서 계속 읽어나간다.


  "한 정보에 따르면, CLASSIFIED은(는) 과거 불사의 능력을 이용하여 외부차원의 여러 개체들에게 원망을 사고 있는 바, CLASSIFIED이(가) 외부차원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군단 내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하여 CLASSIFIED을(를) 제거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할 경우 CLASSIFIED의 영지에 속한 모든 차원종들은 내전을 피하여 내부차원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는 이미 차원전쟁 종료 직후에 발생한 사례로서, 독일지부에 의해 보고된 바 있다."


  독일지부. 

  유니온 내에서 가장 진보한 과학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지부이다. 그녀가 알고 있는 미묘한 파벌로서, 미국 중심의 총본부파와 유럽의 여러 지부들의 중심의 독일지부파가 있다. 이들은 유니온의 창설 이후, 그 주도권을 가지기 위하여 신경전을 벌였는데, 결국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 유니온 총본부가 설립됨으로써 독일지부는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결국 독일지부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총본부의 연구팀이 내놓는 결과보다 더욱 뛰어난 위상력응용 기술들을 전 세계 지부로 보급하였고, 결국 유니온은 행정 중심의 총본부와 기술 중심의 독일지부로 사실상 2개의 중심지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현재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세력 다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총본부와 독일지부 사이에는 더 이상 마찰이 없는 것 같지만, 이는 공동의 적인 차원종을 상대하기 위한 임시적인 평화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를 위하여 총본부의 명령(문서 2002-15345호 참조)에 따라 CLASSIFIED을(를) 이용한 CLASSIFIED의 봉인이 성공적으로 지속되어야 하며, 이 사안의 관리는 유니온 신서울지부…, 에 위임하도록 한다…"


  그녀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녀가 소속된 조직의 이름이 보고서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이 검열처리 되어있어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는게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봐왔던 수많은 유니온의 치부들을 생각하며 이 보고서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추론해보고자, 그녀는 문서를 계속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그 때, 그녀의 뒤로 인기척이 갑작스럽게 느껴졌고, 낯선 기척에 놀란 김유정은 소스라치게 놀라하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곧바로 코트 안에 거치해두었던 권총을 빼들고 낯선 이를 향해 조준했다. 


  그녀의 그런 반응에 놀란 것인지 상대는 두 손을 들고서 자신에게는 싸울 의사가 없음을 표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김유정도 상대가 그녀와 같은 인간이고,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선 천천히 권총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의심을 풀게 만든 건 상대의 웃옷의 하단부에 걸려있는 요원증이었다. 분명히 그건 유니온의 클로저임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무의식적인 반응에 상대가 놀랐을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I apologize for my action. I din't know that you were closer."


  한국식 억양이 약간 섞인 영어이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알아듣기에 어렵지 않다. 

  실제로 상대도 알아들어서인지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두 손을 내리고선, 한 손을 내밀었다.


  상대는 여성이었다. 금방이라도 바람에 나풀거릴 것만 같은 흰색 레이스가 달린 산뜻한 느낌의 웃옷에 밝은 파란색의 청바지를 입은 여성이다. 하늘색의 긴 머리는 어두운 이 서고 안에서도 분명히 그 밝음을 드러내고 있다. 

  나이는 그녀가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 - 검은양 팀 - 과 또래로 보인다. 그렇지만 다른게 있다면 검은양 팀은 분명한 신서울의 동양인이라면, 이 사람은 나이는 비슷하더라도 확연히 서양인이라는게 느껴진다.

  

  "Don't worry about it.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큰 싸움이 있었는데, 이 정도의 경계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한국어를 그렇게 잘 쓰시는거죠?"

  "Second Language로 한국어를 공부했었거든요. 만나서 반가워요, 신서울의 김유정 부국장님이시죠?"


  상대가 내민 손을 맞잡으며 김유정도 인사한다.

  "네. 반가워요. 저를 아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쪽을 잘 모르겠어요. 혹시 이름을 말해줄 수 있나요?"

  "저희 팀은 서로를 이름보다는 코드명으로 불러요. 그래서 코드명이 더 익숙한데, 괜찮으시다면 그걸 알려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Hews."

  "유스?"

  "네, 그렇게 발음하면 돼요. 고대어라 사실 저희도 좋을대로 부르고 있지만요."


  김유정은 참 신기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지 무척이나 상대방과 이름이 비슷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고대어라고 소개한 그녀의 말 때문인지, 김유정은 이름의 뜻이 궁금해졌다.

 

  "뜻이 있는 말인가 봐요?"

  "네. 저희 팀은 모두 같은 고대어로 코드명을 붙이거든요."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각자가 발현할 수 있는 위상력이이에요. 자세한 건 비밀로 해두죠.

  파괴된 총본부 안을 둘러보다가 이렇게 인류의 영웅 검은양 팀의 관리요원님을 만나게 되다니, 영광이에요."


  신비로운 느낌의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악수하던 손을 거두었다.

  사방이 막혀있는 이 어두운 서고 안에 어디선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어디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바람의 흐름에 따라 소녀의 상의에 달린 레이스가 나풀댄다. 

  그리고 곧 서고 밖으로 나가려는지 인사를 붙이고 천천히 몸을 돌린다.


  "자주 보게 될 것 같아요. 잘 부탁드려요, 김유정 부국장님."

  "잠깐만요. 가기 전에 하나만 물을게요. 혹시 당신이 속한 팀과 지부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 


  왜일까. 이전에 보이던 따스한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게, 소녀는 김유정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니, 그것은 김유정의 느낌이었다. 그저 그런 느낌 뿐이었다. 소녀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말 없이 잠시 이상한 침묵이 이어지다, 소녀는 이내 웃음을 보였다. 


  "White, Kids... Branch of UNION in Washington D.C.."


  영어로 짧게 할 말만 한 후, 소녀는 어느샌가 사라져버렸다.

  김유정이 미처 사라지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하게 곧바로 사라져버렸다.

  

  "신비한 사람이네."


  김유정은 다시 한 번 평을 내린다.

  그리고 그들의 팀 이름을 메모하려고 하던 그 때, 그녀의 머리를 치고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클로저 요원이 국장급 이상만 들어올 수 있는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거지?"


  그러나 이내 그녀는 자신의 머리에 스스로 꿀밤을 먹였다. 그 이유야 간단하다, 현재 이 시설 내의 전기시설은 완벽히 복구된 것이 아니라 이곳에 들어오는 데에는 딱히 요원의 인증을 할 필요가 없다. 그 말은 등급이 되지 않는 일반 요원이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다.

 

  "계속 여기서 있어봤자 소용없겠어. 자료를 임시본부로 가져가서 찾아보는게 더 좋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녀는 찾은 자료들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더 가져갈 자료가 있는지 역시 다시 한 번 찾는다. 한참 자료를 뒤지고서 가져갈 자료를 완전히 모으고, 그녀는 크게 기지개를 켠 후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아침 7시가 가까워져 온다. 일반 상황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하루의 업무가 오전 9시에 시작한다. 이제 슬슬 본부로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찾아낸 한 뭉치의 자료를 가져온 가방 안에 넣고서 그녀는 총총걸음으로 문서고를 벗어난다. 그런데 그녀는 촛불을 그대로 켜놓고 가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의 실수는 드러날 일이 없었다, 어디선가 세차게 불어온 바람이 촛불을 꺼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둠이 다시 찾아온 문서고 안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마치 그 소리가 음흉한 웃음소리와 같았다. 만약에 김유정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두려움에 떨고 말았을 정도로. 


.

.

.


  버스가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버스에서 내린 세 학생은 근처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한창 복구 중에 있는 강남의 거리다.


  대로변은 우선 복구대상이라 많은 상가들과 건물들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지금은 사람도 많이 찾는 활기찬 거리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강남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강남 침공의 흔적이 남아있어, 이것마저 모두 복구가 되기까지는 앞으로도 1년이라는 시간은 더 걸릴 것이다. 

  이 세 학생, 즉 검은양 팀이 향하는 곳은 파괴된 골목이 아니라, 강남대로변 근처의 어느 통제구역이다. 그곳은 침공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특경대와 유니온에서 통제를 하는 구역으로서, 민간인들에게는 이곳은 위상변곡률이 불안정하여 차원문이 열릴 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 구역이라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곳에는 플레인게이트가 있어서,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자 통제구역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기 와본지도 정말 오래되었어."

  "변한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며 이슬비와 이세하는 저마다 한 마디씩 내놓는다. 그들의 말대로 그들은 5월 1일이래로, 플레인게이트에 와본 적이 없다. 오늘이 6월 15일이니 그들이 다시 방문한 건 딱 한 달 하고 반 정도 된 셈이다. 

   그들이 잠시 신서울을 떠나있는 사이에 강남의 복구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이곳은 예외이다. 그것도 그럴만한 것이 이곳은 아무래도 일반인들의 발걸음이 거의 없고 또한 통제되는 구역이기 때문이겠지. 바로 이 앞에 있는 저 특경대원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아마 이곳은 가장 나중에 복구가 될 것이다.


  세 사람은 천천히 플레인게이트, 즉 지하로 향하는 어느 입구 앞으로 다가갔다. 낯선 이들이 다가오자 특경대원들은 접근을 막는다.

  

  "여기는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야. 저쪽으로 건너가고 싶은거라면, 폴리스 라인을 돌아서 가도록 해."

  "에... 저기, 저희는 유니온의 클로저 요원들이예요. 플레인게이트의 최보나 탐사팀장의 지원요청을 받고 오게 되었죠."

  "최근에 같은 말을 하면서 장난을 치던 녀석이 있었지. 벌처스 소속인 주제에 클로저 행세를 하고 말이야. 딱 너희 또래의 아이였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우리가 곤란했는데. 그러니 그냥 보내줄 수는 없고, 너희가 클로저 요원이라는 증거를 보여줘."

  "신분증이라면 여기 있어요."


  이슬비는 스커트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신분증을 보여준다. 특수요원 제복차림의 이슬비의 사진이 들어있는 유니온의 신분증이다. 그녀처럼 서유리 역시 지갑 안을 뒤적거리다 신분증을 꺼내어 보여준다.

  유심히 신분증과 두 사람의 얼굴을 이리저리 보던 대원은 확인이 끝난 듯, 경례를 붙이며 통과를 허한다.


  "충성! 확인이 끝났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요원님들!"

  "고생이 많으셔요. 그럼 저희는 이만."


  신분증을 다시 집어넣으며 세 사람은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유리와 이슬비가 앞서 들어가고 이세하까지 들어가려고 하던 참, 갑자기 대원이 그를 막아섰다.


  "뭐죠?"

  "당신은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으셨습니다. 신분확인이 되지 않은 사람은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아니, 쟤들은 제 동료들이라고요."

  "하지만 규정 상 보여주셔야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앞서가다 이세하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슬비가 다가와 묻는다.

  "갑자기 왜 그런거죠?"

  "신분 확인이 되지 않는 사람은 안에 들일 수 없습니다."

  "네? 쟤는 제 동료, 이세하라고요."

  "그렇다고는 해도 신분증을 보여주셔야만 합니다."


  누구보다도 규칙이나 법을 지키는 이슬비에게는 강요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이세하가 이곳을 통과하는 방법은 단 하나, 그가 신분증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다. 

  그녀는 물었다.


  "세하야, 신분증은?"

  "… 미안. 요원복 자켓에 넣어두고 왔나봐."

  "뭐? 꼭 챙겨다니라고 했잖아"

  "미안… 내 잘못이야."

  "정말 이세하…"


  신분증을 깜빡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가 없다.

  예전에도 자주 신분증을 놔두고 다녀서 검은양 팀의 사무실에도 들어가지 못한 일이 있었던 그였기에, 이미 예전부터 이슬비는 그의 귀가 아프도록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없으십니까? 신분증이 없으시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세하는 저희 동료가 맞아요. 대원님도 잘 아시잖아요?"

  "저는 규정에 따를 뿐입니다."


  그 옛날에 이슬비가 했을 법한 말이다. 지금이야 그녀는 상당히 융통성 있게 상황을 풀어가기에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말이다.

  규정에 따라서만 모든 것을 처리했던 그녀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한 이 상황에서 지금의 그녀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다소 우습기까지 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모두가 곤란해하던 차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오메, 이게 누고? 우리 검은양팀 아임까!"

 

  출입금지구역의 어딘가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경대원이 검은양 팀을 알아보고 인사한다. 무척이나 반가운 모양인지 싱글벙글 웃음까지 짓고 있다.

  그는 짧게 거수경례를 붙인 뒤, 악수를 청하는 듯 이슬비에게 손을 내밀었다.


  "충성! 반갑습니데이, 요원님들~ 여긴 뭔 일로 오셨습니까?"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부에서 플레인게이트 탐사팀을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고, 플레인게이트로 가는 길이에요."

  "아… 이쪽으로 지원 오셨구만요! 근디, 뭔 일로 안 들어가십니까?"

  "그게… 저희 팀원 중 한 명이 요원증을 챙겨오지 않아서…"


  이슬비는 이세하를 향해 찌릿하는 눈빛으로 한 번 째려보고, 말 없이 이세하는 고개만 숙인다.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금방 알아차린 특경대원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름요 그름요, 얼릉 들어가셔야죠. 아야, 통과시켜드려라."

  "저기… 김현석 수경님, 본부에서 신분증 없이는 통과시키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눈이 삐었냐? 너는 TV도 안 보고 사냐? 이 분들이 누군지 몰러?"

  "그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본부의 지시는…"

  "마!"

  "이경! 서. 민. 국!"

  "통과시키라면 통과시키면 되는거여. 내 말이 말 같지 않어?"

  "그런 사실 없습니다."

  "그러면 시키는 대로 해."

  "알겠습니다. 들어가시죠."


  총으로 막고 있던 특경대원이 옆으로 비켜서자, 이세하와 이슬비는 고맙다는 뜻을 담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지나간다. 말로만 듣던 철저한 상명하복의 군대문화를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은 검은양 팀은 살짝 몸을 떨면서 빨리 자리를 피한다. 그게 두 사람을 위해서라도 좋은 것일 것이다.

  플레인게이트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유리가 출입자 확인화면에 자신의 요원증을 갖다 대자, 인식 성공이라는 메시지가 출력되며 단단히 닫힌 문이 양 옆으로 열린다. 그 사이로 세 사람은 천천히 들어갔고, 세 명이 지하로 내려가는 여러 엘리베이터들 중 하나의 앞에 섰을 때, 열렸던 입구의 문이 천천히 닫힌다.


  세 명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천천히 내려간다.

  차가운 불빛만이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은 자신들이 정말 오랜만에 플레인게이트로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들이 이곳을 떠난지는 벌써 약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 4-3


   "유스... 유스... 유스..."

 

  임시본부의 숙소로 돌아온 김유정은 자신의 노트북을 열심히 두들기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건지, 옆에서 앉아서 장난을 치고 있던 제이와 미스틸테인이 그녀에게 다가와 묻는다.


  "유정 씨, 아까부터 뭘하고 있는거지? 계속 이상한 말만 반복하면서 말이야."

  "유스가 뭔가요? Youth? 유정 누나는 젊어요!"


  두 사람의 말에 김유정은 미소만 보여준다. 그리고 대답하는 순서는 미스틸테인부터이다.

  "고맙구나, 미스틸. 젊다고 해주어서 고마워. 그리고 제이 씨, 누군가를 찾고 있었어요."


  그렇게 대답을 마치고 그녀는 다시 목록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가 검색창에 스펠링을 입력할 때마다 번번히 자료가 존재하지 않다고 말이 나온다던가, 해당하는 사람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그녀가 찾는 사람이 아닌지 그냥 넘겨버린다. 몇 번이나 그렇게 하더니 이내 포기하고 그녀는 푹 책상 위에 엎드려버리고 만다.

  그녀의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제이는 계속해서 물었다.


  "유정 씨, 혼자 끙끙대지 말고 말 좀 해달라고. 무슨 일이야?"

  "그게… 오늘 잠시 총본부 청사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다녀왔어요."

  "총본부 청사? 다 무너져가는 그곳은 도대체 무슨 일로 다녀온거지?"

  "찾는 자료가 있어서요."


  실제로 그녀가 엎드린 책상 위에는 총본부에서 가져온 것처럼 보이는 문서들과 자료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그녀가 무엇을 찾고자 하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것이 결코 그들에게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녀가 지금 찾는 것은 자료가 아니다. 그녀는 분명히 '사람'을 찾는다고 하였다.


  "좋아. 찾는 사람은 누구인거야? 나도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음... 아마 제이 씨도 못 찾을거예요. 제가 벌써 1시간은 찾아본걸요."

  "누구길래? 그것보다 그 사람은 왜 찾는거지?"

  "그게… 사실 청사 안에서 만났어요. 워싱턴 지부 소속의 클로저 요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름은… 유스, 라고 했어요."

  "미국 출신의 클로저로군. 그런데 굳이 그 사람을 찾아야할 이유가 있는건가?"

  "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계속 그 사람에게 신경이 쓰여요. 그 이유는 정말 모르겠지만요."

  "그렇다면 그 유스라는 사람의 이름의 정확한 철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알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그건 확인해봤나?"

  "아뇨… 그러니까 1시간동안 검색만 하고 있는 거겠죠…"

 

  김유정은 말꼬리를 흐린다. 사실 영어 이름은 발음이 제 마음대로이기 때문에, 발음만 듣고서 그 정확한 철자를 유추해내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자주 사용하는 이름들은 쉽게 쓸 수 있다고 해도, 사실 이 유스라는 이름은 자주 사용되는 이름도 아닐뿐더러, 그녀가 알고 있는 알파벳의 조합 중 유스라는 발음이 나는 모든 경우를 그녀가 다 입력해보았는데도 찾을 수 없으니, 이젠 사실상 포기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이럴 때, 캐롤리엘 씨라도 옆에 있었다면…"


  김유정은 안타까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김유정의 말대로 만약 이곳에 캐롤리엘이라도 있었다면 바로 물어보았겠지만, 그녀는 지금 플레인게이트 탐사팀을 보조하는 중에 있다. 연락이라도 하고 싶지만, 현재 통신은 무척이나 어려운 상태다.

  자신이 조금만 더 영어를 잘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이런 생각에 빠져있던 찰나, 그녀의 고민에 대한 해결방법을 쉽게 제안하는 미스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유정 누나, 그냥 지금 바로 캐롤리엘 누나에게 전화걸면 되는 것 아닌가요?"

  "음? 테인이는 아직 못 들은건가? 어제 인근 기지국이 파괴되었어. 덕분에 여긴 완전히 휴대폰들이 먹통이 되어버렸지."

  "우웅… 어떻게 차원종 녀석들이 그런 곳을 딱 골라서 파괴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야 나도 모르지."


  제이의 말대로 이곳의 기지국은 어제 뉴욕에 출몰한 차원종들의 공격 때문인지 완전히 파괴된 상태이다. 그 때문에 장거리 통신은 아예 불가능하다. 통신시설의 완전복구까지는 앞으로 한 달 이상은 걸린다고 하니, 그 동안은 유니온의 네트워크를 통한 통신만이 가능하다. 다만 뉴욕과 한국의 시차가 13시간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통신한다고 해도 바로 연결하는 건 어렵다. 즉 당장 메일을 보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그 답장은 약 하루가 지나서야 오기 때문에 무척이나 답답할 노릇이다.   

  모두가 다시 고민에 빠질 무렵, 미스틸테인이 다시금 묻는다.


  "저기 유정 누나, 그 유스라는 말, 정말 영어가 맞나요?"

  "응? 영어 맞… 아참, 이건 영어가 아니야! 영어가 아니라고 했었어. 내가 왜 이걸 깜빡했던 거지?

  정말 고마워, 미스틸!"

  "헤헷, 유정 누나에게 칭찬받았다!"

 

  또 다른 정보에 귀가 솔깃한 제이 역시 그녀에게 물었다.

  "영어가 아니라니, 그러면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거야?"

  "사실… 여기에서 또 막히긴 하는데, 그 사람 말로는 고대어라고 했어요."

  "고대어? 지금은 쓰지도 않는 옛날 말 말인가?"

  "네. 그래서 자기들도 발음은 자기들 좋을대로 부르고 있다고 했어요. 팀원 모두 그런 코드네임으로 불리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자기들이 발현할 수 있는 위상력이라고 했었던 것 같았는데…"

  "더 난감해졌군. 그냥 찾는걸 포기하는 건 어때? 사실 유정 씨는 다른 걸 찾는게 더 급하잖아? 오늘 우리도 그걸 도와야하고 말이야."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김유정은 이내 자신의 노트북을 덮고서, 너저분하게 테이블 위에 널려진 자료들을 끌어와 펼쳐놓기 시작했다. 자료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이것을 다 뒤지는 데만도 하루가 금세 지나가버릴 것이다. 그녀 홀로 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양이기에 제이와 미스틸이 돕기로 하였다. 물론 그녀의 입장에서는 늑대개 팀까지 불러와 빠른 시간내에 이 작업을 끝내버리길 원하지만, 트레이너는 이런 업무보다는 아직 완전히 퇴치되지 않은 차원종들을 정찰로 찾아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 때문에 늑대개는 탐사 및 격퇴 업무를 수행 중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오로지 그들의 몫이다.


  "유정 누나, 그 사람 찾는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미스틸. 하지만 제이 씨 말대로, 지금은 이 정보들을 찾아보는게 더 중요한 것 같아. 정보 수집이 끝나면 그 때 같이 찾아보도록 하자. 알겠지?"

  "우웅… 알겠어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미스틸도 의자에 앉아 자신의 할당량을 받는다. 어린 아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김유정이나 제이에 비해서는 반 정도 되는 양을 받은 그는 곧바로 보고서들을 펴서 뒤지기 시작한다. 

  이내 임시본부 안의 작전회의용 텐트 안에는 고요함이 찾아왔고,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무언가를 옮겨 적는 소리만 들린다. 거기에 아주 작게나마 들리는 미스틸테인의 목소리도 함께.


  "어쩌면 유스(hews)가 아니라, 휴스(xews[hews])가 아닐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에게 제이가 이야기를 걸어온다.

 

  "테인아, 이것 좀 보렴. 이런 녀석이 옛날엔 자주 나타나곤 했단다. 이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궁금하지 않니?"

  "제이 씨! 언제는 일에 집중하라면서요!"

  "우와, 아저씨! 들려주세요! 듣고 싶어요!"


  제이의 농담따먹기와 함께 미스틸의 생각은 점점 옅어져간다. 어느새 그가 제이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을 때, 정답에 접근한 그의 생각은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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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분량이 많아 안 올라가서, 두 편으로 나누어씁니다.

  바로 다음화로 이어집니다.

2024-10-24 23:19:5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