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스키퍼 주변.

 소마가 램스키퍼 주변에 도착하자 제이는 우리가 나설 차례라며 아이들을 설득했다. 실패작은 늑대개 팀의 활약으로 검은양 팀은 램스키퍼에 달라붙은 실패작만 상대하면 됐다. 그러니 우리는 조종당하는 사냥터지기 팀을 구해**다고 말이다. 실패작과 싸우지 못한 아이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인간답다고 위로해주었다. 이세하와 레비아가 제이의 말을 듣고 램스키퍼를 나서자, 김유정은 남은 인원들을 적절히 나눠 김도윤과 빅터를 구출할 구조대를 짜려고 했다.

 소마를 막아 세우고 있던 사람은 네 명이었다. 검은양의 이세하와 제이, 늑대개의 레비아, 그리고 사냥터지기의 미스틱까지. 미스틱은 자신이 말해주기 전에 그들이 소마를 막아주기만 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흑지수가 무사히 도착했다고 이해했다. 제이는 소마가 양팔에 전격을 발생시키는 것을 보고 자신 또한 두 주먹을 당기며 위로 도약했다.

 "날 화나게 하지 마라!"

 뇌신무, EX오메가러시

 격렬한 마찰음이 들려오면서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서로의 주먹을 쳐냈다. 단순한 내지르는 방법이라면 제이가 우세했다. 공격을 몇 번이나 허용하더라도 소마는 금세 상처를 치유했다. 눈앞에서 소마의 치유 능력을 목격한 제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각각의 연속 공격이 끝나자 두 사람은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쩌엉!

 소마의 전격 주먹이, 제이의 용의 일격이 맞부딪히면서 힘의 파장이 주변으로 퍼졌다. 다리가 부서지는 느낌을 받은 제이는 주춤거리며 물러나려고 했는데, 소마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연속 천강성

 정면의 공격은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지만 소마는 천강성을 한 번 더 사용하며 제이의 허리를 강하게 날렸다. 허리가 꺾인 제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떨어졌다.

 "커헉......!"

 미스틱은 먼저 달려가 떨어지는 제이를 받아주었다. 제이의 부상에 분노한 이세하와 레비아는 합동 공격으로 소마의 팔을 묶어두기로 했다. 이세하는 소마의 주변에 위상력을 발사하여 소마가 도망칠 수 없도록 푸른 불꽃 지대를 생성하였다. 그녀의 위에서 떨어지던 레비아는 춤과 같은 움직임으로 소마를 기절시키기 위해 그녀의 머리를 노렸다.

 콰악!

 소마는 주변의 열기를 무시하고 레비아의 지팡이를 손으로 잡았다. 레비아는 소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죽어있던 눈동자가 진정한 적을 노리듯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소마에게 이세하의 불꽃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마는 자신의 불꽃으로 몸을 태우며 레비아를 붙잡았다. 뜨거운 불꽃에 레비아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소마는 뒤쪽에 서있던 이세하까지 노리기 위해 자신의 기술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

 EX파천아수라

 소마는 레비아를 방패 삼아 이세하의 불꽃 지대를 뚫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결전기와 맞먹는 강력한 힘을 가진 소마의 주먹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이세하는 눈을 질끈 감으며 건블레이드로 땅을 내리쳤다. 미스틱은 제이를 양손으로 들고 소마 쪽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소마! 멈춰!"

 소마를 막은 것은 이세하의 기술도, 미스틱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회복을 마친 흑지수가 하늘에서 떨어져 레비아를 끌어안은 채 소마의 기술을 한손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주먹을 받아낸 흑지수는 팔의 살갗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흐, 흑지수?"

 "이 아이를 부탁해!"

 흑지수는 레비아를 던지듯이 이세하에게 넘겼다. 이세하는 레비아를 붙잡으며 넘어질 뻔했다. 넘어지던 이세하를 붙잡아준 것은 뒤늦게 도착한 이슬비와 미스틸이었다.

 "정신 차려, 이세하!"

 "형! 우리가 왔어요!"

 서유리는 김유정 곁에 남아있었다. 제이와 더불어 검은양 팀 중에서 적극적으로 실패작을 상대해왔던 서유리를 김유정이 쉬게 한 것이다. 김유정은 램스키퍼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다른 요원들과 함께 나가 김도윤과 빅터를 구출하려고 했다. 그런 김유정을 막아세운 것은 서유리였다.

 "유정 언니, 밖은 위험해요. 제가 나갈게요. 제가 나갈 테니 유정 언니는...... ."

 지금까지 서유리가 아이들 대신 나선 이유는 속초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그녀는 차원종에게 패배하여 죽을 뻔한 경험이 있다. 두렵고, 무서웠지만 서유리는 이를 극복하려고 했다. 자신의 친구들이 이런 경험을 겪지 않길 원했다. 김유정은 무리하는 서유리를 꼭 안아준 뒤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주었다. 서유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유리야, 지금까지 잘해줬어. 정말로 잘해줬어. 싸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친구들을 배려했던 거잖아? 하지만 유리야, 나도 나가야 해. 그렇다고 너도 여기 가만히 있을 것 같진 않으니...... 한 가지만 약속해."

 "...... 뭔데요?"

 "다 같이 돌아가는 거야. 우리 모두. 그러니 혼자 무리하면 안 된다?"

 따뜻한 말과 위로, 그리고 자신의 등을 두드려주는 김유정의 손길은 서유리의 눈물을 부르는데 충분했다. 김유정은 램스키퍼를 쇼그에게 맡기고 자신은 서유리, 오세린, 베로니카, 김가면과 함께 흑지수가 말한 베를린지부 남부로 출동했다.

 세 명의 완성된 실패작을 상대하던 앨리스─예거─는 연구동에서 실패작들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슈타인의 예거는 신체 변형이 자유로웠다. 마치 생각의 속도와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리스가 원한다면 어떤 모습으로도 신체가 변해 공격이면 공격, 방어면 방어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실패작이 물러나자 루드비히의 지도로 맥스의 기계의수와 맥스의 위상력을 개조하여 코드를 해제시킬 장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상황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베를린 지부장은 실패작들을 다시 불렀다. 그러나 그들은 지부장의 명령을 무시했다.

 "거, 거부한다고?"

 "저들을 완성되었다고 부르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자신의 약을 먹고 깨어난 에릭이 지부장에게 다가왔다. 지부장은 점점 뒤로 물러났다.

 "다가오지 마라!"

 "저들은 다른 실험체 아이들과 다르게 자아가 있습니다. 지부장 당신이라면, 명령에 따르는 아이들을 선택하겠습니까, 거부하는 아이들을 선택하겠습니까? 당연히 명령에 따르는 아이들을 선택하겠죠. 그게 바로 미스틸테인, 루나, 소마입니다. 거부했던 아이들은 저 세 명과, 우리가 괴물이라 불렀던 그 아이입니다."

 에릭은 자신이 먹었던 약을 기억하고 있다.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클로저를 치료하기 위해 만들었던 '소마'. 에릭이 직접 개조한 '소마'는 클로저 전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인이 먹을 경우 거부 반응이 일어나면 죽음에 이를 수 있지만, 약이 몸에 맞다면 일시적으로 신체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소마'를 마신 에릭은 후자의 상태가 되었다.

 "폭력성이 너무 심해서 가뒀다? 예, 없는 게 이상하죠.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에릭은 지부장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턱이 빠진 지부장은 부서진 연구동의 문까지 날아갔다.

 "넌 오늘 우리와 함께 죗값을 치룬다, 이 망할 자식아!"

 앨리스는 연구동을 벗어난 것뿐만 아니라 베를린지부 건물 바깥까지 벗어나고 말았다. 실패작과 기계는 지치지 않지만 앨리스는 지칠 수밖에 없었다. 완성된 실패작들은 예거의 움직임이 둔해진 것을 눈치 채고 그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가장 조그맣던 실패작은 자신의 팔을 땅에 꽂으며 예거의 주변에 얼음 장판을 깔았다. 부스터로 날아다니던 예거는 얼음 장판을 뚫거나 피하면서 움직였는데, 관절 부분에 얼음이 닿자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예거는 팔을 돌리거나 다리를 쭉 피면서 얼음을 부쉈다.

 파지지직!

 불과 전격을 다루는 실패작의 전격 주먹을 한손으로 막아냄과 동시에 창으로 변형시켜 주먹을 꿰뚫었다. 실패작은 고통스러워했지만 뒤이어 자신의 등을 밟고 뛰어오를 실패작을 위해 예거를 붙잡고 있었다. 등을 밟고 뛰어오른 실패작은 자신의 팔을 넓게 펼치면서 둥근 방패처럼 만든 뒤 예거의 머리를 찍어버렸다.

 쾅! 쾅! 쾅! 쾅!

 예거의 어깨에 올라타 머리를 찍고 있는 실패작. 시야가 가려진 앨리스는 팔을 길게 뻗어 실패작의 머리를 붙잡고 강하게 던졌다. 방패를 들고 있는 실패작은 우아하게 착지하는데 성공한 뒤 허리를 천천히 폈다.

 "헉, 헉...... ."

 실패작들의 합동 공격에 앨리스는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예거를 내버려두지 않고 철저하게 파괴하기 위해 동시에 뛰어들었다.

 수비 태세

 실패작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밀어붙였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방패 후려치기에 뒤쪽으로 날아가버렸다. 익숙한 공격에 앨리스는 눈 앞에 서있던 루나를 불렀다.

 "루, 루나 요원......?"

 루나는 고개를 세차게 젓고 있었다. 앨리스는 루나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뒤로...... 가요......!"

 루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실패작들을 내버려둔다면 다시 지부장의 곁으로 가서 연구원들을 위협할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루나를 도우러 가기엔 예거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루나의 안전을 지켜야할지, 다른 사람들을 만나러 가야할지, 앨리스는 고민했다.

 "앨리스?"

 앨리스가 만나야만 했던 사람의 목소리. 앨리스는 기쁜 마음에 뒤돌았다.

 "볼프강 요원님!"

 볼프강은 늑대개 팀의 대장 트레이너에게 기대어 있었다. 트레이너는 레비아를 제외한 나머지 늑대개 팀을 이끌고 루나를 쫓아왔다. 트레이너는 먼저 예거를 경계했다.

 "자네는 뭐지?"

 "아, 저는 앨리스 와이즈맨이라고 합니다. 현 사냥터지기 팀의 오퍼레이터입니다. 저는 현재 관리국에 있습니다. 슈타인 국장님께서 메리의 방해 전파를 뚫고 이곳 관리국에서 이 예거를 조종할 수 있도록 손을 써주셨습니다."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시나 했더니, 그곳에 계셨군. 확실히, 그 예거에게서 슈타인 국장님 특유의 위상력이 느껴진다. 따로 전달하라는 말씀은 없으셨나?"

 "양 세력의 오해를 풀고 함께 싸워달라고 하셨습니다. 2분대 중 소마 요원은 먼저 메리 때문에 날뛰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요원님들은 총장님의 코드에 조종당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말은 확실히 믿을 수 있겠군. 저 코드를 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나?"
 

 코드에 관한 것은 볼프강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의 코드를 연구하던 에릭이라는 요원이 맥스 선배님의 힘이 담긴 기계 의수를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미스틸테인의 코드처럼 차원종의 위상력을 집어넣는 걸로 해결됐다면 제 검은책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겁니다. 맥스 선배님이 가진 힘이 아니라면 코드 해제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순간, 트레이너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는 늑대개 팀에게 루나와 실패작을 적절하게 상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앨리스가 그들에게 조언을 주었다.

 "저들은 다른 실패작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완성된 실패작이라고 불릴만큼 2분대 요원님들의 힘을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검은양 팀의 미스틸테인, 사냥터지기 팀의 루나와 소마 요원님의 능력과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를 참조하여 싸워주십시오."

 늑대개 팀은 앨리스의 훌륭한 조언을 듣고 적당히 싸우라는 명령을 내린 트레이너를 슬쩍 보다가 서둘러 앞으로 뛰어갔다. 트레이너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볼프강과 앨리스에게 말했다.

 "맥스 선배님의 힘은 타인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오로지 그분께서 허락하신 존재만이 사용할 수 있다. 독일 연구원이 그분의 힘을 조작하여 사용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는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음...... 서지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우선 우린 연구원들을 확보해**다."

 관리국 3층.

 가슴이 꿰뚫린 슈타인은 아이의 팔을 붙잡고 피를 토해냈다. 아이는 슈타인도 알아챌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슈타인의 피를 뒤집어 쓴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장님은 절 구해주실 수 없나요?"

 "...... 미안하구나, 쿨럭. 널...... 난 너를...... ."

 촤아악.

 아이는 슈타인의 가슴에서 팔을 빼내며 뒤돌았다. 슈타인은 가슴을 움켜쥐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를 조종하고 있던 메리는 슈타인이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넌 그저 소마를 위한 실험체일 뿐이라고. 이렇게 마음에 드는 행동만 하면 어떡하니?"
 

 아이는 슈타인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쭈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놀기 시작했다. 슈타인의 가슴에서 나오는 피가 어느새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

 메리는 쓰러진 슈타인을 내버려두고 바깥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베를린 지부장이 데리고 있던 세 명의 완성된 실패작은 지부장을 따르지 않고 바깥에서 한 명이 적은 늑대개 팀과 코드에 조종당하는 걸로 알고 있는 루나와 대치하고 있다. 본능에 충실하여 완성작을 노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트레이너와 볼프강, 그리고 앨리스가 조종하는 인간형 예거는 베를린지부 건물로 향하고 있다. 연구원들을 확보하려는 것이겠지. 메리는 저들은 코드에 관련된 행동을 하는 것이지 냅두기로 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베를린지부 남부와 램스키퍼 근처였다. 서지수가 이끄는 칼바크 병대와 감찰국 요원들, 그리고 김유정 지부장을 따라온 몇몇 요원들은 함께 그 많던 실패작을 모두 제압한 뒤 남부에서 올라오고 있다. 소마를 제압하는데 성공한 검은양, 늑대개, 사냥터지기 팀의 나머지 요원들도 베를린지부 건물로 향하면서 곧 있으면 두 집단이 사냥터지기 성 앞에서 만날 것 같았다. 이것만큼은 말려야했다.

 메리는 램스키퍼로 눈을 돌렸다. 램스키퍼의 주포는 현재 기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조금만 손을 본다면 기동할 것 같았지만 잘못하면 램스키퍼까지 터질 수 있다. 오히려 그 편도 자신에게 이로웠다. 메리는 즐거운 표정으로 램스키퍼를 해킹하기 시작했다.

 "음?"

 한창 램스키퍼를 해킹하던 메리는 다른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아이와 슈타인이 있던 모니터였다. 쓰러진 줄만 알았던 슈타인이 복도를 덮고 있던 그의 피를 모두 흡수하며 일어서고 있었다. 메리는 급히 아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번엔 슈타인의 머리를 날리라는 명령이었다.

 슈타인은 사람의 정신을 간섭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제어하는데 사용하였다. 인간 중에서 슈타인만큼 복잡한 정신을 지닌 사람은 맥스 외엔 없었기 때문이다. 후에 맥스를 살리기 위해 그의 기억을 조금 조작하긴 했어도 그의 정신을 완벽하게 간섭하지 못해 김재리의 최면만으로 풀리고 만 것이다.

 슈타인은 자기 자신의 정신을 간섭하며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의 본능이 완전히 깨어나게 되면서 육체적으로 모자른 부분이 채워졌다. 슈타인의 가슴까지 꿰뚫었던 아이는 이번엔 슈타인에게 손 끝 하나 가져가지 못하고 메리가 있던 오퍼레이터 실까지 빠르게 밀려났다. 메리는 자기가 만든 건 괴물도 아니라며 해킹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메리이이이이!"

 슈타인의 분노한 목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렸다. 그는 아이를 기절시킨 뒤 자신의 옆구리에 낀 채 오퍼레이터 실의 문을 부수며 들어왔다. 해킹을 마친 메리는 이미 오퍼레이터 실에 없었다. 슈타인은 욕을 한 바가지 내뱉고 아이를 내려놓았다. 그는 모니터로 빠르게 다가갔다.

 오퍼레이터 실에 있던 모든 모니터와 기계가 일제히 폭파했다. 슈타인이 위상력으로 기계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메리가 내린 조치였다. 부상 당하지 않은 슈타인은 기절한 아이를 위해 위상력 보호막을 씌워주었다. 그는 모니터가 터지기 전, 램스키퍼의 주포가 가동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메리가 사라지면서 관리국의 공간이 돌아왔고, 방해 전파가 사라졌다.

 슈타인은 아이를 내버려두고 램스키퍼 위로 공간을 이동했다.

 램스키퍼의 주포가 사냥터지기 성 마당을 노리고 있었다.

 주포가 발사됨과 동시에 슈타인이 램스키퍼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쿠콰아아아아아!

 램스키퍼의 주포는 발사되지 못하고 안에서 폭파했다. 주포의 폭발로 인한 램스키퍼의 잔해는 주변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여전히 슈타인이 램스키퍼 위에서 램스키퍼와 폭발을 응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몸이 폭발을 견디지 못해 점점 부서지기 시작했다. 힘이 빠지던 슈타인은 정신을 잃으며 램스키퍼에서 손을 떨어뜨렸다.

 저 멀리, 누군가가 슈타인을 향해다가온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원반의 선택을 받았던 인공지능 쇼그. 쇼그는 슈타인을 껴안으며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램스키퍼는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