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챙기고 싶을 뿐인 나에게 상급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고기가 들러 붙은 이...

제이면명 2015-02-14 2

"프로틴은 건강에 좋아, 유명한 트레이너들이 프로틴을 먹고 몸 조절을 한다는 거는 이미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유정씨는 나의 말을 듣고는 다짜고짜 한숨부터 내쉬었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물론 그렇다고 프로틴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야, 유정씨. 분명 프로틴은 좋은 보조제이지만, 그렇다고 자연적인

식품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단지 이번 달에 먹지 않은 약들로 인해 상한 몸을 보강하는 것 뿐이야."

그녀는 눈을 치켜 뜨고서 팔짱을 끼고는 입을 열었다.

"이봐요, 제이씨. 제이씨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알고 하는 소리에요?"

"물론이지, 차원종을 잡는 김에 체력 운동을 하려고 강남역으로 가는 거잖아."

그녀가 소리치며 내 뒤의 가방을 힘껏 내리쳤다. 뚜겅이 열린 가방에서 무수한 프로틴 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몸 보다 3배는 커다란 가방이었지만, 그녀의 힘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았다.

"아앗! 이게 뭐하는 짓이야, 유정씨!"

황급히 손을 뒤로 돌려 쏟아지는 프로틴들을 막을려 해 보았지만, 자세 때문에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 손을 허우적 거릴

수록 떨어지는 프로틴들은 홍수가 난 강의 물처럼 막을 도리 없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제이씨. 지금 임무를 가는 사람이, 그렇게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설사 된다고 생각해도

검은양 팀의 담당자인 제가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자세를 숙여 바닥을 가득 메운 프로틴들을 하나 둘 씩 주워 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는 그녀를 화나게 한듯 싶었다.

"알겠어 유정씨. 그러면 조금 줄어서 몇 개만 가져가면……"

"안 돼요! ……정 그러시면 하나만 가져가세요."

나는 가방을 내려 놓고, 그 안에서 프로틴 한 병을 꺼내 들었다. 많을 수록 안심 되는데 말이지.

"잠깐만요, 아저씨~ 같이가요!"

뒤에서 헐레벌떡 누군가가 뛰어 왔다. 긴 흑발을 바람에 흩날리며, 특정 부분이 출렁 거리는 모습으로 내게 달려오는 모습은

참으로 출렁 출러…….

"아저씨 여기요!"

유리가 내 손에 무언가를 건내주었다. 차갑고 묵직한 느낌. 프로틴이었다.

"제가 아저씨 따라갈테니까, 한 명당 프로틴 한 개. 괜찮겠죠 유정 언니?"

유정씨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유리는 내 오른팔 품으로 기어들어 오며 걸음을 재촉했다.

"아저씨도 참…… 임무 떨어지면 같이 가자고 말했는데 왜 혼자가려고 했어요?"

"어…… 그게 어쩌다 보니까 말이야."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지만, 그녀가 내게 보내는 시선이 내 사고 회로를 멈추게 만들었다.

내 입에서 황금이라도 떨어진다는 양, 반짝 반짝 거리는 눈동자로 코 닿을 거리에서 내 얼굴을 지켜보는 그녀.

"흐응, 알겠어요. 대신 다음에는 꼭 불러줘야 되요."

잠시 동안 말 없이 걷는 그녀와 나. 짹짹 거리는 새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정적을 먼저 깬 것은 그녀였다.

"아저씨, 아저씨도 제가 고기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걸음을 멈춘 채로 내게 물어왔다. 그리고 양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 보며 말했다.

"제가 봤을 때 제 몸에 군살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계속 고기라는 별명이라서요."

잘록한 허리, 매끈한 복부, 탄탄한 엉덩이, 그리고…… 출렁 출러……. 어찌 됬든 그녀의 몸매는 완벽했다.

"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너가 고기 같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래도 너가 왜 고기라는 별명인지는 알거 같군."

"뭔데요, 뭔데요?"

아까처럼 코 닿을 것 같은 거리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눈을 빛내는 그녀가 물어왔다. 그녀의 숨소리까지 들려와서

무언가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밀고 헛기침을 했다.

"큼! 고기라는 건 굳이 지방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야. 근육도 고기라고 부를 수 있지. 너의 완벽한 몸매를 질투해서,

너의 건강미를 질투한 녀석들이 너를 놀리는 것 뿐일 거야."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닳아 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를 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건강을 좋아해. 아저씨는 건강한 사람을 좋아해. 아저씨는 건강한 여자가 좋아. 아저씨의 이상형은 건강한 여자. 

나한테는 건강미가 넘쳐?"

그녀가 조그맣게 무언가를 말했지만, 너무 작게 말해서인지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아하하하하, 아저씨도 참. 뭐라는 거야. 하하하하하."

그녀의 손이 내 허리를 강타했다. 나는 땅바닥에 주저 앉았고 그녀의 웃음 소리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으억!"

"아, 진짜 어떡해…… 행복해서 죽을 거 같아……"

시원한 웃음 소리를 흘리며 멀어지는 그녀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요즘 애들은 알다가도 모를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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