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언제나 보스전

라면000QRNX 2014-12-11 2

"하아…. 빨리 끝내야 하는데…."


다급하게 게임기 버튼을 누른다.

대기 10분째 이제 슬슬 작전 개시 시간이 다가온다.


"어이 이세하! 이제 곧 작전 시간이라고!"


멀리서 이슬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제 나도 이제 곧 보스 전이라고!


"자.. 잠깐 잠깐 만 기다려봐 이제 곧 보스니깐…. 조금만…."


양해를 구하면서 다급하게 게임을 한다. 하지만 내 양해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억지로 게임기를 꺼버린다.

그리고 손에서 사라지는 게임기.


"빨리 준비 안 하면! 이 게임이 부숴버린다.!"


"으... 으아아 이제 곧 보스라고!! 내놔! 내놔!!"


이제 곧 보스.

이제 곧 끝! 조금만 더 있었으면 훈훈한 마음으로 작전 수행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상태로는 작전이 중요한 게 아니다. 끝 바로 앞에서 끝을 ** 못한 이 찝찝함….


"너…. 빨리 준비 안 하면…. 게임 진짜…. 확! 부숴버린다…."


그리고 게임기에 칼을 가져다 댄다. 이건 진심이다. 본심이다.

실수하면 게임기의 목숨이 사라진다. 인질이 게임기 라는 건 너무 엄청나게 가혹하다.


"쳇…. 알겠다고…. 대신 끝나면 돌려줘야 한다."


투덜거리며 장비를 점검한다.

그래도 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그것이 게임이 아니여도 끝은 본다.

 

"좋아~ 난 준비 끝!"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던 서유리가 총을 돌리며 씩 웃는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째서 우리 셋뿐인 거지.?


"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 갔냐?"


내 물음에 곰곰이 생각하는 두 사람.

생각도 잠시 서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우리 셋이 끝.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다 일이 있대"


부럽다. 좋은 의미로 부럽다.

이렇게 날씨가 맑은 날에 지긋지긋한 차원종을 안 잡아도 된다니….

아니 혹시 우리 모르게 휴가를 간 거 아닐까?


"놀고싶다!!! 나도 놀고 싶다고!!"


하늘을 보며 소리를 지른다.


"넌 맨날 놀잖아! 이제 곧 임무 시작이니깐 준비나 하라고!"


소리 지리는 것 조차 마음대로 못하게 하다니.

그리고 난 맨날 놀지 않는다.!

지금도 놀고 있지 않다!

나는 '일'과 '놀기'는 확실히 구분하는 사람이다.


"자.. 그럼... 슬슬 출발할까?"


건 블레이드 손잡이를 한번 꽉 쥐며 감각을 익혀둔다.

언제나 이때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며.

언제 다칠지 모른다.


"아 참…. 너 게임기 잘 보관해라…. 이제 마지막 보스니깐"


내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는 이슬비 그런 우리를 보고 실실 웃는 서유리.

아무리 귀찮게 해도 일단은 '팀'이니 이때만은 집중해야 된다.


"그럼 가자!"


이슬비의 얘기와 함께 모두 차원종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베고. 또 베고. 어떨 때는 썰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 일을 갓 시작했을 때만 해도

차원종 이란 걸 없애는 건 역시 조금 꺼림 직했다.

확실히 인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를 '벤다.'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이다.

뭐 그것도 옛말. 이제는 딱히 꺼림 직하지 않다.

그리고 몇 분 후 주변에 있는 모든 차원종이 제거된 듯 말끔하다.



"자! 임무 종료! 이제 게임기 돌려주실까요?"


싱긋싱긋 웃으며 이슬비에 손을 벌린다.

이슬비는 못 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푹 쉬고는 게임기를 돌려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잔소리.


"게임은 하루 1시간만 할 것! 뭐…. 듣지도 않겠지만."


이슬비가 뭐라고 잔소리를 한다

거기에 덩달아 참가를 하는 서유리.

하지만 나에게 들리는 건 어서 이 게임을 깨 달라는 게임기의 외침.

일단 게임기를 킨 후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플레이 한..?


툭-


"어라…?"


방금까지 손 위에 올려져 있던 게임기가 어느새 사라져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 앞에 서 있는 차원종 그리고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게임기의 잔해.

이걸 보니 확실히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저녀석이 내 게임기를 쳐서 부셨다.


"모두 없앤 줄 알았는데. 한 마리가 남아있었네?"


서유리가 차원종에게 총구를 가져다 댄다.

하지만 저 녀석은 내 먹잇감.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는다.

일단 어깨로 차 원종을 밀쳐내 서유리의 총이 빗나가게 한다.

그리고.

벤다! 벤다! 벤다! 벤다! 벤다! 썬다!! 죽인다!!!

"으아아아아아아!!!! 죽어라!!!"


사뭇 광기에 걸린 살인마와 비슷한 정도. 하지만 지금의 난 살인마 그 이상….

역시 차원종이란 존재는 빨리 모두 사라져야만 한다.

어느새 차 원종은 먼지 하나 남지 않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있었다.


"확실히 확인하지 안다니…. 이런…."


이슬비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듯 연신 머릿속으로 뭔가를 생각하는듯하다.

하지만 모든 것의 잘못은 이슬비가 아니다.

바로 차원종이다.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것도…. 내 게임기를 부순 것도…. 내 보스전을 망친 것도.


"좋아…. 지금부터 스테이지2다……. 모든 차원종을 없앤다!"


"엑…? 나 지금 쉬고 싶은데."


"쉴 시간은 없어! 내 게임기의 원수!! 갚고 말겠다!!!"


건 블레이드를 다시 한 번 꽉 쥔다.

확실히 감촉이 있다…. 감촉이…. 이제 이것으로 모든 차 원종을 멸종시키겠다!

그렇게 계속 생각을 하는 이슬비와 쉬고 싶은 서유리를 두고 혼자 달려나간다.


"죽일 거야 모든 녀석을!!!"


그렇게 한동안 내 도살이 이어졌다.

물론 새로운 게임기를 산 후로는 볼수 없었지만.

그리고 오늘도 하는 게임.

그리고 전에 깨지 못한 보스전.


"정말!! 이세하!! 그만 좀 하라고!!!"


"조금만…. 딱 한판만…. 딱 한 판만 더!!"


전에 못 깬 보스를 꼭 깨고 말리라! 라는 심정으로 계속해서 게임기를 두드린다.


2024-10-24 22:20:5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