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외전1) - 교류의 시작 <나타 편> (2)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3-0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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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뿌직-!


한놈, 두놈, 세놈, 보이는 대로 계속해서 괴물놈들을 박살내갔다. 여전히 싱거운 전투력을 가진 괴물들, 그러나 딱 한 가지 조금이나마 신경 써야할 점이 있었다면 그건 괴물들간의 전투력 차이였다. 더럽게 약해빠진 놈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강한 놈들도 몇몇 섞여 있었다.

그런 차이가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지만, 조금은 신경이 쓰였으니 노인네에게 한번 물어보았다. 노인네가 말하길 몸집이 커다란 놈일수록 더 강한 괴물놈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여태까지 족쳤던 괴물들 중에서 비교적 강했던 놈들은 하나같이 몸집이 꽤나 큰 편이었다. 반면에 약한 놈들은 그닥 몸집이 크지도 않았고.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라고 생각을 했었다. 문자 그대로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놈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 쿠웅-!

"?"
'지진? 아니, 이건...'

"이 진동은 설마... 어서 숨게나! 빨리!"

"뭐? 갑자기 뭔 소리야?"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해주겠네, 얼른!"


노인네가 갑자기 다급해하며 아무데나 빠르게 몸을 숨기라고 하였다.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노인네의 말에 따라 몸을 숨기고 조용히 있어봤다. 지진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진동이 서서히 강해져가고 마침내 그 진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

"크으으으으으..."


웬만한 산보다 더 거대하고 육중한 몸집, 여러 부위에 굵고 뾰족한 뿔들이 빽빽하고 불규칙적으로 돋아나 있는 육체, 강철처럼 단단해보이는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그런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문어처럼 흐느적거리는 6개의 팔, 뒤틀릴 대로 뒤틀려서 뭐가 눈이고 뭐가 입인지 도저히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얼굴, '괴물'이라는 단어가 마치 지금 내가 보고있는 저 괴물을 대상으로 생겨난 말이라고 느끼게 만들 정도의 괴물 그 자체였다.

그 괴물은 천천히 가던 길을 계속 걷다가 잠깐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는 다시 갈길을 갔다. 마치 무슨 기척을 느끼고 반응을 한 것처럼 두리번 거렸는데... 혹시 나와 이 노인네의 기척을 조금이나마 느끼기라도 했다는 걸까. 난 나름대로 기척을 완벽하게 지웠다고 생각을 했건만...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방금 지나간 저 괴물은 다른 괴물들하고는 수준이 완전히 틀린 놈이 확실하다.


"... 어이, 저놈은 뭐야?"

"저건... 지금 이 별에 있는 모든 괴물들 중에서 정점에 위치한 놈이라네. 저 괴물 하나 때문에 우리 종족이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노인네는 그 괴물에 대해 알고 있는만큼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과거에 괴물들이 출현하였을 때, 이 행성에 살고 있던 종족들은 괴물들에게 크게 밀리거나 하지 않고 양쪽의 전력을 비율로 따지자면 거의 50대 50정도로 팽팽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그 비슷한 전력차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것이 바로 아까전의 그 괴물, 딱히 이름은 없었으나 이 노인네가 따로 그 괴물을 '슈라'라고 칭하였다. 

아무튼 슈라의 힘은 다른 괴물들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거대하고 강했으며 한순간에 이 행성에 사는 종족들을 멸망까지 몰아넣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방금 지나간 그 괴물... 슈라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면서 허겁지겁 몸을 숨기자고 하였던 거로군.


"아무리 강한 자네라고 해도 그 슈라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덤벼서는 안 되네. 목숨을 보장하지 못 할 테니까..."

"보아하니 그 슈라라고 하는 괴물이 어지간히도 강한 모양이군. 하지만, 그저 흘려들을 수는 없겠는데? 노인네가 하는 말은 마치 내가 그 슈라라는 놈보다 약하다는 것처럼 들리잖아."

"잠깐... 자네 설마...!"

"간만에 싸울맛이 나는 놈을 찾았으니 한판 붙어봐야지."


솔직히 말하면 요즘 세상은 너무 지루한 일상이었다. 평화로운 세상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하도 싸움 속에서 살아왔던 나라서 그런지 자주는 아니고 가끔이라도 좋으니 한번쯤은 강한 녀석과 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딱 좋은 상대가 나타났으니,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노인네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마치 내가 그 슈라라는 놈보다 약한 것처럼 생각되는 채로 물러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그 슈라라는 괴물놈과 한판 붙겠다고 하자 노인네는 다급히 나를 말렸다. 이 노인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는 그저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보일테지. 하지만 이미 난 슈라와 붙어보기로 결정했으니 이 생각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여차할 순간에 도망칠 수 있는 수단부터 마련하고..."

"싸우기 전부터 도망칠 수단을 생각한다면 그건 이미 시간벌이만도 못한 그 이하의 행동이라고."

"... 무슨 말을 해도 그만둘 생각이 없는가보구만... 알겠네, 도움을 받고 있는 입장인 내가 자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렇다면 결정이 난 것이니 나는 곧장 슈라의 뒤를 쫓아갔다. 평소처럼 날아간다면 금방 따라잡겠지만, 이 노인네도 곁에서 지켜보겠다며 따라오겠다고 하는 바람에 슈라를 쫓아가는 속도가 조금씩 더뎌졌다. 

도착한 곳은 현재는 폐허가 된, 한때 이 행성에 살던 종족들의 도시였다. 문명은 상당한 수준이었던 모양인지 제법 높아보이는 건물들과 지구에는 없는 여러가지 물건들도 널려 있었다. 듣자하니 지금 도착한 이 도시는 이 행성에서 제일 번성하였던 도시라나 뭐라나, 나와는 상관없는 사항이지만.

어찌됐든 나는 이리저리 걸으며 슈라를 찾아다녔다. 일단 놈이 움직임을 멈춘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슈라를 봤을 때 그놈은 걸을 때마다 땅이 크게 진동하였는데 지금은 그러한 진동이 전혀 없다. 그리고 슈라가 분명히 이 도시로 들어오는 것을 봤으니 자연스럽게 슈라는 움직임을 멈춘 채 이 도시 안에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니까 남은 건 슈라를 찾아내는 것뿐이었다. 빽빽히 늘어서 있는 건물들의 틈에 몸을 낮추고 있기라도 한 건지 찾는데에 제법 시간이 걸렸다.


"...! 찾았다."


도시의 중심부 쪽으로 들어왔을 때, 드디어 슈라를 찾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 슈라는 그 거대한 몸을 낮추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가 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 한 건지, 아니면 알고도 저렇게 가만히 있는 건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자라면 그저 싸움을 걸 뿐이고, 후자라면 나라는 존재를 알아차리고도 무시를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줄 것이다.

... 어찌보면 둘 다 거기서 거기 같았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럼 당장 놈과 싸워볼까... 하고 생각하던 그때, 슈라의 주변으로 다른 여러 괴물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생김새나 크기도 제각각인 괴물들... 하지만 그런 괴물들의 존재가 슈라의 앞에서는 그저 한없이 작고 만만한 개미와도 같은 놈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퓨퓨퓨퓨퓩-!

"?!"


슈라는 자신의 주변으로 모여든 괴물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가 싶다가 갑자기 슈라의 몸 전체에 돋아나 있던 뿔들이 길게 늘어나서 괴물들을 마치 꼬챙이에 꿴 음식처럼 관통해버리고 다시 줄어들더니 슈라의 몸으로 흡수되는 것이었다. 


"뭐야, 저 자식... 다른 괴물놈들을...!"

"같은 괴물이라고 할 지라도 슈라의 앞에서는 그저 반찬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네. 그런 놈이야."

"과연... 먹이사슬의 정점이라는 거군."


그렇지만 동족포식이라고는 해도 슈라가 무분별하게 다른 괴물들을 포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다른 괴물들은 이미 저놈의 뱃속으로 들어가서 거의 남아나질 않았거나 혹은 완전히 씨가 말라버렸겠지. 아무튼 결론은 그거다.

놈은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동족포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하게 자신이 먹고 싶으니까 다른 괴물들을 먹는다... 그런 것이었다. 노인네도 지금 막 내게 괴물들은 포식을 통해 활동 에너지를 얻는 것은 아니라고 살짝 귀띔해주는 것을 들었으니 확실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저놈은 자기 멋대로 이 행성의 '왕'이나 다름없는 자리에 앉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놈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나니 점점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몸소 알려줘야겠군. 망할 괴물놈."


더는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고 나는 곧장 정면으로 슈라를 향해 덤벼들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까 확실히 어마어마한 크기다. 예전에 봤던 헤카톤케일도 이놈의 앞에서는 작은 인형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뭐, 나에게 있어서 크기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나는 즉각 슈라의 키보다 더 높은 위치까지 뛰어올라 강요저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이 정도의 높이에서 내리치는 강요저다. 위력은 평소에 내리치는 것의 수십... 아니, 수백배는 될 것이다. 이 위력을 정면으로 맞고도 무사할 리는 없었다... 라고 생각했다.


쩌엉-!


강요저가 슈라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강요저가 닿자마자 슈라의 머리가 종잇쪼가리마냥 구겨지는가 싶더니,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 파앙-!

"뭣?!"
'말도 안 돼! 이 자식...!'


강요저에 맞아 받은 충격을 체내에서 등쪽으로 옮겨 외부로 흘려 보내버린 것이었다. 


"크르으...!"


강요저에 의한 충격을 외부로 흘려보내 거의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을 보고 당황하던 그 순간에 슈라가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몸집과는 맞지 않게 무척이나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아슬아슬하게 피했는데,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슈라가 휘두른 주먹에 의한 충격파로 인해 뒤에 있던 많은 건물들이 전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산산히 박살이 나있었다. 더군다나 건물들 뿐만이 아니라 충격파는 도시 밖으로까지 뻗어나가서 주변의 땅을 갈라놓았다.

이걸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슈라라는 녀석은 다른 괴물놈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나의 생각 이상으로 강한 놈이었다. 솔직히 진심으로 상대하지 않으면 조금 위험한 놈이었다.


"재미있군... 그럼 어디 한 번 제대로 해보자고!"

[염마]


진심으로 상대하기로 결정하고 나는 즉각 내 모든 힘의 흐름을 극한까지 폭주시켜 일시적으로 전투력을 상승시켰다. 진심으로 상대하겠다고 결정한만큼 전력으로 상대한다. 그리고 이놈을 확실하게 쓰러트려서 승리한다. 그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의 전부다.


"크르아아!!"


슈라는 침인지 콧물인지 구별이 안 되는 체액을 질질 흘려대며 괴성을 지르고는 나를 향해 반대쪽 주먹을 내질렀다. 나는 잽싸게 슈라의 주먹을 피하고 반격을 가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주먹을 피한 나의 자리에 쉴틈없이 또 주먹이 날아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이놈의 팔은 6개, 그러니 앞서 양손의 주먹을 피했더라도 아직 4번 더 쉴틈없이 주먹을 사용할 수 있었다. 


콰직-! 콰앙-!


슈라는 계속해서 남은 4개의 주먹을 나를 향해 내질렀다. 하지만 움직임에만 집중하면 충분히 피하고도 남을 속도였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모든 주먹을 피하고 그 틈에 곧장 슈라에게 반격을 가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실수였다.


슈웃-!

"!"


6번 주먹을 쉴틈없이 사용했으니 그 사이에 잠깐의 빈틈이 생겼다고 생각했으나, 그런 내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며 슈라의 주먹이 그 빈틈조차도 없이 곧바로 다시 나에게 날아들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미처 늦게 반응해버린 나는 피하지 못하고 다급히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막아내긴 했으나 상당히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되었다. 도저히 문어처럼 흐느적거리는 팔과 손에 의한 공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충격... 그러는 동안에 내 생각이 어째서 빗나간 것인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슈라의 팔은 총 6개, 그런만큼 공격의 횟수가 많다. 그래서 다른 팔로 공격을 계속 하면서도 이미 공격에 사용한 팔을 다시 거두어 언제든지 다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그 틈을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이런 간단한 사실을... 평화에 찌들어 있어서 전투감각이 무뎌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


일단 지금은 그런 잡생각은 버린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이 괴물, 슈라를 어떻게 쓰러트릴지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한다.


"크오오오!!!"


내가 태세를 다시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슈라가 다시 공격을 시도하였다. 이번에는 6개의 모든 팔을 전부 엄청난 속도로 내지르며 연타를 퍼붓기 시작하였다. 안 그래도 거대한 몸집이라 범위가 넓은데 거기에 더해서 팔에도 빽빽하게 돋아나 있는 뿔들이 그 범위를 더욱 넓게 만들었다.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해내고, 피할 수 없는 것은 강요저로 받아쳐내며 나는 슈라와의 공방을 이어갔다.


쩌적...!

"?!"


그러던 도중 내가 있는 자리의 땅이 슈라의 공격에 의한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갈라지면서 무너져내렸다. 갑작스럽게 땅이 붕괴한 데다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공격을 멈추지 않는 슈라탓에 결국 나는 지하로 떨어지게 되었다. 

땅이 무너져내려 함께 떨어진 파편 사이를 헤쳐가며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장소가 대략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봤다. 꽤나 넓고 여러가지 실험기구나 기계장치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하니 여기는 아마 이 행성에 살던 종족들이 이용한 지하 연구실쯤으로 생각됐다. 그렇게 주변을 살펴보고 있던 그때,


"쿨럭, 쿨럭!"

"뭐야, 노인네 당신도 떨어졌어?"


노인네가 기침을 하면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었다. 보아하니 나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땅이 무너져내린 것에 휘말려서 똑같이 이 지하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다가가서 상태를 살펴보니 부상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꽤 넓은 장소..."

"갑자기 왜 그러나?"

"... 어이, 노인네... 저게 뭐야...?"

"뭐가 말인ㄱ... 헉?!"


내가 목격한 것은... 바로 그 괴물들이 탄생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 지하 연구실의 중앙으로 보이는 곳, 그곳에 있는 커다란 시험관 안에서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서 한 마리, 두 마리, 점점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험관의 주변을 살펴보니 그 주변에는 각종 기계장치들이 저절로 작동하고 있었고, 그 기계장치들과 연결된 전선들은 바로 그 시험관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즉...


"이 괴물들은 노인네의 종족들이 만든 놈들이었다는 말이군..."

"그럴수가..."


즉, 이 행성에 살던 종족들은 자신들이 만든 괴물들에 의해 자멸하였다... 라는 얘기가 되는 건가? 아니, 상황으로 따져봤을 때 아마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그 괴물들이 탄생하게 되었다거나 그런 얘기일 것이다.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자멸하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럼... 나는 지금까지 대체 무엇 때문에 이 의미없는 삶을 연명했던 것인가...!"

"좌절이든 뭐든 그건 나중에 하시지. 지금은..."

... 쿠과앙-!

"나와 저 녀석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무사할 생각만 하고 있으라고."

"쿠아아아아아!!!"


슈라는 땅이 무너져내리면서 생긴 구멍을 자신의 손을 이용해 지하 전체가 드러날 정도로 넓히며 내가 있는 위치를 확인하였다. 그러고는 곧장 공격을 하려나 싶었는데, 슈라의 시선이 갑자기 그 시험관 쪽으로 향하였다.

시험관 쪽에는 막 탄생한 괴물들이 이제서야 조금씩 활동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괴물들을 슈라는 방금 전에 다른 괴물들을 포식했을 때처럼 똑같이 자신의 몸에 돋아난 뿔로 꿰어서 한 마리도 남김없이 포식하였다. 


"...? 어이, 노인네! 저 녀석... 조금 커진 것 같지 않아?"

"? 나는 잘 모르겠네만..."

'차이는 많이 없지만 확실해. 저놈... 아까보다 조금 커졌어!'

슈아아악-!

"읏!?"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공격의 힘이 강해져 있고, 속도도 조금 더 빨라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움직임에만 집중하면 충분히 피할 틈이 있었지만, 지금 슈라의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거나 아까보다 조금 더 힘겹게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분명 놈은 막 탄생했던 괴물들을 포식했더니 이렇게 몸집이 조금 커지고 힘과 속도도 조금씩 향상되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저놈... 다른 괴물들을 포식해서 자신을 점점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쓸데없이 먹어치우는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군...!"


그렇다고 한다면 아마 이놈도 처음에는 이렇게 거대하고 강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처럼 이렇게 된 것은 앞서 말했다시피 다른 괴물들을 포식하면서 서서히 자신을 강화 시켜왔기 때문이겠지. 그런 점 하나만큼은 정말 괴물에 딱 어울린다.


"크르으으...!"

불룩- 불룩-

"?"


그러던 와중에 슈라의 모든 팔이 딱 1개의 팔만을 남기고 전부 줄어들더니 마지막 남으 그 1개의 팔이 나머지 다른 5개의 팔의 부피를 전부 합친만큼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보아하니 6개의 팔에 분산된 힘을 1개의 팔에 모두 집중시킨 모양이었다. 이 지하에서 있는 상태로 슈라가 지상에서 저 정도의 힘, 그리고 범위, 속도로 주먹을 내리친다면 피하는 것은 불가능... 맞받아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치잇!"

쿠과과과과과과과-!!!


슈라의 주먹에 맞서 힘껏 강요저를 휘둘러 맞받아쳤다. 그러나 강요저는 높은 위치에서 하강하며 내리쳐야 위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상태에서 휘둘러도 통상의 위력밖에 안 나왔다. 그런 위력으로 지금 슈라의 공격을 맞받아치기란 불가능하였다. 결국 힘에서 완전히 밀린 나와 노인네는 슈라의 주먹에 지하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와 강렬한 충격과 함께 멀리 날려졌다.


"크으... 으윽...!"


정신을 차린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완전히 초토화되어 평지가 되어버린 도시의 모습이었다. 평지가 되어버린 도시 가운데 홀로 서있는 것은 슈라의 모습 뿐이었다. 


"저 자식... 어이, 노인네! 일어나서 얼른 도망...?"

"......"

"...!"


몸을 일으키고 나는 노인네에게 당장 멀리 도망치라고 소리치려 하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노인네는 가만히 쓰러진 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유심히 살펴보고나서 왜 그런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이 멍청한 영감탱이... 그러길래 왜 따라와서 지 혼자 멋대로 **고 난리야...?!"

"크르으으으...!"

"뭐... 됐어.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특별히 저 망할놈을 길동무로 보내줄테니까 말이야...!"

... 우웅-

"?"


그 순간, 갑자기 내 주변에서 4개의 정**를 빛이 원을 그리며 맴돌다가 조금씩 제각기 다른 형태를 가지기 시작했다. 하나는 참요검과 비슷하게 생긴 장검, 다른 하나는 각각 한쪽 면에 손잡이가 달려있고 겉에는 분사구가 있는 차륜, 또 하나는 빈틈없이 굵고 뾰족한 송곳들이 박혀있는 쇠공, 마지막 하나는 희미한 빛을 띠는 포승줄이었다.


"... 아아, 그렇군..."


나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즉각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 그것들은 전부...


[신기 - 감요도]

[신기 - 화륜]

[신기 - 수구]

[신기 - 박요삭]


나의 새로운 신기'들'이었다.


"자아... 그럼 다시 한 번 해보자고! 이 빌어먹을 괴물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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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
2024-10-24 23:18:5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