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 <사냥개는 긍지를 잃지 않는다.>
Rexhyemis 2018-03-04 1
(이 글은 사흘 전 클저를 시작하고 오늘 막 특요를 달성한 유저의 팬픽입니다.)
('신의 탑'작가님이 그리신 '나타의 과거'스토리를 참고했습니다.)
(약간의 각색과 상상이 첨가되었습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짐승으로 태어났다.
늘 감각을 날카롭게 세운 채, 다가오는 모두를 경계하고, 언제든지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시점은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다른 녀석들과 만났을 때부터였다. 아직 어렸던 나는 그 당시 '죽인다'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십여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을 한 방에 몰아넣은 연구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한 놈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여라."
무기질적인 그 목소리에 잠시 동안 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 또래로 보이는 한 애가 구석에 놓여 있는 단검을 잡아챈 채 그대로 옆에 있는 녀석에게 내려찍었다.
피가 튀었다.
새빨간 혈선을 그리며 바닥에 쏟아진 피와 함께 공격당한 소년의 비명이 방 안에 울려퍼졌다. 고통을 억누르지 못하고 연신 몸부림을 치는 녀석을 처음 공격한 소년이 연신 칼로 내려찍어 침묵시켰다.
그리고 지옥이 시작됐다.
그곳에서 내가 살아남은 것은 천운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구석으로 도망갔고, 자기들끼리 싸우던 놈들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간신히 도망다닐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녀석은 나와 처음 공격을 시작한 소년이었다. 이미 다른 녀석들과의 혈투에서 만신창이가 된 소년의 표정은 실로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이런 일을 겪었는지 능숙하게 자신의 상처를 지혈한 뒤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그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손에 피로 물든 단검을 든 채 내게 다가오는 소년을 보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그가 내게 달려드는 순간.
칼을 제대로 휘두르는 법조차 알지 못한 나는 얼떨결에 옆에 있던 망치를 들어 그대로 그의 머리를 내려찍었고, 나는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완전히 변해버렸다.
정확히는, 내가 휘두른 망치가 그 녀석의 머리를 내려찍는 섬뜩한 감각이 느껴진 후 부터겠지.
빌어먹을 위상력 수술을 받은 나와 똑같은 '실험체'들과의 전투가 이어져도 전처럼 망설이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달려들며 수많은 이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다섯, 열, 스물... 내가 죽인 인간의 숫자가 백 명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더 세는 것을 포기할 때 즈음, 나는 유니온의 훈련병으로 투입됐다.
나와 달리 태어날때부터 클로저의 능력을 타고난 녀석들부터 시작해서 일반 요원들까지. 나를 좋게 보는 녀석은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호의적인 태도는 바라지도 않았기에 실망도 없었다.
누군가가 그랬지. '기대를 하니까 실망을 하는거라고.' 참 좋은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한 거라곤 사람 죽이는 일 밖에 없는 나였기에 이미 더 이상 밑바닥으로 떨어질 일이 없었다. 이제와서 훈훈하게 대해준다고 해도 그걸 믿기에는 이미 나는 너무나도 많은 피를 손에 묻혀왔다.
내 옆을 지나가는 녀석들은 내가 얼마나 많은 인간들을 죽였는지에 대해 떠들어댔고, 위험한 놈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맞는 말이었다. 나보다 약한 놈들이니 당연히 내가 위험하게 보일 것이고, 내가 자신들을 죽이지 않을까봐 두려워 하는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해터' 그 자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녀석은 유니온의 고위 간부중 하나의 자식이었다. 실로 얄팍한 위상력을 가진 주제에 지 **의 힘을 빌려 교관의 자리를 얻어낸 녀석은 심심하면 훈련병들을 폭행하고 조롱했다.
그 빌어먹을 놈은 나를 볼 때마다 살인병기라고 불러댔다. 싸우면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은 알량한 교관 지위를 이용해 지독할 정도로 나를 괴롭혀댔다.
눈빛이 기분 나쁘다고, 네가 죽인 사람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고, 그렇게 버러지같이 살고 싶냐고, 실로 빈곤한 어휘력을 반복해서 자랑하며 내게 조롱을 해댔다.
멀쩡히 살고 있던 나한테 이딴 힘을 심은 것도 너네 유니온이고, 나를 살인병기로 키운 것도 너네 유니온인데. 왜 나를 저렇게 싫어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저. 내가 늘 그랬듯이.
'죽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예상보다 무척 빨리 찾아왔다.
갑작스레 강남 한가운데에 쏟아진 차원종들을 처리하기 위해 교관과 훈련병들이 모두 투입된 순간, 나는 내게 맡겨진 구역을 이탈해 그대로 해터 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손에는 유니온이 이제는 손에 완전히 익은 검을 쥔 채 달려간 나는 나를 보고 당황하는 해터놈에게 그대로 도약했다.
다음 순간, 내 검이 놈의 배를 꿰뚫으며 섬뜩한 소리를 울렸다. 검이 꽂힌 상태로 천천히 검을 비틀자 해터 녀석이 고통에 신음을 내질렀다.
"끄아아악! 13번! 네가 감히...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냐!"
저주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놈의 얼굴을 보니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이 순간까지도 절대 사과는 하지않는군.
아니, 오히려 사과를 했으면 녀석을 죽일 마음이 사라졌을지도 모르니 다행인가.
찐득거리는 살기가 내 몸을 휘감았고, 다음 순간 나는 놈의 머리를 그대로 걷어찼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너희 유니온이고. 이 상황을 만들어낸 건 너야. 빌어먹을 **야."
놈의 이빨 몇 개가 박살난 채 땅바닥을 뒹구는게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얼굴이 뻘겋게 부어오른 놈의 머리를 붙잡은 채 들어올린 나는 그대로 놈의 머리를 다시 바닥에 쳐박았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고통을 호소하는 녀석에게 나는 말했다,
"죽이지 않으면 살 수 없었지. 너 같은 **들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크윽...악...마...같은놈."
그 악마를 만들어 낸 게 바로 너희라는 걸 대체 왜 모르는 것일까.
그 지옥에서 살아남으려면 악마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비열하게, 그리고...처절하게 살아남았다.
말하자면 지금 내 목숨에는 내가 죽인 모두를 대행하는 값어치가 있는 것이었다.
과다출혈로 죽어가는 놈의 뺨을 후려친 나는 배에 쑤셔박았던 검을 빼낸 다음 그대로 놈의 미간에 박아넣었다. ***에 어울리는 비참한 최후였다.
조금 더 즐거운 기분이 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했다.
멀리서부터 나를 쫓아오는 요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걸로, 당분간은 독방 확정인가. 간부의 아들인만큼 어쩌면 고문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해터의 시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네가 악한 놈이라 죽은건 아니야. 내가 착한 놈이라 그런 건 더더욱 아니고."
악한 놈이라고 죽었다면 제일 먼저 내가 죽었겠지. 내가 죽인 사람이 몇인데.
그냥.
별 다른 이유는 없어.
"네가 약해서 죽은 것일 뿐."
나는 지금은 유니온에게 소속된 개였다. 놈들의 차원종 '사냥'을 위해 길들여진 개.
하지만 사냥개에게는 사냥개 나름대로의 긍지가 남아있다.
나는 그 사실을 놈들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
요원들의 기척이 가까이에서 느껴지자 나는 핵터의 미간에서 검을 빼내 피를 털어냈다. 찐득거리는 피가 엉겨붙었지만 무시하고 그대로 손으로 닦아냈다.
핵터의 시체를 보고 움찔한 요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차피 당분간 독방에 쳐박힐 신세라면 몇 명 더 죽인다고 달라지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조금 더 썰지 않으면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다 썰어주마!"
나는 광소를 터뜨리며 연구소에서 느꼈던 그 쾌감을 느끼기 위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나타의 과거 完)
<후기>
클로저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다른 팬픽보다는 과거의 이야기를 쓰는게 나을 것 같아 써봤습니다.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개인적으로 나타-레비아 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상처가 있는만큼 잘 어울린다고 할까...
나.타.조.아.
그럼 다음에는 다른 팬픽으로 뵈요!!
혹시 추천해주고 싶은 설정이나 스토리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