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외전1) - 교류의 시작 <서유리 편> (完)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2-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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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응?"


그래, 난 분명히 몸을 잠시 유라에게 맡기고 잠들었었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잠에서 깨자 몸의 조종권은 다시 나에게 넘어와 있는 상태였다. 마음 속으로 유라를 몇 번씩 불러봤으나 대답이 없었다. 나처럼 잠이 든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에 의해 정신을 잃은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대체 유라는 뭐에 당해서 기절을 한 건지 잠에 들어 있었던 나로써는 알 방도가 없었다. 우선 그에 대한 생각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여기가 어디인지 살펴봤다. 내 몸은 지금 캡슐의 바깥에 나와 있었다. 그렇다고 캡슐을 다시 잃어버렸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내 뒤에서 조명의 빛이 그대로 켜져있는 채 캡슐은 온전하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잠들기 전에 있었던 장소와는 명백하게 다른 장소였다. 일단 캡슐 안으로 들어가 있었을 터인 내 몸이 어느새 바깥에 나와 있다는 점이 이상했다. 유라가 캡슐 밖으로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해 정신을 잃은건가? 아니, 다시 생각해보자. 유라가 밖으로 나갈 이유가 있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봐도 밖으로 나갈 이유는 없지 않았나? 그럼 유라는 대체 왜 기절을 한 거고, 왜 내 몸은 캡슐과 함께 이런 곳에 있는 걸까.

누군가에 의해서? 아니, 그럴 리는 없... 지는 않았다. 한 명 있지 않은가? 캡슐에 함께 들어와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이...


"설마..."

"정신이 들었는가?"

"!"


옆을 돌아보자 지레드 씨가 내게 말을 걸며 다가왔다. 유라를 기절시키고 내 몸을 캡슐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온 유력한 사람, 바로 지금 내게 다가오는 지레드 씨였다.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미루어 보고 생각하니 내 몸은 저절로 지레드 씨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멈추세요!"


그래도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을 토대로 한 의심, 아직 확실시 된 것은 아니었기에 우선 진실을 확인해보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지레드 씨에게 물었다. 유라를 기절시키고 내 몸과 캡슐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냐고. 지레드 씨는 잠시 나를 주시하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말하였다.


'다시 처음의 인격으로 돌아왔군.'
"그렇다네."

"! 왜 그런 짓을 하신거죠?"


설마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도움의 손길을 내준 것도 이러기 위한 속셈이었던건가? 그럼 나는 이 사람을... 


"본의 아니게 거친 짓을 하게 된 점은 미안하네, 사과하지."

"...?"


지레드 씨는 정중한 태도로 내가 잠들어 있던 사이에 유라를 기절시킨 다음 내 몸과 캡슐을 함께 이곳으로 옮겨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를 하였다. 눈을 통해서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구별할 수는 없었지만, 이 사람의 분위기와 목소리... 그 어디에도 거짓이나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내 경계심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정말 지레드 씨는 악의가 있어서 그런 짓을 한 게 아닌 듯 하였다.

지레드 씨는 내게 사과를 한 후, 그런 짓을 한 이유를 밝혔다.


"실은 자네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큰 흥미가 생겨서 말이네. 더 자세히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우리 마을에 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거지만, 자네의 또 다른 인격이 그걸 거부하고 나더러 어서 그 안에서 나가라고 했었다네. 그런데 괜히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앞서서 어쩌다보니..."

"그런 건가요? 음... 그렇다면 그렇다고 진작에 말씀 하시지. 이상한 오해를 할 뻔 했잖아요."

"정말 미안하네."


... 사실인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한 말에서도 거짓은 안 느껴진다. 내 느낌이 맞다면 말이다. 뭐... 내가 잠들기 전에 지레드 씨를 떠올리면 확실히 우리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흥미가 있는 듯이 말하기도 했으니까 사실이겠지? 

여전히 의심을 완전히 털어놓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나오니 지금은 믿어볼 수밖에...


"아, 그렇지. 저기, 그럼 여기는 혹시..."

"그래, 지금 있는 이곳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라네."


잠시 캡슐의 조명을 떼어내서 손에 들고 제자리에서 10보 앞으로 걸어가보았다. 그러자 대략적인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무로 만든 집, 곳곳에 있는 큰 나무, 쿠션처럼 푹신한 느낌의 풀, 조금 떨어져있는 방향에서 들려오는 폭포음, 마을의 모습은 한 마디로 자연과 함께한다는 모습 같았다. 


"아, 얘기를 하는 걸 깜빡했군."

"?"

"자네와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게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네. 그러니 부탁을 좀 하고 싶네만... 이 마을에 머물면서 우리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겠나? 대접은 성의껏 해주겠네."

"음..."


뭐... 친구들이 여기에 오기 전까지 이 마을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려나? 게다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샨다람이라는 종족과 교류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지금 이 기회에 친분을 다져놓는 것도 괜찮겠지?


"네, 그럴게요."

"결정됐군! 그럼 어서 이것저것 알려주지 않겠나?"


이 사람, 눈동자는 없지만 그래도 눈이 반짝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찌보면 그냥 순수한 사람일지도? 그렇게까지 우리 인간들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걸까나.

아무튼 마을에 잠시 신세를 지는 입장이 되었으니, 지레드 씨의 부탁을 들어줘야겠지. 지레드 씨 뿐만 아니라 다른 샨다람 분들도 여러 명 모여들어서 내가 하는 얘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내가 이런 쪽으로는 말재주가 그닥 좋은 편은 아니라서 어설프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탄을 하거나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니 이런 나의 말재주라도 충분한 듯 하였다. 


"인간이라는 종족들은 참으로 대단하군. 이렇게 자세히 얘기를 듣고 나니 더더욱 흥미가 생겼다네. 아! 그러고보니 아까 분명자네와 자네의 동료들은 분명 인간들과 교류할 종족들을 찾으러 우주로 나왔다고 했었지 않았나? 그렇다면 부탁을 하고 싶네, 우리 샨다람들과 교류해** 않겠나?"

"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날아들어온 선물 같은 부탁이었다. 설마 상대측에서 먼저 교류를 하지 않겠느냐고 부탁을 해올 줄이야. 그렇게나 흥미가 컸던 모양일까.


"갑작스러운 부탁이고, 인간들의 문명 수준이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 우리 샨다람들과 교류를 한다고 무슨 득이 있겠냐 싶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부탁하네."

"그런 말씀은 마세요. 저희들은 이익만을 위해서 다른 종족들을 찾아 교류하려는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저희들 쪽에서 부탁드리고 싶어요."

"그렇다면..."

"저 혼자서 당장 결정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분명 받아들여질 거에요."

"아...! 고맙네!"


우리 인간들과 교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에 지레드 씨는 기쁘다는 감정을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가 왜 이렇게까지 다른 종족에게 흥미를 갖고 부탁까지 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지만, 어찌됐건 이쪽에서 먼저 부탁을 해와서 우리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오히려 잘됐다고 해야겠지.

잠시 후, 샨다람들은 나를 환영한다는 뜻에서의 작은 잔치를 벌였다. 아니, 기쁘다는 뜻은 잘 알겠지만 이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잔뜩 있으니까 그냥 조용히 잔치에 어울리도록 하자. 

그나저나 지레드 씨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일단은 전력이 아니었겠지만 유라를 제압한 실력, 그리고 다른 샨다람들의 지레드 씨를 윗사람처럼 대하는 듯한 태도... 아무래도 지레드 씨는 이 마을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인듯 하였다. 


- 으음... -

'아, 유라야. 깨어났어?'

- 유리 씨...? 여긴... 아니, 이 상황은 뭐죠? -

'아, 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헤헤.'


잔치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유라가 정신을 되찾았다. 정신을 되찾고 나니 내가 지레드 씨를 포함한 샨다람들의 사이에서 잔치를 즐기고 있는 광경에 유라는 꽤나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하긴, 그런 일이 있고나서 다시 정신을 차렸는데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그렇겠지.

아무튼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유라를 위해서 어떻게 된 사정인지 유라에게 설명해주었다. 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는 않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 사정은 잘 알았지만, 그래도 경계를 늦추지는 마세요. 그럴듯한 말로 유리 씨를 속이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니까요. -

'날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의심할 것까지는...'

-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정말로 걱정되서 그러는 거니까 이해해주세요. -

'응... 알았어.'


유라의 마음은 잘 안다. 내가 위험에 빠지도록 놔두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한다는 걸...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지레드 씨에게서는 어떠한 악의도, 거짓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호기심이 많은 순수한 사람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런 그를 정말로 경계해도 되는 걸까... 

어느덧 잔치가 끝나고 나는 다시 캡슐로 돌아가 쉬려고 하였다. 그런데,


"... 목욕을 해야 할 것 같네."


아까 지레드 씨를 만나기 전까지 앞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굴렀던 탓에 내 몸은 조금 더러워져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닫고 당장 목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하지만 어디서 목욕을... 참, 캡슐 안에 샤워실이 있었지? 역시 아스 씨는 준비성이 철저하다니까. 
.
.

"뭐? 샤워실? 그걸 왜 만들어라는거야, 레이?"

"몸을 씻는 게 얼마나 중요하다구요. 특히나 저 같은 여성에게 있어서는 꼭 필요하죠. 상상을 해보세요. 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에서 몸을 씻을 수도 없다면 얼마나 찝찝하고 답답할지..."

"난 잘 모르겠지만... 알았어. 만드는 건 간단하니까 그러지 뭐."
.
.

아무튼 그걸로 목욕을 하면 될 것 같다.

캡슐 안으로 들어온 나는 옷을 벗어던지고 당장 샤워실에 들어가 우선 몸을 씼었다. 따뜻한 물이 더러워져있는 내 몸을 깨끗하게 씻기며 내려갔다. 간단하게 씻은 직후 나는 곧바로 몸을 욕조에 담갔다.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 몸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아~ 역시 목욕은 참 좋단 말이야. 


- 그런데 유리 씨,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

'응? 뭔데?'

- 지레드 씨와 만나기 전에 왜 그렇게 공포에 질려 있으셨던 건가요? 그야 앞이 안 보이면 조금 무서울 수도 있지만, 유리 씨는 뭐랄까... -

'아... 그거 말이구나...'


분명 그때 나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탓에 공포에 잔뜩 질려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아직 초등학생도 안 된 어린아이일 시절, 집에서 혼자 장난을 치다가 옷장 안으로 들어갔었는데 실수로 그만 옷장이 밖에서부터 잠겨서 갇히게 된 것이었다. 그때는 부모님이 잠시 외출해서 집에 아무도 없어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옷장 안에 갇혀있던 나는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부모님이 오시기 전까지 그저 울기만 했었다. 1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부모님이 돌아오셔서 겨우 옷장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그 일은 내게 트라우마가 되었었다.

지금은 그 트라우마를 거의 극복하여 잊고 살았지만,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다칼라에 와서 어둠 속에 있게 되자 그때의 일이 다시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공포를 집어먹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목욕도 다 끝냈겠다, 이제 나가볼... 응?"


샤워실의 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때, 캡슐의 투명한 창 너머로 저 멀리 떨어져있는 장소에서 갑자기 조금씩 푸른 빛이 발산되었다. 지레드 씨에게서 들었다시피 다칼라는 빛을 내지도, 외부의 빛을 받지도 않는 완벽한 암흑의 별. 그런 별에서 갑자기 푸른 빛이 발산되다니, 결코 자연적인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 기운은...!"


푸른 빛이 발산되는 장소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사람의 기운... 틀림없었다. 


"세하다!"


세하가 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달려나가서 세하와 만나야 한다. 그런 생각이 앞선 나는 후다닥 옷을 챙겨입고 조명장치를 든 다음 곧장 푸른 빛이 발산되고 있는 방향으로 향해 달려갔다.

이제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지? 아, 그리고 한 가지 좋은 소식도 알려줘야겠다. 이 다칼라에 사는 샨다람들이 우리 인간들과 교류를 하고 싶다는 것 말이다. 아무튼, 지금은 서둘러서 세하를 만나고 그 다음에 얘기를 하든 말든 해야겠다.


"... 응?"


30초 가까이를 달렸을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세하의 기운이 갑작스레 사라지고, 세하가 성화 상태가 되었을 때 발산하는 빛이라 생각한 푸른 빛도 함께 사라진 것이었다. 그럴 수가... 내가 잘못 보고 느꼈던 거란 말이야? 그럼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망연자실하고 다시 되돌아가려 하는데, 조명장치의 불이 조금씩 깜빡거리다가 이내 꺼지고 말았다. 대체 뭣 때문인가 하고 몇 번씩 두드려봤지만 반응이 없다. 아무래도 배터리가 다 나간듯 하였다. 하긴, 지금까지 계속 켜두고 있었으니... 그래도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다. 조명장치의 불빛이 없는 이상,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다시 마을로 되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어떡하면 좋지... 윽..."

[흐윽... 흐아아앙... 무서워...]

"으... 으으..."

- 유리 씨, 진정하세요! 으읏... 이대로라면... -


또 다시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어두운 곳은 싫다. 어서 빨리,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나를...!


... 덥석-

"?!"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내 손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이 손의 감촉은... 지레드 씨를 처음 만났을 때의... 지레드 씨의 손의 감촉이었다.


"갑자기 어딘가로 급히 달려가는 걸 보고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군. 괜찮은가?"

"지레드 씨..."

"그런데... 저기 있는 자는 자네의 동료인가?"
'상당히 강한 전자파를 가지고 있군...'

"네? 그게 무슨... 아!"


지레드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잘못 보고 느낀 게 아니라는 소리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세하가 잠깐 힘을 억제하거나 그래서 푸른 빛과 세하의 기운이 일시적으로 사라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레드 씨, 부탁이 있어요. 저를 세하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주세요."

"잘은 모르겠지만, 자네와 동료라는 건 확실한 모양이군. 알겠네."


그렇게 나는 지레드 씨의 손을 붙잡고 지레드 씨의 뒤를 따라갔다. 지레드 씨가 함께 있어서 안심할 수는 있었지만, 이 어둠... 지금도 여전히 앞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는 어둠이 나에게 겁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몸도 떨리고 있었다. 아니, 이런 생각을 계속 하면 오히려 더 무서워지기만 할 뿐이다. 그래, 심호흡을 하면서 가자. 그럼 지금보다는 괜찮을 거다. 아마도...


"쓰읍, 후우... 쓰읍, 후우..."

"... 우리 샨다람들의 조상들은 아주 먼 옛날 어떤 종족의 비호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네. 당시에는 그 종족의 힘을 빌려 다칼라 전체를 밝게 빛내고 그 덕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하지. 하지만, 어느 날 그 종족은 갑자기 어딘가로 떠나게 되고 다칼라를 밝혀주던 그 종족들의 힘도 함께 사라져 샨다람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라네."

"지레드 씨? 갑자기 무슨..."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조상들은 어둠의 공포와 절망에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버텨나갔지. 그리하여 지금의 우리처럼 사물이 발산하는 전자파를 볼 수 있게 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라네."


갑작스러운 지레드 씨의 말... 대체 내게 뭘 전하고 싶은 것일까? 어둠의 공포와 절망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

"이제 알겠는가? 자네가 어둠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네. 하지만, 그런 어둠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맞선다면 극복할 수 있다네. 우리 종족, 샨다람이 그랬듯이 말이네."

"... 고마워요, 지레드 씨."


지레드 씨의 말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나를 겁먹게 하던 어둠은 어느샌가 그저 단순히 어두울 뿐이지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몸의 떨림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불안불안하던 발걸음이 편안한 발걸음이 되어 땅을 걷는다. 지레드 씨만을 의존하던 나의 손이 조금씩 지레드 씨의 손에서 떨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면...'


나는 지레드 씨의 손을 완전히 놓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지레드 씨의 손을 잡고 뒤따라가던 때보다 훨씬 안정한 발걸음으로 막힘 없이, 부딪힘 없이 똑바로 지레드 씨의 뒤를 따라갔다. 물론 앞은 보이지 않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지레드 씨가 지금 어느 방향으로 걷고 있는지, 주변의 지형이 어떤지... 보이지는 않았으나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 이걸로 나는 어둠을 극복해낸 것이었다.


- 대단해요, 유리 씨! -

'아니야, 지레드 씨 덕분인걸.'


그래, 지레드 씨가 내게 그런 격려를 해주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어둠을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더 이상 과거의 일도 떠오르지 않게 됬고... 지레드 씨에게는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아까 전에 지레드 씨가 한 이야기... '과거에는 샨다람이 어떤 종족의 비호를 받고 있었고, 그 종족의 힘을 빌려 다칼라 전체를 밝게 빛내서 그 덕분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였다'라고 했었지. 다칼라 전체를 밝혀주었다는 그 종족이란 대체 어떤 종족이었던 걸까? 얘기를 듣고 나니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래서 지레드 씨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잘은 기억나지 않네만... 그래, 분명히 '프레이먼'이라는 종족이었다네."

"네?"
'프레이먼...?!'


프레이먼이 바로 그 종족이었다고? 아, 그러고보니 분명 메테우스 씨한테 들었었다. 프레이먼은 과거에 우주 곳곳에 있는 여러 종족들을 다스리던 종족이었었다고... 설마 프레이먼의 다스림을 받던 종족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다칼라의 샨다람들이었을 줄이야.


"도착했네. 바로 이 앞에 있군."

"세하야!"

"... 응? 이 목소리는... 유리?"


다행이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싶었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 하였다. 듣자하니 세하는 우주공간에서 발신장치를 따라 계속 성화 상태로 여기까지 날아와서 조금 지친 탓에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잠시 성화 상태를 풀고 힘을 낮추고 있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아까 전에 푸른 빛이랑 세하의 기운이 사라졌던 거였구나... 어찌됐든 이렇게 다시 만나서 잘됐다.

아, 다시 만나서 반갑기는 하지만 지레드 씨도 소개를 해줘야겠지. 나는 세하에게 지레드 씨를 간단히 소개시켜주며 이 다칼라에 사는 샨다람들이 우리 인간들과 교류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세하의 말에 기쁨이 섞여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럼 잠시,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 흠!"

[성화]


세하가 성화 상태가 되자 형광등이 켜진 것처럼 주변을 밝게 빛냈다. 지금 있는 곳이 다칼라여서 그런지 지금은 유독 성화가 무척이나 편리해보이긴 하네. 나도 만약 세하처럼 성화 상태가 될 수 있었다면 처음 여기에 왔을 때 그런 어려움은 겪지 않았겠다.

아니, 잡생각은 이쯤하고 이렇게 세하도 만났겠다... 이제 여길 떠나서 다른 친구들도 찾아야 하겠지? 그러기 위해서 우선 다시 마을로 되돌아갔다. 캡슐은 챙겨야 했으니까. 그리고 나를 환영해준 지레드 씨를 포함한 다른 샨다람 분들에게도 인사를 하였다. 지금은 이렇게 작별하지만 곧 모든 친구들과 합류하고 난 다음 다시 돌아와서 만날 것이라 작별은 일시적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


"지레드 씨, 그리고 여러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감사했어요. 다음에 꼭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세요!"

"행운을 비네. 자네들과 다시 만나게 될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네."

"그럼 가자, 유리야."

"응, 그런데 나는 어떻게 데려가려고? 캡슐은 비상탈출용이라 비행은 불가능한데."

"내가 들고가는 수밖에 더 있어?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지."

"헤헤, 왠지 미안하네."

'다음에 찾은 사람이 아스트랄 씨였으면...'
.
.
.

"전원! 아스트랄 님을 찬양하라!!"

"우오오오!"

"......"
'이럴려던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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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랄에게 무슨 일이?

다음편 <아스트랄 편>에서 밝혀집니다^^


2024-10-24 23:18: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