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10)
벨리에나 2018-01-26 0
휠 오브 포츈 내부, 군수공장 상공.
맥스와 흑지수는 미니휠 앞으로 다가가 작전을 지시 받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활동 지시에 당황한 앨리스는 쏟아지는 작업량에 작전을 내리기는커녕 요원들과 함께 의논하던 상태였다.
"여러분, 현재 본부에서는 이곳 군수공장의 차원 균열을 닫으라고 명령했습니다만...... . 우선 여러분의 상태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다들 괜찮으신가요?"
"나야 괜찮아. 볼프강에게 이곳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어. 단신으로 테러리스트들의 포위를 뚫었다나 뭐라나."
흑지수는 맥스를 슬쩍 바라보았고 맥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다, 다행이군요. 현재 세계 곳곳에서 차원 균열이 열렸다고 합니다. 이곳 군수공장을 담당하고 있는 정예요원은 조금 특이한 방법으로 차원종을 제압하고 있었습니다. 테러리스트와의 동조라고 할까요."
"뭐? 테러리스트? 유니온의 정예요원이란 놈이 왜 그런 녀석들이랑 손을 잡아?"
"아, 흑지수 요원님도 아는 병대일 겁니다. 칼바크 병대라고 기억 나시나요?"
"...... 그 카밀라라는 아이와 유하나라는 아이가 이끄는 병대? 아직도 테러리스트라고 불려?"
"네. 그들이 아직도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이유는 반(反)유니온의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함부로 손을 잡는 것은 위험한 행위입니다만...... 아래에 있는 정예요원은 생각이 있는 요원이더군요. 본부에는 민간 단체의 도움이라고 했답니다. 러시아에는 그런 단체가 많으니까요."
가만히 있던 맥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래에 있는 정예요원의 신상은 알 수 있나?"
"아, 네. 꽤 높은 분이 왔더군요. 유니온의 감찰요원 장미숙 씨...... ."
휠 오브 포츈에 함께 탑승하고 있던 벌쳐스 엘리트 요원 김도윤은 아래쪽에서 이야기를 듣고 놀라운 반응을 보이며 뛰쳐왔다. 중간에 넘어지면서 안경이 날아가는 등 꽤나 고생했지만 김도윤은 그런 아픔을 느낄 틈이 없었다.
"미, 미숙이가 이곳에 있다고요?"
"그, 그러고 보니 김도윤 씨는 장미숙 요원과 약혼 관계...... 였죠."
"꼭 아픈 곳을 찌르셔야 되나요! 아무튼 어서 내려가죠! 미숙이를 만나야...... 켁!"
맥스는 달려가려던 김도윤의 머리를 잡고 뒤돌렸다.
"빠, 빨리 놓으세요! 전 미숙이를...... ."
"네가 엘리트 요원이라면 현 상황에 집중해라. 개인적인 감정이 먼저인지, 너의 일이 중요한지."
"...... 좋아요. 지금은 일에 집중하겠어요. 하지만 기회가 되면 전 미숙이를 만날 겁니다."
"일이 끝난 뒤에 만나는 거라면 간섭하지 않겠다."
맥스와 흑지수, 그리고 미니휠과 김도윤은 지상으로 내려왔다. 시베리아의 혹독한 바람이 그들을 반기듯 눈폭풍이 휘몰아쳤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풍이 몰아쳤지만 김도윤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이 정도는 벌쳐스 특제 보온 패딩과 고글이면 모조리 막을 수 있습니다......?"
맥스는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김도윤이 권하는 패딩을 입지 않고 원래 걸치고 있던 망토를 펄럭이며 누구보다 앞장 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김도윤은 이를 딱딱 부딪히며 흑지수에게 다가갔다.
"저, 저, 저, 크,크, 크, 클로저는, 쿨럭! 대체 누굽니까?"
"나도 몰라. 묻지 마."
앞장 서서 걸어가던 맥스는 유니온 마크가 펄럭이는 깃발이 꽂혀있는 캠프를 발견했다. 캠프는 가정집을 5채나 붙여놓은 크기였다. 커다란 캠프는 바람을 막기 위해 특제 천막에 꽁꽁 둘러싸여 있었는데, 캠프 앞에 어떤 사람이 서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상태에서 붉은 코트를 입은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여인이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쪽이 사냥터지기 팀의 요원 맥스입니까?"
"그렇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뒤쪽에서 걸어오고 있다. 추위에 발이 묶였지. 예전에 왔을 때보다 바람이 심해졌군."
여인은 거구의 맥스를 빠르게 살펴보았다. 현재 최강의 클로저라고 불리는 서지수가 뒤쫓았던 남자라. 보기에는 평범한데. 여인은 자신을 소개하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전 유니온 감찰요원 장미숙이라고 합니다. 이번 시베리아...... ."
쩌적, 쩍!
하늘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균열의 크기는 현재 두 사람의 앞에 있던 캠프 정도였다. 장미숙은 혀를 차며 말했다.
"이런, 균열이 여기까지...... ."
맥스는 그녀에게 왼손을 뻗으며 다가가지 말라는 행동을 취했다. 장미숙은 맥스의 기계의수를 보고 흠칫 놀라며 다시 맥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장미숙은 그를 경계하며 말했다.
"무슨 짓입니까?"
"가만히 있어라."
맥스는 망토를 넘기면서 오른팔을 드러냈다. 상처가 가득한 그의 오른팔이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더니 날카롭게 생긴 건틀릿이 생성되었다. 곧이어 맥스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저쪽에서 강제로 개방한 균열을 이쪽에서 닫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위상력의 반발력으로 인해 닫히는 것입니다. 제 1위상력과 제 2위상력의 반발이죠."
"정답에 근접했다. 위상력의 반발력.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
주변의 위상력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나의 공간, 장미숙이 바라보고 있는 맥스라는 클로저에게 모든 위상력이 집중되었다. 장미숙은 난생 처음 느끼는 위상력에 점점 눈을 크게 떴다. 그 위상력은 너무나 불안정했다. 불안정하다 못해 붕괴 직전의 위상력이었다. 폭발과 붕괴의 직전, 맥스는 위상력 집중의 과정을 마치고 말을 이었다.
"위상력의 동시소멸이다."
맥스는 크게 도약했다. 차원 균열이 떠있는 곳의 주변에는 구름이 떠있는 곳이었는데, 맥스는 자력으로 이곳까지 도약했다. 마침 차원 균열에서 나오던 차원종은 맥스를 발견하고 공격 태세에 들어가려다가 다가오는 위상력의 크기를 느끼고 황급히 돌아섰다.
그들은 늦었다.
임팩트
한순간의 정적. 폭발이 일어날 때 벌어지는 정적이다. 걸어오던 흑지수와, 서있던 장미숙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귀를 막으라고 외치며 자신들의 귀를 막았다. 그녀들의 예상대로 정적 뒤에는 공간이 찢어질 정도의 굉음이 사방으로 퍼지며 캠프 주변에 얼어있거나 쌓여있던 눈을 모두 쓸어내었다.
5분 뒤, 굉음이 자자들면서 장미숙이 눈을 떴다. 그녀는 주변이 따뜻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밟고 있던 땅 위의 눈이 모두 쓸려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상한 느낌을 받아 다시 한 번 넓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이어 그녀는 자신을 중심으로 캠프, 아니 주변의 모든 것을 감쌀 정도의 크기를 가진 노란색 위상력 막이 펼쳐진 것을 깨달았다.
"균열은 닫혔고, 내 영역을 응용한 막을 펼쳐서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아마 고위급 차원종이 아니면 침범할 수 없을 거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망토로 온 몸을 둘러싸고 있던 맥스의 목소리. 장미숙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몇 차례 미소를 짓다가 허리를 숙이며 맥스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레전드' 클로저 맥스. 유니온 감찰요원 장미숙이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캠프 내부에서 장미숙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자신이 데려온 클로저를 지도할 뿐만 아니라 칼바크 병대의 테러리스트 또한 철저하게 관리하며 군기를 잡았다. 김도윤은 건강한 장미숙의 모습에 감동한 듯 눈물을 여러 번 훔쳤다. 장미숙은 현재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오늘 온 사냥터지기 팀과 칼바크 병대를 이끄는 두 명의 소녀를 불러 간단하게 식사를 대접했다.
넓지 않은 식탁, 간소한 음식들. 배를 채울 음식이라곤 통조림 정도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 이곳의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다.
장미숙은 두 집단의 사이에 앉아 서로를 소개했다.
"유하나, 카밀라. 이쪽은 사냥터지기 팀에서 지원 나온 흑지수 요원과 맥스 요원. 흑지수 요원과 맥스 요원. 이쪽은 칼바크 병대를 이끌고 있는 유하나와 카밀라. 좋은 협력을 기대하겠습니다."
유하나와 카밀라, 그리고 흑지수는 이미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다. 하지만 세 사람이 동시에 경계하고 있던 것은 바로 맥스. 앞서 그가 보여줬던 파괴적인 힘이나 압도적인 능력 때문에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카밀라가 먼저 맥스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요, 당신. 처음 듣는 이름인데, 뭐하던 사람인가요?"
맥스는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카밀라는 얼굴을 붉히며 식탁을 쳤다.
"이봐요! 지금 무시하는 거예요! 난 당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
"카밀라. 그만두도록. 방금 우리를 구해준 자가 이 맥스 요원입니다. 도발해봤자 소용 없습니다."
카밀라는 콧방귀를 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유하나는 카밀라는 진정시킨 뒤 흑지수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흑지수 씨. 옆에 그 분은 뭐하시는 분이에요?"
"새로운 사냥터지기 팀 멤버. 예전에 한가닥 했던 사람인 것 말곤 몰라."
"헤, 어떤 식으로 말이죠?"
대답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울프팩 팀 교관 출신이죠."
김도윤은 가림막을 걷으며 한 손에 특제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었다. 그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나아가더니 장미숙 앞에 멈춘 다음 그녀의 앞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김도윤은 특수 안경을 고쳐쓰며 말을 이었다.
"대단한 사람입니다. 옛 베를린지부 과학시설을 통째로 날려먹지 않나, 사냥터지기 팀의 모든 기록을 갱신하지 않나, 무엇보다 서지수...... ."
김도윤이 말을 멈춘 이유는 한 가지였다. 맥스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맥스는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눈빛으로 김도윤을 보고 있었고 김도윤은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며 자연스럽게 장미숙 옆에 앉았다.
"...... 아무튼 강한 분입니다. 이곳에 있는 전부가 덤벼도 못 이길 정도로요."
"네? 장미숙 요원이 못 이긴다고요?"
유하나와 카밀라의 시선이 달라졌다. 경계에서 경외로, 불안에서 걱정으로. 유니온 소속인 저 요원이 우리를 토벌하라는 총본부의 명령을 받는다면...... .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맥스는 장미숙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능하다면 빠르게 처리하고 싶다. 이곳에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없다."
"그게...... 조금 곤란한 상황입니다. 따라와 보시죠."
사람들은 장미숙을 따라 입구와 정반대편인 캠프 북쪽으로 걸어갔다. 캠프 북쪽 지역에는 부상자가 많았고, 지독하고 역겨운 피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장미숙은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말했다.
"1시간 전의 전투였습니다. 제가 앞장 서서 차원종을 없애던 도중 방금 맥스 요원이 없앤 정도 규모를 가진 차원 균열이 나타나 후방을 습격 당했습니다. 적들은 차원 균열을 자유자재로 열 수 있습니다."
미니휠을 통해 앨리스가 말했다.
"자유자재라는 말이 이상하군요.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장미숙 요원께서는 적들을 압도하셨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그런 능력자가 나타났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요? 이곳에는 위상력 감지기까지 있어 적들을 알아볼 수 있다고 압니다."
"예. 말씀대로 위상력 감지기에 적은 감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유자재라는 말을 꺼낸 이유는...... ."
캠프를 나선 그들에게 보인 광경은 놀라웠다. 위상력 막 덕분에 땅이 황토색이 돌던 것 때문도 있었으나 저 너머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광경 탓이 제일 컸다. 폭풍은 총 5개였는데 크기가 하늘을 침범할 정도로 컸다. 장미숙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폭풍들 때문에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저 폭풍을 생성한 것입니다."
5개의 폭풍 위에는 맥스가 없앤 균열보다 2배는 커다란 균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육안으로도 점점 넓어지는 게 확인됐다. 그리고 한 폭풍이 균열 중심으로 다가가자 균열이 크게 요동쳤다.
쿠구구....... 촤아악!
균열이 뜯어져 나가면서 북서쪽에 새로운 균열이 생성되었다. 맥스가 없얀 균열과 동일한 크기의 균열이었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걱정하고 있을 무렵, 맥스는 망토를 걷으며 양팔을 드러냈다. 그는 장미숙의 옆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장미숙 요원."
"에, 예?"
"저 균열을 닫는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맥스의 양팔에는 건틀릿이 착용되었다. 장미숙은 잠시 고민하는듯 싶더니 흑지수가 다가와 건블레이드를 뽑는 모습을 보았다.
"뭐해? 당신이 먼저 가지 않으면 누가 따라와?"
장미숙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개를 휙 돌려 김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 씨."
"어, 어. 미숙아."
"이번 일 열심히 하면 다시 생각해볼게요."
김도윤은 외눈 안경이 내려올 정도로 활짝 웃었다. 그는 미니휠에게 달라붙어 서둘러 말했다.
"어서 저 사람들을 지원할 장비를 챙기러 가죠!"
"예? 저는 현장을 파악해야...... 저, 저기요!"
미니휠은 김도윤의 옆구리에 끼인 채 함께 캠프로 들어갔다. 유하나는 카밀라에게 조언을 해주며 손을 꼭 붙잡아주었다.
"카밀라. 조심해서 다녀와. 다쳐도 좋으니 죽지만 마."
"네, 언니. 저만 믿으세요."
유하나 또한 캠프로 들어가 다친 병사들을 살폈다. 카밀라까지 창을 뽑으며 준비된 모습을 보이자, 맥스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독일 베를린지부, 관리국장실.
총장에 대한 조사로 고생하고 있던 슈타인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국장실을 돌아다녔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게 예전 병이 재발한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몇 번 두드려주며 숨을 깊게 내쉬었다.
똑, 똑.
"누구지?"
"복귀한 소마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관리국장님?"
"아, 소마 양. 어서 들어오게."
순수한 미소가 아름다운 사냥터지기 팀의 멤버 소마가 관리국장실을 열면서 들어왔다. 깔끔한 옷차림의 그녀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맑아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잘 와주었네. 근데 복귀하자마자 내겐 무슨 일인가?"
소마는 싱글벙글 웃던 입꼬리가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표정으로 변하고, 눈이 빛을 잃자, 슈타인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소마가 말했다.
"주변 지부들에 지원 요청이 왔다고 들었어요. 절 보내주세요, 관리국장님."
"...... 지금 보낼 순 없네. 설령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도 이곳을 지킬...... ."
"아뇨. 이동수단 같은 건 필요 없는걸요. 그저 근처에 나타난 차원종들을...... ."
소마는 고개를 쳐들며 무자비한 미소를 지었다.
"쓸어버리게 해주시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