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7) 외전-지고의 원반

벨리에나 2018-01-17 1

 1976년, 남극대륙.


 아무리 두터운 옷을 입고 있더라도 이곳의 바람은 사람의 살갗을 찢는다. 이 지옥 같은 곳을 얼마나 더 걸어야하는 것인가?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가자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 자신의 발자국을 새기기 시작했다. 용감한 선구자들의 시체를 길동무 삼아, 혹은 자신이 길동무의 일원이 되어, 과학자들은 남극 깊숙한 곳에 위치한 비밀 연구소로 향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연구소로 향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나라에 미움을 받고 있다는 것. ** 과학자가 대부분이지만 그중에는 옳은 말을 하던 과학자도 꽤나 있다. 과학자끼리는 알아보는 걸까. 그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며 좋은 연구를 하자고 권한다.


 마침내 도착한 남극 비밀 연구소, '유니온'. 과학자들은 자신들끼리 뭉쳐**다며 이런 식으로 명명했다. 막 도착한 과학자들은 시설로 들어가 몸을 녹이고 다음 날부터 연구에 들어갈 수 있으며 연구소에 있던 과학자들은 새롭게 들어온 물건들을 가져가 실험에 활용한다.


 "브루노 선배님!"


 피곤한 기력이 눈에 훤한 한 과학자에게 들려온 목소리. 은발 머리카락이 빛을 잃은 것 같았다. 그는 안경을 고쳐쓰며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과 함께 파란 눈동자를 돌렸다.


 "음? 너, 넌......?"


 막 도착한 과학자가 아닌 것 같은, 활기가 넘치는 과학자가 그에게 다가와 손을 흔들었다.


 "반갑습니다! 여기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넌 분명...... 내 뒤를 잇던 놈이었지? 이름이 뭐였더라?"

 "편하게 맥스라고 해주십시오. 본명은 아니지만 맥스라고 불리는 게 저도 편해서 말입니다."

 "그래, 맥스. 근데 네가 이곳에 왔다는 건......?"


 맥스는 멋쩍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저도 쫓겨났습니다. 하하하!"

 "...... 너 이제 스물 한 살 아니냐?"


 두 사람은 잠시 만남의 즐거움을 가지며 서로의 근황을 알려주었다. 맥스는 현재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브루노가 없어진 뒤 어떤 식으로 과학이 전개 되었는지 알려주었다. 브루노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개판이구나."

 "예!"

 "따라와라. 이곳을 알려주도록 하마."


 브루노는 철제 문에 달린 방향키를 직접 돌리며 문을 열었다. 맥스는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입이 점점 벌려졌다.


 "서, 선배님. 이건...... ."


 손이 아픈지 양손을 몇 번 흔들던 브루노는 맥스의 등을 두드려주며 소개했다.


 "잘 봐둬, 맥스. 이곳은 인류의 미래가 될 곳이야."


 사방팔방에서 마법과도 같이 수많은 물건들이 오간다. 가벼운 실험 기구부터 무거운 책걸상이나 캐비넷까지. 푸른색 기운이 맴도는 연구실. 맥스는 턱이 빠진 것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브루노는 맥스에게 잠시 감상할 시간을 주고 다른 과학자들에게 버럭 외쳤다.


 "이놈들아! 내가 없는 동안 아주 개판이구나!"


 연구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중으로 오가던 물건들이 멈췄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브루노가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맥스는 브루노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선배님!"


 우우웅, 아아아...... .


 브루노는 한 손은 주머니에 꽂고 다른 한 손으론 검지 손가락만 이용하여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공중에서 떨어지던 물건들은 주인을 찾아 천천히 이동하면서 뽑아둔 손으로 맥스에게 손짓했다.


 "따라와라. 보여줄 것이 있다."


맥스와 과학자들은 천천히 이동하는 물건들을 신기하게 보고 있다. 브루노는 다른 과학자들보다 뛰어난 제어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런 식으로 다른 행동을 하면서 제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브루노가 잠시 자리를 비켜주면서 앞에 있는 거대한 실험관 안에 있는 '물질'을 소개해주었다.


 "우리는 이 물질을 '지고의 원반'이라고 표현한다. 생김새가 원반과 비슷하기에 처음에는 그저 '원반'이라고만 불렀는데, 우리에게 이러한 능력을 주어 '지고'라는 단어도 추가하였다."

 "능력...... 이라뇨? 방금 그 능력 말입니까?"

 "그래. 우리도 처음엔 허풍인 줄 알았지. 근데 눈 앞에서 실제로 보고, 의심하던 자신들이 직접 능력자가 되니까, 그제야 믿음이 가더군."


 브루노는 흐뭇한 표정으로 거대한 실험관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미래다, 맥스. '위상력'. 인류는 이 힘을 바탕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어."



 일주일 후.


 일주일 전에 도착했던 대부분의 과학자도 원반에서 힘을 얻어 위상력자가 되었다. 원반의 연구에 불이 붙으면서 연구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실험 중에도 다른 일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연구실은 다른 의미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최근 들어 원반에서 얻은 힘이 상승하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일어날 조짐이 보였지만 브루노가 중앙에서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모든 과학자를 관리했다. 그런 브루노가 가장 안심하고 있는 과학자는 바로 맥스였다. 그는 '유니온'에 있는 과학자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원반에서 능력을 얻지 못한 자였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직접 기구를 옮기고, 책을 넘기며, 직접 액체를 따르는 등 홀로 불편한 삶을 살고 있었다.


 "맥스. 괜찮나?"


 지친 몸을 앞으로 당기며 맥스는 겨우 답했다.


 "다들 정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있다보니 능력이 없는 저만 비정상인 것 같군요."

 

 브루노는 맥스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었다. 커다랗고 따스한 손.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준 브루노에게 보답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한 맥스는 어느새 브루노의 후배로 그의 옆에 있게 되었다. 브루노는 크게 기뻐하며 그를 잘 대해주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걱정마라. 내 눈에는 네가 가장 정상인처럼 보이니까. 오늘은 이만하고 돌아가는 게 좋겠구나."

 "그, 그래도 됩니까?"

 "어. 넌 오늘 할당량은 다 했다. 무리해서 다른 사람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저들은 능력이 있는 만큼 더 일해야하는 것일 뿐이다. 아마 오늘 연구가 끝나면 우린 원반에 대해서 대부분을 알게 될 거야."

 "감사합니다, 선배님."


 맥스는 자신의 짐을 챙기며 연구실을 나갈 준비를 했다. 브루노가 자신에게서 멀어지자 주변에 있던 과학자들의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심한 놈."


 맥스는 자신이 의심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브루노의 낙하산. 사람들은 자신을 이렇게 의심하고 있다. 연구소의 소장격인 브루노의 총애를 받는 것. 맥스는 여러 사람들의 눈엣가시였다. 답답했다. 왜 내겐 능력을 주지 않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능력을 줬으면서, 왜지? 왜...... .


 콰직.


 처음에는 어떤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쩌적, 쩌저적!


 두 번째 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반응했다. 그리고 소리의 근원을 찾아 각자 고개를 돌려보다가 그들은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지고의 원반'.


 쿠과과과....... 콰과과광!


 굉음이 들려오면서 거대한 실험관이 깨졌다. 유리 파편이 과학자들을 관통하면서 듣기 싫은 소리가 연구실에 울려퍼졌다. 연구실을 나서던 맥스는 몸을 날리며 철제 문 옆으로 피신했고, 떨리는 심장을 움켜쥐며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었다. 몸을 날리면서 그가 본 연구실은, 피가 사방팔방으로 날리면서 살아있는 지옥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었다. 파편이 맥스가 나온 철제 문을 통해 연구실 바깥까지 튀기자, 맥스는 고함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으, 으아아악!"

 

 한동안 맥스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사람들이 전부 죽었어. 원반이 갑자기 터지면서......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정신을 차린 맥스는 어느새 소리가 자자들었다는 걸 눈치 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파편을 발로 치우면서 철제 문 옆에 바짝 붙었다. 그는 안을 볼 자신이 없었다. 아마, 아마 모든 사람들이...... . 맥스는 눈을 감으며 연구실 안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냄새, 피냄새. 맡기 싫은 냄새, 맡으면 안 되는 냄새.


 맥스는 두 눈을 떴다.


 "...... 브루노 선배님?"


 맥스의 예상과 달리 연구실 내부에 시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엄청난 양의 피와, 그 피에다가 이상한 관을 꽂아 마시고 있던 브루노가 있었다. 브루노는 안경을 벗은 채 입과 연결된 관을 뽑으며 입을 닦았다. 소름끼치는 모습과 어울리는 섬뜩한 목소리가 연구실에 울려퍼졌다.


 "아아, 맥스. 네 피가 없더라니."

 "...... 예?"


 브루노는 양손에 피를 담은 뒤 그것을 마시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말이야, 조금 특이한 능력을 받았어. 남들보다 뛰어난 제어 능력. 거기까진 좋아. 그런데, 그 다음부터 동료들이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어."


 브루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눈치 챈 맥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맛있는...... 음식이랄까?"

 "브루노!"

 "조용히 해라. 이제 먹어줄 테니까."


 촤아악!


 맥스는 몸을 옆으로 던졌다. 방금까지 맥스가 서있던 자리에는 손이 칼날로 변한 브루노가 서있었다. 맥스는 근처를 둘러보다가 우연하게 깨지지 않은 염산병을 발견했고, 그는 병을 움켜쥐며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


 브루노는 우습다는 듯이 병을 칼날손으로 베어버렸다. 병에서 튀어나온 염산이 그의 몸을 뒤덮으면서 브루노는 고통스러운지 고함을 질렀다.


 "크아아아아!"


 치지직 거리면서 브루노의 온 몸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맥스는 실험관 옆에 비상톨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피로 가득한 연구실 바닥을 달리기는 적합하지 않았고, 결국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맥스는 엎어지고 말았다. 그는 기어서라도


 콱!


 엎어진 맥스는 다가온 브루노의 발길에 짓밟혔다. 얼굴이 뭉개진 브루노는 기괴한 표정으로 맥스를 내려보았다.


 "이렇게 보니 맥스...... 너의 얼굴 정도는...... 크흐흐, 내가 가져가도 되겠구나!"


 브루노는 칼날손을 당겼다. 맥스에게 남은 시간은 몇 초 남짓. 맥스는 이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은 이것이었다.


 콰직.


 브루노의 칼날손이 부서졌다. 칼날손은 그의 팔과 마찬가지였기에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 고통을 느끼기 전, 브루노는 맥스가 마지막으로 뻗은 팔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검은색으로 물든, 아니 덮혀있는 팔. 사람의 체형을 그대로 반영한 건틀릿이 맥스의 팔에 덮혀있었다. 손 끝이 날카로운 것처럼 건틀릿 또한 전체적으로 매섭게 생겼다. 무엇보다 브루노는 맥스에게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을 발견했다.


 "위상......력?"


 맥스는 손 끝을 모아 브루노의 가슴을 꿰뚫었다. 자신을 밟고 있던 발이 떨어지자 맥스는 곧장 일어나면서 브루노의 몸을 걷어찼다. 맥스의 손이 뽑히고, 피가 훝뿌려지면서 맥스의 얼굴과 몸에 튀겼다. 자신이 마셨던 피와, 자신의 피를 토하며 쓰러진 브루노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피식피식 웃다가 고개를 꺾었다.


 거대한 실험관이 깨져도 지고의 원반은 공중에서 고고하게 떠있었다. 다만 지고의 원반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천장을 뚫고 하늘까지 닿아 균열을 생성하고 있었다. 빛이 유지될수록, 균열은 더욱 커졌다. 맥스는 건틀릿을 끼고 있는 팔을 이용해 지고의 원반을 붙잡았다. 원반은 맥스까지 끌어들이며 빛을 뿜어내려고 했으나 그는 원반을 집어삼키며 원반을 진정시켰다.


 

 잠시 후, 숙소에 있던 과학자들이 몰려오며 사태를 파악했다. 두 명의 과학자를 제외하고 다른 과학자의 시체는 없었다. 대신 피가 연구실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역겨운 피냄새가 남은 과학자들의 코를 찔러왔다. 그들은 연구실 중앙에 쓰러져있던 브루노, 아니 브루노의 시체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브루노의 시체는 기괴하게 깨져있었다. 다가가던 몇몇 과학자들은 구토를 하며 역겨워했다.

 회색머리를 뒤로 넘기고 있던 연구소 부소장은 실험관 앞에 쓰러져있던 맥스를 발견하고 얼른 달려갔다.


 " 다들! 맥스가 살아있어! 빨리 와봐!"


 


 그 날 이후로 연구소 '유니온'은 전면 폐쇄되었다. 대신 균열을 통해 들어온 차원종의 횡포 때문에 뉴욕에 '유니온' 총본부가 설립된다. 지고의 원반의 폭주로 인해 무분별하게 선택된 위상력자들이 '유니온'에 모여 '클로저'가 되었다. 가장 먼저 클로저가 된 맥스는 동시에 아카데미의 교사가 되면서 많은 위상력자들을 길러내었다.


 "저기요!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아카데미 입구 앞에 서있던 맥스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여인을 보았다. 은발 머리에 노란색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뭐지?"

 "어, 제가 클로저가 되기 위해서 이곳에 왔거든요. 이곳이 아카데미 맞나요?"

 "그래. 이곳이 아카데미다. 의외로군. 여성 클로저는 정말 적거든. 실례가 안 된다면 계기를 묻고 싶은데."

 "당신은 클로저인가요?"

 "그래."


 잠시 고민하던 여인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음, 예전에...... 가족들이 저를 지켜주다가 차원종에게 당했어요. 그리고 제 힘이 깨어나면서 차원종을 없앨 수 있었지만...... . 지키고 싶어요, 사람들을."


 맥스는 여인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결의가 가득찬 눈. 이 자라면 훌륭한 클로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여인은 다시 밝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서지수라고 해요. 당신은?"

 "맥스, 너의...... 교사가 될 클로저지."



 '레전드' 클로저 맥스에 관한 정보 (5)


 맥스의 '건틀릿'


 전신갑옷을 두르기 전, 맥스는 건틀릿으로 상대를 가늠한다. 다른 클로저와 비교해보자면 훈련생에서 수습요원 정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일 것이다.


 건틀릿을 착용한 맥스는 주먹 계열 공격에 추가타가 생성된다. 공격속도가 빨라질수록 추가타의 횟수가 배로 늘어난다. 내지르는 공격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손 끝을 이용해 찌르기도 한다.


 건틀릿을 착용하면 특유의 반격기가 가능하다. 한 번 자세를 잡은 다음 그 뒤에 받은 모든 공격을 흡수하고 되돌려준다. 5초 정도 흡수 가능하며, 흡수하는 동안 움직임이 가능하다.

 

2024-10-24 23:18:2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