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Inverse 2화
루세아 2017-12-27 0
“검은양”에 들어가기 전 눈을 떴을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아무것도 믿지못했고 온갖 생각들이 나를 좀먹었다. 환상통인지 내 몸은 수차례 뜯겨지는 느낌에 몇번이나 비명을 지르고 혼자 울음으로 지새웠던 그 시간들. 꽤 오랜시간동안 나는 내 마음대로 볼 수도, 들을수도, 느낄수도 없었고 오로지 고통의 기억만이 나에게 남아 있었다.
난 이미 죽었고, 난 지금쯤 싸늘한 시체가 되어 죽어 있을 텐데. 계속 아픈 이유는 생전의 업보 때문일까. 분명 헤카톤케일 정도의 위상력이라면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 텐데.
...난 분명히 죽었을 텐데 왜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그때였다.
“...... 반응이... 다시 감지되었습니다!!!!!!”
“...뭐?... 그럼 뭘 멍하니 보고 있는 거야, 빨리 선생님 불러!!”
“넵!!!”
소란스러운 소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손가락하나조차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상하게 평소와 같이 짜증이 나지 않는데다ㅡ
편안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확인 해야만 했다.
‘ ...여긴 어디지.’
편안한 느낌에 취해있기도 잠시, 호기심이 앞섰다. 만약 정말 살아 있는 거라면, 나는 지금쯤 수용소에 갇혀 있어야만 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니ㅡ, 두려움이 앞섰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달아나야 할지도 모른다]
웃기는 일이였다. 죽기 전까지 죽고 싶어 안달이던 내가, 겁이라곤 없을듯하게 살아왔던 내가 도망이라니.
이제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상황은 정말 심각한 상황일지도 몰랐다. 몸이 조각난채 무슨 인체실험이라도 당하면서 죽는 게 차라리 나을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필사적으로 마취라도 된 듯 움직이지 않던 몸을 일으키고 바로 옆에 놓였던 꽃병을 집어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고, 꽃병을 바닥에 집어 던져 조각 하나를 짚고 옆에 있던 간호사 한명에게 겨누는데 성공했다.
“ㄲ…….꺄악!!”
비명소리가 소란스러웠던 병실을 가득 채웠다.
“ㅇ... 이봐, 학생, 진정하게!!!!”
그런데 성공... 한 건가? 그리고...학생?
겨누고 나니 어쩐지 내 시야가 낮아진 듯 한 기분이였다.
‘구두 굽이 없는걸 생각하더라도 이렇게 시야가 낮진 않았는데...‘
혼란스러웠다. 내가 서 있는 것도, 느껴지는 위화감도... 모든 것이 이상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꽃병조각을 겨눈 손이 떨려온다.
...!
“아악!!!!!!!!!”
갑작스런 격통에 다리가 떨리고 이내 나는 꽃병조각을 놓치고 주저앉게 되었다
어쩌면 이곳은 내 머릿속이 만들어 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치 온몸이 조각나고 뼈와 살이 분해되는 듯한 고통이 나에게 넌 살아있다고 말해오는 것 같았다.
“수술실로!! 빨리!!!!”
“넵!!!”
다시 눈을 떴을 땐, 사과를 깎고 있는 한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정신이 드니?”
나는 곧장 일어서려 했으나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당신은 누구고 나는 어떻게 살아있는지를 물으려 하자 말이 입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저 입만 뻐끔거리는 모습에 그는 나에게 멈춰서라며 손짓하고는 말을 이었다.
“네 상태는 양호하지만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한단다. 우선, 진정하고 내말좀 들어보렴, ”
“나는 지나가던 클로저 이채문이다. 너희 고등학교에 의문의 독가스가 퍼져나가는걸 우연히 목격하고 의야해하고 있었는데 작지만 희미하게 비명소리가 나는거야. 거리가 거리다보니 잘못들었나 싶기도 했지만 혹시몰라 독가스를 뚫고 점점 다가가보니 네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단다. 그 거리에 작은 소리를 듣다니 그야말로 기적이였지.”
“너는 패닉에 정신을 잃었지만 다행히 빠른 구조로 소화기계통의 극히 일부만 손상이 가서 수술을 통해 치료가 된 상황이란다. 너희 부모님은 돈을 걱정하셨지만 내가 전역 내기로 했어,비용은 약간 아슬아슬했지만.”
“그리고 유니온 측에선 글쎄, 이 사건을 가스를 퍼트리는 차원종이있다고 말하는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에대해 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란다. 당시 클로저 출동도 없었던것으로 보아, 계획된 일이 분명하지만.........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볼거야..”
그의 말들을 통해 나는 현재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과거로 회귀한 것이였다. 심지어 그 악몽같던 10월 4일로.
“....당신”
“어? 이젠 말 할 수 있게 된거니? 잘됬구나.”
뭘해야될지 모르겠다. 내생은 이미 모두 다 이루고 끝났는데.
나는 지쳐 너덜너덜해져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데.
“왜 날 구한거지? 난 그대로 죽었어야 했는데!!!!”
옆에놓여진 과도를 들고 나의 목을 찌르려는 순간, 무슨 향 냄세가 나며 격해진 감정에 뭔가가 덧씌워지듯 진정이 되었다.
“어...?”
“내 능력이다. 이 세상에 죽어야 할 생명은 없어.”
“나는............... 당신은....아무것도 몰라......!!”
“그래, 아무것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기왕 구해진거 잘 살아** 그러냐.”
“나....나는..........”
“많이 혼란스러울 거다. 하지만 곧 괜찮아 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