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그 길에서
꽃보다소시 2017-12-25 6
"여기 크리스마스가 되면.. 엄청 이쁠 것 같지 않아?"
"응. 하얗게 빛나서.. 이쁠 것 같아."
"그 날 우리 다시 올래?"
"..."
"그 때 다시 너와 이 길을 걷고 싶어. 슬비야."
그 말이 끝나자 그는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
.
.
"세하야...!"
아침 7시 눈이 뜨였다. 가끔 꿈에 그가 나온다.. 거의 3년 전 차원전쟁에서 사라진 이세하.. 그가 요즘따라 꿈에 계속 나온다.
"..."
사라진 그의 마지막 모습은 검은색의 갑옷을 입고 새하얗게 물든 머리카락.. 그리고 눈은 거의 보라색으로 물들여 있었다.
내가 본 그 마지막 모습조차 내가 알던 이세하는 아니었다. 검은 기운을 풍기던 그는 상처투성이였던 나에게 이 말만을 남겼던 것이 생각난다.
- '미안해, 슬비야.'
그렇게 그 뒤로 한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바보.. 어디간거야."
그 전쟁이 일어나기 전 날까지만 해도 가을이었고 세하와 공원 거리를 걸었었다.
- '크리스마스때 여기 다시 오자.'
겨울이 될 때 마다 이 말만이 계속 떠오른다. 세하 없이 2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크리스마스 날은 나 혼자 그 길을 가서 예쁘게 장식 된 거대한 트리를 보고 오곤 했다.
".. 아니야. 그만하고 출근 해야지."
아침부터 너무 많은 시간을 추억 회상에 버려버린 것 같다.
.
.
.
"슬비야!! 너 이번 크리스마스 날에 뭐할거야??!"
".. 난 그냥..."
"나랑 ☆☆공원 갈래? 크리스마스 축제한다는데!!"
"..어.. 그게.."
"뭐야?!?! 나랑 놀아주라..! 슬비슬비랑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고싶다구!!"
"아.. 그래! 알았어.."
매번 크리스마스마다 동생들을 돌보느라 바빴던 유리가 올해는 같이 보내자고 한다. 원래 혼자 그 공원을 가려고 했지만.. 뭐 매번 혼자 보내는 것 보단 누군가와 같이 보내는 것도 좋겠지..?
"그럼 그 날 7시에 보는거다?!"
.
.
.
12월 25일..
오늘 유리는 정말 빨랐다. 약속시간 10분전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해있었고 그 근처 구경거리들을 눈으로 먼저 담아내고 있었다.
"유..리야?? 내가 좀 늦었니?"
"아니! 내가 좀 빨리 왔지! 처음으로 우리 슬비랑 겨울 축제를 와보는데!!"
저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 쪽이 뭉클거렸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기에.. 축제도 거의 혼자 오거나 아예 가질 않았다.
그렇게 혼자인 내 옆에 유리가 있어주고 있다.
나는 살짝 눈 웃음 지으며 유리에게 말한다.
"우리 뭐부터 구경할래?"
"카페 가서 따뜻한 음료라도 한잔 씩 마시자!"
그렇게 나는 약간... 아주 약간 유리에게 끌려 갔다..
천천히 가도 되는데..
--
"슬비야, 넌 뭐 마실거야?"
"너가 마시고 싶은 거 말해. 내가 주문할게."
"아, 그럼 나는 아메리카노 부탁해!"
"응,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
"주문하시겠어요??"
"아.. 네 아메리카노 하나하고요..."
정작 내가 마실 음료를 고르질 못했다. 메뉴판을 보면서 고르던 도중.. 딱 하나가 내 눈에 들어 왔고 그건..
'카페라떼'
지금 내 곁에 없는 그가 제일 좋아했던 커피다.
"카페라떼 한 잔 주세요."
왠지 오늘따라 마시고 싶었다. 그가 맨날 나와 카페를 와서 주문했던 그 카페라떼.
"슬비 카페라떼 좋아했었구나?"
"어... 음.. 그냥..?"
"마시면서 트리나 보러 가자!"
"그럴까?"
카페를 나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내가 보러왔던 트리로 왔다. 이 곳.. 유리와는 처음 와본다. 매년 나 혼자 왔으니까.
"슬비야."
"응?"
"요즘도... 세하 생각해..?"
"..."
유리는 계속 내 마음을 꿰 뚫고 있던걸까?
"어... 응..."
"세하... 돌아올거야... 꼭."
말만큼은 저렇게 위로를 해주고 있었지만 그는 정말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
- '미안해'
또 맴돈다. 세하가 남겼던 마지막 말이..
"..."
"... 미안해... 내가 괜히 마음 아픈 말을 했나봐.."
"난 괜찮아.. 신경쓰지마."
아니.. 안 괜찮아.. 가끔 매번 세하가 보고 싶어. 정말 눈물 나올 정도로.. 지금도 그래..
"..어..?"
"왜그래?"
"아, 슬비야 미안.. 그 카페에 핸드폰 두고 왔나봐.."
"그럼 빨리 가서 가져와야지.. 가자"
"아냐, 나 혼자 갔다올게. 여기서 기다려! 금방 올께!"
.
.
.
"아.. 핸드폰을 두고 오다니.."
카페 점원이 폰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가져가 버렸을 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나와 슬비가 잠시 앉아 있었던 자리를 정리하면서 주웠던 것 같다. 요즘따라 자꾸 뭔가 깜빡 거리는 것 같다.
"이제 눈도 내리네..? 슬비 기다리면서 추울텐데.."
"오랜만이다?"
.
.
"어..?"
내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 곳엔 거의 3년이라는 시간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이세하가 서있었다.
"너...."
"여전하네, 뭐 하나씩 깜빡 거리는 거."
"너 지금까지 어딨었던거야?! 슬비가 너 때문에 얼마나.."
"지금 만나러 왔잖아. 너무 늦었나.."
"늦거나 말거나.. 빨리 가봐. 슬비한테.."
"너는? 너 슬비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 슬비한테 문자하고 갈게. 지금 폰 보니까 들어가야 할 일 생겼어. 잘됬네. 둘이 만나서 얘기 좀 해."
".. 미안 걱정 끼쳐서."
"그 말은 나 말고 슬비한테 하는게 어때? 저기 나무 아래 있을걸?"
"응, 나중에 봐. 유리야."
그 인사를 끝으로 이세하는 슬비가 있는 공원으로 걸어갔다. 3년만에 만나서 그런지 더 늠름해져있던 세하의 모습을 보고 슬비는 어떤 반응을 할까..
"슬비, 이제 웃는 모습이 많이 보이려나."
.
.
.
3년 만에 이차원을 빠져나왔다. 3년 전 나는 검은양팀과 늑대개팀을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제 3 위상력을 받아들였고 유니온을 떠났었다. 그 땐 나 하나 떠나도 괜찮을 거라고, 아무렇지도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나보다.
또한 지금은 예전 그 흉측했던 모습이 아닌 원래의 인간 모습이다. 그 위상력들이 다 사라졌기 때문이겠지.
'슬비가 날 보면 무슨 말을 하려나..'
분명 엄청난 잔소리 폭탄이 날아오겠지. 그래도 내가 제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여자한테 잔소리 듣는 게 정말 행복 할 것 같다.
그런데 유리가 가라고 했던 곳.. 여기는 내가 슬비한테 같이가자고 했었던 공원이다. 크리스마스때 예쁘게 장식할 것 같다고.. 그런데 내 예상이 맞았었나보다. 매년 이렇게 장식 했었으려나? 이렇게 커다란 나무에 반짝거리는 트리 장식을 해놓으니 다른 계절과는 완전히 다른 곳처럼 보인다. 이 곳엔 다른 커플들도 눈에 많이 보인다.
"슬비랑 여기 와서 걸어다니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 공원에 도착한 나는 슬비를 찾아서 해맬 필요가 없었다. 그 예쁜 트리 근처에서 혼자서 서있었다. 유리를 기다리고 있던걸까. 멀리서 오랜만에 보는 슬비 얼굴, 정말 예뻤다. 3년 전과 다를게 없었고, 단발 머리가 아닌 이젠 긴 머리를 하고 있었다.
"넌 언제나 봐도 예쁘구나.."
난 지금 그토록 내가 그리워하고 보고싶었던 사람한테 걸어가고 있다. 아직도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슬비는 날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도 난 아직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슬비의 근처까지 왔고, 뒤에서 껴안았다. 그리고 슬비의 귀에 속삭였다.
"오랜만이야, 슬비야."
.
.
.
유리에게 문자가 왔다. 먼저 가야할 일이 생겼다고..
"혼자서 뭐하지.."
그런데 문자에 의미심장한 한 마디가 쓰여있었다.
-'좀만 기다리면 너가 그토록 기다렸던 사람이 너한테 갈거야.'
이게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유리가 그냥 나를 위로해준 한 마디일까?
그렇게 나는 혼자서 트리나 바라보면서 서있었다. 매년 이 곳에 혼자 왔었었는데 유리와 1시간 이라도 같이 있어줘서 덜 외로웠던 것 같다.
"..!"
그런데 혼자 서있던 나를 누군가 뒤에서 갑자기 껴안았다.
"아..저기요..?!"
뿌리치려고 하는 순간 그 사람이 내 귀에 속삭였다.
- "오랜만이야, 슬비야."
정이 깃든 목소리였다. 하지만 뭔가 더 늠름해진 목소리..
또한 정말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였고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사람의 목소리와 일치했다.
-'이세하..'
설마..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현실을 부정했었다. 하지만 방금 나에게 들렸던 목소리.. 꿈이 아니었다. 잠시 눈물을 참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엔 정말 내가 3년동안 기다렸던 남자, 이세하가 서있었다.
.
.
"세하야...?"
내 눈앞에 정말 세하가 있다. 검정색의 머리카락, 금색의 눈동자.. 전부 그대로였다. 그렇게 참아왔던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많이 기다렸지..?"
세하의 목소리, 정말 달콤했다. 이 목소리.. 너무 그리웠다.
"이 바보야.. 어디 있다가 이제서야 오는거야..!"
"미안해.. 너무 늦었다.."
미안하다고 나에게 말해주면서 내 눈물을 닦아주는 세하였다. 그 때 나도 모르게 그냥 세하 품에 안겼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세하는 따뜻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꿈만 같았다. 내가 이 품에 안겨있는게..
.
.
.
슬비와 3년만에 재회했다.. 3년 만에 만난 사랑하는 여인이 내 품에서 울고있다. 왠지.. 나도 모르게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그냥 꾹 참고 슬비를 안아주었다.
"보고싶었어. 슬비야.."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또 갑자기 나타나고... 너 사람 울리는데 뭐 있어 진짜.."
"너랑 팀원들 살리자고 그런건데 봐주면 안돼..?"
"... 그래도..."
"이제 어디 안간다고 약속하면 되지?"
"..."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안겨있는 슬비가 너무 사랑스럽다.
"예전보다 더 예뻐졌네."
"... 말 돌리려는 건 여전하네.."
"...내..가 뭘.."
"너 기억안나? 예전에 맨날 게임기 때문에.."
"야..야.. 그만하자..."
"풉.."
슬비가 오랜만에 다시 웃어줬다. 이 모습 이제 자주 볼 수 있으려나..?
"이제 매일 웃어줄거지?"
"어...어?"
내 말만 마치고 슬비를 다시 껴안고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입맞춤을 했다.
"세..하야.."
"사랑해, 슬비야. 3년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도 사랑해. 세하야.."
드디어 나는 눈이 오는 12월 25일 날에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았던 연인을 다시 만났고, 그 연인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슬비 혼자 지내게 했고 마음 아프게 했지만 이젠 절대 그럴 일 없게 옆에 있어줄거니까..
'기다려줘서 고마워, 슬비야.'
"응. 하얗게 빛나서.. 이쁠 것 같아."
"그 날 우리 다시 올래?"
"..."
"그 때 다시 너와 이 길을 걷고 싶어. 슬비야."
그 말이 끝나자 그는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
.
.
"세하야...!"
아침 7시 눈이 뜨였다. 가끔 꿈에 그가 나온다.. 거의 3년 전 차원전쟁에서 사라진 이세하.. 그가 요즘따라 꿈에 계속 나온다.
"..."
사라진 그의 마지막 모습은 검은색의 갑옷을 입고 새하얗게 물든 머리카락.. 그리고 눈은 거의 보라색으로 물들여 있었다.
내가 본 그 마지막 모습조차 내가 알던 이세하는 아니었다. 검은 기운을 풍기던 그는 상처투성이였던 나에게 이 말만을 남겼던 것이 생각난다.
- '미안해, 슬비야.'
그렇게 그 뒤로 한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바보.. 어디간거야."
그 전쟁이 일어나기 전 날까지만 해도 가을이었고 세하와 공원 거리를 걸었었다.
- '크리스마스때 여기 다시 오자.'
겨울이 될 때 마다 이 말만이 계속 떠오른다. 세하 없이 2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크리스마스 날은 나 혼자 그 길을 가서 예쁘게 장식 된 거대한 트리를 보고 오곤 했다.
".. 아니야. 그만하고 출근 해야지."
아침부터 너무 많은 시간을 추억 회상에 버려버린 것 같다.
.
.
.
"슬비야!! 너 이번 크리스마스 날에 뭐할거야??!"
".. 난 그냥..."
"나랑 ☆☆공원 갈래? 크리스마스 축제한다는데!!"
"..어.. 그게.."
"뭐야?!?! 나랑 놀아주라..! 슬비슬비랑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고싶다구!!"
"아.. 그래! 알았어.."
매번 크리스마스마다 동생들을 돌보느라 바빴던 유리가 올해는 같이 보내자고 한다. 원래 혼자 그 공원을 가려고 했지만.. 뭐 매번 혼자 보내는 것 보단 누군가와 같이 보내는 것도 좋겠지..?
"그럼 그 날 7시에 보는거다?!"
.
.
.
12월 25일..
오늘 유리는 정말 빨랐다. 약속시간 10분전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해있었고 그 근처 구경거리들을 눈으로 먼저 담아내고 있었다.
"유..리야?? 내가 좀 늦었니?"
"아니! 내가 좀 빨리 왔지! 처음으로 우리 슬비랑 겨울 축제를 와보는데!!"
저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 쪽이 뭉클거렸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기에.. 축제도 거의 혼자 오거나 아예 가질 않았다.
그렇게 혼자인 내 옆에 유리가 있어주고 있다.
나는 살짝 눈 웃음 지으며 유리에게 말한다.
"우리 뭐부터 구경할래?"
"카페 가서 따뜻한 음료라도 한잔 씩 마시자!"
그렇게 나는 약간... 아주 약간 유리에게 끌려 갔다..
천천히 가도 되는데..
--
"슬비야, 넌 뭐 마실거야?"
"너가 마시고 싶은 거 말해. 내가 주문할게."
"아, 그럼 나는 아메리카노 부탁해!"
"응,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
"주문하시겠어요??"
"아.. 네 아메리카노 하나하고요..."
정작 내가 마실 음료를 고르질 못했다. 메뉴판을 보면서 고르던 도중.. 딱 하나가 내 눈에 들어 왔고 그건..
'카페라떼'
지금 내 곁에 없는 그가 제일 좋아했던 커피다.
"카페라떼 한 잔 주세요."
왠지 오늘따라 마시고 싶었다. 그가 맨날 나와 카페를 와서 주문했던 그 카페라떼.
"슬비 카페라떼 좋아했었구나?"
"어... 음.. 그냥..?"
"마시면서 트리나 보러 가자!"
"그럴까?"
카페를 나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내가 보러왔던 트리로 왔다. 이 곳.. 유리와는 처음 와본다. 매년 나 혼자 왔으니까.
"슬비야."
"응?"
"요즘도... 세하 생각해..?"
"..."
유리는 계속 내 마음을 꿰 뚫고 있던걸까?
"어... 응..."
"세하... 돌아올거야... 꼭."
말만큼은 저렇게 위로를 해주고 있었지만 그는 정말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
- '미안해'
또 맴돈다. 세하가 남겼던 마지막 말이..
"..."
"... 미안해... 내가 괜히 마음 아픈 말을 했나봐.."
"난 괜찮아.. 신경쓰지마."
아니.. 안 괜찮아.. 가끔 매번 세하가 보고 싶어. 정말 눈물 나올 정도로.. 지금도 그래..
"..어..?"
"왜그래?"
"아, 슬비야 미안.. 그 카페에 핸드폰 두고 왔나봐.."
"그럼 빨리 가서 가져와야지.. 가자"
"아냐, 나 혼자 갔다올게. 여기서 기다려! 금방 올께!"
.
.
.
"아.. 핸드폰을 두고 오다니.."
카페 점원이 폰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가져가 버렸을 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나와 슬비가 잠시 앉아 있었던 자리를 정리하면서 주웠던 것 같다. 요즘따라 자꾸 뭔가 깜빡 거리는 것 같다.
"이제 눈도 내리네..? 슬비 기다리면서 추울텐데.."
"오랜만이다?"
.
.
"어..?"
내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 곳엔 거의 3년이라는 시간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이세하가 서있었다.
"너...."
"여전하네, 뭐 하나씩 깜빡 거리는 거."
"너 지금까지 어딨었던거야?! 슬비가 너 때문에 얼마나.."
"지금 만나러 왔잖아. 너무 늦었나.."
"늦거나 말거나.. 빨리 가봐. 슬비한테.."
"너는? 너 슬비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 슬비한테 문자하고 갈게. 지금 폰 보니까 들어가야 할 일 생겼어. 잘됬네. 둘이 만나서 얘기 좀 해."
".. 미안 걱정 끼쳐서."
"그 말은 나 말고 슬비한테 하는게 어때? 저기 나무 아래 있을걸?"
"응, 나중에 봐. 유리야."
그 인사를 끝으로 이세하는 슬비가 있는 공원으로 걸어갔다. 3년만에 만나서 그런지 더 늠름해져있던 세하의 모습을 보고 슬비는 어떤 반응을 할까..
"슬비, 이제 웃는 모습이 많이 보이려나."
.
.
.
3년 만에 이차원을 빠져나왔다. 3년 전 나는 검은양팀과 늑대개팀을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제 3 위상력을 받아들였고 유니온을 떠났었다. 그 땐 나 하나 떠나도 괜찮을 거라고, 아무렇지도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나보다.
또한 지금은 예전 그 흉측했던 모습이 아닌 원래의 인간 모습이다. 그 위상력들이 다 사라졌기 때문이겠지.
'슬비가 날 보면 무슨 말을 하려나..'
분명 엄청난 잔소리 폭탄이 날아오겠지. 그래도 내가 제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여자한테 잔소리 듣는 게 정말 행복 할 것 같다.
그런데 유리가 가라고 했던 곳.. 여기는 내가 슬비한테 같이가자고 했었던 공원이다. 크리스마스때 예쁘게 장식할 것 같다고.. 그런데 내 예상이 맞았었나보다. 매년 이렇게 장식 했었으려나? 이렇게 커다란 나무에 반짝거리는 트리 장식을 해놓으니 다른 계절과는 완전히 다른 곳처럼 보인다. 이 곳엔 다른 커플들도 눈에 많이 보인다.
"슬비랑 여기 와서 걸어다니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 공원에 도착한 나는 슬비를 찾아서 해맬 필요가 없었다. 그 예쁜 트리 근처에서 혼자서 서있었다. 유리를 기다리고 있던걸까. 멀리서 오랜만에 보는 슬비 얼굴, 정말 예뻤다. 3년 전과 다를게 없었고, 단발 머리가 아닌 이젠 긴 머리를 하고 있었다.
"넌 언제나 봐도 예쁘구나.."
난 지금 그토록 내가 그리워하고 보고싶었던 사람한테 걸어가고 있다. 아직도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슬비는 날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도 난 아직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슬비의 근처까지 왔고, 뒤에서 껴안았다. 그리고 슬비의 귀에 속삭였다.
"오랜만이야, 슬비야."
.
.
.
유리에게 문자가 왔다. 먼저 가야할 일이 생겼다고..
"혼자서 뭐하지.."
그런데 문자에 의미심장한 한 마디가 쓰여있었다.
-'좀만 기다리면 너가 그토록 기다렸던 사람이 너한테 갈거야.'
이게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유리가 그냥 나를 위로해준 한 마디일까?
그렇게 나는 혼자서 트리나 바라보면서 서있었다. 매년 이 곳에 혼자 왔었었는데 유리와 1시간 이라도 같이 있어줘서 덜 외로웠던 것 같다.
"..!"
그런데 혼자 서있던 나를 누군가 뒤에서 갑자기 껴안았다.
"아..저기요..?!"
뿌리치려고 하는 순간 그 사람이 내 귀에 속삭였다.
- "오랜만이야, 슬비야."
정이 깃든 목소리였다. 하지만 뭔가 더 늠름해진 목소리..
또한 정말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였고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사람의 목소리와 일치했다.
-'이세하..'
설마..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현실을 부정했었다. 하지만 방금 나에게 들렸던 목소리.. 꿈이 아니었다. 잠시 눈물을 참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엔 정말 내가 3년동안 기다렸던 남자, 이세하가 서있었다.
.
.
"세하야...?"
내 눈앞에 정말 세하가 있다. 검정색의 머리카락, 금색의 눈동자.. 전부 그대로였다. 그렇게 참아왔던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많이 기다렸지..?"
세하의 목소리, 정말 달콤했다. 이 목소리.. 너무 그리웠다.
"이 바보야.. 어디 있다가 이제서야 오는거야..!"
"미안해.. 너무 늦었다.."
미안하다고 나에게 말해주면서 내 눈물을 닦아주는 세하였다. 그 때 나도 모르게 그냥 세하 품에 안겼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세하는 따뜻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꿈만 같았다. 내가 이 품에 안겨있는게..
.
.
.
슬비와 3년만에 재회했다.. 3년 만에 만난 사랑하는 여인이 내 품에서 울고있다. 왠지.. 나도 모르게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그냥 꾹 참고 슬비를 안아주었다.
"보고싶었어. 슬비야.."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또 갑자기 나타나고... 너 사람 울리는데 뭐 있어 진짜.."
"너랑 팀원들 살리자고 그런건데 봐주면 안돼..?"
"... 그래도..."
"이제 어디 안간다고 약속하면 되지?"
"..."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안겨있는 슬비가 너무 사랑스럽다.
"예전보다 더 예뻐졌네."
"... 말 돌리려는 건 여전하네.."
"...내..가 뭘.."
"너 기억안나? 예전에 맨날 게임기 때문에.."
"야..야.. 그만하자..."
"풉.."
슬비가 오랜만에 다시 웃어줬다. 이 모습 이제 자주 볼 수 있으려나..?
"이제 매일 웃어줄거지?"
"어...어?"
내 말만 마치고 슬비를 다시 껴안고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입맞춤을 했다.
"세..하야.."
"사랑해, 슬비야. 3년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도 사랑해. 세하야.."
드디어 나는 눈이 오는 12월 25일 날에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았던 연인을 다시 만났고, 그 연인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슬비 혼자 지내게 했고 마음 아프게 했지만 이젠 절대 그럴 일 없게 옆에 있어줄거니까..
'기다려줘서 고마워, 슬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