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55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1-10 0
정신없는 밤을 보낸 뒤에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왕도로 갈까했지만 아침부터 술집에 사람이 있을 리도 없으니 길드로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고대 아이템, 그리고 에르제와 린제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타이몬 실레스카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별 다른 새로운 소식은 없었다. 정보상인도 완벽하지는 않구만 그래.
"오오, 이새야 공. 마침 잘 와주었네. 안 그래도 자네를 부르러 가려고 했거든."
길드 총수님이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이시지? 이번에는 또 무슨 큰일을 시키시려고 하는 걸까? 일단 총수님의 부름에 받아서 가보았다. 그분이 시킨 일은 죄다 쉽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긴 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내가 당하는 그런 수준의 의뢰였다. 하지만 그 대가로 보수는 높았기에 자금사정이 나아진 것은 좋은 일이였다. 나는 총수님 방으로 가서 차를 한잔 대접받고는 본론을 들었다.
"소식은 들었네. 국왕폐하를 구해줬다면서?"
"네. 그렇습니다만..."
"이건 대단히 큰일을 해낸 것이네. 폐하께서는 자네에게 큰 선물을 주라고 하시는 군. 벨파스트 왕국의 공적을 기여하는 칭호를 하사하기로 했네."
"그건 거절하겠습니다. 전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폐하의 목숨을 구해준 건 아닙니다. 벨파스트 왕국을 이끄실 중요한 기둥을 살리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총수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무언가를 바라고 폐하를 구해낸다고 생각하신다는 건 아니시겠죠?"
"흐음. 자네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네. 허허허. 당연하지. 폐하는 벨파스트 왕국을 통치하시는 분일세. 살아계셔야하는 게 당연하지. 하하하하. 역시 내가 맘에 드는 모험가라니까."
총수님과 나의 친밀도는 거의 최대치였다. 당연하지. 총수님 호위부터 시작해서 모몬트, 파프닐 일당들을 처단하면서 리플렛 마을은 평화가 찾아왔고, 길드도 평화롭게 되었다. 모험가들이 많이 찾아와서 의뢰를 받아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길드도 예전처럼 잘 돌아간다고 되어있다.
"아, 그건 그렇고 조심해야될 게 있네. 기사단장은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자네가 잡아들인 파프닐 일당이 사실, 감옥안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네."
"뭐라고요!?"
"누구 짓인지는 잘 몰라. 감옥 안에 있단 사람들 모두가 목이 꺾여서 죽어있다는 사실이야."
목이 꺾여서 죽었다? 일일이 범인이 목을 두손으로 꺾을 리는 없다. 아마도 마법으로 한 거겠지. 예를 들면 염동력으로 말이다. 이세계에 염동력이라는 게 있을까?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마법사가 지팡이 하나만으로 상대방의 몸을 공중부양시켜 이리저리 날아다니게 만들기도 했던 사례가 있었으니 말이다. 만약 정말로 존재한다면 나와는 적대관계가 되면 곤란해질 거 같았다. 염동력이면 나는 그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건 힘들어질 테니 말이다.
"주머니를 뒤진 흔적으로 보아 뭔가를 찾고 있었던 거 같기도 해.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혹시 파프닐이 사용한 고대아이템인가? 찾을 거라면 그거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은 내가 품 속에 잘 간직하고 있지만 사용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파프닐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거다. 고대아이템을 건네준 누군가가 말이다. 혹시 타이몬 실레스카인가? 아니지... 탐험가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으음, 일단은 오늘 계획했던 일을 우선으로 해야될 거 같았다. 총수님은 혹시 뭔가 아는 게 없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서는 단서가 모자라니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정도는 아무 도움이 안 되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래. 혹시 뭔가를 알아내면 전해주게. 기사단이 범인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찾지는 못하는 상황이니 내가 알리는 거네. 기사단들에게는 말하지 말아주게나. 내가 알려줬다는 걸."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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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에서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었다. 탐험가에 대한 책이다. 고대 아이템을 찾으러 각 왕국에서 모험을 떠나는 일이 기록되어있다. 다만 벨파스트 원정대라는 비밀리에 결성된 단체는 언급되지 않았다. 고대 유물을 발견하여 역사학자에게 그것을 팔아서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탐험가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탐험가들에게도 조심해야할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욕심이다. 욕심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더 귀한 유물을 발굴하려고 무리한 작업을 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사고로 죽을 확률이 커진다. 또한 유물들 중에는 인간을 타락시키거나 병들게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다. 아마 타이몬 실레스카는 이런 식으로 사고를 당해서 실종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그리고 고대 아이템에 관한 정보를 보았다. 현재까지 발견된 고대아이템들이 있지만 각각 다른 효과를 발휘하는 편이다. '안티스피릿 수정' 을 포함해서 다른 고대아이템이 있는데 이런 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는 게 좋겠다.
이번에는 몬스터의 도감을 살펴본다. 몬스터들도 참 여러가지로 나뉘어져있다. 그 중에서 한가지 시선이 가는 게 있다. 메두사?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그 메두사? 사람을 돌로만드는 능력을 가진 뱀 머리카락 여자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싶었는데 정말로 그림이 그렇게 그려져있다. 으음, 이건 위험한 놈이라서 가면 안 될 거 같다. 눈을 안보면서 상대하기가 좀 어려운 법이었으니까 말이다.
"이거야 원."
으음, 게임에서도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나오는 괴물들이 몬스터로 등장하기도 했었지 참. 메두사 말고도 히드라라던가 고르곤도 등장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튼 그 외에 다른 책들도 본다. 누군가가 쓴 소설도 있다. 모험가의 이야기 소설인가? 흥미가 있어서 한번 읽어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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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어서야 술집을 방문했다. 전에 만난 사람들이 날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지배인도 나를 귀족처럼 대접해주었다. 나는 이번에 사람들을 한사람씩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귀족들의 소식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말이다. 왕궁 소식도 들어보고 말이다.
"으음. 이번에 말이야. 귀족들이 모여서 움직이는 거 같더라고. 어떤 귀족들은 왕궁으로 갔고, 어떤 귀족들은 다른데로 가던데 으음... 분명히 국왕폐하께서 귀족들을 불러모은 것 같은데 참석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던 거 같더라고. 아 참, 라크레트 백작의 집으로 대부분 모여들었는데 분명히 수인 반대파 귀족들이었어. 그러지 않았나?"
"응 맞아. 우리도 그 얘기를 하는 중이었었지.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마차를 타고 거기로 가더라고."
귀족들이 밖으로 외출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눈에 띄는 건 당연하다. 귀족이 앞서가면 평민들은 당연히 길을 비켜줘야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입장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술집에 있는 사람들이 귀족들이 어디로 가는 지 다 알지. 그들의 눈치를 그만큼 봐야되니까 말이다. 아무튼 수인반대파 귀족들이 라크레트 백작의 저택으로 방문했다? 아무래도 앞으로의 대책을 의논하는 거 같았다. 술을 한잔씩 건배한 사람들에게 나는 또 다른 질문을 했다. 최근에 왕도에 들어온 무장세력이 있거나 아니면 수상한 사람이 있는건지 말이다.
"그런 사람은 ** 못했어. 하지만 라크레트 백작님이 하루에 한번씩 마을 밖으로 나가는 걸 본 적이 있었거든. 국왕폐하가 독살당하신 이후랄까? 아무튼 그렇게 되었었지. 폐하를 시해하다니... 정말로 끔찍하다고."
"이보게. 폐하가 시해당하면 이 나라를 누가 이끄는 거지? 왕자님이 안 계시잖아."
"맞아. 공주님 한분 밖에 안 계신다고 알고 있는데..."
공주님 한분밖에 없다고? 잠깐만 그렇다면 혹시 레이폰드 후작에게 아들이 있던가? 만약 그런 거라면 정략결혼같은 걸 시켜서 국왕이 되게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내가 생각한 걸 물어보자 술집 사람들은 고개를 동시에 끄덕였다. 레이폰드 후작에게 아들이 있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아마도 그의 아들이 가만있지는 않을 테지. 자기 아버지가 국왕폐하 독살의 진범으로 붙잡혔는데 말이다. 폐하의 목숨을 노린 죄는 사형, 그 아들이라는 사람은 이제 어찌할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수인 반대파 귀족은 이대로 포기하지는 않겠지. 지금쯤 내가 왕도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테고 나에게 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자객이라도 보내겠지. 별거 아닌 실력을 가진 거 같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공주님 한분밖에 안계신다라... 그러고 보니 국왕폐하도 연세가 좀 많이 드신 거 같았는데... 아닌가? 수염이 난 걸로 봐서는 40대정도로 보이는데 말이다. 아직은 더 살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공작님이 전에 해준 얘기가 생각났다. 분명히 국왕폐하라면 나를 차기 국왕으로 삼으실 거라고 말이다. 그런 건 절대로 사양이다. 국왕이 최고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힘든 일이 많이 일어난다. 하고 싶은 걸 맘대로 못하고 정해진 원칙에 따라서 왕의 일을 해야되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건 절대 되고 싶지 않다. 하라고 해도 절대 안한다.
그리고 공주님도 날 그렇게 좋게 볼 리도 없을 텐데 내 망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으음, 일단은 그렇게 알고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가 레이네 씨를 찾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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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험자 따위에게 우습게 당해버렸군."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로 그 수인족들 따위와 동맹이 성사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희도 어쩔 수 없지요. 최후의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뭡니까?"
라크레트 백작의 말에 다른 귀족들이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국왕이 살아있고 수인반대파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레이폰드 후작이 잡혀들어가자 그들의 위치가 흔들리게 되었다. 진범이 수인반대파라는 게 밝혀졌으니 그들에게도 오는 피해가 적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백성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거나 왕궁사람들에게도 적으로 돌리는 신세가 될 뻔했으니 말이다. 레이폰드 후작이 저지른 일은 수인족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한 일이었는데 그들도 동조했었다. 하지만 그게 거짓으로 판명나고 진범이 밝혀졌으니 그들도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쿠데타를 일으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러다가 동맹이 성사되게 생겼고, 우리는 이러다가 탄압받게 될 겁니다. 어떻게 해서든 폐하를 먼저 없애버려야 됩니다."
"확실히 맞는 말이네만 폐하를 살렸다는 그 모험가는 내가 알기로는 보통이 아닐세. 실행범을 찾아내는 것부터 진범을 찾아내기까지 하다니 말이야. 그리고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증거까지 내밀었어. 그 말은 즉, 그 자는 생각하는 수를 앞서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야. 아마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더라도 예상하고 그 자도 대응하겠지."
케이르 백작이 그의 주장에 반박했다. 라크레트 백작은 세하를 생각하면서 이를 뿌득 갈았다. 자신의 주장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수준의 말솜씨로 저택수사까지 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 자를 먼저 제거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안 이상은 절대로 함부로 나설 수 없다고 케이르 백작이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귀족들은 라크레트 백작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됩니다. 벨파스트 왕국과 수인족이 동맹을 맺는다면 벨파스트 영내에 수인족들도 들어오게 되어 우리 권력에 간섭하는 순간 수인족을 쫓아내는 건 늦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해야됩니다."
동맹국에는 각자 나라에 주둔하는 대사가 반드시 있어야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대사에게는 동맹국에 대한 나라 사정을 알아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예를 들면 미스미드 왕국 대사가 벨파스트 왕국 내에 주둔하면서 수인반대파 귀족에 대한 간섭을 시작하게 되면 그들은 원하지 않는 일을 계속 겪게 되는 셈이었다. 수인족은 보통 인간에 비해 짐승적인 감각을 가졌기에 그들의 수상한 움직임은 금방 알수 있고, 꼬리를 잡히기가 쉬워서 바로 국왕에게 보고하면 수인반대파는 숙청당하기가 쉬워지기에 그들은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대책을 세워야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하지만 케이르 백작만이 이 점에 대해서 망설이고 있었다.
"케이르 백작. 그래봐야 모험가 나부랭이에 불과합니다. 제가 이번에 고용한 용병단과 암살조직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왕궁 경비의 계획에 관한 정보도 다 넘겼으니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으음. 알았소. 자네 계획에 동의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백작."
라크레트 백작은 씨익 웃으면서 잔을 들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우리의 부와 권력을 위하여 건배하도록 합시다. 건배."
"건배!!"
귀족들은 건배를 한 후에 잔을 동시에 들이켜서 시원하게 원샷을 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