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2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3 0

다음 날, 우리는 길드에서 공지한 의뢰를 같이 수행하게 되었다. 난이도가 낮은 의뢰라는 건 예상했지만 몬스터 토벌일 줄이야. 하긴 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싸우는 거 밖에 없겠지. 가끔은 느긋하게 쉬기도 하지만 말이다. 모험가로써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그들이 하기에 쉬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해서 건드리는 건 싫었지만 여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하니 지금은 어쩔 수 없을 거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참 한심하다. 차원종들과 싸우기 싫다고 해놓고 무수히 학살하고 다닌 나였다. 어쩌면 나는 몸과 생각이 반대로 되어있는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일단은 적당히 검 하나로 상대를 보면서 에르제와 린제의 전투를 이참에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앞으로 퀘스트를 공략할 때 유용한 전략을 짤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게임에 따르면 마법사에게만 있는 것도 있고, 격투가에게만 있는 게 있다. 격투가는 물리공격과 물리방어가 높은 편이지만 마법방어는 낮다는 게 단점이다. 마법사는 마법공격과 마법방어가 높은 편이지만 물리방어는 낮은 걸로 알고 있었다. 마법사에게는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쉴드마법이 존재한다고 알지만 쉴드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력을 그곳에 집중해야되기 때문에 공격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된다. 즉, 상대가 마법사나 슬라임같은 마법 생명체라면 에르제를 전방에 세우는 건 위험하다는 게 되고, 그 외에 멧돼지라던가 늑대상대로 린제를 전방으로 세우는 건 위험하다는 거다. 두 사람도 그 정도는 기본으로 잘 알기에 에르제가 보통 전방에 서고 린제가 후방에서 지원하는 게 당연했다.


이번에 토벌할 상대는 늑대 10마리, 난이도가 낮은 의뢰였기에 그들의 전투만으로도 가능할 거 같았다. 에르제는 양팔과 종아리에 건틀렛을 착용하고 있었다. 저렇게 보이니까 정말 여자가 맞는지 의문이 들만도 하다. 전투하는데 남녀를 따지는 건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도 차원종을 상대로 사람이 아닌 괴물취급을 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린제는 마법사의 지팡이인 완드를 들고 있었다. 마력을 조금이나마 올릴 수 있는 무기에 불과하다. 공격마법을 좀 더 강화시켜주는 것 정도랄까? 그런데 제대로 된 방어구 없이도 괜찮은 걸까 모르겠다. 에르제의 말로는 스피드가 떨어져서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고 말이다. 하긴, 방어구에 너무 의지하면 안 되겠지. 내구력이 다 소모가 되어서 망가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낭패니까 말이다.


"도착했다. 여기야. 마침 제발로 찾아오는데?"


늑대의 영역 숲으로 들어오니 곧바로 감지한 늑대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우와, 이건 10마리도 넘어보이는데? 정보에 따르면 10마리라고 했는데 잘못된 거 아닌가? 에르제는 팔에 장착된 건틀렛을 서로 부딪치면서 흥분하고 있었다. 저러다가 무리하면 안 될 텐데 걱정이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적당히 끼어들어서 도와주면 될 거 같았다.


"캬르르릉!!"


늑대들이 달려든다. 에르제는 기합을 넣으면서 한마리에게 달려들어 늑대의 얼굴에 펀치를 날렸고, 이어서 발차기로 다른 늑대의 턱을 걷어찼다. 오호, 제법 잘 싸우는 데? 라고 감상했을 때 늑대 4마리가 나와 린제가 있는 곳으로 달려들자, 나는 검 한자루를 들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선제공격으로 네 마리의 목을 베었다. 이미 게임에서도 기본적인 몬스터로 나온 녀석들이니 어디를 공격해야 치명적인 일격이 터지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린제는 정신을 집중해서 에르제에게 나가떨어진 늑대들이 밀집된 곳을 조준해서 마법을 사용한다.


[불이여 와라, 불꽃의 소용돌이, 파이어 스톰!!]


말 그대로 불의 소용돌이가 밀집된 늑대들을 태워버린다. 마법공격도 굉장하구나. 솔직히 감탄을 했다. 이들은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래도 이들도 나름 콤비를 짜고 행동하는 거 같다. 에르제의 격투술만으로 늑대를 즉사시키는 건 불가능하니, 밀집한 장소로 에르제가 늑대들을 날려버린 후에 린제가 마무리 공격을 하는 전술이었다. 아주 훌륭한데? 늑대들 중에는 에르제의 공격을 맞고 그대로 기절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부스트!!]


두마리 정도 남아있자 에르제도 무속성 마법 부스트를 사용하면서 그들을 직접 마무리 지었다. 처음부터 써도 되지 않았을까? 혹시 무속성 마법도 마력이 들기 때문에 에르제가 오래 쓸 수 없다는 단점이었던 것일까? 아무튼 파워와 스피드가 올라가니 늑대들이 에르제의 주먹에 한번씩 맞고 그대로 즉사했으니 말이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었던 거 같은데... 아니지. 확실히 이번 늑대들은 숫자가 많았으니 린제가 좀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후우, 끝났다."


늑대들이 전부 쓰러졌다. 세어보니까 11마리 정도 되려나? 일단 길드에 보고하기 위한 증거물로 잔해를 수집하는 게 일이었다. 늑대 이빨 정도면 되려나? 분명히 길드에서도 늑대 이빨로 가져오라고 했었지 참.


"새야가 있으니까 너무 든든하네. 나랑 린제랑 둘이서만 하면 불안해서 집중이 덜 되었거든."

"응? 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린제는 마법을 영창하는 중에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에 혹시나 그 틈을 노리고 적이 공격하지 않으까 불안해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린제 곁을 지켜주고 있으니 에르제도 안심하고 싸울 수 있었다는 그런 얘기였던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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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에 돌아온 우리는 보수를 받고 길드카드를 제시해 길드에 보고를 마쳤다. 에르제와 린제는 내 길드 카드가 파란색인 것을 보고 놀라면서 어느새 자신들보다 성장했냐고 묻고 있었다. 당연히 이 두사람이 의료소에 입원했을 때도 내가 의뢰를 계속 실행하니까 그렇게 된 거지. 나와는 다르게 이들은 아직 빨간색이다. 나는 레벨2고, 두 사람은 레벨 1이라는 얘기니까 말이다.


늑대가 있는 숲은 여기 마을에서 좀 먼거리라서 인지 벌써 점심때가 다 되었다. 일단 여관에 가서 점심을 먹은 뒤에 의뢰를 추가로 하자고 주장하자 두 사람은 찬성했다.


"어이, 형씨, 양 손에 꽃이 달렸잖아. 부러운데 나에게 소개시켜주면 안 돼?"


모험자들인가? 여기 길드의 의뢰를 받고 실행하는 게 우리만은 아니겠지. 처음보는 얼굴인 거 보니 타지역에서 온 사람들인 모양이다. 모몬트 모험가 집단은 이미 박살을 나고 기사단에 체포되어 연행된 지 오래니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잡아들여도 모험가란 직업은 여행을 하는 특징이 있으니 새로운 얼굴들이 길드에 많이 보이기도 한다.


"저기, 죄송한데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

"어딜 가려고? 갈 땐 가더라도 이 귀여운 아가씨들을 빌려주고 가줬으면 좋겠는데?"


나가는 길을 가로막는 인원은 2명, 가볍게 처리할 수준이다. 린제는 무서워하면서 내 뒤에 숨어 있었고, 에르제는 불쾌하듯이 앞으로 나서서 모험가들 앞에 서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이봐, 우리는 당신들같은 사람과 어울릴 시간이 없거든! 좋은 말 할 때 비켜줘."


오오, 에르제는 아무에게나 용감한 성격이구나. 그런 점은 왠지 나랑 닮은 거 같았다. 상대가 누구더라도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편이었으니 말이다. 확실히 에르제와 린제는 귀여운 아가씨라고 해도 될 거 같다. 내 생각으로도 말이다. 전투시에는 진지하지만 평소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순정파같은 녀석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표정을 볼때마다 귀엽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던 거 같기도 하다.


"에이, 아가씨... 제법 세게 나오는데? 딱 내 스타일... 커억..."


이런 이런, 결국 사고를 쳤군. 참다못한 에르제가 건틀렛을 장착한 주먹으로 한 놈의 복부를 쳐서 그대로 쓰러뜨렸다. 이런 장소에서 폭력을 쓰면 주변사람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어떻게 그들을 상대할 지 고민하다가 에르제가 먼저 행동에 나서버렸다. 그러자 다른 한명이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에르제에게 덤벼들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나서서 가볍게 정권지르기로 기절시켰다.


"나 참, 좀 더 평화적인 방법으로 하지.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하지만 기분이 나쁜 걸... 너... 너도 결국 주먹으로 해결했잖아!"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이니까 그런 거야. 이제와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에르제도 시선을 의식했는지 내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보복할 수도 있었고, 우리와 관련된 사람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게 우선이었는데 에르제가 사고를 쳐버렸다. 보복이 없기만을 바래야지.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