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너스-6화. 오프너

pix캐스터 2017-08-30 1

“으윽....여기는....”

의식을 되찾은 블레스터는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별 하나 없는 칙칙한 밤하늘. 아무리 시간이 지나 밤이 되었다고 해도, 밤하늘에 달이나 별 하나도 없을 리가 없었다. 서늘한 바람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블래스터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깨달았다.

“....용의 궁전인가...?”

지난 견학수업 때 용의 궁전에 와본적이 있는 블레스터는 용의 궁전의 특유의 공기와, 군데군데 서려있는 용의 위광을 기억하고 있었다.

“레비아선생님께서 이곳으로 오신 모양이군. 몸도 완전히 회복된 것 같고. 세리는 무사한 건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을 확인한 블레스터는 주위를 둘러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순간

“죽어”

“이세리!!!??”

고개를 뒤로 돌리자마자 눈앞에 보인 것은 이세리의 위상검이었다. 재빨리 가드하기 위해 위상력을 응축시켰지만, 이세리의 위상검은 이미 블레스터의 목 언저리에 와 있었다. 늦었다. 방패를 완성시키기에는 이세리의 위상검이 너무 가까웠다.

“그렇다면......!”


카아앙!!!!!!!!!!!!


“어떻게.....막아낸 거지..? 보이지 않았을 텐데...”

“후우.......내가 너와 겨루어 온 것이 몇 번인데, 검의 궤적 하나 못 읽을 줄 알았나?”

블레스터가 취한 행동은, 완성된 방패가 아닌, 극소형의 방패를 만들어 정확하게 위상검의 검신에 맞대는 것. 위상검은 블레스터의 시야의 사각에서 휘둘러져오고 있기에 **도 않고 위상검을 정확하게 막아내야 하는 위험이 있었지만, 이세리와의 수많은 연습대련에서 얻은 경험으로 위상검의 궤적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아자젤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데....대체 어째서.......’

은빛 머릿결과 금빛 눈동자. 평소 세리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지만, 몇 번이나 이세리와 겨루고,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한 블레스터는 단번에 이세리의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이세리 자신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표정, 움직임, 전투스타일까지,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닌, 이세리 본인의 것이었다.

“이세리! 정신 차려라! 이세리!!”

“죽어. 차원종”

연거푸 휘둘러져오는 위상검을 회피하며 세리의 이름을 부르는 블레스터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목소리에 짖게 묻어나는 차원종에 대한 적대감과 함께 블레스터를 향해 휘두르는 이세리의 위상검에는 살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당장 진정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군.....’

블레스터는 위상력을 응축시켜 은빛 창을 손에 쥐어들었다. 검의 궤도는 방금 전 아자젤과 달리, 평소에도 위상력의 출력으로 승부를 걸어오는 이세리였기 때문에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평소의 위상력을 아득히 상회하는 위상력을 뿜어내고 있는 이세리.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드는 이세리에게 머뭇거렸다간,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죽어...죽어.....죽어어!!!!!!!!!!!!!!!!!!!!!!!!!!!!!!!”


카앙!!! 카아앙!!!!!!!!!!!!!!!


이세리의 위상검과 블레스터의 위상창이 연달아 격돌했다. 이세리의 위상검에 정면으로 맞부딪힌 위상창이 튕겨나고, 그 기세를 이어 이세리의 검이 치고 들어왔지만, 블레스터는 몸을 회전시키며 위상창으로 위상검을 올려쳤다. 튕겨지는 검의 반동을 무시하고 다시 한 번 검을 내리치는 이세리. 방금 전 위상검을 올려치며 몸을 회전시켰기에 블레스터의 시야에 이세리의 위상검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블레스터가 자신의 등 뒤로 찔러넣은 위상창은, 위상검의 옆면을 정확하게 쳐내며 궤도를 비틀었다.

“크윽....어째서!!”

“말 했을 것이다. 너의 검은 수십, 수백 번은 봐왔다고! 네 파트너인 내가 너의 검을 모를 것 같나!”

거칠게 치고 들어오는 검격을 전부 요격하며, 이세리를 몰아붙이는 블레스터.  
평소 이세리와 블레스터의 연습대련에서는 아주 간발의 차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이세리의 검격을 허용하게 되는 아슬아슬한 공방이 펼쳐졌었다. 지금처럼 검의 궤도를 완전히 비틀어버리는 것이 아닌, 아주 약간의 빠져나올 틈을 만드는 것 정도가 한계였다. 그렇다면, 이전에 비해 위상력의 출력이 대폭 상승한 이세리는 블레스터를 압도하고 있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전투를 이끌어가고 있는 자는 이세리가 아닌, 블레스터였다.
스피드도, 힘도, 위상력도 이세리가 블레스터를 아득히 상회하고 있음에도, 블레스터는 이세리의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전투의 흐름은 이미 이세리가 아닌 블레스터에게 넘어가있었다. 처음부터 계속 출력으로 밀어붙여 점점 지쳐가는 이세리와는 달리, 파워업한 이세리의 스피드와 속도에 적응하기 시작한 블레스터의 방어는 점점 더 정확해져갔다.

“흐읍!!!”


카아앙!!!!!!!!!!!!!!


위로 점프하며 내질러오는 이세리의 검을 쳐낸다. 궤도가 비틀어져 블레스터의 발 옆에 꽂힌 위상검을, 창대로 튕겨 올리자 반동을 이겨내지 못한 이세리의 손이 검을 놓쳤고, 위로 치솟은 검은 가루가 되며 흩어졌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이세리. 곧바로 손에 위상력을 응축시켰지만, 검을 놓친 틈을 무마시킬 방법은 없었고, 눈앞의 차원종이 그 틈을 놓칠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이미 손에는 완성된 위상검이 들려있었지만, 패배를 직감한 이세리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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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군 타입의 차원종, 위상력은 내가 더 우세한 것 같았지만, 내 공격을 전부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전부 읽혀지고, 허를 찌르는 내 기술도 전부 틀어막혔다.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이미 위상검은 소멸했고, 다시 만들어낸다고 해도 이 틈을 무마시킬 순 없다. 저 차원종도 그걸 알고 있을 테고, 그럼 난.............

“나도...................죽는 건가?”

아까 전부터 머릿속을 가득 매운 전장의 풍경. 차원종과 클로저들이 격돌하는 전장의 군데군데 클로저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모두 목숨을 잃고 쓰러진 자들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절망이 아닌 희망이 가득했다.
비록 목숨은 잃었지만,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웠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나도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운 걸까? 만약 그렇다면.......

“후회는......없어.”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이상하게 전혀 두렵지 않았다. 난 끝까지 차원종과 싸웠다. 그리고, 차원종의 손에 죽는다. 당연한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부디, 나 말고 누군가가, 인류의 평화를 이루어주기를.........


....콩


“윽......?”

“만약 적이었다면, 죽었을 거라고. 이제 정신이 좀 정신이 드나?”

만약......적? 눈앞의 차원종이 방금 내게 뭐라고......만약...?

“하아......아까 전부터 계속 문답무용으로 공격만 해오더니만. 이건 꼬리꼬치 몇 개 정도로 해결될 것이 아닌 것 같은 데, 방금 전까지 목숨을 걸고 싸웠다고, 이 빚은 뭐로 갚을 거냐?”

“어....?”

눈앞의 차원종은, 창대로 내 이마를 두드리며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대체 뭐하는 거지?
눈앞의 나는 쓰러트려야 할 적이다. 그런 적이 완전한 무방비 상태, 절호의 찬스. 방금 전까지 싸워온 것을 보면 이 찬스를 놓칠 멍청이는 아니다. 그런데 왜.......?

“뭐하는 거야? 대체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모양이군. 하아.........정신 차릴 때까지 덤벼라. 있는 힘껏 상대해 줄 테니”

눈앞의 차원종은 뒤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자세를 다잡았다. 하지만, 그 자세에 공격할 의지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방어만을 위한 자세. 대체 왜? 지금까지 보여준 차원종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날 쓰러트릴 수 있을 텐데, 내 검격을 빗겨 치고, 그대로 찔러 들어오는 것만으로 날 죽일 수 있을 텐데, 왜?

“왜.....그러는 거야? 너 정도의 차원종이면 나를 순식간에 죽일 수 있잖아. 지금 서있는 순간에도, 그 창을 조금만 움직이면 되
잖아. 근데 왜? 왜 죽이지 않는 거야? 왜 공격하지 않는 거야?”

“하.........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한숨을 내쉬는 차원종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파트너니까. 다치게 할 리가 없잖아”

‘파트너’니까.......라니.

“................차원종이.......내 파트너일 리가 없잖아!!!!!!!!!!!!!!!!!!!!!!!!!!!!!!!!!!!!!!!!!!!!!!!!!!!!!!!!!!!!!!!!!!!!!”

위상검의 출력을 폭발시키며, 눈앞의 차원종에게 뛰어들었다. 검을 내리치고, 또 내리쳤지만 전부 방어해내는 차원종. 하지만 상관없다. 계속 방어한다면, 뚫릴 때 까지 내려치면 돼!!!

“차원종은.....인류의 적이라고! 인류의 적이, 인간인 나와 파트너 같은 것일 리가 없잖아!!”

“크..크으윽!”

격해진 감정에 반응해서인지, 차원종을 내리치는 위상검의 출력이 점점 올라간다. 계속해서 방어해내는 차원종이었지만, 무식한 출력의 크기 앞에 점점 밀려나기 시작한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도, 위력도 치솟아, 차원종의 위상창이 버티지 못한다. 조금
씩, 조금씩 금이 가던 창이 가루를 흩날리며 부셔지고, 이윽고

“인류의 평화를 위해, 죽어!!!!!!!!!!!!!!!!!!!!!!!!!!!!!!!!!!”

"대체 뭐가 평화라는 거냐!!!!!!!!!!!!!!!!!!!!!!!!!!!!!!!!!!!!!!!!!!!!!!"


콰아아아아앙!!!!!!!!!!!!!!!!!!!!!!!!!!!


나의 위상검과 차원종의 위상창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부셔져가는 위상창이 내 위상검을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차원종의 위상창이 가루를 휘날리며 박살났고, 나의 위상검이 차원종을 향해 쇄도했지만, 차원종은 멈추지 않았다.

쿵!!

“으으윽!!”

“대체 뭐가.......이 말도 안 되는 싸움 속에서 대체 뭐가 평화라는 거냐!”

손 안에 극소형의 방패를 만들어내 위상검을 받아낸 차원종은, 그대로 내 이마에 머리를 부딪쳤다. 쉬운 말로 박치기,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를 차원종이 붙잡고 뒤흔들었다.

“크윽.....인류의 평화를 위해서.....차원종은 사라져야 해!”

“정신 차려 이세리!!! 진짜 평화라는 게 뭔지, 잊어버린 거냐!!”

내 눈을 바라보며 울부짖는 차원종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있었다. 평화. 내가 말하는 평화에 울부짖고, 격노하는 이상한 차원종. 하지만.......

인간에 대한 적대심만으로 가득한 차원종 따위가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차원종 따위가
피에 대한 욕망만으로 뒤덮인 차원종 따위가

“네가 평화라는 게 뭔지 알 리가 없잖아!!!!!!!!!!!!!!!!!!!!!!!!!!!!!!”

나를 바라보는 차원종에게, 고개를 힘껏 젖힌 뒤 그대로 이마를 박았다.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고통이 엄습했지만, 이 눈앞의 차원종에 대한 분노에 그런 고통 따위는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너 같은 차원종이, 평화가 뭔지 알 리가 없잖아! 너가 뭔데! 너 같은 차원종이 뭔데 클로저들의 희망을, 그 소원을 알고 있다는 거야!!!!!!!!!!!!!!!!!!!!!!!”

눈앞의 차원종에게 주먹을 휘갈겼다.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그저 때리고, 또 때렸다. 지쳐 쓰러질 때 까지, 머릿
속을 가득 매운 이 분노가 사라질 때 까지, 계속해서, 또 때리고....또.....

“클로저들이 말하는 평화라는 것은 잘 모른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던 차원종은, 때리다 지쳐 주저앉은 나에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 이해한다는 듯이.

“하지만.....”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던 차원종이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는 몸으로 내게 다가오며, 주저앉은 나를 향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네가, 이세리가 말하던, 그 평화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단 말이다!!!!!!!!!!!!!!!!”

차원종의 주먹이 내 안면을 휘갈겼고, 난 그대로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내가 말하는 평화라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평화라는 건.............

“함께 학교에 가는 것.”

“..............”

“함께 수업을 듣는 것.”

“...............................”

“함께 매점에 가는 것.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것. 함께 선생님께 혼나는 것. 함께 청소하는 것. 함께 분식집에 가는 것.”

“..............................................”

“너와 내가, 함께 웃는 것............”

“.........................................................................................................................”

“내가 기억하고 있는 너의 평화란........이런 것 아니었나?”

생각이 멎었다. 기억 속에 가득했던 전장의 풍경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고, 절대 있을 수 없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블레스터와 연습대련 후 티격태격한 것. 
내 실수 때문에 블레스터까지 레비아 선생님한테 혼났던 것.
벌 받느라 늦게 끝나서 블레스터한테 꼬리꼬치를 사줬던 것.
수업시간에 졸았다가 블레스터한테 힌트를 받은 것.

잘 기억나진 않지만, 그 기억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으윽......으으윽....!!!!! 나는......나는............클로저의 희망을......소원을..........이루어야 하는 데......”

“이세리, 우리는 차원문을 닫는 클로저가 아니다.”

클로저라는 기억의 잔재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내게, 눈앞의 차원종은 말했다.

“우리는 오프너다. 이세리”

오프너. 클로저라는 단어 밑에서, 희미하게 빛을 발하던 단어를 눈앞의 차원종이 내뱉었다.

“차원종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도록, 사람과 차원종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서로가 웃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차원종과......사람의......마음의 문을 여는 자.......”


사람과 차원종을 잇는 문을 여는 자. 그것이.....바로 오프너(opener).



클로저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스케빈저의 디자인에 푹 반해버렸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너무 귀여워서, 잡기가 싫었는데,잡지 않으면 스토리의 진행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ㅜ.ㅜ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차원종이 좀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부터, 오프너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 같네요.
게임속의 클로저와는, 정반대의 개념인 오프너의 정의가 드디어 나왔네요. 게임소개창에 클로저란 '차원종과 인간 사이의 문을 닫는 존재'라고 서술되어있기에, 오프너라는 '차원종과 인간 사이의 문을 여는 존재'라는 개념입니다.(차원종 애껴요....ㅜ.ㅜ)
비록 게임 속 차원종 때려잡는 스토리와는 정반대의 스토리겠지만, 많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꾸벅)


2024-10-24 23:17:0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