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0 Prologue
Sehaia 2017-07-04 2
탁타다다다닥, 타다닥.
‘YOU WIN!’
“다음.”
타다다닥, 탁, 탁탁, 타닥, 타다닥.
“아, 이판은 졌다.”
연속으로 들어오는 공격 패턴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탓에, 예상대로 캐릭터가 누워버렸다. 슬슬 일어날까. 슬슬 눈이 피곤해지기도 하고, 오늘은 원래 액션게임이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건 아니었다. 왠지 모를 변덕으로 꺼내고 게임이라는 의무감에 전 캐릭터 제패를 할 생각이긴 했다만, 조금 나중으로 미루자.
“애초에 ‘제 3차 차원 대전’이라니, 누구야? 이런 쓰레기 같은 작명센스를 소지한 사람은.”
어린아이들이나 열광할 것 같은 타이틀을 버젓이 달고 있는 그 당당함에 어이가 사라져서 왠지 모르게 꺼내긴 했지만, 역시 영 아니다. 애초에 그 때의 영웅들을 소재로 삼은 게임이라니, 부담스러운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플레이하기 전에 미리 내용물을 보고서 플레이해야 했다고 절실하게 후회 중이다.
“그 와중에 이 서지현, 남캔데 왜 이름이 이 모양이야? 거기에 캐릭터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주범이잖아. Easy모드에서 대놓고 권장 캐릭이라니,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 캐릭터의 원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만큼 현실 반영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그래도 너무 충실하게 반영해서 게임을 좀먹고 있다는 게 눈에 영 거슬린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분명 오늘은 엄마가 늦게 들어온다고 했으니, 집에 쌓여있는 라면으로 끼니나 해결하자. 요리는 오늘은 뭔가 하기가 귀찮다. 적당히 때운 다음에 석봉이와 게임에서 만날까.
비척거리며 일어난 그 때, 전화벨이 울린다. 그게 아니라면 좋겠지만, 친구가 그리 많지도 않은 내게 걸려올 전화라면 대개 정해져있기 마련이다. 많이 본 듯한 번호. 앞자리가 626으로 시작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그쪽이다. 세계에 그 어느 나라에서든 공통으로 쓰는 앞자리 번호. 어릴 적에 질리도록 본 어른들이 쓰던 번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세하 군?”
“몇 번이고 말했을 텐데요. 전 아직 유니온에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아, 예. 그렇다곤 해도, 유니온은 항상 인력난에 처해있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이번에 발주할 프로젝트-검은양은 분명 당신이라도.......”
“어차피 성인이 되면 멋대로 데려가실 거 아닙니까. 무례해서 죄송합니다만, 앞으로 2년 정도는 기다려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대답을 듣지 않고 멋대로 전화를 끊는다. 슬슬 몇 년째 이런 전화가 반복된다면, 그 어떤 최저의 인간이라도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고 득도하는데 성공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는 그런 인간도 못 되는 것 같기에, 정신을 차려보면 걸려오는 전화를 이렇게 끊는데 매번 성공해버리고 있다.
“애초에, 사람을 그렇게 멋대로 부리는 데 누가 들어가고 싶겠냐.”
떠올리려고만 하면 가볍게 떠오른다. 눈을 감기만 하면 그 모든 풍경이 선하다. 위상 잠재력 측정이라는 명목으로 했던 수많은 테스트들, 측정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면서 얼굴을 찌푸리는 연구원.
‘어째서, 이런 애가 ‘서지수’의 아들인거지?’
쯧, 쓸데없는 기억을 떠올려버렸나. 괜히 라면 맛이나 떨어지겠네.
분명 난 위상 능력자인 건 맞지만, 그게 날 멋대로 도구마냥 휘둘러댈 이유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뭐, 국제법상으로 위상 능력자는 성인이 될 시, 전원이 유니온에 소속되어야 한다고 명시가 되어있는 만큼, 앞으로 남은 자유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소리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난 아직 청소년이다. 굳이 제 발로 그런 성가신 곳으로 걸어 들어갈 만큼 모험 정신이 강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좀만 더 즐기고 싶을 뿐.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이거지.”
게임. 내가 한 모든 것들이 인정을 받고, 노력과 실력에 의해서만 모든 것이 평가받는 공정한 세계. 현실 도피적이라고 깐다면 굳이 부정을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현실에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 있던가 라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이런 썩어가는 세상에 얼마나 될까.
차원전쟁은 끝났다. 그럼에도 아직 때때로 우리 차원으로 넘어오는 차원종은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 놈들을 막아내기 위한 조직, 유니온. 다수의 클로저들을 적극 영입, 육성하여 차원전쟁을 종결시킨 전 세계적인 정의의 조직.
전쟁 이후에는 특수 법을 만들어 모든 성인 위상 능력자를 강제적으로 그쪽에 속하게 만든다는, 나로서는 차원종보다도 악의 축 같은 법을 만든 조직이기도 하다. 위상력이 발현한 어린 아이들을 일찍 데려가서 ‘클로저’로써 육성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 참가했던 경력이 있는 나로서는, 그거 완전 아동학대가 아닌가라고 소리 높여 외치고 싶다.
더 서글픈 건, 위상력이 발현했다고 영웅이라도 난 듯이 자기 아이를 귀여워해주는 부모가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까. 위상력을 가진 것만으로도 괴물 취급을 하는 경우도 많고 친구들은 사귀기 힘들다. 만약 차원전쟁이 일어난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아니 애초에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클로저들 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손해만 보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이라는 직함을 주긴 하지만, 진짜 가난하지 않다면 거기에 혹하는 사람 따위 존재하지 않겠지. 뭐, 쉽게 말해 고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부모를 잘 두고 태어났다고 할 수도 있으려나. 억지로 유니온에 갖다 박아 넣으려고 하진 않으시니까.
“일 안 해. 안 할 거야.”
나 자신에게 다짐을 계속하며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해서, 부엌창문을 열었다.
창밖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는 걸로 보아, 슬슬 저녁별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시간. 그 누구보다도 먼저 떠오르는 별을 보는 이 시간이 난 마음에 든다. 이대로 그냥 김을 타고 둥실~ 밤하늘 위로 날아오를 수 있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고1 겨울 방학. 다른 녀석들은 장래희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진로를 결정할 시기라는 듯하다. 유니온에 매이는 것 밖에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나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미래를 꿈꿔서는 안 되는 걸까? 게임은 프로게이머의 소질이 보인다는 얘기도 들었고, 랭크가 적용되는 게임에서는 대개 상위권에 든다(석봉이는 논외로 치자.).
공부는 뭐, 보통이다. 그래도 그렇게 못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유니온의 공무원이 될 바에야 죽어라 공부해서 국가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지도.
“아아, 위상력 같은 거, 없었으면 좋았어.”
자조적인 한숨이 김을 타고 나 대신 뭉게뭉게 떠올라서 사라진다. 차라리 석봉이 같은 압도적인 게임 실력이 있었으면, 그게 훨씬 나았을 텐데. 위상력이란 건 결국 날 옭아매는 저주 같은 거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영웅이니 뭐니, 결국 대접받지도 못하고 스러져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잖아.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김이 천장에 닿아서 물방울이 머리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얼굴에 흘러내리는 감각도 기분 나쁘고, 물을 이렇게 오래 끓이다니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져 간다. 헛짓거리는 하지 말고, 빨리 라면이나 끓이자.
그리고 음, 역시 오늘밤을 태울 게임으로는 평범한 육성계 게임이 낫겠어. 석봉이와 노는 건 내일의 즐거움으로 미루는 것이 낫겠다. 이런 밤에는 역시 혼자하는 게임이 운치가 있는 법이지.
어차피 바뀌지 않을 현실이라면, 제대로 틀어박혀주마.
무시해버렸던 전화 너머로 들려온 ‘프로젝트-검은양’에 내가 개입하게 된 건, 아직 좀 더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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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팬 소설은 처음 올려봅니다. 이세하 육성하는 Closenea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게임 내에서 주인공의 묘사가 너무 적다는 느낌이 들어서 올려봅니다(사실 주인공은 제저씨.....우-읍읍!! 당신 누구야!) 고딩이라 그렇게 자주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훈프나 일반퀘 등등 다 참고해서 써 볼 생각이구요. 제목에서 아시다시피 이세하 시점에서 유니온 임시 본부까지 일상을 섞어서 올릴 생각입니다. 물론 스토리 더 올라오면 계속 쓰겠지...요?(일해라 오트슨) 필력도 모자라고, 캐릭터의 해석이 마음에 안 드실지도 모르지만 모쪼록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다 쓰고 나면 볼륨이 장난 아니겠군요;; 재미있으셨다면, 댓글이나 추천하나는 눌러주세요.(꾸벅) 그럼, 다음 에피에서 뵙겠습니다. 아, 글을 이렇게 쓰는 게 좋다 이런 조언도 환영이에요!
Ep-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n4articlesn=1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