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유리&세하] 잊을 수 없는 것. 下편
수민혜 2015-02-09 28
하나 예고합니다.
이번 하편은... 정말. 매우. Very. 깁니다. 정말 길거에요.
그 것만 주의하시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그럼 시작합니다. : )
P.s : 난... 무슨 호사를 누리려고 이런 기이이이이인 글을 썼는가...?
+ 오타 및 수정할 부분이 생기면 수정을 거듭합니다. 글귀가 바뀐다고 당황하지 마세요 ☞☜
+ 이 글의 이전 편들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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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치료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줄게. "
지나 언니는 조금 고민하는 듯 하다가, 나를 보시고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 아무래도 전투적인 애니까 전투적으로 설명해야겠다. 이제부터 내 위상력이랑 세하 심장을 감염시킨 차원종 위상력이랑 힘대결을 해서 소모전을 할거야.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심장 부분에 피해가 갈 수 있겠지? 그 과정에서 나오는 피해를 너한테, 그 것도 같은 부분으로 가게 할거야. 쉽게 말해서, 얘가 치료중에 받는 고통을 네가 받는다는 얘기지. 이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알겠어? "
역시나 쉬운 설명이었지만, 조금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결국 이해한대로 답하기로 했다.
" 그러니까... 감염된 부위가 심장이면 그 심장을 치료하는 과정에 나오는 고통을 제 심장이 느낀다는거... 네요? "
" 바로 그거야. "
" 그럼... 심장에 무리가 간다고 했던게... "
난 말을 흐린채 세하네 아줌마한테 시선을 보냈다. 아줌마는 내게 미소를 지어보이셨고, 지나 언니는 입 안이 쓰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 그래. 내가 고통을 다른 개체한테 전달할 때는 같은 인간이 아니면 전달할 수가 없거든. 심지어 같은 부위에 전달할 수밖에 없어서 불편한 능력이기도 하고. 실제로 이렇게 치료하다가 정상이었던 클로저 요원이 죽은 경우도 있었어. "
나랑 같은 요원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순간 몸이 떨려왔다. 죽음... 생각해본적도 없었던 그 단어를 이런 상황에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안했는데...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인지 팔에서 느껴지는 떨림이 눈에 띄게 보였다.
그래서 주먹을 쥐어보기도 하고, 고개를 흔들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금 나... 무서워 하는거야...?
" 어... 언니... "
지나 언니는 나를 바라보셨다.
" ... 죽음... 이란건... 뭐에요...? "
나는 답을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처럼, 초조한 모습으로 언니에게 물었다. 내 질문을 들은 언니는...
따악! 소리가 내 이마에 시원스럽게 들릴 정도로 딱밤을 때리셨다.
" 아얏...! "
나는 아파할 틈도 없이 이마에 양손을 기댄채로 어째서 때리냐는 듯한 얼굴로 지나 언니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따악! 퍽! 퍽! 소리가 주변을 울릴 정도로 내 머리에다가 꿀밤을 때리셨다.
" 아얏! 아얏! 아얏!! "
그 때문에 이제는 머리나 이마나 둘 다 아프긴 마찬가지여서 어디에 손을 기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 아팠고, 제자리에 앉아서 아픔을 호소했다. 아까 볼을 꼬집혔을 때처럼 눈에 눈물이 고여버렸다. 히잉... 아파...
" 하도 쓰잘대기가 없는 걸 물어봐서 화가 나니까 때렸다. "
순간 언니는 내가 어째서 때렸냐고 물어볼 것을 알기라도 하셨는지, 나를 보고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 쉽게 정의해줄게. 네 나이땐 절대로 오지 말아야 할 위험한 단어야. 알겠니? "
묻지도 말고, 내가 말한 그대로 이해하라는 듯한 지나 언니의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에, 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맞은 곳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바람에 손으로 문대서 아픔을 덜하게 하려고 했는데...
지나 언니가 내 머리 부분에 손을 기대시더니, 곧 머리에서 느껴지던 아픔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게 신기해서 지나 언니를 다시 올려다봤더니...
" ...... 야, 미안하다. 내가 좀 쎄게 때렸나보다. 으씨, 내가 때린거지만 진짜 아프네. "
어느새 나랑 눈높이가 같아진 제자리에 앉은 자세로 양손을 머리에 기대시고 계셨다. 어...? 그러면 설마...
" 네가 겪을 그 고통도,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나한테 옮길 수도 있어. 그 당시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요원들... 죽게 할 수밖에 없었던거였고... 그러니까, 그런 이상한 질문 다신 하지마. 알겠니? "
" ... 네... 죄송해요... "
내가 뭘 말하려는지 아셨는지 곧바로 답하신 언니의 말을 듣고, 나는 언니한테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그렇게 알기 쉬운 사람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안 그러고서야, 내가 뭘 말할지 아시고 물어볼 때마다 답을 하시겠냐구...
" 정말 알기 쉬운 녀석이었구나, 너? "
...... 진짜였구나, 싶어서 말을 하지 못했다.
"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 내가 만약 남자였다면 널 신붓감으로 삼았을거야. "
그리고... 어.... 저... 잠깐...?
" ... 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
나는 놀라서 언니와 조금 거리를 두고서 그렇게 말했다. 나의 그런 반응을 보신 언니는, 조금 울적해지신 듯한 반응을 보이셨다.
" 내 고백을 찬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흑흑... 나의 애정어린 마음을 그렇게 피할 필요는 없잖아... "
지나 언니는 의외로 진심이셨던 모양인지 상처 받으셨다는 표정을 드러내셨다. 그 모습을 보고서 너무했나 싶은 마음에 사과하려고 하는 그 순간...
" 지나야. "
지나 언니의 왼편으로, 아줌마가 다가가셨다. 아줌마를 향해 고개를 돌린 언니는, 순간 표정이 굳어버리셨다.
난 왜 그러셨나 싶어서 같은 곳으로 시선을 보냈는데, 언제 준비하셨는지 모를 수갑을 보이시면서...
" 철컹철컹, 할래? "
라고 말씀하셨다. 그 것을 본 지나 언니는 방금 전까지 상처받은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평소처럼 돌아오시면서 아줌마를 대하셨다.
" ... 아놔, 이 아줌마가 진짜... "
마치 지나 언니의 표정이... 기껏 감정 잡는데 왜 찬물을 끼얹느냐는 모습이었다. 그런 두 분의 편안한 분위기를 보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까까지 느꼈던 두려움과 긴장감은 언제 왔었냐는 듯 가라앉았다.
그 것을 느끼자, 두 분이 내 긴장을 풀어주게 하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 앞섰다.
" ... 고마워요. 아줌마, 지나 언니. "
서로 다투시던 분위기였지만, 나의 그 말에 두분은 내 쪽을 보시다가 미소를 지으셨다.
" 유리가 완전히 준비된 것 같으니, 시작할게. 지수 언니. "
" ... 부탁할게. "
아줌마는 지나 언니와 내게, 세하를 맡긴다는 듯 말씀해주셨다.
" ... 네. "
나는 활짝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 자. 준비 완료. "
약간의 시간을 들여서, 세하가 누운 침대 높이에 맞는 침대를 옆에 붙인 뒤 그 침대에 내가 누웠다. 그리고 세하의 오른손과 내 왼손을 맞잡은 뒤에... 아줌마가 준비하셨던 수갑을 채워주셨다.
" 혹시라도 놓치게 되면 이 수갑이 손을 잡는 역할을 대신할거야. 불편해도 참아줘. "
나는 그 이유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시금 긴장감이 나를 덮쳐오는게 느껴졌지만, 아까처럼 떨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잘하면... 잘 견디면... 세하를 살릴 수 있어.
" 자... 이 치료를 감행하는데에 마취약 같은건 없어. 그나마 있다면 죽을만큼 아프면 있는 힘을 다해 비명을 지르는 것 뿐이고. 있는 힘을 다해 질러야 효과가 있어. 알겠니? "
" ... 네. "
이건 마치... 마취약 없이 수술을 하는 기분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 자... 그럼 워밍업으로. "
세하의 복부 쪽으로 오른손을 기대신 지나 언니. 그러고보니, 세하가 처음 차원종한테 공격당했던 부분이 복부 쪽이라는 것이 기억이 났다.
" ... 준비 됬지? "
나는 마른침을 삼킨채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신 언니는 곧바로 표정을 굳히시며 내 왼팔에 손을 기대시고선 눈을 감고 무언가를 집중하셨다. 시작하셨나보다 싶은 나는 한차례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지나 언니가 손을 기댄 부위 쪽에서 조금씩 무언가 느껴졌다. 처음엔 무언가 부푸는 것 같은 느낌만 들었을 뿐이었는데... 이게 점점 그 느낌이 섬세해지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고통을 느끼는 상황까지 오게 됬다.
" ... 윽... "
그게 점차 더 심해지다가, 결국엔 너무 아파서 숨을 쉬지도 못할 정도까지 오게 됬다. 그... 그래도 괜찮아. 몸이 극도로 떨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내 반응이 제법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나마 버틸만 했던 고통이 갑작스럽게 몇배는 더해졌다.
" 흐악...!! "
그 것의 영향 때문인지 죽을 것 같은 소리를 내버렸고, 고통 때문에 숨을 몰아쉬면서 떨고 있는 내 몸을 느낄 수 있었다.
" 하아... 하아... "
고통이 너무 쎄서, 원치 않는 눈물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못 느껴본 고통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는게 이런 뜻이었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 ...!! 아... 아아아아아아악!!!!!! "
난 내 목에서 이정도로 찢어지는 목소리가 나올 줄은 상상도 안했을만큼,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 으아아... 아아악... "
하지만 그 것으로 더이상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이후로도 비슷한 강도의 고통이 뒤따라왔지만, 한번 지른 비명이 진짜로 진통제가 된 것처럼 비명을 지를 생각도 하지 못했던 거였다.
" ... 후, 일단 첫번째 부분은 클리어... 이제 다음 부분으로 갈건데... 견딜만 하니? "
그제서야 눈을 뜨신 지나 언니가 내 상태를 물어보셨다. 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 정말... 이 쑥맥이 뭐가 좋다고 이러는건지... "
지나 언니의 말에 난 미소를 지어버렸다.
" 저만 견디면... 세하 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전... 괜찮아요... "
나를 보던 언니의 표정도, 나와 비슷하게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이후론 다시 눈을 감고 집중하셨고, 난 다시 한번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야했다.
" ... 이제 심장 하나 남았어. "
" 하아... 윽... 하아... "
그렇게 다른 감염된 부분의 치료를 모두 마치신 언니가 하셨던 말씀이었다.
나는... 연속으로 느껴지는 고통에 숨을 몰아쉬는 방법도 잊어버릴 정도로 고통스러워 했다. 온 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있었고, 입을 다물 수 없었던 탓인지 침이 입가를 타고 질질 흘러버렸다. 으씨... 꼴 사납게... 이게 뭐냐구...
" ... 진짜 고통은 이제부터야. 정말, 버틸 수 있겠니? "
다시 한번 언니는 내가 걱정스러웠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셨다. 사실 지금도 아파서 미쳐버릴 정도라고 말하고 싶었다. 정말, 살아서 이런 고통을 느껴보긴 처음이었기 때문에 내가 섣부른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 ... 네. 부탁할게요. 언니... "
그렇게 말했다. 내가 견디지 못하면, 세하가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것 만큼은... 막고 싶었다.
" 정말 미련한 애였구나, 너. "
" 에헤헤... "
내가 짓는 웃음에 뭐가 좋다고 웃냐 라는 무언의 표정을 지으셨지만, 그래도 어쩌겠냐구...
" ... 시작할게. "
언니의 말에 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세하의 심장이 느껴지는 부분에 손을 기대면서 눈을 감으셨고... 곧 집중하셨다. 그리고...
" ...!!! "
아까전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내 심장을, 그대로 강타해버렸다.
" 웁... 크하악...!! "
뒤이어, 입에서 내가 뭘 뱉어냈는지 까지도 보였다. 뭔가 빨간 액체같은데... 자세히 보니 피였다.
" 켈록... 켈록... "
" 유리야! "
아줌마가 내 모습을 보고 놀라셨는지 내 손을 잡으셨다. 난 순간 몸을 가누지 못하는 바람에 세하의 손을 놓칠 뻔했지만, 간신히 놓치지 않고 몸을 떨었다.
" 이게 어떻게 된거야! 애가 피를 토하고 난리가 아니잖아! "
그 말을 듣던 지나 언니도 놀란 모습을 보였지만, 집중하는 것을 멈추시진 않으셨다.
" ... 유리야. 너 혹시 세하가 의식을 잃기 전에 뭐 겪은거 있었니? "
그러면서 언니가 내게 물으셨다. 의식을 잃기 전...? 이라면... 그 때...
" 켈록... 가... 갑자기... 그건... "
" 중요해서 그래. 빨리 말해줘. "
심각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정말 중요한 모양이었다.
" 세하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세하가 의식을 잃자마자 저도 의식을 잃었어요... 그래서 세하가 병원에 올때까지 저도 옆에서 의식을 잃고 있었던거구요... "
" ...... "
지나 언니는 내 얘기를 듣고는 이를 악물고 계셨다. 그 것을 보니, 무언가 이제서 이해가 됬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버리셨다. 아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던 언니의 표정이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길래...?
" 이... 멍청아! 네 위상력을 세하 녀석이랑 공명을 해놓으면 어쩌자는거야! "
결국, 언니가 화를 내셨다.
" 빌어먹을! 내 어쩐지 이럴 줄 알았다! 내가 치료중에 나타나는 고통을 전달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그 고통의 전부를 전달할 수는 없어! 그래서 어느 정도는 세하의 장기가 무리가 갈 수밖에는 없는 치료법인데, 어째서인지 치료중에 세하의 장기에 피해가 가지 않길래 계속 수상했었다 했더니... "
" 뭐...? 그럼 세하는... "
" ... 언니 생각대로야. 지금 세하 치료했던 부분의 장기는 전부 무사해. 방금 시작한 심장 빼곤 완전 말짱하다구. "
그 말에 우리 모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느 순간 세하랑 위상력 공명을 했다는 것도 그렇고, 세하의 장기가 말짱하다는 것도 그렇고, 아까부터 세하의 장기에 충격이 가지 않아서 치료 과정이 순조로웠다는 점에서 놀란 언니의 표정도 그렇고... 이건 뭐로 설명할 수 조차 없었을 정도였는데, 하지만 단 한가지 있다면...
" ... 기적... 이네요? 켈록... "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것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 이... 바보 같은... 그 때문에 네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잖아! 뭐가 기적이냐고! 아무리 몰랐다고는 해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지나 언니가 답답하다는 듯이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난 정말 괜찮은데...
으... 하지만 이건 견딜 수가 없었다. 입 안에 피 맛이 느껴지니까 기분이 조금 묘하고... 끈적끈적했다.
입 안에서 피를 담은건 지금이 처음이라 그런가...? 이 와중에도 괜찮다고 말하려는 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가 고통의 부담을 덜 수는 없는거야? "
" ... 이런 상태라면 불가능해. 일대일로 위상력을 공명한 상태여서 그런지 그 공명의 흐름을 조정할 수가 없어. 아까부터 비명 소리를 너무 예쁘게 지르는 바람에 조금 부담좀 덜어줄 겸 해서 몇번 시도를 해봤는데 안되기도 해서 이상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이런 빌어쳐먹을 경우는 나도 처음이라서 뭘 어째야할지 모르겠어... "
그 말을 끝내신 순간에... 지나 언니에게서 망설임이 보였다. 분명, 나 때문에 생긴 것이겠지...
" 어... 언니... 나 정말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계속 해주세요... "
" 네가 괜찮다고 해서 끝나는게 아냐! 네 심장이 터져서 죽을 수도 있다고! 네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쑥맥 얼굴을 다시 못본다는 얘기야! 그래도 괜찮다는 얘기가 나오냐, 이 호박에 줄긋고 수박이라고 할 멍청한 녀석아!! "
우... 우와... 내가 바보같다는 독설은 많이 듣기는 했지만, 저런 식으로 사람 바보같다는 독설은 처음 들어봐서 그런지 화가 나기보다는 신선했다. 그나저나, 죽을 수도 있다니...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조금 무서워지긴 했는데... 어째, 아까처럼 몸이 떨려서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안심이 된다고 해야하나...?
" 이봐, 베타 프린세스... 는 이젠 식상하겠군. 이 수박을 보고 호박이라고 우길 말괄량이 아가씨야. 그런 식으로 우리 애들 바보 만들지는 말라고. "
순간 내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뭐? 누가 누굴보고 바보라고 떠들고 있는... "
언니도 익숙한 목소리였는지 말을 흐리셨다. 눈을 감고 있어서 였는지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리시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곳엔...
" 제이 아저씨...? "
" 뭐? 제이? "
나와 언니가 동시에 반응을 했다. 그 곳엔 제이 아저씨가 수술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신거였다.
" 아까부터 밖에서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말야. 누구 죽느냐니 뭐냐니 하는 소리가 들려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
" 이 빌어먹을 백발 노인네가 남의 속을 박박 긁는 소리하고 있네? 도와주진 못할망정 남을 그렇게 디스해댈거냐? "
우... 우와... 제이 아저씨랑 지나 언니의 신경전이 장난 아니라는게 느껴졌다. 분명 지나 언니, 눈을 감고 있는데 제이 아저씨를 향해 인상을 쓰고 계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뭔가 둘의 관계가... 개랑 고양이의 앙숙 관계라고 하면 될까...?
" 그래서 도와주러 왔잖아. 이마에 주름 잡지 말라고. "
" ... 너 이거 끝나고 진짜 두고보자. "
일단은 한번 참겠다는 듯이 말씀하신 언니. 그러다가 곧 아저씨를 향해 물었다.
" 그런데, 어떻게 돕겠다는건데? "
" 그건 네가 잘 알거아냐? 잘 생각해보라고. "
" 지금 누구 염장 질... "
다시 한소리 하시려던 언니가 갑자기 말을 끊고, 제이 아저씨한테 묻듯이 말했다.
" 너, 심장에다 위상력 집중해서 심장 강화 시키는 작업, 할 수 있겠냐? "
지나 언니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무언가 약병을 꺼내시는 아저씨셨다. 그런데... 세개? 평소에 하나씩 드시던 약병보다 뭔가 다른색에다가 세개씩 꺼내는걸 보면... 뭔가 심상치 않은 약인 것은 분명했다.
"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지. 그러려고 아까부터 건너편에서 계속 듣고 있었거든. "
" ... 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어쨌든, 할 수 있어? "
" 두말하면 잔소리야. 어떻게 해야할지만 말해. "
서로의 신호가 맞았다는 듯이 얘기가 오가는 것을 본 나는, 제이 아저씨가 과거에 지나 언니랑 일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몇마디 만으로 저렇게 서로의 의도를 알 수 있겠나 싶어서였다.
" 치료 방식은 똑같이 할거야. 대신, 넌 이 귀요미의 심장에 네 위상력을 집중시켜서 그 충격을 완화시켜줘. "
" 방금 들어보니까 흐름에 관여할 수 없다고 했잖아. 그렇게 하면 뭐가 좋아진... "
제이 아저씨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무언가 깨달으셨는지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 과연. 그 흐름을 원활하게 할 보충제가 필요하다는건가. "
" 알았으면 빨리 준비하라고, 이 백발 노인네야. 내 조카를 차원종으로 만들고 싶어? "
" 그렇게 안하려고 왔다고 했잖아. "
못 말린다는 듯 표정을 짓는 제이 아저씨가, 내 옆으로 왔다.
" 갑자기 생기가 돋는다고 해서, 아픈게 없어지는게 아냐. 그러니까 긴장하라고, 유리야. "
" 켈록... 네... 아저씨. "
그렇게 아저씨는 내 어깨에 손을 기대셨다. 이후론 갑자기 방금 전까지 느껴졌던 고통이 아까보단 덜 느껴졌고, 그 때 아저씨가 내 심장에 아저씨의 위상력을 집중 했다는걸 알았다.
" ... 이봐, 서지나. 언제까지 버티면 되겠어? "
그 위상력을 집중할 때, 아저씨의 안색이 조금 창백해지셨다. 안 그래도 건강이 제일이라고 하시던 아저씨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그 일이 얼마나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인지 깨닫게됬다.
" 10분... 아니, 네 상태를 보니 5분 안에 끝내야겠네. "
" 5분이라... 그럼, 그 때까지 어디 한번 날뛰어봐. 서지나 씨. "
눈을 감고 집중하면서도, 미소를 짓는 지나 언니의 모습이 보였다.
" 믿고 맡기라고. "
이후에 다시 시작된 치료. 그 과정에서 난 아까보단 덜한 고통을 느끼면서, 제발... 무사히 세하가 돌아오길... 기원했다.
그 과정에서, 정신을 잃게 된 것은 이후의 일이었다.
.
.
.
" ...... "
눈을 감고 있는데도, 그 사이로 비춰지는 빛 때문에 눈에 힘을 주었다. 어으... 진짜 눈부시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 ... "
음... 눈이 떠졌다. 일단 첫단계는 성공. 그리고, 이제 상황을 정리해보자. 낯선 흰색 천장. 바로 옆에는 커튼과 함께 배치된 창문. 그 아래로 탁자가 있었는데 그 탁자에 가습기를 비롯한 물병, 주스병 등등... 이 있는 것을 보니 여긴 병원인 듯 했다.
그럼 난 지금 병원에 있는거고... 그 때의 난장판에서 살아남은... 뭐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네, 싶었다.
난 그대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조금 굳어있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 ... "
내 왼쪽 가슴팍으로 손을 잠깐 기댔다.
... 오, 심장 뛰고있어. 진짜 뛰고있다. 이 것 하나만으로, 난 정말 내가 살아났다... 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유리를 구하려고 건블레이드를 던진 것까진 좋았는데... 이후에 심장까지 찔렸을땐... 정말 죽겠구나 싶었다. 잠깐 정신 잃고 다시 깼었을땐... 진심으로 살고 싶기도 했다. 유리를 보고 싶어서... 나참, 유리 살렸으니 죽어도 여한 없다고 할때는 언제고, 지금 와선 살고 싶다고 떠들고 있다니...
" 이 영감탱이야, 그 때일로 아직도 삐졌냐? "
" 실제 장본인이 아니면 겪을 수 없는 고통을 준게 누군데 그래? "
" 야! 그 때 사과했잖아! "
" 사과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지않나? "
" 아오, 이 좁쌀 영감탱이야! "
그 때, 병실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두명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은 제이 아저씨였고... 또 한 사람은...
...... 설마...
" 어, 이세하! 깨어났구나! "
제이 아저씨가 먼저 나를 반겨주셨고... 그 다음은...
" 야! 이세하! 너 이 예쁜이 이모를 그렇게 고생시켜야 했었냐? "
... 이럴수가. 이모가 여긴 왠일이지? 하는 사이에 이모가 나를 껴안고 있었다. 숨막혀...
" 고생은 무슨. 네가 받은 만큼 일하는거라 생각하라구. "
" ... 그 입 좀 닫아라, 이 백발 노인네야. "
기껏 좋은 분위기에 찬물 끼얹냐는 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신 이모. 잠깐, 그럼 두분이 서로...
" ... 아는 사이세요? "
제이 아저씨한테 그렇게 묻자, 두 분은 서로를 보더니 서로 인상을 쓰면서 답하셨다.
" 빌어먹을 앙숙이지. "
" 날 한번 죽일뻔한 여자야. "
... 어쨌든 서로 잘 아는 사이라는 것은 알겠다. 난 몸좀 풀겸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환자복이 이렇게 불편하긴 처음이네.
" 벌써 움직이려고? "
지나 이모가 나를 보고서 물었다.
" 응. 한동안 누워있어서 그런지 몸이 굳은 것 같거든. "
" 뭐, 조금 움직여도 되겠지. 꼬박 닷새째 누워 있었으니, 이해해. "
나의 그런 모습에 제이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잠깐... 닷새? 5일? 기껏해야 이틀이나 사흘정도 됬을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이모한테 시선을 향했다.
" 니 그렇게 죽을듯 말듯 한거 살렸는데 그정도는 기본이지. 아니, 오히려 이렇게 빨리 일어난게 신기할 정도다. "
... 하긴, 심장을 관통 당했는데... 그 정도에 5일이면...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 그런데... 나, 이모가 살려준거야? "
" ...... "
그 말에, 이모나 제이 아저씨나 말씀이 없으셨다. 대체... 무슨 일이지?
" 이모...? "
" 세하야. 너한테 해줄 말이 있어. "
갑자기 이모가 진지하게 나한테 말씀하셨다. 제이 아저씨의 표정도 조금 가라앉은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무슨 일이 생겼나 싶기도 했다.
" 무슨... 일인데? "
" 서유리!! "
난 이모가 한 얘기를 모두 듣고서, 유리가 의식을 잃고 누워있다는 병실로 뛰쳐가듯 도착했다.
그리고 그 곳엔 침실에서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 유리와...
" 세하야...! "
내... 엄마... 서지수 여사님이 함께 있었다. 이게 대체... 난 그대로 유리랑 엄마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괜... 찮은거야? 몸은 좀 어때...? "
엄마가... 나를 보면서 많이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이 아들놈이 뭐라고...
" 괜찮아, 엄마. 나 잘 서있잖아. "
그 말을 끝내자마자, 엄마가 나를 껴안으셨다. 아... 엄마의 품에 안긴 것도... 얼마만이지...?
" 으... 흑... 어... 엄마가 미안해... 이럴 줄 알았으면... 너한테 이런 일을 시키는게... 아니었는데... 흑... "
어... 그... 내가 알고 있던 그 서지수 여사님이... 맞아? 그렇게 올곧고 강인한 성품 때문에 날 검은양 팀에 편성해주신 그... 엄마...? 그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지금... 나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 ... "
나는 말 없이 엄마를 같이 안았다. 그리고...
" 엄마... 나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 "
그렇게 대답했다. 그건 진심이었으니까.
" 으흑흑... 세하야... "
엄마는 좀처럼 흐느낌을 가라앉히질 못하셨고, 난 그 것을 계속 다독이려고 노력했다.
" 세하야. 너 혹시, 검은양 팀에 처음으로 편성됬을 때를 기억하니? "
엄마와 나는, 유리가 누워있는 침실 옆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나 이모한테 들은 건, 나를 살리려고 유리가 갖은 고생을 했다가 치료를 마쳤을 땐 유리가 의식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모두 듣자마자, 난 곧바로 유리가 있는 이 곳 병실로 왔고... 여기서 엄마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앞에서 그러한 얘기를 모두 마치고서, 한동안 서로 말이 없다가 엄마가 먼저 입을 여신거였다.
" 그 때도 얼마나 귀찮다고 하면서 엄마한테 핀잔을 줬던지... 정말 네가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인가 싶기도 했단다. "
" ... 예전 얘기는 뭣하러... "
난 차마 인정하기 싫어서 그런 얘기는 왜 하냐는 식으로 말해버렸다.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데...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 그 때는 사실 욕심이 조금 있었단다. 네가 내 칭호를 이어받길 간절히 원했었거든. 그래서 공무원으로써 자리를 잡고, 국가를 위해 헌신좀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 망할 게임좀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램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봐야했지. "
" ... "
" 그런 것과 동시에, 난 네가 나를 뛰어넘을 클로저 요원이 되서 이름을 좀 날려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도 가지게 됬단다. 내 자식인데 나를 뛰어넘는게 어때서? 라는 마음이었지. 내심 그렇게 해주길 간절히 바라기도 했고 말야. "
어머니는 거기까지 얘기하시면서, 조금 편안한 미소를 지어주셨다. 아... 이제 엄마다운 얼굴이 눈에 보였다.
"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렇게 세하가 신입 요원이 되서 차원종들을 물리치고 수습요원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듣고 있었던 나로선, 정말 우리 세하가 여기까지 왔나 싶기도 하면서 당연히 내 아들이니 여기까지 와야지 라는 반반의 심정이 들었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엄마는 정말 욕심쟁이였어. "
" ... "
난 솔직히, 지금도 엄마가 욕심쟁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나중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 그런데 그 과정까지 가는데, 유독 네가 게임 말고도 유일한 관심사가 하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단다. 바로 여자 문제였지. "
" ... 설마... "
" 그래. 바로 유리였지. "
엄마의 정보력에 내심 감탄하던 내 모습은 아랑곳 않고 말씀을 계속 이어가셨다.
" 네 나이대가 되서야 위상력에 눈을 뜬 케이스여서, 자신의 꿈마저 잃어버리고 클로저 요원으로써 살아가게 된 아이였지. 그 부분에 대해선 네가 가장 잘 아는 부분이겠고. 안 그러니? "
" ... 응... "
" 자기 힘에 익숙하지 못해서 덜렁대는 그 아이를 계속해서 지켜주는 아이가 있었다고도 했고 말야. 그 얘기가 누구를 얘기하는진 잘 알겠지? "
그 말에 난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대로 얘기했다간...
" 그 능력에 익숙해져도, 그 아이의 뒤를 지켜주면서 검은양 팀의 일원으로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오고... 이후론 세하가 정식 요원까지 승급하면서 진짜 공무원이 됬다는 얘기까지. "
" ... 엄마의 정보력에 감탄합니다. "
후훗, 하면서 어머니가 웃음을 지어주셨다.
" 네가 보탠 정보까지 더해준 결과란다. 이제와서 말하는거지만, 아들. 고맙다? "
" ...... 내가 바보였어. "
그렇게 말하면서, 그렇게 말한 이유를 떠올렸다.
요원 일을 하면서, 엄마한테 매일같이 짧게나마 소식을 전해야했기 때문이었다. 그 소식을 전할때 유리의 소식도 함께였다.
처음엔 보낼 소식이 없어서, 같은 요원의 신분으로 유리랑 같은 팀에서 일하게 됬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엔 계속해서 덜렁대서 위기 상황마다 구해주면서 임무를 수행했고...
물론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유리한테 도움을 받기도 했다. 어째됬든, 그런 과정들을 전부-
엄마한테 소식으로 전했다. 역시나 보낼게 없었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그 소식과 함께 내 심경에 대한 변화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했다. 아마도...
게임 이외에도 내가 보는 세상도 흥미로운 세상... 이구나, 싶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알게된 것은, 정식 요원이 되고부터 였다.
그리고, 그 원인이 바로... 서유리... 유리가 그 원동력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 그 정보들을 토대로 검토해보니까, 네가 지금까지 오는데에는 유리의 공이 정말 컸구나... 싶기도 하더라구. 네가 그런 소식을 보내기 시작할 때부터, 유리네 엄마랑 같이 시간도 보내면서 너희 둘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단다. "
" ... 어렸을 땐, 같이 자주 놀곤 했었으니까요. "
어렸을 때의 기억이 조금 나서, 그렇게 말했다. 그 것을 본 엄마가 웃으면서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 그래서 유리네 엄마랑 친구 먹고, 술도 같이 먹고 그런다? "
" ... 엄마가 같이 먹자고 하면 유리네 아줌마 죽을지도 모르는데요? "
" 말도 마렴. 나도 그런줄 알았는데, 엄마만큼 쎄. 장난 없어. "
...... 뭐? 나는 내 귀가 잘못 됬나 싶었다.
" 후훗, 어째됬든 그렇게 소식을 전하면서... 네가 얼마나 유리을 아끼는지도 알게 되서, 내 아들한테도 이런 면이 있구나 싶었어.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고 해야하나? 정말 매번 색달라지는 아들을 보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었구. 지금와서 말하는거지만, 이렇게 의젓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내 아들, 세하야. "
엄마는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어디 가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 잠깐 둘이 있어. 바람좀 쐬고 올게. "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밖으로 나가셨다.
" ...... "
유리와 나. 이렇게 둘만 남았다. 물론, 유리는 아직도 의식을 잃은 상태다.
" ... 유리야. 기억나? 내가 정식 요원이 됬을 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는거. "
조금... 비겁하기는 하지만, 듣지 못할 때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선뜻... 여기까지 왔는데도 용기가 나질 않아서였다.
" 그 말, 지금 할게. "
난 마른침을 삼켰고, 곧바로 말했다.
" 정식 요원이 됬으니, 너 하나만큼은 내가 반드시 지켜줄게. 약속한다... 이거였어. "
... 으아, 말을 해놓고보니 뭔가 부끄러웠다. 고작 이런 얘기 한번 했다고... 그렇게 머리를 긁적이다가, 얘기를 이어갔다.
" ... 그 때 이후로 최근에 있던 임무에서, 너를 구했을 때 있잖아. 나 공격 당해서 쓰러졌을때 말야. 사실... 그 때 널 지켰으니까 그 자리에서 죽어도 여한은 없다고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그러면서 동시에... 후회가 되더라. 지금 죽으면... 나중엔 너를 어떻게 지켜야할까... 하고 말야. "
그러다가, 곧바로 속에 담았던 말을 꺼냈다.
" ... 그래서 살고 싶었어. 죽어가던 그 순간에도 말야. 나... 되게 이기적이지 않냐...? 서유리... "
난 그 뒤로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유리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았다.
" 이런 나를... 네가 살렸어... 그래서 네 옆에 이렇게 있는거고... 그러니까... "
그 손을 꼭 잡고서...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 이제 좀 일어나봐... 이 바보야... 나 왔잖아... 나 왔으니까... 나한테서... 널 좋아한다는 말... 들어야 할거아냐... "
몸이 떨렸다. 나 때문에 희생한 유리... 너가... 나 때문에 깨어나지 못할까봐... 그게 겁이나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결국 눈물이 떨어졌다. 엄마 앞에서도 눈물 한번 안떨어지고 다독여주던 그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눈물이 났다.
" ... 유리야... "
난 그대로, 유리의 손을 잡고서 고개를 숙였다. 만약 깨어난다면... 울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스르륵...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걸까... 내 머리에 손을 얹는 손길이 있었다. 난 그 것에 놀라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 세하야... "
나를 부르는... 간절히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유리...? 유리야...? "
지금 내가 보는게 정말인지 판별이라도 하려는 듯 눈을 끔뻑이며 유리를 봤다. 그리고... 그 유리가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 헤헤... 진짜 세하다... 정말... 나한테 돌아왔구나...? "
유리는 뭐가 좋은지 활짝 웃으면서 나를 대했다. 정말... 이 바보가...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서 참지 못하고 유리를 끌어안았다.
" 어...? "
그런 상황에 놀랐는지 유리는 놀라기만 했다.
" 미안해... 지켜주지 못할 뻔해서... 오히려 날 구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유리야... "
" ... "
아까보다도 몸이 떨렸다. 정말... 사람이 이렇게 떨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떨었다. 그만큼 유리가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한게 됬다는 얘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내 등 뒤로 온기가 느껴졌다.
그 것에 놀랄 틈도 없이, 유리가 말했다.
" 나야말로... 미안해. 널 이렇게 슬프게해서. 그리고... "
유리가 말을 하다 말고 내 품에서 잠깐 벗어나서,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 흐읍...!? "
... 유... 유리가... 그대로... 내 입술을 가져가버렸다...
난 그대로 유리와의 키스에 리드를 당했고... 약간 시간이 지나서 유리가 입술을 먼저 떼었다.
......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덕분에 흐르던 눈물이 수돗물 잠그듯... 흐르는 것을 멈췄다.
" ... 미... 미안해... 이런 덜렁거리기만 하는 내가 널 좋아해서... "
난 고민하는 것도 잊은채, 유리가 지금 나한테 한 말에 대해서 떠올리고 있었다.
" 좋아해... 세하야... "
그리고 그 말에 다시 답하듯 유리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 때문에 다시 한동안 멍한 눈으로 유리를 바라봤다.
나한테서 답이 안들려오자, 유리는 다시 한번 말했다.
" 좋... 좋아해... 세하야... "
그 때가 되서야 정신을 차린 나였지만, 멍한 눈은 아직 되찾지 못했나보다. 눈을 어디에다 둬야하는거지... 어디다가...
" 으으...! 정말! "
둬야하나 생각하던 찰나에, 유리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내게 외쳤다.
" 정말, 진심으로! 좋아한다구!! 이세ㅎ...!! "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유리의 다음 말을 막았다.
... 방금 유리가 했던 것처럼... 입으로 말이다. 유리도 그 때문에 놀란 눈빛이었지만, 그대로 눈을 감고 나와 키스를 진행했다.
" ... 지수야. 저게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이야? "
그 때 였을까. 내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털 바짝 세운 고슴도치 처럼 놀란 나와 유리는 서로 입술을 떼고서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잡은 손은 서로 놓지 않았고, 뒤편에 들린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했다. 그리고...
" 어... 엄마... "
" 유리네 아줌마... "
유리와 내가 동시에 말한 주인공... 바로 유리네 아줌마였다.
" 어우, 얘! 조금 더 늦게 올걸 그랬다니깐? "
유리네 아줌마의 바로 뒤에서 엄마가 오셨고, 곧바로 핀잔을 주셨다.
그... 그러게요. 왜... 조금만 더 늦게 오시... 아, 잠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 지수 네 말을 듣고 반신반의 하기는 했는데, 노골적으로 저런 모습 보니까 네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겠다. "
" 그치, 그치? "
왠지, 한방 제대로 먹었다 싶은 표정을 보이시는 유리네 아줌마... 아줌마랑 엄마는 곧 내 앞으로 오셨다.
" 그래. 둘이 좋아하는 것도 알겠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더 뒤로 빼지는 말거라. 세하야. "
" ...... 네. "
무... 무서워. 뭘 물어보시려고...?
" 우리 유리, 책임질 자신 있니? "
... 네? 채... 책임이라뇨?
" 책임질 자신. 있는거니, 없는거니? "
... 이거, 어떤 의미인지에 따라 다르긴 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게 이상했던 나는...
" 네. 책임 지겠습니다. "
유리네 아줌마한테, 그렇게 답했다. 옆에 있던 유리도 놀랐고, 아줌마와 엄마도 조금 놀란 기색을 보이셨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온 말은...
" 지수야. "
" 응? "
" 얘네, 식 언제 올릴까? "
... 어... 저... 네!? 유리네 아줌마? 뭐라구요?
" 어머, 얘. 그렇게 서두를 필요 있니? "
" 왠걸?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잖아. 사나이가 저렇게 버젓이 책임도 지겠다는데 무슨 말이 필요해? 게다가 둘 다 공무원 이라서 돈 걱정할 필요도 없지. 뭘 더 고민하는데? "
아줌마의 얘기를 듣던 엄마는 고민하듯이 생각에 잠기셨다. 설마... 설마...
옆으로 살짝 눈짓으로 유리를 봤는데, 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반응이었다. 설마...
" ... 듣고 보니 그렇네? 진짜로 그렇게 해버릴까? "
뜨악!! 잠깐...! 잠깐!! 잠깐만요, 아줌마! 엄마!!
" 그래서, 식은 언제 올릴래? "
그렇게 두분이 동시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었던 질문에...
" 어... 엄마!!! "
나와 유리는 동시에... 그렇게 외쳤다.
물론, 나와 유리가 맞잡은 두 손은... 서로 놓치지 않았다.
나와 유리는... 그렇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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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여정이었다.
그 것 말고는 쓸게 없습니다 ㅋㅋ......
늦잠을 자버려서 글이 많이 늦어졌네요.
제 글을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아니... 누가 기다린다고...
그리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스크롤바가... 정말 길거에요... 길어서 보다가 포기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죠.. ㅠㅠ...
분발하겠습니다... 아직 저도 수행이 부족해요... lllllllllOTL
덧붙여, 여기서 투표좀 할게요. 쓸까말까 고민중이긴 한데...
" ... 이 글의 에필로그를 쓰고자 합니다. 미래에 대한 에필로그 입죠. "
쓰길 원한다! 하시면
ㅡ> 말하고 싶으신 댓글 + 유리☆세하 결★혼☆해★!!!
를 외쳐주세요! : )
바... 반응이 좋으면... 쓸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안 좋으면 "뒤안길" 로 묻어버릴거임... llllllOTL)
다시 한번, 여기까지 스크롤 내리는데 고생하신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
아마도 다음편은, 제가 장편으로 기획했던 글로 찾아올 것 같습니다.
... 아니면 이대로 단편만 쓰고 장편은 포기할까란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 ... 글러먹었어.
그 글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ㅠ
그럼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