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 방귀 뀐 이야기
마화란 2017-02-25 0
들어가기 전에...저 하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냥 어쩌다 생긴 =3 네타 때문에 쓰게 된 글입니다. 혹시 기분이 나쁘시다면 부디 용서를.
글이 두서가 없고 정리되지 않은 것은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빠르게 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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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거 그만 실례를...죄송해요."
휴게실 내에 방귀 소리가 난 뒤 자진신고를 한 것이 세하도, 슬비도, 유리도, 제이도, 미스틸도, 나타도, 레비아도, 바이올렛도, 심지어 김유정이나 트레이너도 아니라 하피라는 것에 놀란 일동은 전원이 얼어붙었다. 티나는 본인이 안드로이드 동체를 사용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래 성격 때문인지 관심없다는 듯이 냉장 푸딩을 다시 한 입 뜨는 행동을 반복했다.
자기관리 능력에 있어서는 위상능력자는커녕 인류와 차원종을 더한 전체를 따져봐도 앞에서 세는 것이 훨씬 빠를 테고, 그렇기에 속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들이 아는 하피라는 사람이었기에 그 충격력은 높았다. 다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동안 티나는 푸딩을 한 숟갈 더 먹었다.
실내에 뜬금없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마 하피 본인의 위상력일 것이다. 시뻘건 얼굴로 약한 맞바람을 맞는 하피에게 제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어이, 아가씨. 괜찮아? 잘 듣는 위장약이 있는데 어때."
"언니, 괜찮아요? 혹시 어디 아픈 거예요?"
"뭐...뭐야, 너 좀도둑 여자 맞아? 지난번 산성비 저지 때 차원종이 바꿔치기한 거 아냐?"
"체인질링 설화인가요. 확실히 하피 씨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요정에 가까운 외모죠.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닌 것 같군요, 하이드?"
"네, 아가씨. 분부만 내려 주십시오. 유하나 씨를 불러올까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차원종이 정신조작을 걸고 있을지도 모른다구요?"
"걱정 마 이세하. 램스키퍼의 대위상 방어능력은 그렇게 간단히 뚫리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지난 주의 그 영화에 나온 프로그램형 생명체가 차원종측에 실존한다면..."
"누나..."
"하피 님..."
처음 겪는 일에 대한 대처능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저연령자들이 받은 충격은 상대적으로 더 상당한지, 미스틸과 레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원이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트레이너가 입을 열었다.
"하피, 혹시 작전 중 전투식량 이외의 다른 것을 습득해서 취식했나? 그렇다면 그것도 자진신고하도록. 근신처분 없이 끝내 주겠다."
"트레이너 씨, 그건 지금 물어볼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언제나의 한숨과 함께 김유정이 태클을 걸어 본다. 이 사람은 자기 부하를 사람으로 취급하려고 하긴 하는 걸까.
"걱정 마라, 트레이너. 하피는 작전 중 기타식품을 취식한 적이 없다. 아마 문제는 최근의 식단이라고 추정된다."
"뭐? 무슨 소리야 깡통. 그나마 이거 탄 뒤로 깡통죽 벗어나서 기분 끝내주는데."
"식단이 불량하다는 것이 아니다. 바로 네가 말한 전투식량에서 일반 식단으로의 급격한 변화에 장이 놀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나타."
"아, 들어본 적이 있군요. 하지만 갑자기 생활이 바뀌면 스트레스 때문에라도 나올 것도 안 나오던 것 같은데...숙부님께서 회사 일로 국외출장을 가셨을 때 앓으신 적이 있었거든요."
"체질에 따라 다른 것 아닐까요, 아가씨?"
"싸부는 어때, 방귀 잘 나와?"
"당연하지. 깡통죽 안 먹으니까 아주 그냥...뭘 물어보는 건데 넌!"
"혹시 위상능력자만 추적하는 신형 이차원 세균일지도..."
"이슬비 너, 요새 영화를 너무 본 거 아니냐...그거 레지던트 데빌 이야기지?"
"아, 동생이 하던 게임 말이지? 그건 정말 무섭긴 하더군."
"유정이 누나가 기절했었죠. 그땐 난리도 아니었는데..."
점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고는 있지만, 결국 자신이 원인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얼굴이 홍당무가 된 하피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난 아프지 않고 건강해요, 신경써 줘서 고마워요라고 하고는 싶지만, 입술에 지퍼라도 채워졌는지 떨어지지가 않는다.
"저, 저기..."
"하피. 안면에 고열 발생 중. 괜찮나?"
"네? 하피 님이 감기까지 걸리신 건가요?"
"하피 누나, 괜찮아요?"
"이런, 위장약 가지곤 안 되겠군. 리더, 어서 하나한테도 연락해서 준비하자고."
"네. 이세하 네가 다녀와."
"알았어. 게임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다녀올게."
"어이 바보 제자. 우리는 광산에 일이나 갔다 오자. 좀도둑 여자 몫만큼 썰어오자고."
"알았어 싸부. 하피 언니도 오늘은 푹 쉬세요!"
"하이드, 오늘은 나 대신 하피 씨에게 붙어있도록 하세요. 결과보고는 오늘 저녁식사 이후에 받죠."
"알겠습니다."
"김유정 부국장, 요원 관리에 헛점이 생겨 미안하오. 당분간 작전 로테이션의 변경을 부탁하오."
"네. 걱정 마세요. 딱히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니 고개 드시구요."
더더욱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고, 결국 하피는 야단법석을 떨면서 달려온 유하나에 의해 자기 방 침대까지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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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 거군요...놀랐잖아요 정말!"
"정말 미안해요, 유하나 양. 이러고 싶었던 거 아닌데 말이죠...아하...하..."
결국 자초지종은 강제로 침대에 눕혀지고 이불을 두 겹 덮은 뒤 물수건을 짜 오는 유하나에게 털어놓게 되었다. 나머지 인원들은 트레이너에 의해 임무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하이드 씨도 이제 괜찮아요. 바이올렛 씨에게 돌아가도 좋아요."
"아닙니다. 사정은 알게 되었지만 저 역시 아가씨의 명령을 받은 몸. 오늘은 맡겨 주십시오."
어느 새 하이드가 불쑥 나타난다. 방 안에 사람이 숨을 만한 곳은 없지만, 그것은 그에게 아무 문제도 아닌 모양이다.
"...모두에게 미안한 짓을 해 버렸네요."
역시 아무래도 좀 찔리는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꾀병이고, 심지어 이렇게 된 발단 자체가 너무 웃겨서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방귀 한 번 뀌었다고 감기환자 취급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피 본인도 농땡이는 피울 수 있을 때 피운다는 주의였지만 그것은 철저히 자의에 의한 일이었고, 이렇게 상황에 휘말려들어가는 것 자체가 항상 자기 페이스대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그녀에게는 있기 어려운 일이었다.
"뭐 그래도 그만큼 충격이었던 걸 거예요. 하피 씨가 방귀라니 솔직히 상상이 안 되잖아요? 저도 그런 걸요."
"우...그냥 어제 술안주로 먹은 말린 고구마 때문인 것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 것, 오늘만이라도 푹 쉬어두십시오. 최근에는 일이 많았으니 말입니다. 아가씨와는 입을 맞춰두도록 하겠습니다."
"네...신경써 줘서 고마워요."
평소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이 때다 하고 남정네한테 추파를 던져보는 게 하피였지만, 이번에는 아무 일도 없다.
이상하게 느낀 하이드가 물어본다.
"혹시, 어딘가 정말로 편찮으십니까?"
"아뇨. 정말로 멀쩡해요. 그저...다들 신경써준다는 게 많이 기쁘네요."
이런 기분이었구나 하는 표정이 떠오른다.
지금은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기구한 인생사를 겪어왔고 한때는 한 인간의 악의로 아예 떡칠이 되어 있던 그녀였기에, 이런 일마저도 이미 발단이 어찌되었건 순수한 호의가 기쁘게 느껴지는 것이다.
유하나가 말을 꺼낸다.
"저기, 하피 씨는 말이에요. 좀더 자기가 누군가를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공항 때부터 그랬었잖아요. 항상 혼자만 끙끙 앓고. 그런 점 안 좋다구요."
유하나가 말하는 것은 하피의 정신외상이다. 그렇기에 항상 알코올을 탐하고, 기척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러다가 쌓이고 쌓이면 갑자기 초커 리모콘을 돌려 자기고문을 해댄다.
쉽게 떨어질 리가 없다. 방금 녹인 아**트 같은 끈적거리고 거무튀튀한 악의가, 아직까지도 하피의 마음 위에 덧칠되어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새로운 만남 덕분에 많이 나아져 이제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그 뿌리는 깊다.
"그래도 뭐. 많이 나아졌지만요. 그렇지 않나요."
"아직 멀었어요. 절 지켜준다던 사람 어디 가고 왠 자기 할 말도 못 하는 어린애가 여기 있어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겠죠, 소녀가."
"흥, 그럼 다시 소녀로 돌아가서 천천히 크라구요."
그렇다.
유하나의 말대로다.
하피는 앞으로도 좀더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은 이제 새장 속에 갇힌 소녀도 아니고, 누군가에게서 절대 떨어지지 못하는 그림자도 아니다. 하늘로 돌아온 작은 새. 그녀의 덱에 광대 조커 대신 넣은 푸른 새가 그려진 카드 역시, 아카데미에서 뛰쳐나온 후부터 남아 있는 자신의 유일한 조각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제 도둑맞은 자신의 시간을 다시 훔쳐올 때가 된 것이다. 오늘 이 어이없는 경험들로 이걸 재인식했다고 하면, 오히려 한순간의 쪽팔림 따위는 싼 대가다.
자신의 스승의 죽음을 받아들인 후 약간 키가 큰 듯한 것은 하피만의 착각일까, 아니면 유하나 본인의 성장일까.
남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마치 처음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하피는 잠을 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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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의 이야기는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시즌 2 하피입니다. 이제 인게임에서도 조금은 행복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