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필연 - 04
비랄 2017-02-13 0
감정에 몸을 맡겨라. 논리따윈 통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 하지만 감정을 이용할 줄 안다면 그걸 논리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
날아드는 바람. 날뛰는 뱀. 몰아치는 검들. 거기에 빗발치는 총탄들.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간다. 저들에게 위험하게 말이다.
'귀찮아.'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자신의 목적을 저들이 알았다면 이런 태도는 당연하리라. 한 인격체가 자기 삶을 남에게 조작당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저들과 방금 만난거다. 최소한 누구냐고 물어보는게 정상이 아닌가? 그럼 대화라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슬슬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바람을 진정시키고, 뱀들에게 죽음을 선사한다. 검격은 부숴버리고, 쏟아지는 총탄을 전부 튕겨낸다. 이젠 죽자살자 덤벼오니 어쩔 수 없이 힘을 좀더 끌어쓰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대화로 해결하는 방침은 이제 선택이다. 일단 전부 제압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눈은 원수를 보는 눈빛 그 자체다. 제압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뭐야 저 자식! 공격이 안먹히잖아!?"
"네 공격력이 강하다고 생각하냐?"
일단 이 광견 녀석.
이 광견. 이름은 나타라고 불리는데 옛날에 험한 일을 겪어서 그런지 성격이 매우 난폭하다. 애시당초 클론을 만들 기술이 있으면 거기다에 실험하면 그만인데 말이다. 듣자하니 단가가 높다니 어쩌니 하는데 그놈들 뱃속에 들어가는 돈의 반만 써도 그런 말은 안나온다.
당연히 욕심많은 인간들은, 가지고 있는 인간들은 자기들 손해는 생각하지 않을테니 이런 짓을 했다. 문명을 이루는 족속들 중의 반은 이딴 녀석들이다. 결국 나타도 그 욕망의 희생자. 그에게 동정은 간다지만 누구에게도 그럴 자격은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런게 아니니까.
지금 그가 원하는 것을 이뤄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잠시동안 꿈이라도 꾸게 해주자.
나타는 위상력이 있음에 비해서 몸이 약하다. 그걸 보충하기 위해서 끝없이 움직이고, 절묘하게 공격하며 상대를 죽이는 것이 그의 전투 스타일. 하지만 그들의 최선을 다한 공격이 전부 막혔다. 누구도 놀라지 않은 이가 없으며, 모두에게 한순간의 빈틈이 생겼다.
노운이 그 빈틈을 파고든다. 전부 처리하고 싶지만 이런 빈틈으론 하나를 떨꿔버리는게 한계다. 그리고 그 목표는 나타. 다른 녀석들은 힘을 끌어올려 막을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나타는 방금의 공격으로 힘을 상당히 소모했다. 막을 여력따위는 없는 것이다.
일격. 나타의 몸이 떠올랐다. 가벼운게 몸도 그리 단단하지 않다. 조절은 했으니 죽지는 않겠지만 이 전투에는 더 이상 참가할 수 없을 것이다.
"나타 님!!"
떨어지는 나타. 내가 날렸지만 제법 높이 날아갔다. 저 상태로 떨어지면 일단 골절은 확실하다. 그런데 공중에서 뱀을 날리던 마녀가 비명을 지르며 그를 향해 날아간다. 빈틈 천지이지만 동료를 구하려는 자를 공격할 정도로 자신은 악당이 아니다.
일단 전투가 불가능할 나타. 그리고 그에게 날아가버린 마녀. 이렇게 두명이 전선에서 이탈했다. 이거 이젠 귀찮지는 않을거 같다.
다른 셋도 어찌할지 고민하는 것 같지만 나는 도망치는 녀석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애시당초 차별을 할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다. 이 이상 덤빈다면 나타처럼 전부 날려버린다. 저들이 결사항전해도 버티는게 고작인데 이젠 겨우 3명이다. 정확히는 4명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림자에 숨어서 적극적으로 전선에 참여하지 않는 그 녀석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이면 이야기는 들어주려나? 힘의 차이는 느끼고 있을텐데..'
시작은 저들이 했다. 그렇다고 야만적이게 힘으로 해결할 만큼 나는 어리석지 않다. 전력 차이가 확실한 이상 생각이 있다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데 안할 이유는 없다.
"일단... 그만 좀 하죠?"
대화의 시작은 존대. 내가 우위에 있다고 해서 저들에게 반말을 하지는 않는다. 협상의 기본은 상대의 기분을 맞추고, 원하는 것을 조율하며 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화를 시작했다.
***
늑대개를 전원 박살내는 루트를 생각했지만 그랬다간 검은양 팀이랑 램스키퍼도 전선에 들어오고... 까딱 잘못하면 무슨 레이드가 될거 같아서 어정쩡하게 끝냅니다.(상상)
걍 빨리 끝내고 싶었어요. 나타 빼고는 전부 여자니까 때리기 뭣하고... 필요하다면 그 이상도 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니..(그 이상이란 것은 상상에 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