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친구인 사람. (6)
주아이 2017-02-13 1
우리는 집에 들어왔다. 물론 가족들에게는 비밀이다. 아니 가족은 집에 없으니까 비밀까지는 아닌 셈인가?
우리는 식탁에 마주보며 앉아 있다. 식탁에는 된장찌개와 김치, 김이 끝이라 초라했지만 에이는 기쁘게 먹고 있다.
"이것 밖에 없어서 미안."
"이것 밖에?"
"먹을 게 없잖아. 손님인데."
"아니야. 너무 많아서 너무도 많아서 다 못 먹을 거야."
"다음에는 반찬을 많이 할 테니까 또 놀러 올래?"
"다음..."
에이는 꿈에서 봤던 슬픈 표정을 지었다. 왜 일까? 왜 그럴까? 미소를 지켜주고 싶은데 슬픈 표정을 지키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같이 했다가는 ... ... 내가 우울증에 걸릴 기세다.
"다음에 와도 되는 거야?"
"언제든지."
"언제든지라..."
갑자기 말을 흐렸다.
밥을 다 먹은 에이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릇을 뒷쪽 싱크대에 올려놨다. 물을 틀고 맨 손으로 그릇을 닦기 시작한다.
"내가 씻을 게!"
"아니, 이 정도는 하게 해줘."
"그렇지만..."
나는 말이 없었다. 그저 이 아이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밖에.
"에이 ..."
"티나. "
뒤 돌아있어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만 들었을 때 목 메인 울먹거리는 목소리였다.
"티나?"
"내 진짜 이름은 티나. 에이는 코드 네임이야."
"티나 ... 예쁜 이름이네."
예쁘고 고상한 이름. 귀한 아가씨같은 이름. 에이 ... 아니 티나에게는 어울리는 이름이였다.
나는 일어나 그릇을 싱크대에 올려놓고 티나 옆에서 그릇을 닦았다.
"진."
"왜?"
"너는 안 무서워?"
"누구를? 너를?"
"나는 총을 들고 이세하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어. 나는 살인 병기에 불과해."
"제3자의 눈에는 살인 병기지만 너와 나. 이렇게 둘의 눈으로는 그저 ... "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서 고백을 할 뻔했다.
그래도 해 줄 말은 해야 한다.
"이제 막 만난 친구일 뿐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친한 친구가 될 예정이고."
"앞으로도 친한 친구 ..."
티나는 말을 또 흐렸다. 그릇을 다 닦고 수건에다 손을 닦아냈다. 그리고 내쪽으로 몸을 돌렸다.
티나는 나에게 다가가 팔로 내 허리를 둘러 안았다.
"왜, 왜그래?"
"맛있었어."
"어, 어."
"친구인 사람."
티나는 안았던 팔을 풀고 주먹을 쥔 뒤 명치 아랫쪽 배를 강하게 때렸다.
"윽..."
"미안."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미안해. 친구인 사람."
또 다시 바람따라 사라졌다. 이제는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함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