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 키우기 [나는 플레이어다-2]
ddrkc 2016-12-30 1
"흐음......"
나는 공중에 떠오른 이세하의 능력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
LV 41 이세하
생명력(HP) - 8359
위상력(MP) - 1603
공격속도 - 1.02
초당물리공격력 - 2295
초당마법공격력 - 2185
물리 방어률 - 42.7%
마법 방어률 - 39.7%
*********
[[사용가능 스킬]]
[훈련생]
발포
작렬
질주
찰나의 각성
결전기 폭령검
[스킬 티켓]
집중 포화
*********
"레벨 41이라...... 유니온의 기술력을 좀 동원하긴 했지만 튜토리얼부터 이 레벨이면 좀 과한가? 이 정도면 나중에 강남 구역에 나오는 말렉도 평타로 때려 잡을 레벨 같은데......"
나는 교실 의자에 편하게 등을 기대고 공중을 응시했다. 남들이 보면 그냥 멍 때리는 걸로 보이겠지만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나만이 볼 수 있는 두 개의 능력치 창. 그건 내 오빠, 이세하의 현재 능력치를 보여주는 창이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 세계에서 최보나의 뺨을 치는 초천재 캐릭터로 환생한 나에겐 클로저스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건 이세하 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블 캐릭터에게도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는데, 가령 서유리의 경우엔 아직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이라 능력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몇 년 전에 지나가다가 보게 된 이슬비에게 확인해봤을 땐 레벨 능력치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뭐, 그땐 한참 훈련생이라 레벨이 좀 많이 낮던 때였지만 어쨌든ㅡ
중요한 것은 내가 클로저스의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를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그 능력치를 성장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능력치의 성장폭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세정아!"
누군가 뒤에서 나에게 백허그를 시전했다. 뒷머리에 폭신하게 느껴지는 이 감촉의 주인공은 역시......
"서유리?"
"헤헷!"
"헤헷은 무슨. 이거나 풀어. 숨 막혀."
"피이......"
내 목을 강하게 죄던 팔이 힘없이 내려갔다. 뒤를 돌아보자 유리 뿐만이 아니라 정미까지 뻘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세하는?"
"몰라. 학교 땡땡이쳤나봐."
"에에? 땡땡이라고? 어떻게?"
놀란 표정을 짓는 유리에게 나는 아무 말없이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켜보였다.
"위상능력자잖아."
"우와... 대단해! 위상능력자면 그렇게 땡땡이 칠 수도 있는거구나!"
"그렇게 해도 될 리가 없잖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 기분은 전혀 몰라주고 그저 해맑게 웃는 유리를 보며 왠지 암담함이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옆에 서 있던 정미가 (정말로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누가 봐도 생각이 뻔히 읽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연락도 안 돼?"
"안 돼. 그래서 엄마한테 말해놨지. 그 자식은 집이든 유니온이든 어디로 들어가기만 하면 죽었어."
집에는 엄마가, 유니온에는 내가 있다. 이거야말로 진퇴양난, 독 안에 든 쥐, 아니 클로저랄까. 혹시나 그 자식이 유니온에 온다면 엄청나게 굴릴 생각이었다.
"그래도 오빤데, 걱정도 안 돼?"
"야, 이세하 걱정을 왜 해? 걘 차원종 부대 한 가운데 떨어뜨려놔도 신나서 다 패고 돌아다닐 놈이라고."
"그게 아니라 이제 시험 기간인데......"
"혹시 천재 여동생 믿고 저러는 거 아닐까?"
"웃기지 말라 그래. 내 앞에서 공부의 공자만 꺼내는 순간 그 멍청이를 내가 개발하고 있는 지옥 훈련 프로그램 속에 던져버릴 거야."
"흐음~"
갑자기 유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봤다.
"왜, 왜 그래...?"
"우리 세정이, 말로는 욕만 해도 사실 세하를 걱정하고 있는거지?"
"지금까지 뭐 들었어? 글쎄 세상에서 제일 쓸 데 없는 걱정이 그 자식 걱정이라니까."
"그래도 세정이 네가 제일 말을 많이 하는 때가 세하 얘기 하는 때잖아? 우리 정미정미처럼!"
"뭐, 뭐야 내가 언제...! 그리고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는 정미에게 달라붙는 유리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 녀석은 이전 세계에서 나의 최애캐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이세하와 나의 엄마는 알파퀸 서지수. 차원전쟁에서 활약한 최강, 최흉의 클로저였다. 우리 남매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엄마의 이름값에 눌려야 했다. 나는 위상력은 빈약했지만 대신 지능이라는 다른 영역을 개발해내며 천재 대접을 받으며 자랐지만, 엄마와 비견되는 위상 잠재력을 지닌 이세하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엄마와 비교 당하며 자라야 했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으로부터 온갖 상처를 받은 이세하는 본인은 전혀 티를 내지 않았지만, 자신의 능력치에 대해 합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 나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질투했다. 상처 받은 그의 마음을 어르고 달래 지금까지 이르렀지만 그 때문에 나 역시 이세하가 품은 상처를 똑똑히 이해할 수 있었다.
걱정이라. 사실 언제나 걱정된다. 그 자식이 꾹꾹 눌러 참고 있는 상처 때문에, 그 쓸데없고 무거운 것들 때문에 이세하가 어느 날 갑자기 땅으로 꺼질까봐.
나는 전화를 들어 단축키 1번을 눌렀다. 하지만 이세하는 끝까지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곳에서 나를 찾는 다급한 전화가 울렸다.
*****
이세하는 자신을 따라오는 분홍색 머리 소녀를 힐끗 쳐다봤다. 기껏 땡땡이를 치고 간다는 곳이 뛰쳐나온 학교라는 사실이 뭔가 이상했다. 사실 학교를 뛰쳐나올 생각까진 없었다. 오히려 후회 중이었다. 옥상에 올라가도 너무 답답한 나머지 충동적으로 사이킥 무브를 썼지만, 클로저도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 신분인 세하는 가는 곳마다 자신을 학교 땡땡이치는 *** 보듯 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더욱 답답하던 찰나였다. 그리고 왠지 뒤에 따라오는 소녀 역시 자신을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듯 했다.
"그런데 밖의 학교는 이렇게 일찍 끝나는 거야?"
이세하는 대답 대신 시계를 슬쩍 들여다봤다. 아직 12시도 되지 않는 매우 이른 시간. 세하는 필사적으로 변명 거리를 생각해내려고 노력했지만, 게임에만 능통한 그의 두뇌를 세하의 기대를 배신했다.
"뭐...... 그렇지. 그런데 유니온 사람이 학교엔 무슨 일로 가는 거야?"
"내가 유니온 사람인 건 어떻게?"
"엄마가 그 쪽 사람이었거든. 지금은 은퇴했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평화로운 여기엔 무슨 볼일로 온 거야?"
세하가 속으로 대화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바뀐 것에 안도하는 동안 분홍 머리의 소녀, 이슬비는 주변을 둘러봤다.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걷는 사람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 세하 말마따나 평화로운 도시였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유니온의 임무는 민간인에게 누설 못 해."
"그런가. 뭐,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니까......"
그런데......
슬비는 게임기를 꺼내 게임을 시작한 세하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세하의 얼굴을 본 순간 어디선가 봤다는 느낌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유니온의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지만 그 중에서 세하는 없었다. 그럼에도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그녀의 뇌리에 맴돌았다.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어? ...아, 아니야."
문득 자신이 세하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슬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순간, 슬비의 무전기가 울렸다. 좋은 타이밍. 그렇게 생각하며 슬비는 서둘러 무전기를 빼들었다.
"이슬비입니다....... 네?!"
갑자기 들린 하이톤 목소리에 게임기에서 눈을 뗀 세하의 시선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슬비가 들어왔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무전을 받으며 말했다.
"AAC 23지점 직선으로 4000m 방향. 확인했습니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무전을 끊은 슬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들어 무슨 일 있냐는 듯 보는 세하를 바라봤다.
"이제 됐어. 지금 당장 근처의 대피소로 이동해."
"왜? 무슨 일인데?"
"차원종이 나타났어."
"차원종? 여기에......?"
의아한 듯 얼굴을 찡그리는 세하로부터 등을 돌리려던 슬비가 멈칫했다.
"지금까지 평화로운 곳이었으니까 앞으로도 평화로울 거라고 생각해?"
"어?"
"태만한 생각이야."
차갑게 쏘아붙이고 슬비는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사이킥 무브였다. 갑자기 하늘 위로 날아간 슬비를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슬비는 마지막으로 세하를 힐끗 쳐다본 뒤 지체없이 몸을 날려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느라 정신 없는 사람들 속에서 세하는 슬비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고개를 찡그렸다.
"......클로저였냐."
세하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동자의 색을 보고 알아차리긴 했지만 자기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가 클로저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선뜻 믿기는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성년자 클로저라는 것은 상황이 급박했던 차원전쟁 이후로는 한 번도 들어** 못했으니까.
"...뭐, 저 나이에 클로저면 실력은 있겠지."
잠시 스쳐지나간 분홍 머리 클로저의 이미지가 옅어지자 문득 전화기가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세하는 교복 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봤다가 움찔했다. 방금 막 꺼진 휴대폰 화면에는 [동생, 부재중 전화 10통]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세하는 이제 곧 쏟아질 동생의 잔소리를 대비하며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너 어디야 이 ** 놈아!!!"
왠지 급박한 동생의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은 세하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동생의 외침에 세하의 표정이 방금 전 슬비의 얼굴처럼 굳어졌다.
"학교에 차원종이 나왔다고!!"
*****
"먹어!!!"
[키에엑!!!]
위상력이 실린 대**자루가 스캐빈저의 머리에 꽃히는 동시에 부러져버렸다.
"세정아!"
뒤에서 유리가 던져준 목검을 잡아챈 동시에 달려드는 스캐빈저 두 마리를 강타했다. 스캐빈저는 뒤로 넘어지긴 했지만 일어서는 것을 보니 별 다른 데미지는 없는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난 위상능력자긴 하지만 B급도 못 되는 위상력을 가진, 전투에는 절대로 부적합한 위상능력자니까. 지금도 없는 위상력을 쥐어짜며 응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뒤를 힐끗 돌아보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정미와 그런 정미를 일으키려고 노력하며 나를 향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유리의 모습이 보였다.
"세정아, 괜찮아?!"
"아직까진...! 정미는?"
"발을 접지른 것 같아...!"
"으...윽......!"
정미는 신음을 흘리며 일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화가 왈칵 치솟아올랐다.
"이세하 이 ** 자식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서서히 위상력이 딸려 밀리는 것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이세하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 그 자식이 평소 하지도 않던 땡땡이만 안 쳤어도 이렇게 심각해지진 않았을텐데. 이세하라면 이깟 스캐빈저 따위 맨손으로도 때려잡았을텐데. 아니, 그 녀석이 땡땡이치도록 만든게 나였으니까, 이거 내가 초래한 일인가? 그런가. 이거 인과응보구나. 나도 모르게 집중력이 흐려지는 사이 무언가 내 앞을 스쳐지나가더니ㅡ
"꺄악!!"
"세, 세정아!!!"
목검이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뒤로 크게 넘어졌다.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고개를 돌린 순간 뛰어오르며 둔기를 치켜든 스캐빈저의 모습이 보였다. 게임으로 할 땐 신나게 때려잡던 졸개였는데 이 순간에는 왜 그렇게 무섭게 보였는지. 나는 반사적으로 튀어나가 유리와 정미를 감쌌다. 내 머리를 박살낼 충격을 기다리며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때였다.
"저리 비켜!"
둔탁한 충격음이 들렸다. 그건 내 머리를 치는 소리가 아니었다.
"세하야!"
유리의 감격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내 앞에 서 있는 이세하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나올 뻔했다. 구세주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었구나. 난 정말 스캐빈저가 이렇게 무서운 녀석들인지 꿈에도 몰랐다.
"이세하 너......"
"얘기는 나중에."
차갑게 쏘아붙인 이세하가 주먹을 쥐고 스캐빈저 무리에게 달려들었다. 그 무모한 짓에 놀란 유리와 정미가 소리쳐 이세하를 말리려던 순간 이세하의 주먹에 푸른 입자가 모여들었다.
"날아가라!"
이세하가 팔을 세차게 휘두른 순간 전방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밝은 빛의 향연에 이세하의 뒤에 서 있던 우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도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폭발음에 귀가 멍해질 지경이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고개를 돌렸을 때, 우리가 본 것은 새까맣게 타버린 채 복도에 쓰러져 사라져 가는 스캐빈저 무리와 그것들을 노려보며 손에 쥔 위상력을 거두는 이세하의 뒷모습이었다.
"세, 세하야...!!!"
"으앗?!"
차원종들이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리가 세하에게 달려가 뒤에서 와락 안았다. 세하를 보자 긴장이 풀렸는지 그녀는 울먹이면서 세하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으아앙~ 나 무서웠어 세하야!"
"아, 알았으니까 이것 좀 풀어줘......"
손짓 한 번으로 차원종들을 쓸어버리던 방금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이 유리를 떼놓느라 삐질거리는 이세하를 보자마자 나도 긴장이 풀려 쓴웃음이 나왔다.
"진짜 멋있었어! 방금 그거 클로저들이 쓰는 기술이었지?"
"벼, 별 거 아냐. 개나소나 다 하는 거라고."
개나소나 다 하기는 개뿔. 방금 이세하가 썼던 스킬은 [작렬]. 위상력을 흩뿌려 정면에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스킬로, 요원뱃지를 달지 않아도 처음부터 주어지는 스킬이다. 이전에 보여준 [질주] 스킬과 함께 건블레이드가 없어도 쓸 수 있는 이 두 기술은 무기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 이세하가 맨 처음으로 습득한 스킬들이었고, 실제 인게임에서도 꽤나 쓸모있는 스킬로 꼽히고 있는 것들이다. 거기에 지금 이세하의 레벨 보정까지 받았으니, 저레벨의 스캐빈저를 쓸어버리는 것은 문제가 안 됐다.
"정미 넌 괜찮아?"
"으, 으응......"
붉게 상기된 얼굴로 세하를 올려본 정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세하를 좋아하는 감정과 클로저를 혐오하는 감정이 섞여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겠지.
정미를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짓던 이세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넌 괜찮냐?"
유리와 정미를 대하던 때와는 다르게 딱딱하고 어색하다. 그래도 그 녀석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이 감정표현 서투른 녀석의 말에 숨겨진 진심을 느끼며 미소지을 수 있었다.
"난 괜찮아. 그것보다 문제가 있는데ㅡ"
"세정?"
등 뒤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저, 란이 언니. 미안한테 상황 종료됐어."
"으응...... 그렇구나......"
세하를 쳐다본 선우란 요원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양팔에는 이세하에겐 익숙한 물건이 들려 있었다.
"건블레이드? 그건 왜......"
"아... 왠지 너 오면 필요할 것 같아서 내가 불렀거든. 그런데 이렇게 빨리 해결될 지는 몰랐네."
이세하의 아이덴티티, 건블레이드의 존재 때문에 질주와 작렬 스킬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을 책망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세하의 옆구리를 툭 쳤다.
"뭐하냐. 여자가 무거운 거 들고 있는데."
"......"
나를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겨보며 세하는 선우란 요원으로부터 건블레이드를 받아 들었다.
"쓸 일은 없었지만...... 어쨌든 고마워요."
"별 말을......"
그 때, 내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주머니를 **보자 왼쪽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이 울리고 있었다. 오른쪽은 가족과 친구들과 소통할 때 쓰는 용도. 왼쪽은 유니온 주요 인물들과 연락할 수 있는 용도. 나는 서둘러 왼쪽의 폰을 꺼내 연결했다.
"유니온 연구원 이세정입니다."
"세정아! 너네 학교에 차원종의 신호가 감지됐어! 너 괜찮은 거야?"
연락한 사람은 세린 언니였다. 나를 걱정해서 연락까지 해주다니, 나는 그녀의 마음씨에 감동했다.
"여긴 괜찮아요. 이세하 있으니까요."
"그, 그렇구나! 세하가 있으니까...... 그, 그럼 미안한데 세하에게 부탁 하나만 할 수 있을까?"
"부탁이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이세하를 돌아봤다.
"세린 언니가 너한테 부탁 하나 하자는데?"
"부탁? 무슨 부탁?"
나는 다시 전화기를 귀에 가져갔다.
"XX대교 근방에서 B급 차원종이 나왔어."
"B급이요?"
"응. 그런데 지금 거기서 너 또래의 클로저 혼자서 싸우고 있거든."
지금 시점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 또래의 클로저라면 역시 이슬비겠지. 훗날 검은양 팀의 리더가 되는......
"난 지금 김기태 요원님과 함께 G타워 근처에서 나온 차원종을 처리하고 있어. 그쪽에서 지원이 왔는데 여기 상황도 좋지 않아서 김기태 요원님은 움직일 수가 없어. 다른 쪽도 마찬가지고......"
"네? 잠시만요, 차원종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했다고요?"
갑자기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상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 그것 때문에 유니온의 모든 클로저들이 신서울의 차원종들을 처리하고 있어."
"XX대교라고 했죠? 걱정 마세요. 제가 이세하 머리채를 끌고 가서라도 도우라고 할테니까요."
"야, 뜬금없이 내 머리채는 왜 잡아?!"
"정말 미안해 세정아, 세하야......!"
나는 전화를 끊고 이세하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오빠!"
"......왜?"
"지금은 백마 탄 왕자님이 나설 시간이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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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하 키우고 나면 티나를 키울까 나타를 키울까......
내년에 뵙겠습니다!
본 2차 창작은 소설 사이트 조아라와 동시 연재중입니다. 세하빠+브라콘에 현실 플레이어의 능력을 지닌 여동생과 그런 동생 덕분에 강제로 먼치킨 돼버린 갓세하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