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레비] 고백,거절....그리고...上(나타시점)
Respiratory 2016-11-27 4
처음 만났을때 드는 느낌은 짜증남이었다.
내가 아무리 빈정거려도, 도발을 해봐도 녀석은 넘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녀석의 눈엔 자신감은 물론이고 삶에대한 의지도 욕망도 찾아볼수 없었다.
그래서 난 그녀석이 싫었다. 그녀석을 보고있으면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녀석에게 화를 냈다.
발버둥 치라고....발버둥쳐서 어떻게는 살려는 의지를 가지라고 소리쳤다.
그 뒤로, 녀석은 조금씩 바뀌어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두눈은 삶에 대한 의지로 반짝였고 살아남기위해 그리고 인정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와 동시에 녀석에 대한 나의 인식이 점차 변해가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졌던 짜증은 점차 살그라져갔고 그만큼 호기심이 생겨났다.
이녀석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있지만 녀석은 인간이 아니라 '차원종'이다..그래...나에게 이런 거지같은 인생을 선사한 놈들 중 하나인 '차원종'이다.
물론 그런 것 때문에 이녀석을 차갑게 대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물론 그 놈들과 종족은 같을지라도 이녀석에겐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거기다 잘못이라고 한다면 우리 차원을 습격한 놈들 보다도 그걸 빌미로 인체실험을 행하던 인간들 쪽이 더 크겠지.
어쨌든 이녀석은 인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녀석은 인간이 되고자 했다. 인간임을 인정받기 위해 녀석은 싸웠고 인간으로써의 존엄을 지켜왔다.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진짜 인간이면서 자신의 욕망과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가리지 않는 녀석들보단 이녀석이 훨씬 더 인간답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있자니 어느 순간 녀석으로부터 느껴지던 호기심은 점점 호감으로 바뀌었다.
언제부턴가 그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면 심장의 고동이 빨라졌다. 그녀석의 밝는 얼굴로 웃어주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작전중 그녀석이 다치면 왠지모를 분노가 치솟기까지 했다.
이 감정이 세간에서 말하는 사랑이란걸 알게된건 얼마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알았을 때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게...나랑은 가장 인연이 없을 단어였기 때문이다.
자유...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완전한 자유이외에 자신이 바라는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해왔다.그 이상바라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사랑?그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감정을 내가 원한다고?
그럴리 없다. 아니 설사 그렇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해서도 손에 넣어서도 않된다...
그 이유를 명확히 알고있기에 나는 사랑이란 감정을 일부러 죽여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꽁꽁 숨겨뒀다.
주변에선 내가 감정을 잘 드러낸다고 말하지만 특정한 감정 1~2개 정돈 완전히 숨길수 있다.
옜날 수용소에서도 살인에 대한 죄악감이나 다른 이들의 생명을 빼았아 살아남았다는 최책감 같은것도 모두 숨겨왔었다.
그러니 이감정이 다른 녀석들에게 들어날 일은 없다. 앞으로도...그리고 내가 죽은 후로도 말이다....
.
.
.
.
"좋아해요. 나타님...."
"...뭐,뭐라고..?"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해가 져서 어둠이 내려앉아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공원.
왜 난 여기있고 왜 이녀석...'레비아'가 자신에게 고백을 하고있단 말인가?
혼란스러운 머리를 얼지로 굴리며 나는 상황을 정리했다.
꼰대에게 작전 보고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방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이녀석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었다.
"저..나타님..드릴 말씀이 있는데....여기서 하긴 좀 그런 말이라서..."
"?뭐 좋아. 앞장서."
딱히 들어가도 할 일없이 침대에서 뒹굴거리거나 조각을 할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녀석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얼마간 걸어 도착한 곳이 이 공원 이었다. 공원에 도착하고도 이녀석은 우물쭈물 거릴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시원한 밤바람을 즐기며 녀석이 말하길 기다려 봤지만 이래선 언제가 되도 아무말 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먼저 운을 땠다.
"그래서? 할말이 뭐지? 난 상관 없지만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꼰대가 잔소릴 할텐데?"
"아..그,그렇겠네요..."
그제서야 입을열고 말을 시작한다.
"그....나..나타님은 좋아하시는 분 있으세요?"
"?뭔소리야? 그런게 있을리 없잖아."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에 난 어이없어하며 대답한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그런게 있을리 없다. 호감이 가거나 호의적으로 대하는 녀석은 몇 있어도 좋아한다고 느낀건.....눈 앞에 이녀석 밖엔 없다....
"그..그러세요?"
"그래.나 참...그런걸 왜 묻는거냐?"
"그..그게....그.....으으....."
대체 왜 그러는지 얼굴만 붉히고 신음소리만 내뱉는 레비아를 내려다 보면서 난 깊게 한숨을 쉰다.
"저기말이다....너도 알겠지만 난 답답한걸 제일 싫어하거든? 빨리 말안하면 그냥 돌아 간다?"
"아,안돼요?!"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잖아. 어서 말하라고"
"그....그러니까.....후우..."
드디어 말하려고 그러는지 그 큰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하는 레비아. 그러나 이후 튀어나온 말은 날 벙찌게 만들었다.
"좋아해요. 나타님..."
"...뭐,뭐라고?"
다시 현재, 난 생각을 정리하고 눈앞을 바라본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는지 녀석은 양볼을 붉게 물들이곤 내 시선을 피하고 있다.
"....지금 뭐라했냐?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그...제..제가 나타님을요..."
"하.하하..대체 뭐가 뭔지...."
레비아의 대답에 난 헛웃음을 흘렸다.
좋아한다고?이 녀석이 날?
아니아니 이상하잖아! 대체 왜? 나 이녀석이 반할만한 짓을 했었나?
"죄...죄송해요...갑자기 이런 소리를 해서...처음엔 숨기려고 했는데 다른 분들께 상담해 봤더니 그냥 고백해보라고 하셔서...혹시 기분 나쁘셨나요?"
"아...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그럼..!"
확실히 기분이 나쁘냐고 묻는 다면 그건 절대 아니다. 아니,오히려 매우 좋은 느낌이다.
지금 바로 나도 좋아했다고 고백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미안...."
나는 그 마음을 억지로 눌러 죽였다.
"......"
"마음은 고맙지만....미안...."
내 거절을 듣자 녀석은 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날 바라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쑤시듯이 아팠기에 난 녀석을 뒤로하고 돌아가려했다.
"...미안....난 먼저 돌아갈게....너도 진정되면 따라서..."
"역시...제가 차원종 이라선가요?"
"....!"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들린 녀석의 목소리에 나는 그자리에 굳어져버렸다.
"제가 차원종이라서.....다른 종족이라서..나타님 인생을 망쳐버린 종족과 같은 종족이라서 혐오하시는 건가요?"
"..아니야..."
"그럼요? 그게 아니면 대체 왜 거절하시는 거죠? 이유를 알려주세요!!"
평소와 달리 지금 녀석은 날 똑바로 바라보며 크게 소리치고 있다.
"제 외모가 마음에 안드신다면 말해주세요! 나타님의 취향에 맞게 바뀌도록 노력할게요! 아니면 제 성격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 건가요? 그렇다면 성격도 고칠게요! 그것도 아니면 제 행동중에 나타님 비위를 거슬리게 하는 행동이 있었나요? 말해주세요! 바로 고쳐볼테니까요!"
"...그런게...아니야....!"
"그럼...대체 왜 거절하시는데요..이유를...말씀해 주세요....네..."
감정이 격해진 탓인지 결국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에서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린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강하게 밀쳐내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뻗어 레비아의 머리를 조심스런 손길로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그런게 아니야....너한텐 아무런 문제도 없어..."
"..그...그럼..."
"하지만!"
녀석이 하려던 말을 끊으며 나는 거절하려던...지금껏 내 감정을 숨겨왔던 이유를 말했다.
"너한텐 아무 문제가 없어도 나한텐 문제가 있어...."
"....!"
놀란 얼굴로 날 보는 레비아에게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나는 말을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난 '위상력 강화수술'의 부작용 때문에 수많은 지병을 앓고있어...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수명 단축이지..."
"......."
많고 많은 지병중 다른 것 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부다 자잘한 것들 뿐이였고 현대 의학으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한 것 이었다.
하지만....수명 단축만은 예외였다.
"난 앞으로 얼마나 더 살수있을지 몰라....10년? 20년? 운이 좋다면 30년 정도까진 더살수 있을지도 모르지...하지만 운이 나쁘다면?....그럼 난 지금 이자리에서 너와 대화하던 도중에 쓰러질지도 몰라...."
"........"
"그렇기에 난 니 마음을 수 없어....아니 너 뿐만이 아니야....난 다른 누구의 마음도 받아줄수 없어..."
만약 자신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여 준다면? 그렇게 해서 연인이, 더 나아가 가족이 된다면? 처음엔 분명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죽고 난 후에는? 그 사람은 혼자 남게되고 그로 인해 마음 아파하고 고독해할 것이다. 아니 다른 사람이라면 또 모른다. 다른 사람이라면 자신을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이룰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소녀...레비아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이 바보같이 미련하고 착해빠진 녀석은 자신에 대한 미련과 슬픔 때문에 재혼은 커녕 다른 남자와의 만남 조차 피할 것이다. 극단적인 가정으론 날 따라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건 싫다.
나는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최소한 이녀석 만큼은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자유와 생존을 위해서만 싸워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겉보기와 달리 자유의 가치와 생명의 무게에 대해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적을 베서 쓰러뜨릴 때 그 생명을 빼앗을 때도 그 무게를 잊지 않았다. 그러지 못한다면 자신은 자유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이기에....그런 자유에 ** 나이기에... 타인이 자신 때문에 얽매이는 것은 참을수 없다.
"그래서야....내가 니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는 이유는....절대 니가 부족하거나 그런건 아니라고...오히려..과분할지도.."
이녀석...레비아는 누구에게나 사냥하며 누구보다 강인하다 또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다. 그럼에도 인간이 아닌 모순.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런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에 비해 자신은 어린 시절 자신이 살기위해 같은 실험체들을 죽여온 살인자. 수용소 이후에도 자유를 찾기위해 감시요원을 살해하고 도망쳤다가 꼴사납게 붙잡혀 벌처스의 개가 되어 온갖 더러운 일에 손을 담갔던 존제....
이녀석라면 자신 같은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과 만날수 있을 것이다. 이녀석이 차원종이라곤 하지만 이녀석이라면 그런건 상관핞고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을수 있을것이다.
그걸 알기에 더더욱 난 이녀석의 마음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다시 한번 미안....난 먼저 돌아갈게....너도 마음이 진정되면 들어와....그럼..."
"..........."
대답을 듣지않고 나는 그대로 뒤돌아서 본부로 발을 옮긴다.
내가 거절한거지만 녀석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것이 괴롭다.
빨리 이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나는 발걸음을 빨리해 공원을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내가 공원을 벗어나기 직전 등뒤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내 발걸음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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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입니다. 뒷부분은 다음주안으로 올릴테니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