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들은 싸워간다 (1)
버킹탄다UK 2016-10-19 1
장마로 축축하게 젖은 질척한 진흙이 발목을 붙잡고, 그 발을 빼어내려 해도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발목을 붙잡은 원인은 진흙이 아니라 바로 눈
앞에 있었으니까.
지옥의 군주마냥 붉은 색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며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마치 우리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적의 피로 새빨갛게 물든 거대한 낫과 검은 로브를 둘러싼 붉은 눈의 해골.
그 모습은 당연하게도 사신을 연상케 했다.
오른손에 덜렁거리며 간신히 매달려 있는 15 센티미터의 단도에 위상력을
넣어보긴 커녕 다시 손에 쥐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손가락은 처음부터 신경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전신에 힘이 없고 손끝의 감각은 거의 희미해져 단도를 쥐는 것이 아니라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몸의 피로가 한계치에 도달했다. 아마도 자신이 가진
모든 위상력을 쏟아 부은 것이리라.
입꼬리에는 혈흔이 딱딱하게 굳어있고,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진흙탕에
차갑게 처박힌- 이미 숨을 거둔 동료가 심장을 가시로 꿰뚫어 버리듯 강렬
하게 자극했다.
"우,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괴성에 가까운 고함소리를 울부짖으며 남아있지도 않은 위상력을 단도에
모조리 주입시키지만, 단도는 주인의 심정을 대변하듯이 여전히 축축하고
어두운 검은색이다.
-검신이, 죽었다. 그의 마음처럼.
온 몸을 감싸오는 벅찬, 분노라는 이름의 감정과- 이번에도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절망과 공포심이 소년의 전신 근육을 배배 꼬고 뒤틀리고
으깨어 버린다.
-이번에도, 나만 살아남은 거야?
그런 소리없는, 애절하고 허망한 음색이 소년의 입에서 굴렀다.
"아아, 하지만-"
의식이 급속하게 멀어져 가는 순간에-
-----소년의 의지에 관계없이, 소년의 의식에 관계없이- 그 푸른색의 눈은,
눈 앞의 사신보다도 깊은 죽음의 눈으로 뒤바뀌었다.
"복수 정도는, 해도 괜찮겠지. 그게 바로-"
-소년이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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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
프롤로그다!
서장인 것이다!
....발퀄.
오타 받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