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돌아와줘서, 고마워
루이벨라 2016-10-15 14
"으앗, 거기, 거기...!"
"아차차차차...! 야호! 내가 이겼다!!"
신서울 어느 상공 위에 떠있는 공중전함 램스키퍼 안은 의외의 소란스러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원인을 찾아가보니 한창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선남선녀 한쌍. 소녀가 영 서툰 동작으로 게임기를 조작하고 있고 옆에 있는 소년이 소녀를 코치해주는 식이었다.
"세, 세하야. 여기 어떻게 하는거야?"
"우선 왼쪽으로 가서 피한 다음..."
안 그래도 공항과 휴게소의 일로 인해 한층 날카로워진 분위기에 검은양 팀이었지만 지금 이 시간만큼은 모처럼만의 휴식 시간이었다. 늘상 휴식 시간일때는 으레 게임기를 꺼내는 세하에게 유리가 다가와 '나도 한번 해보자!' 라는 말을 꺼낸 것이다. 유리는 매사에 저랬다. 친근하게 다가와, 친근하게...물들어지는 것.
아니, 요즘 상황으로 보면...
"어어, 여긴 어떡해?!"
"..."
서유리에게 서서히 물들어지고 있는건 오히려 이세하 자신일지도 몰랐다. 잠시 정신을 판 사이에 게임기 화면에는 붉은 글씨로 'Game Over' 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유리의 게임 운은 여기까지인듯 했다.
"힝...조금만 하면 깰 수 있을거 같았는데..."
"이건 나도 아직 못 깼어. 너무 상심하지 마."
"그래?"
유리가 곧장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 하나에 모든 것이, 누그러지는 듯 했다. 유리에게서 게임기를 전해받은 세하는 자신이 세이브한 곳에서부터 게임을 재개했다. 그런 세하의 등뒤로 바짝 붙어있으며 구경하는 유리. 유리가 바로 뒤에 있다는 걸 자꾸 의식해서인지 게임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좋은 샴푸를 쓰는지 자꾸만 볼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향이 맡아졌다.
"...아."
"어? 세하도 졌네?"
"...네가 자꾸 신경쓰이게 하니까 그렇지."
전혀 그런 뜻은 없었는데 왠지 모르게 잔뜩 볼멘 소리가 나와버렸다. 그런 세하의 반응에 유리는 묘하게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미, 미안해...그럴 생각은...없었어..."
"..."
자신이 지금 어떤 행동을 해버렸는지에 대해 세하는 대강 감은 잡혀왔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으려나.
"...너무 달라붙진 마. 버튼이 잘 안 눌려."
"...알았어."
되지도 않는 핑계를 되는 자신이 정말 한심했다. '에이, 거짓말하지 마~' 와 같은 유리의 반응을 기대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풀이 잔뜩 죽어버린, 대꾸뿐.
알고는 있었다. 요즘 들어 애써 밝은 척을 하고는 있지만 유리가 예전의 유리가 아니라는 것, 세하 자신도 예전의 세하가 아니라는 것. 공항에서의 일로 인해, 조금씩 변해버렸다. 시작은 작았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더이상 돌이키기는 힘든, 지경으로 말이다.
그 중 하나가 유리가 늘 짓던 미소가 예전의 그 미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버렸다.
'...그래도 네 웃음을 보고 위안을 얻곤 했는데...'
애써 밝은 척은 해오지만 지금 유리도 많이 힘든거겠지...끝이 보이지 않았던 강남 사태때에도 특유의 미소를 잃어버리지 않았던 유리를 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너무 서유리에게 물들어버린건가.'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그러나 아주 흠뻑하게, 물들어버린것인가.
...하지만 지금 내 뒤에 있는 서유리는, 내가 좋아하게 된 그 서유리가 아니다...
그러부터 얼마 후, 검은양 팀 전체는 며칠간의 휴가를 받았다. 베로니카의 의식이 되돌아오는대로 다음 행선지가 정해지기에 그동안만은 자신들의 집에서 있는 것이 더 편할거라고 생각한 유정의 판단에 의해서였다. 제이와 미스틸은 램스키퍼에 그대로 남아있기로 했고, 나머지 검은양 팀은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 노고로 지친 몸의 피로를 풀기로 했다.
"와! 엄마밥 정말 오랜만이다! 맛있어요!"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유리를 보며 엄마는 호호 웃음을 지어보였다.
"밥은 더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
"네!"
솔직히 그리웠다. 늘상 먹는 엄마밥, 매일같이 먹어서 지겨울줄 알았던 엄마의 밥. 하지만 집밖에 있으니 제일 그리워진건 엄마의 밥이었다.
물론 램스키퍼에 있을 때에도 세하가 곧장 맛있게 요리를 해주기는 했었지만...
"..."
유리는 바쁘게 움직이던 젓가락질을 잠시 멈추었다. 순간적으로, 생각나버린 것이다.
세하, 이세하. 이런 울림을 가진 애가 있었지, 참...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처음 보았을 당시에는 같은 또래이기에 좀더 다가가서 말을 걸었을 뿐이었다. 원래부터 사람과 친해지는게 빠른 본인이었기에 먼저 다가가는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별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쭉 그랬다. 지금은 그런대로 대꾸를 해주기는 하지만, 세하가 먼저 자신에게 이야기를 꺼낸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하라는 애를...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깨달은 뒤로도 표면적인 관계에서는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세하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대꾸를 더 해줄때, 손끝이 아주 잠깐 스쳐지나갈 때의 자신의 심장이 터질거 같이 두근거리는 것뿐이었다.
세하 본인은 모르겠지. 좋아하기도 전에 먼저 다가가서 있던게 유리 자신이었으니까. 좋아한다, 라고 말해도 건성으로 들을게 뻔했다. 그럴수록 유리는 더 웃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공항에서의 사건으로 인해 많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세하 앞에서는 많이 웃으려고 노력했다.
노력을 할수록 세하의 태도가 싸늘할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얼마전에도 딱 그런 상황이었다. 게임에 방해가 된다며 투덜거리는 세하의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그것이 쌓일수록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세하는 정작 날 귀찮아하고 있는건 아닐까?
...갑자기 서러움이 북받쳤다. 도대체 뭘까...이어서 갑자기 눈물도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엄마는 갑자기 우는 유리를 보며 당황한 눈치였다.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아마도 유리가 일이 많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는거라고 보는거 같았다.
이상해...처음에는 몰랐는데...그런데 좋아한다라는 걸 느낀 후론 왜...세하의 행동 하나하나에 쓰라려지는거야...
작은 상처는 표시가 안 난다. 하지만 상처가 있다고 아는 순간부터 아파오기 시작한다. 자각하는 순간, 더욱더 그 감정에 반응이 되어지는건가...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로 유리는 세하를 의식적으로 피하기 시작했다. 세하가 먼저 브리핑을 듣고 있으면 세하가 가버린 후에 브리핑을 들으러 가고, 세하가 음식을 했으면 몰래 가져다먹는...뭐 그런식으로 말이다. 세하 역시 유리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걸 아는 눈치였지만 딱히...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저 그런 유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그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저...자신들이 직면해있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더 옳은 거 같았다.
그렇게 며칠동안 최선을 다해서 세하를 피해오던 유리는 문득 깨달았다. 정말, 언젠가부터 세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전에는 그래도 세하의 그림자라던가, 목소리라던가로 세하가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세하라는 존재 자체가 싹 사라진 거 같았다.
"...언니, 세하는 어디 있어요?"
궁금함을 참지 못해 유리는 유정에게 물었다. 물론 자신이 먼저 피하기는 했지만 궁금했다. 그래도 세하가 이 배 한켠에서 있다라는 자체로도 안심이 많이 되었는데 말이다.
유리의 질문에 유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세하...말이니?"
"네. 요 며칠동안 잘 안 보이더라고요. 혹시...어디 갔나요?"
어디 갔냐, 라는 말에 유정의 표정이 더더욱 굳어졌다. 이런 유정의 반응에서 예상이 되어지는 경우의 수는 무척 많았지만 지금 유리의 머릿속에는 그 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의 경우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세하가...제가 싫대요?"
"응?"
유정의 당황한 목소리에 유리가 봇물 터지듯이, 말을 이었다.
"정말...싫은거래요? 제가 하도 붙어다녀서? 그래서 일부러 피한건데...아니, 그냥 제가 이 배에 타고 있는 그 자체가 싫대요?! 그래서 어디로 아예 가버린건가요?"
"유리야."
유정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유리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유정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거니? 세하가 네가 싫다고 말한 적 있니?"
쿵-
커다란 돌덩어리 하나가 마음 한켠으로 떨어진거 같았다. 그러고보니 세하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싫어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나...
없었다.
"하, 하지만 제가 가면...괜히 귀찮아하는거 같...길래..."
"세하도 얼마전에 그렇게 비슷하게 말하더라. 유리 네가, 세하를 일부러 피하는거 같다고."
"...네에..."
힘없이 긍정하는 유리를 향해 유정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걱정마. 세하는 유리 네가 싫어서 어디로 가버린게 아니야."
"그럼 다른 이유가 있는건가요?"
"그건..."
갑작스런 유리의 질문에 유정은 처음에 지어보였던 표정을 그대로 다시 지어보였다. 유정의 얼굴에는 '이걸 말해야하나...' 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거 같았다.
"뭐에요, 말 안해주실거에요? 그럼 언니가 나 안심하라고 일부러 지은 거짓말 같잖아요..."
"아, 아니야, 사실은 그게..."
이걸 너한테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유정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슬비 누나, 유리 누나가 좀 기운 없어보여요."
"...그러게 말이야."
"그러고보니 요새 세하 형도 잘 안 보이던데...혹시 둘이 싸우기라도 한걸까요?"
"...그러게 말이야..."
미스틸과 슬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리를 보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미스틸과는 달리 슬비는 나름 짐작이 가는 것이 있는거 같아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슬비는 검은양 팀의 리더였다. 유정은 기밀 사항이라며 슬비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세하가 제멋대로 새로운 승급 심사 프로그램에 참가를 했어. 나도 얼마전에야 겨우 알아낸거야. 슬비, 너도 알거야. 새로운 승급심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승급 심사를 한다는 건...
그만큼의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었다. 유정에게서 그 말을 들은 슬비는 세하가 너무 무모하다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의외로 세하는 무모한 짓을 자주 벌이곤 했다. 지금도 딱 그런 상황이고.
하지만 지금은 이전의 것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었다.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해.
새로운 승급 심사 프로그램은 클로저의 의식을 프로그램에 이전시켜서 하는 형태의 심사라고 했다. 그런데...
-불안정하기도 하고, 그리고 메피스토라는 차원종은...생각보다 만만하게 봐야할 차원종은 아니었나봐...
메피스토가 허상으로 만들어낸 자신의 몸으로...심사 프로그램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세하는 메피스토에게 잡혀버린 클로저를 구하기 위해 무모하게, 자신도 심사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게다가 유정은 말을 마치며 슬비에게 당부하듯이 말했다.
-그리고...유리도, 이 사실을 알아.
슬비는 일찍부터 세하와 유리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게 드라마와 같은 영상물을 계속 시청한 결과로 알 수 있었던 사실이었다. 둘 사이를 훼방할 생각은 없다. 다만 답답할 뿐이었다.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제3자가 보기에 그저 둘은 지금...엄청나게 허공에다가 삽질을 하는 중이었다.
지금 유리에게 무슨 말을 해도 그저 허물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겠지...슬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세하...이 바보...'
-영영...의식을 못 차릴 수도 있어.
유정은 유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유리의 귀에는 이렇게 여과되어 들렸다.
세하가...이세하가 죽는다...
죽는다니...설마...이전에도 죽을거 같은 상황은 많이 겪었다. 말렉을 처음 조우했을 때라던가, 칼바크 턱스를 체포했을 때라던가, 아스타로트와 대면했을 때라던가...이때까지 그들은 죽을 뻔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이제는 좀...익숙해질줄 알았는데...
...죽음이 익숙해져서는 안된다. 다만 익숙해지는 '척' 하는 것뿐이겠지. 유정은 직접적으로 세하가 죽는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가 나쁜 유리라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 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곧장 알 수 있었다.
세하가 없어진다. 게임을 할때 뒤에 붙어있으면 툴툴거리는 이세하가, 곧장 요리를 만들어서 먹으라고 했던 이세하가, 위급한 상황일때는 든든하게도 느껴졌던 이세하가, 자신이 좋아하는 이세하가...
...없어진다...?
"...거짓말."
왜 그곳에 혼자 간거야. 애초에 프로그램 이야기가 왔던 건 검은양 팀 내에서는 세하 하나뿐.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 어째서...자신도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무모한 곳을 무턱대고 들어간거야? 알거 아니야. 잘못하다가는 자신이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바보."
유리가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이 말을 세하라는 주체를 향해서 내뱉을 줄은 몰랐다. 바보다, 이세하. 자기는 그래도 아는 척 많이 하더니만...정작 이럴때는 왜 그리 바보같이 행동하는거야?! 들을 이는 없지만, 허공에다 외쳐버렸다.
"바--보--!!"
"...너, 거기서 뭐하냐?"
당황스러워하는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은 목소리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천천히 옆을 보니 어이없어하는 표정의 세하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옷차림마저 깔끔했다.
바보라고 실컷 욕하던 이가 바로 눈앞에 버젓이 서 있자,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유리는 세하의 품속으로 안겼다. 갑작스럽게 유리가 안기는 바람에 세하가 뒤로 크게 휘청거렸지만 그렇다고 넘어지지는 않았다. 겨우 중심을 잡은 세하가 자신의 품속에서 얼굴을 파묻고 있는 유리에게 물었다.
"서유리...?"
"..."
"...너, 지금 우는거야?"
"아, 안 울어!"
...거짓말도 정도껏 쳐. 그렇게 눈물 섞인 목소리로 안 운다고 하면 누가 믿을거 같냐. 턱을 잡고 살짝 올린 유리의 눈가는 빨갛게 부어올라있었다.
"우네."
"...누구 때문인데."
이번엔 유리가 먼저 볼멘 소리로 투덜거렸다.
"...?"
세하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모르나. 아, 하긴. 세하는 지금 유리가 세하를 좋아하는 사실을 모르니까 저렇게 태평한 반응인건 당연할지도...결국 하나씩, 차근차근 말해나가기로 했다.
"유정이 언니에게 들었어...너, 메피스토와 싸웠다며."
"..."
"유정이 언니가, 잘못하면 의식이 안 돌아올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그래서 걱정되었다고...!"
유리의 고백(?)에 오히려 놀란건 세하였다. 유리를 안고 있지 않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억지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걱정...해주었다고? 요 며칠간 자기를 싫어하듯이 피해다녔던 그 서유리가...?!
"..."
아니다. 이건 그냥 같은 '팀원' 으로서 걱정해주는 것뿐일수도 있다. 괜히, 설레발 치지 말자, 이세하...
"다행이다...무사히 돌아와서."
"...어."
하지만, 기쁜 건 사실이었다. 유리가, 자신이 돌아와주는 것에 대해 기뻐하는 것이.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이. 그게 설령 팀원이 돌아온 것에 대해 기뻐해주는 거라고 해도.
"...고마워."
뭐가 고맙다는 걸까. 이렇게 격한 환영인사를 해주어서? 유리가 세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멍하니, 무언가에 홀린 듯 세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유리. 이윽고 유리의 손이, 세하의 눈가를 살짝 어루만졌다.
"노란색 눈이네..."
"어...어?"
금안. 자신의 원래 눈동자색. 엄마와 겹쳐지는게 싫어서, 일부러 렌즈를 끼며 감추었던...
"나, 세하 원래 눈동자색 처음 봐."
"..."
"이쁘다..."
배시시 웃는 유리의 표정은 '그것' 이었다. 세하가 유리를 좋아하게 된, 좋아하는 유리 특유의 환한 미소.
...한동안 볼 수는 없었는데...이렇게 어렵사리 보게 되는구나. 세하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퍼졌다. 그 잔잔한 미소가 너무도 멋있어서, 유리는 한동안 세하의 얼굴을 빤히 쳐다만 보았다.
내가 왜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거 같았다. 그 따뜻한 미소 하나가, 그 잔잔한 미소 하나가, 너무도 좋았기에. 그냥 그 사람이라는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세하에게 꼭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돌아와줘서..."
유리가 세하의 품속으로 다시 얼굴을 부볐다. 온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지금 이 상황이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는 온기가.
"고마워..."
세하가 자신을 살며시 껴안는게 느껴졌다. 세하도 뭐라고 말을 하는거 같았다. 한마디한마디 내뱉는 세하의 목소리는 전과 다르게 매우 부드러워져있었다.
"나도..."
"..."
"고마워..."
특요 세하 스토리는 아직 별로 감이 안 와서 그 부근에서는 최대한 유리 시점으로 써보았습니다.(세하가 특요심사를 하고 있을때의 유리는 뭘 하고 있었을까, 라는 망상을 하며.)
특요세하 잘생겼어요 ㅠㅠ 너무 잘생겼어요 ㅠㅠ 이뻐해주세요 ㅠㅠ
그리고 세유 행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