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X제이] 여러분 하피X제이 팝시다! - 1화
언니저를밟아주세요 2016-09-24 1
간만에 맥주나 마셔볼까 하는 마음에 아는 형님이 하는 바에 놀러갔다.
"나 왔어요, 형님! 어?"
그런데 형님이랑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있는 저 아가씨는...
"어머나, 또 보내요."
여전히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 아가씨는 분명 처리 부대의 대원인...
"만나서 반가워요, 하피라고해요."
"우리가 서로 반가워 할 사이인지는 잘 모르겠군."
"에이, 너무 딱딱하게 굴지마세요.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사이같은데."
"아무리 미인이라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은 사양이야."
"섭섭하네요. 저한텐 그 날 밤의 일이 잊지못할 황홀한 경험이었는데요."
아니, 이 아가씨가 무슨 오해살 발언을!
이미 날보고 있는 형님의 눈빛은 심상치가 않았다.
"오, 오해말라고 형님. 난 아무짓도 안했다고."
"아무짓도 안하셨다고요? 전 제 가슴에 닿았던 그 손의 감촉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그건 싸움중의 불가항력이었다고!"
"제이군, 그렇게 흥분하니까 더 수상해보입니다. 보리차나 한잔 마시고 진정하세요."
오늘은 보리차가 아니라 맥주를 마시러 온건데...
생글생글 잘도 능글맞은 얼굴을 하고 날 쳐다보는 여자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아가씨, 내 얼굴 뚫어지겠어. 그만 쳐다보라고."
"아, 미안해요. 그쪽이 너무 잘생겨서 말이에요. 언제 저랑 데이트하시지 않을래요?"
쿨럭!
갑작스런 여자의 데이트 신청에 보리차를 잘못삼킨 나는 까닥하면 보리차를 뿜을 뻔했다.
"안타깝지만 내가 바쁜 몸이라."
가까스로 당황한 티를 숨기며 거절의사를 밝히자 여자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죽기전에 마음에 드는 미남과 데이트 정도는 한번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네요."
"방금 뭐라고 했어? 잘못들었는데?"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니까 신경쓰지마세요. 그건 그렇고... 여기 마스터랑 원래 알던 사이에요?"
"아아, 우연히 가게에 왔다가 맥주 맛이 괜찮길래 자주 왔더니 어느새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어."
"그래요? 그럼 저도 이제부터 자주 와야겠네요. 데이트도 못하는데 그렇게라도 얼굴을 봐야죠."
저 여자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정말 구분이 안간다.
"자자, 하피양. 몰래 제이군 컵에 술따르지 말아요. 제이군은 술이 약하니까."
어, 어느틈에?
잠시 한눈판것 뿐인데 어느새 잔에 와인이 담겨있었다.
"괜찮아요. 그리 도수가 높은 술도 아닌걸요."
"...하피양 기준으로 일반사람을 생각하면 안됍니다."
"아쉽네요, 술에 취한 모습이 궁금했는데..."
와인병 입구를 혀로 핥는 여자의 모습이 어쩐지 요사스러워 보였다.
"아, 빨게졌다. 설마 보리차에 술이 들어있던 건가요?"
"아닙니다. 분명 그냥 보리찬데..."
"누가 빨게 졌다는 거야? 형님, 보리차는 됐으니까, 맥주나 줘요."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두 사람 다 그만마시는게 어때?"
"아니, 형님. 전 달랑 보리차밖에 안마셨는데..."
"마스터가 안주시면 저 혼자 집에 가서 마실꺼에요."
"... 과음은 안돼요."
결국 나는 술 한모금 입에 못덴채 가게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헤어지긴 아까운데, 어때요? 2차라도 가지 않을... 잠시만요."
저 멀리서 누군가를 발견한 건지 여자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더니 이내 휙돌아서 버렸다.
"안타깝지만 2차는 다음으로 미루죠."
난 2차간다고 한적 없는데...
내가 무어라 말을 내뱉기도 전에 여자는 인파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