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악마의 추락과 그를 위한 선물
Heleneker 2021-12-16 1
나타의 플레인게이트 서브스토리-악마의 추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심연의 밑바닥에서만 자라는 풀을 나의 영역에 자라게 했다. 너희가 만일 나를 쓰러트린다면 그것은 너희의 것이 되리라.
너희에겐 그 어떤 재보보다도 더 큰 전리품이 될 테니..
자, 오너라. 와서 심연의 지배자를 막아봐라. 너희의 세상이 심연에 잠기기 전에....!
준비해주세요. 메피스토는 어느 때보다 강할 테니....!
악마가 준비한 선물. 그것에 딱히 흥미는 없다. 그저 악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때 나한테 장난질을 쳐서 삶은 달걀 여자를 죽이게 할 뻔했으니. 물론 그 악마가 개입했기에 새로운 힘을 얻기는 했지만야.... 그것이 네 놈을 봐줄 이유가 되지 않겠지.
그러니 언제나처럼 갈 거다. 네 놈이 준비한 선물 따위는 관심 없어. 네 놈, 짜증나니까 썰어버리겠어.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그렇게 결심하고 악마의 영역에 발을 들여, 악마와 조우한다.
악마는 그 붉으면서도 검은, 거대한 전신을 드러낸다. 검붉은 두 뿔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흉흉한 힘을 뿜어내며 압도적인 힘을 보인다.
자신만만하게 나왔다. 이 악마와는 여러 번 싸워보았으니 어느 때 처럼 썰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은 잘못 생각했을까, 평소보다도 흉흉하고 거대한 힘에 압도되는 기분이다. 쿠크리를 잡은 손이 떨린다. 식은땀은 몸에서 조금씩 배어 나와 옷을 적신다.
긴장을 홍소로 바꾼다. 떨림을 흥분과 고양감으로 바꿔내며 달려나간다. 악마의 목을, 악마의 심장을 먹어 치우러. 악마에게서 승리를 탐하러.
악마 또한 진심으로 전투에 임한다. 악마의 발톱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예리하여 휘두를 때마다 피부를, 뼈를 깎아낸다.
악마의 갑피는 어지간한 강철보다도 단단했으며 그 갑피는 열을 머금고 있었기에 내 공격을, 칼날을 무디게 만들어 버린다.
악마의 불꽃은 가히 지옥의 불이라고 비유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열을 품었기에 내 피부는 불타 들어갔으며 열기는 내 집중력을 자꾸만 앗아간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나약한 생각이 자꾸만 들게 된다. 그때마다 어금니가 부서질 듯이 악물며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딴 소리 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썰어버리라고.
열기에 무뎌질 것 같은 쿠크리가 악마의 갑피를 깎아낸다. 건재할 것만 같았던 악마의 피부에 피가 배어난다. 악마에게 난 상처에 집요하게 쿠크리가 꽂혀 그 피부를 썰어낸다.
그드득-----!
너무 집중했던 탓일까. 악마에게 달려있던 꼬리를 잊은 남자의 몸에 정확히, 강력하게 꽂혀 그 몸을 날려버린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날아간 남자의 몸은 땅에 강렬한 파쇄음을 울리며 박힌다. 옅은 붉은 색을 띄던 땅은 남자의 피가 섞여 더 붉게 물들어 간다.
악마가 다가온다. 남자의 사그러 들어가는 생명을 완전히 꺼뜨리기 위해. 그를 꺾고 지상의 인간들을 자신의 발밑에 두기 위하여.
남자의 몸이 말한다.
이제 그만하라고.
그 나약한 몸으로 악마를 이길 수 없노라고.
자신을 이제 쉬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울부짖는다.
닥쳐.
나약한 소리는 집어치우라며 발버둥 치며 일어나라고 내게 말한다.
나는 살아갈 거야.
그래서 짜증나는 모든 것을 썰어버릴 거라고.
그리고 바깥에서 평소처럼 어묵을 팔고 있을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일어나라 말한다.
남자는 일어선다. 자신의 남은 위상력을 긁어모은다. 긁어모은 위상력이 폭주하며 남자의 몸을 갉아 먹으며 불태운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치 평소에도 그 정도의 통증이 익숙하다는 듯이.
다시 한번 달려 나간다. 이번에야말로 악마의 숨통을 끊겠노라고.
악마 또한 다시 한번 남자에게 달려든다. 남자의 희망의 불꽃을 꺼뜨리겠노라고.
악마의 불꽃이 남자의 몸의 불태운다.
남자의 불꽃이 악마의 몸을 좀먹는다.
태우고, 부수고, 베고, 베이며 서로의 생명을 좀먹는다. 약육강식. 서로를 완전히 잡아먹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한쪽의 생명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송곳니는 서로를 물어뜯었으며 불꽃은 서로를 불태우며 좀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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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불꽃이 사그러든다.
이윽고 악마가 선언한다.
그대가 이겼노라고. 그대의 송곳니가 나를 물어뜯고 집어삼켰노라고.
남자의 승리를 선언한 악마의 거대했던 전신은 불타버리듯 재가 되어 흩어져 사라진다.
승리한 남자의 몸은 불에 타 그을리고, 뼈가 드러날 정도로 베이고, 뼈가 몇 대 정도 부러져 넝마나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악마가 남긴 선물인 이차원의 풀을 뜯어간다. 악마가 사라진 자리를 뒤로하며 남자는 돌아간다.
돌아간 남자는 한 과학자에게 이차원의 풀을 넘긴 후 휴식을 취한다.
모두가 악마를 쓰러뜨린 그의 강함을 인정하며 그를 칭송한다.
그리고 남자에게 과학자가 기쁜 듯이 말한다.
자신이 만들던 어떤 약의 마지막 재료가 그것이였다고. 그로 인해 그 약을 완성시켜 자신의 상태를 치료했다고.
그리고 그 약을 자신과 똑같은 상황을 가진 이에게도 복용시켰다며
여우 귀의 그녀를, 남자에게 데려왔다.
.....나타.
너, 설마.....?
..........
뭐야. 뭐라고.... 말 좀 해보라고.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건데....?
나타,....... 나타!!
뭐, 뭐야? 왜 껴안는 건데?!
여자는 남자를 와락, 꼭 껴안았다. 소중한 사람을 되찾은 것처럼 슬프면서도 가장 환한 미소를 띄우며. 남자는 붉은 홍조를 띄우며 당혹스러워한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널 잊어버리고 있어서 정말... 미안해...!
남자를 안은 여자는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며 굵은 눈물을 흘린다.
.......
남자는 잠시 침묵하다, 조용히 차분하게 말한다.
왜..... 네가 미안하다고 하는 건데. 그런 건 됐어...
나중에..... 어묵이나 만들어 줘.
여자를 달래며 남자는 서로를 이어준 추억의 음식을 말한다.
응...! 얼마든지.... 얼마든지 만들어 줄게.
널 다시 만나게 돼서 기뻐....! 다시는 너를 잊지 않을게. 절대 너를 잊지 않을게, 나타....!
소영은 나타를 더욱 꽉 끌어 안으며 웃는다. 나타는 소영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다정하게, 홍소가 아닌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말한다.
칫..... 걱정 말라고.
다시는.... 다시는 그 누구도 널 건들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fin-
첫 단편입니다. 어떤이야기를 리메이크하려 고민하다가 한 때 최애였던 나타의 순애가 돋보이던 이 스토리가 기억나 만들어 올려봅니다.
오랜만의 추억이라 적으면서도 나름 즐거웠던 기분이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