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rs Tales - 서유리 편
시스의영원 2022-01-11 3
"안녕하세요! 도유림 기자님이시죠?"
풋풋한 대학생의 분위기를 풍기는 검은색 장발의 여성. 활짝 펼쳐진 미소에 살짝 비치는 오른쪽 송곳니가 묘하게 인상적인 그녀는 검은양 팀의 서유리로, 그녀는 지금 기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사복을 입고 섭외된 장소로 나온 상태였다.
센텀시티에서의 사건을 수습하고 2년이 지난 시점에, 유니온 측에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요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공문이 내려온다. 클로저들에 대한 공식적인 홍보물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 제안은 벌처스가 먼저 유니온 측에 제안을 꺼낸 사안으로, 유니온의 클로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상을 제작. 이어서 방송사에 영상을 방송하는 것으로 이들을 홍보하고자 한 것.
처음에는 유니온 측에서의 반발이 심했으나, 강남 신서울지부에서부터 시작된 모종의 사건들로부터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센텀시티에서의 사건들이 조명되어 유니온이라는 단체에 큰 불신을 얻게된 세계의 여론이 질타를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수습하는 등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심지어 유니온 내부에서도 관계자들을 포함해 차원전쟁 당시 최전선에서 차원종들과 전쟁을 벌이다 은퇴한 클로저들까지 규탄 성명을 내는 등 질타를 가세하는 바람에 내외적으로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센텀시티에서의 사건은 그만한 파급을 일으키기엔 충분한 내용이었고, 그를 알리기 위한 공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따라서 벌처스는 이 점을 이용해, 유니온의 이미지를 쇄신한다는 명목으로 차원종과 맞서는 실무자들을 조명하여 아직 이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필하는 홍보물을 제작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비록 유니온이 지금까지 보여온 행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결국 차원종과 대항하는 세력 또한 유니온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들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 상호간의 타협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세계적으로 시행된 프로젝트, 클로저스 테일즈(Closers Tales)가 탄생하게 되었고, 그 첫번째 대상이 바로 검은양 팀의 결전 요원인 서유리였다.
"어서와요, 서유리 요원."
그런 그녀를 맞이한 이는 도유림 기자로 벌처스 측에서 섭외한 유명 기자였다. 기자의 명성으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며, 특이사항으로는 유니온의 클로저들에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반 클로저의 성향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를 반갑게 맞이한 유림이 손을 내밀었고, 유리 역시 그 손을 반갑게 맞잡았다. 그런 이후 두 사람이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것이 있는지 유리는 의아한 시선으로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유림을 바라본다. 그 시선을 의식했던 건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은 유림에게 운을 뗀다.
"요원....... 이라고 불러주셔서요."
다른 방면이라면 몰라도 사람에 관해선 기억력이 좋은 편인 유리가 그렇게 물은 이유는, 유림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전달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유림은 과거 차원전쟁 이후 클로저들의 삶을 조명하는 차원으로 기사를 쓰러 클로저들을 찾아간 적이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모종의 사건을 겪고 후유증을 얻게 된다. 해당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처벌 또한 꼬리자르기 식으로 넘어간 탓에 제대로 된 처벌조차 주지 못했던 점을 기인하여, 유니온 소속의 클로저들. 나아가 유니온이라는 기관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며 이들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힘을 가진 자가 무차별적으로 힘을 휘둘렀을 때, 그 파장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가. 위상능력자들을 향한 우려의 칼럼을 저술했고, 이는 일반인. 즉 비위상능력자들에게 있어 큰 관심을 받는 데에 성공한다. 정부 측에서 이들을 제약하기 위한 조항들이 있지만, 그게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확실히 확인한 것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는 의견까지 나왔다는 건 별도의 이야기.
이 일화가 퍼지면서 클로저들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이 유림에게 제보를 건네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전직 클로저들과 벌처스의 협력이 비밀리에 이뤄진 영향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유니온에 대한 실태를 지속적으로 보도할 수 있었던 유림은 반유니온 성향을 가진 기자중에서도 업계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 확실히 제가 클로저 분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쓰기는 했었죠."
그런 그녀가 이번 일에 지원을 한 것은 역시나 벌처스의 제안인 것도 있었으나, 몇 년 전에 있었던 뉴욕 임시 본부 사건과 센텀시티의 사건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었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저도 알아요. 그들 말고도 정말로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도 있다는 걸요. 그리고 제 앞에 있는 요원님이 그런 분이라는 것까지 말이에요."
한 인물이 전쟁을 선포하듯 세계적으로 제 힘을 과시했던 뉴욕 유니온 총본부 사태부터 인적 피해는 없었지만 반인류를 지향한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식이란 비인륜적인 처사를 당할 뻔했던 이들을 조명한 센텀시티 사태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 그 사건들만큼 크게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는 사건들이라고 유림은 생각했다. 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과정과 희생들이 있었는지 조사를 통해 다시금 확인했던 그녀는, 적어도 이들만큼은 비호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간 인류를 위해 크고 작은 사건들을 수습해주신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고 싶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유림은 고개를 숙여 유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런 유림의 모습에 유리는 조금 난처해하다, 쑥스럽다는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럼 개인적인 인사는 이쯤해두고....... 그럼 본격적으로 요원님과 저의 공무를 시작해볼까요?"
그것을 시작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기본적인 프로필을 시작으로, 클로저 요원이 되기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 그리고 그간의 행적들에 대한 준비된 내용들을 순조롭게 이어나갔다.
클로저가 되었을 당시에는 미성년자였던 유리는 이제 2년의 시간이 흘러 첫 번째 20대를 보내고 있었다. 유리는 그간의 공적으로 유니온 측에 사가를 얻어 가족들을 이사 시켰으며, 그간 벌어들인 사비론 근무지와 가까운 곳에 방을 하나 얻어 현재는 자신 혼자 그곳에 산다고 말을 꺼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목숨값 치고는 너무 싼 것 같다는 유리의 너스레에 유림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마냥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걸 유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재주가 유리에게는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가 몇 차례 오갔을 때, 유림은 인터뷰를 진행할 클로저들 전부에게 꺼낼 공통적인 질문을 꺼냈다.
"만약 클로저들이 필요없는 세상이 찾아온다면, 요원님은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클로저들이 필요없는 세상이 찾아오면 뭘 하고 싶냐고요? 음......."
질문을 받고 눈을 감으며 미소를 짓는 여유로운. 어쩌면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취하며 고민하기 시작하는 태도를 취했다. 마치 아직까지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주제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끝내주는 검도 유망주였어요. 어느정도였냐면, 제 또래에선 절 이길 수 있는 애들이 전국 어디에도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때문에 검도를 전공으로 대회 우승을 목적에 두었고, 실제로 우승이란 타이틀을 취하며 검도 선수로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실현시킬 수 있었을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게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지만.
"처음엔 왜 이런 힘이 저한테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말 그대로 날벼락이 정수리....... 인가? 거기에 떨어진 기분이더라구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 안했지만, 저 그때 되게 많이 울었거든요."
위상력의 발현으로 스스로 걸어온 길이 부정당해버린 것을 기점으로 길을 잃은 사람처럼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시기가 유리에겐 존재했다. 설상가상으로 그 때문에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친구들의 의도적인 무시가 자신을 더 힘들게 했고, 그것은 아무리 바보라는 표현으론 부족한 자신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고 유리는 회고했다.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까,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선택한 길이 클로저였어요."
그러다 쫓기듯이 선택한 클로저의 길. 유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런만큼 그 때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자신에게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처음에는 왜 그런 곳에서 일을 하냐며 주변 사람들한테 혼나기도 했어요.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라서 그랬는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때 사이가 많이 안좋아진 절친한 친구도 있었구요. 앞에서 그런 일들을 겪고 나니까, 여기서도 그런 질타를 받거나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지금도 어리지만, 그 때는 더 어렸으니까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며 덧붙인 유리. 그러나 지금은 그 선택에 의심이 없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지금의 팀원들이 제가 적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고,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물론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 처음 팀에 들어갔었던 그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내 힘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클로저가 되고서 깨달았거든요."
어렵게나마 조금씩 공부를 해서 얻는 깨달음 같은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부끄러웠는지 자신의 머리를 쓸어내린다. 공부와 담을 쌓았던 자신이 공부를 한다니, 처음에는 스스로도 믿지 못했지만 지금은 책을 보기만해도 졸지는 않는 정도가 되었다는 것에 놀라는 요즘이라고 이어 말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예전 같았으면 돈귀신이 붙은 것처럼 목적없이 많은 돈을 벌고 싶다고 얘기했겠지만....... 지금은 달라요. 살림이 좀 나아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러기 위해선 결국 공부를 해야된다는 걸 알게 되서, 나중에 친구한테 많이 혼나며 배울 생각을 하니 긴장되면서도 기대가 되고 그래요."
유리는 아마 정말 부탁하면 들어주지 않겠냐며 그렇게 말하곤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순박한 모습에 유림의 입가는 자신도 모르게 부모와 마음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 좋아요. 무슨 직업을 갖고 싶냐는 질문은 아니었지만....... 요원님의 진심어린 대답, 기억해둘게요."
유림의 그런 이야기에 아차 싶은 반응을 보인 유리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유림의 이야기가 정확히 뭘 뜻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이 그런 질문에 상세할 정도로 절절히 말했다는 것만은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 하하하. 뭔가 정말 쑥스럽네요......."
인상이 깊거나 칭찬을 들으면 낯간지럽다는 모습을 보이는 유리의 모습을 알았던 건지, 연장자의 미소가 지어진 것은 어쩔 수 없던 유림이었다. 자신도 눈앞의 유리의 나이대에 있을 시절이 있었지만, 유리처럼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에서 세계를 지키는 일을 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 청춘을 조금이라도 즐기려 애썼다며 속으로 자조했다.
자신이 겪은 일들은 잊을 수 없지만, 이들의 희생이 있기에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유지가 되고 있다. 그 변함없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유림이었다.
이어진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마지막 질문이 남은 유림이 유리를 보며 운을 띄웠다.
"그럼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유림의 질문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인 유리가 몸을 우뚝 세웠다. 인터뷰가 이제야 끝나간다는 뜻임과 동시에, 무엇으로 마무리를 해야할지 고민해야 될 순간이라는 걸 알아서였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긴장되었기에, 갑자기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때문에 대답을 해야되면서도,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같은 선상에 두고 갈팡질팡하는 유리의 굳은 표정을 보며 유림이 괜찮냐고 물으려던 순간이었다.
- 차원 재해 발생! 차원 재해 발생! 모든 시민들은 재해 발생구역으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실제 상황 발생! 실제 상황 발생! 발생지 인근에 있는 클로저 요원은 신속히 투입하여 조치를 취해주시고, 시민 여러분들은 요원 및 특경대원, 안내 메시지의 안내에 따라 신속하게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
그런 재해 경보가 울리며 시민들이 재해 지역으로부터 안내에 따라 벗어나는 광경을 두 사람은 볼 수 있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차원재해는 발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차례 큰 사건들이 벌어졌고, 세계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사안도 있었다.
"그, 아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했었죠?"
하지만 그 과정들을 이겨내고,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이들 중 한 명인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가 할 말은 이거에요."
유리가 자신있게 자신을 향해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곤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특유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오며 대답했다.
"클로저 서유리! 오늘도 출동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유리는 차원 재해 발생지역으로 신속히 달려갔다. 그런 뒷모습을 보던 유림은 못말린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런 모습이야말로 그녀다웠고, 서유리라는 클로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끝으로 녹화를 종료한 유림은 결과물이 저장된 것을 확인하곤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림은 유리가 향한 곳을 뒤따라, 재해 발생 지역으로 따라갔다.
유림이 재해 발생 지역으로 도착했을 때, 현장에는 수많은 특경대원들과 가장 먼저 도착한 유리가 차원종의 진압을 마무리 지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유림은 다시금 녹화하기 시작했다. 제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관계자들과 합의가 된 자신이었기에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훗날 유림은 이 날을 떠올리며,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클로저 서유리라는 사람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는 코멘트를 남기게 된다.
클로저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라는 컨셉으로 캐릭터들을 조명하는 방식을 채택한 글로 공모전에 참가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다른 글도 올려보겠지만 여의치는 않을 것 같아 완성시킨 것만 이렇게 올려볼게요
공모전도 며칠 안남았는데 다른 분들의 작품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결과가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