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

알파고 2016-08-07 0

발생 조건
- 레벨 41 이하
- 아스타로트의 호감도 50% 이하
- 애쉬,더스트와 G타워에서 조우하지 말 것


...
....


땅에서 벗어나 공중에서 유영하고 있는 대지와 그를 감싸고 있는 저릿할정도의
위상력을 느낄때면 자신이 가진 임무의 어마어마한 중압감에 구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이봐, 대장 괜찮아?"

옆에 있던 제이씨가 걱정어린 시선으로 보기에 나는 얼른 표정을 고쳤다.
리더로써 팀원들을 걱정시킬 수는 없으니까.

"괜찮아요, 그보다 다들 준비는 끝났나요?"
"하핫. 누나 저는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있어요!"

창을 손질하고 있던 테인이가 활짝 웃으며 말하는걸 보고 나도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우리들은 해낼 수 있을거야!

"작전 개시, 적을 섬멸합니다."

나는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유정언니를 바라보며 힘차게 말했다.


...
....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에 깬 나는 영문모를 동굴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기억해냈다.

"잡혀버린 거구나..."

아스타로트와 조우한 우리는 수많은 스킬들을 아스타로트에게 쏟아내었지만
별 타격없이 끝없는 반격을 해오는 모습에 절망감을 느끼며 한명씩 차근차근 쓰러져갔다.
제이씨가 목숨을 걸고 아스타로트를 막아주는 사이 우리는 후퇴했지만 결국 몰려오는 적을 버티지 못하고 잡혀버리고 말았다.

"앗! 슬비야 일어났구나!"

멍하니 앉아있던 유리가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
이럴수가, 이렇게 허무하게...
나는 대체 무얼위해 훈련을 해온거지?


...
....


아스타로트에게 잡힌 이후 몇일동안은 조용히 지나갔다.
위상력을 빨아들이는 감옥으로 인해 탈출하기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우리는 점차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집중할게 필요했던 나는 가지고 있던 수첩에 매일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2020년 X월 14일

여태 아무도 오지 않던게 거짓이라는 듯이 갑작스럽게 감옥에 들어선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세하를 끌고 갔다.
우리는 그가 들어온 순간 힘을 합쳐 기습했지만 무기력하게 모두 쓰러져버리고
세하가 끌려가는걸 멍청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2020년 X월 17일

테인이가 고열로 쓰러진지 몇일이 지났다.
몇일전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에게 공격당한 뒤로 정신을 잃고 깨어나질 못하고 있다.
큰일이야. 여기에는 캐롤요원님도 없는데...!

2020년 X월 18일

애쉬와더스트가 찾아왔다.
애쉬는 얌전히 한명이 따라오는 대신 남은 인원의 안전을 약속해주겠다고 했다.
믿을 수는 없지만 어쩔수가 없기에 내가 나설려고 했지만
유리가 나를 안아주고는 애쉬와더스트를 따라갔다.
나는 유리가 항상 끼우고 다니는 머리핀을 꼭 쥐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2020년 X월 2...

그저 멍하니 글을 적고 있던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진동에 적던 글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계속된 폭음이 들려오고 밖에 대기하고 있던 스케빈저도 혼란스러워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옥을 확인할려는지 스케빈저의 그림자가 이쪽으로 다가오는걸 보고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양손바닥으로 얼굴을 강하게 쳤다.

그래. 지금이 아니면 더 기회가 없을지 몰라!

나는 쓰러져있는 테인이를 안고 남은 위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
....


스케빈저가 들어오기전 역중력으로 몸을 숨긴뒤 우리가 없어져 당황하며 들어온 스케빈저를 쓰러뜨리고
감옥을 나온뒤 테인이를 업고는 먼저 끌려나간 세하를 찾기위해 여러곳을 수색하던 중
피비린내가 심하게 나는 방을 열고 그대로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 세하가 있었다.

기존에 있던 왼팔은 흔적도 없고 오른팔에는 칼날 모양의 모습을 한 뭔지 모를 차원종의 팔이 달려있었다.
나는 급히 쇠사슬에 묶여있는 세하를 풀어 안았다.
정신을 잃은 세하는 미동도 없이 그대로 안겨있을 뿐이였다.
세하를 옆으로 부축해 있는 힘을 다해 끌고 방 밖에 나온 나는 더 전진하지 못하고 멈춰섰다.

"어서와요. 쥐**처럼 잘도 도망쳤지만 지혜로운 저한테서 도망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세하를 끌고갔던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앞에서 걸어오는 걸 보고 나는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감옥을 나온 뒤 부터 위상력이 차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장비도 하나 없이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를 이기는건 무리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세하와 테인이를 지켜**다.

"...어서 도망가."

"세하야! 너 정신이 든거야?!"

그때까지 부축하고 있던 세하가 부축을 풀고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하는 식은땀을 흘리며 남은 한팔로 앞을 막아섰다.

"호오. 아직 의식이 남아있었나요? 멋진 몸을 만들어 주고 있는 주인을 못 알아보다니, 조정이 필요하겠네요."

"얼마 버티지 못할테니 뒤도 돌아** 말고 힘껏 달..."

가소롭게 쳐다보던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세하가 입을 여는 순간 달려들었고 둘이 맞 부딪히는 모습을 보며
결국 나는 테인이를 데리고 몸을 날릴 수 밖에 없었다.


...
....


눈물로 인해 시야가 흐릿했지만 나는 참고 뛰고 또 뛰었다.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풀어진 근육은 갑작스러운 활동으로 비명을 지른지 오래지만
한시라도 멈출 수 없었다.
세하의 희생을 헛되이 날릴 수는 없어.

하지만 이내 날라온 광선에 한쪽 다리가 관통되어 그대로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머! 애쉬. 열심히 뛰어가는 모습 좀 봐!"
"이슬비양은 내가 안기로 결정했으니 크게 다치게 하면 안돼 누나."

테인이가 다치지 않게 꼭 껴안은 팔을 풀고 뒤를 돌아보자
애쉬와더스트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뒤에는 초점을 잃은 얼굴의 유리가 서있었다.

"원래 좀더 무너질때까지 지켜볼까 했는데 그녀가 여길 찾아내서 부수고 있으니 어쩔 수 없군."
"그래! 그 무식한 힘은 아직도 그대로라니까!"
"...대체 나한테 무슨 용건이 있는거지?!"

나는 긴장을 풀지않고 애쉬와더스트를 노려봤다
기회가 된다면 탈출...아니 유리까지 구출해야 한다

"원래 우리는 너희를 만나서 힘을 주고 용을 쓰러트릴려고 했지만 너희들이 너무 성급하게 나선 탓이 계획이 헝클어졌거든."
"그래! 그러니까 이번에는 아예 너희를 우리 장난감으로 만들어서 용을 해치울거야!"

나는 저들의 말을 한귀로 흘려들으며 생각했다.
희생해준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목숨을 걸고 이겨낼 것이다.
위상력을 끌어올려 주변에 부숴진 돌들을 떠올리자 자기들끼리 떠들던 애쉬와더스트가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 고작 이정도로 우리와 상대하겠다고?"
"누나. 그렇지만 지금 시간을 끌때가 아니야 이제 곧 그녀가 여기로 올테니 빨리 끝내고 가야 돼."

애쉬와더스트가 다가오는걸 보며 나는 전자폭풍을 날렸다.


...
....


깜빡 정신이 잃었다가 눈을 떳다.
내가 언제 쓰러진거지?

"후...생각보다 애먹이는군. 이슬비양은 망가진것 같고 어떻게 할까 누나?"
"그럼 저 무기라도 가져가자! 난 내가 저 창을 쥘 수 있는지 궁금해!"

쓰러진 나를 지나 테인이에게로 가는 애쉬와더스트를 향해 비트를 날렸다.
허망하게도 비트가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방어에 막혀 튕겨나갔지만 그들의 눈의 돌리는것에는 성공했다.

"대단하군. 이슬비양, 더 움직이면 아마 죽어버릴거야."
"대체 왜 계속 일어나는 거야? 이제는 질린다구!"

질린듯 쳐다보는 시선을 보며 나는 몸을 일으키며 위상력을 전개해 주변 물건들을 비트화해서 날리기 시작했다.


...
....


...세상에는 진짜 천재가 있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보다 훨신 강력한 힘을 보이면서도 별거 아니란듯이 게임기를 꺼내 게임하는 걸 보며
질투심마저 느낀적도 있다.
하지만 같이 행동하면서 그가 남 모르는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외에 그동안의 일생을 바쳐 노력해왔던게 물거품이 되었어도 굴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는 그녀를 보았을때도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약한 힘을 가지고도 모두를 위해 몸을 바쳐싸우고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 남자를 보고도
어린 나이에도 뚜렷한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는 소년과 만났을때에도

항상 질투가 생겨났다.
자신에게는 목표가 없었다.
단지 목표없는 분노만이 남아 자신을 불사르고 있었을 뿐.

그러나 그들과 만나 행동하고 대화를 나누며 자신에게도 뭔가 다른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서야 자신에게도 복수가 아닌 그 너머의 뭔가를 손에 넣을 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들과 만나지 못 할 것이다.

그건 정말 슬프지만 그래도 참는 수밖에 없다.

리더니까.


...
....


미스틸테인은 꿈을 꿧어요.
분명 어마어마어마하게 슬픈 꿈이였는데. 정말 슬픈 꿈이였는데.
슬프게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미스틸테인이 있는 방에 들어온 할아버지들의 모습에 미스틸테인의 슬픔은 날아가버렸답니다!

"미스틸테인. 몸 상태는 어떤가?"
"하핫.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할아버지! 저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할아버지들은 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서로 얘기 할 뿐이였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미스틸테인에게 이런 일은 익숙하니까요!
가만히 웃고 있던 미스틸테인에게 할아버지들의 말씀이 들렸어요.

"검은양팀에 보낸건 역시 멍청한 짓이였군."
"그래도 검은양팀이 전멸했지만 이렇게 미스틸테인은 멀쩡하지 않나."

검은양팀?
미스틸테인은 고개를 갸우뚱 했어요.
분명 많이 들어본듯한 느낌인데 생각이 나질 않는거에요.

하지만 크게 의문을 가지진 않아요.
왜냐하면 미스틸테인에게 그건 아주 익숙한 일이거든요!
분명 처음보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낀다던가
처음 와보는 방안인데 왠지 익숙하다던지요.

그래서 한때는 의문을 가졌지만 할아버지들이
신경쓰지 말라고 했으니 더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요.
미스틸 테인은 착한 어린이 거든요!

"그렇다면 이제 기존에 예정되었던 사냥터지기팀에 넣어서 차원종을 처리해야겠군."
"별 수 없지. 그럼 그렇게 하세나."

할아버지들이 나가면서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번에 가야할 곳이 정해졌나봐요.
미스틸테인은 사냥꾼이니까요!
차원종을 사냥감으로써 사냥하는 사냥꾼!

"차원종...?"

미스틸테인은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자기가 사냥꾼이 맞았던가요?
몸이 덜덜 떨려 말을 듣지 않았어요.

미스틸테인은 급히 이불을 덮었어요.
당장이라도 차원종이 나올거 같았거든요!

미스틸테인은 덜덜 떨며 차원종이 사라졌다고 생각될때까지
계속 이불안에 있었어요.

영원히.



CLOSERS Bad Ending [이불 밖은 위험해]

THE END




...
....




...부캡을...


부캡을 사용하시겠습니까? 9/10
2024-10-24 23:10: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