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nd #6 - 진실

Interpol 2015-01-31 2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일을 끝마치고 시간을 봤을 때는 밤 11시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관리요원의 일이 쉬운일이 아니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렇게 고달플 줄 누가 알아겠는가...


"고마워요. 덕분에 일을 빨리 끝낼 수 있게되었네요."


깊은 밤이 되어서야 일을 다 마친 유정은 책상에 무질서하게 놓여져있는 각종 서류들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닫고는 책상 옆에 위치한 옷걸이에 걸려져있는 핸드백을 꺼내 자신의 왼쪽 어깨에 맨 뒤 환한 미소를 현민에게 보여주고 현민도 미소로 답하며 먼저 사무실에서 빠져나오자 전등 스위치 전원을 끈 뒤 나와 사무실의 문고리에 있는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고 3시 방향으로 돌리고는 다시 역시계 12시 방향으로 돌린 뒤 열쇠를 빼고 핸드백에 넣었다.


"그럼...전 먼저 가볼게요. 현민씨. 제가 없다고 일 땡땡이 치시면 안돼요."


"흠...뭐 밤에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유정이 떠난 뒤 자신은 그저 유정이 떠나간 자리를 눈으로 지켜볼 뿐이다. 마치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개처럼 말이다. 얼마나 서 있었을까...피로해져가는 눈이 계속 감겨오듯이 현민의 고개도 조금씩 젖혀가더니 한번 강하게 고개를 젖다가 일으키더니 당황했는지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숨을 내쉬고는 동아리실로 다시 들어갔다. 


검은양 팀의 임시본부로 씌여지고있는 동아리실은 어느때나 비좁게 느껴진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자들이나 책상에 널부러져있는 물건들을 보면 갓 이사온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가 않는다. 또는 어머니들이 현재의 동아리실을 본다면 아마 이게 사람이 지낼 곳 맞냐면서 핀잔을 들을 것이다.


한밤중의 동아리실은 그 누구도 있지 않기에 어두컴컴한 채 무질서하게 놓여져있는 물건들로 인해 넘어질 우려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현민의 예상외였다. 어두컴컴한 동아리실은 환한 LED전등이 비추어주고 있고 아무도 없을꺼라는 예상과 달리 동아리실에 비치되어있는 TV가 켜져있고 의자에 앉은 채 드라마를 보고 있는 슬비의 뒷모습이 현민의 눈에 들어왔다.


"응? 너 퇴근하지 않았었나?"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보고 있는 동시에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로 가보았지만 아무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슬비는 그저 TV에 모든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이다.


"어이어이...사람이 말하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듣는 척이라도 해주면 안되는거니..."


지금의 슬비한테는 자신의 말이 전혀 들리지않을꺼라 생각했는지 언성을 살짝 높였지만 슬비는 아랑곳 하지 않고 TV에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말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각을 한 현민은 한숨을 쉰 채 창가에 설치되어있는 커피포트의 뚜껑을 열어 남아있는 물의 양을 확인해보고는 조용히 뚜껑을 닫고 기기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이로써 오늘 커피는 총 3잔을 마시는 것이다.


열심히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슬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창가쪽에 놓여져 있는 의자를 최대한 소리없이 엉덩이쪽으로 끌고는 조용히 앉은 뒤 커피포트에서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가...이 아이는..."


현민은 앉아있는 슬비의 뒷모습을 보고는 손가락으로 안경을 조정한 뒤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창가를 바라봤다. 깊고 어두운 밤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파손되지 않은 건물의 간판과 가로등이 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역시 강남은 강남이구나.


커피포트의 물이 본격적으로 끓기 시작했는지 서서히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김이 나기 시작했다. 커피포트의 소리를 들었는지 슬비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창가를 바라보는 현민이 보였다. 그의 모습은 마치 친구, 가족 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청년의 고독함이 묻어나온다고 해야할까...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풍겨온다.


"어?...아저씨 언제부터 여기있었어요?!"


그런 것도 잠시 곧 슬비는 당황한 기색을 뿜어내며 그런 현민을 바라본 뒤 급히 물어봤지만 이번에는 현민이 슬비의 말을 못들었는지 그저 창가를 볼 뿐이다. 그렇게 서로 어색함이 묻어나오는 광경이 나와서야 커피포트의 전원이 꺼졌다. 물이 다 끓어진 것이다.


"어?...뭐라고?"


현민도 정신을 차렸는지 커피포트 옆에 있는 종이컵과 인스턴트 커피 한 개를 꺼내더니 봉지의 입구를 뜯고는 종이컵에 커피가루와 설탕을 뿌리고 커피포트를 들고 종이컵에 적절 양을 붓고는 봉지 껍데기로 종이컵을 몇번 젓고는 봉지는 밑에 놓여져있는 쓰레기통에 넣은 뒤 종이컵을 들고 압으로 갖다대어 한잔 들이켰다.


"너 퇴근한거 아니였냐고...물었는데 말이지. 근데 넌 계속 TV보고 있기에 계속 말하지는 않았어."


현민은 이후 말 없이 커피만 마셔댔다. 슬비는 '아...'라는 말과 함께 더 이상의 말을 잇지 않고 조용히 그를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민의 목구멍에서 몇번 '꿀꺽'거리는 소리가 났고 종이컵에 들어있던 커피를 다 마셨는지 쓰레기통에 종이컵을 넣은 뒤 창가를 바라고보는


"슬비야."


"예?"


갑작스러운 현민의 부름에도 슬비는 당황하지 않고 그저 '예'라고 답했다.


"너...아까 밤에 나랑 유정씨랑 얘기한거 들었지?"


말을 마친 뒤 현민은 창가에서 고개를 돌려 슬비를 바라봤다. 그의 눈가나 표정에서는 원망이나 분노가 느껴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답해줘'라고 느껴졌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것 처럼...


"이..일부러 들으려고 한건 아니였어요. 지나가다가 우연히...아..아무튼 죄송합니다."


"뭐...나도 너가 그럴 생각으로 들은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너가 나에 대해 알게되었으니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현민은 의자에서 일어나 손가락으로 안경을 조정한 뒤 그녀의 양어깨에 양손을 올리고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농담이야...그런데 관심없는 척은 다하면서도 나에 대해 알고 싶은게 많은가 봐?...감출려고 해도 이미 들킨 이상..알려주는게 더 낫겠지."


"알려줄게...나에 대한 모든걸.."


말을 마친 뒤 그는 손목에 차고 있던 광역 통신기를 조작하고는 동아리실에서 조용히 빠져나왔고, 그가 빠져나가는 동시에 슬비의 휴대폰에서 알림이 떴다.


"뭐지?..."


슬비는 휴대폰의 알림을 보며 패턴을 입력한 뒤 확인을 했다. 


'UNION 인사과 파일 Code 32'


파일을 보기로 했는지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보기'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버튼을 누른 동시에 음성시스템이 연결되었는지 파일에 기록된 내용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이현민(가), 특수요원


남성, 22살


전직 국가차원관리부 특수처리반 예하 Hound 소속 암살요원


미 해결사건, 3년전 쇼핑몰 붕괴사건에 구조임무로 파견.


상층부의 지시보다 담당 책임자를 포함한 현장요원의 활동 및 판단을 우선.


명령불복종 및 차원종 세력 가담 혐의로 2년 정직 처분.






"뭐?"


그녀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느꼈던 공포심의 이유를 알게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건 그가 전직 암살요원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의 과거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현재 검은양 팀의 일원으로 있는 것인가...의 의구심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일단은 그 Hound라는 팀부터 알아보자."


음성시스템이 슬비의 독백에 대해 인식을 했는지 현민이 보내준 인사과 파일에서 Hound라는 검색결과와 함께 또다시 음성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Hound

국가차원부 특수처리반 소속 특수팀

전문 훈련을 받은 암살요원 및 특수요원으로 구성된 팀으로써 암살, 구조, 납치, 기밀 유출 방지, 대테러활동, 경호 등의 임무를 수행.


공식 팀마크는 검은 사냥개를 상징하는 코카스 파니엘.


차원전쟁 직후 경찰청 소속 형사의 건의로 창설.


총 3200여명의 정예요원들을 배출하였으며, 3년 전 팀원 전원 사망으로 인한 해체.







"특...특수팀..."


그녀는 왠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이가 있어서 그렇지 신입이라 자신과 똑같을 줄 알았는데 정작 본인과 다르게 그는 각종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왔던 특수팀의 일원이였던 것이다. 약간의 서운함과 배신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랬구나...이 사람은...나랑은 딴판이구나"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의구심이 다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파일에서는 팀원 전원 사망으로 인한 해체로 기록되어있다. 그런데 어떻게 그는 현재까지 살아있는 것인가...그리고 왜 검은양 팀에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슬비의 머릿속에 차올랐다.


"도대체...왜?"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현민. 자신에게 파일을 건네준 그 말고는 아무도 답을 알지 못한다. 그 또한 각오를 하고 그녀에게 알려준 것이기야 하지만 모순점이 있다. 하지만 그에게 물을 용기는 현재의 그녀에게는 있지 않다. 만약 그가 전문훈련을 받은 암살요원이라면...더더욱 그럴 것이다.


"정말...모르겠어"


그런 슬비의 마음을 밖에서는 모르는지 강남의 깊은 밤은 여전히 밝고 화려하다.

































 


 
2024-10-24 22:22: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