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저스] 하이브리드 -혼성체- ] 9

칼질중독 2015-01-31 2

 18년이나 되는 긴 세월이 흘렀는지는 몰랐지만, 내가 오랜시간 잠들어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잠이들었다기 보단 악몽을 꾸었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산체로 전기톱에 팔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이 영원히 반복되는 악몽. 죽고 싶다고, 죽여달라고 애원하게끔 만드는 그 잔혹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왔다는 것 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그 고통은 잠에서 깨어난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고통에 익숙해져, 다른 고통에 둔감해졌다는 것은 인간으로선 곤란한 일이었다.

 내가 잠들어있던 시간이 18년이라는걸 알았을때 비로서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 나는 그 고통을 이겨내고 인간으로서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그만큼이나 긴 시간동안 잠들어있었다는 것이다.

 고통- 그 자체가 나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잡은것. 고통으로 인해 갈귀갈귀 찢어져 버린 나의 몸과 마음도 상처가 아물듯이 회복되어 보다 강하게 굳어진 것이었다.

 나는 지금 18년이 지난 세계에 서 있다. 여전히 계속되는 고통과 함께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눈앞에서 죽은 수십명의 동료들, 구하지 못하고 죽은 수십만명의 시체를 보아온 내가 전쟁이 끝나 평화가 찾아왔다고 하는 이 세상에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이렇게나 고통스러운데, 어째서 나는 죽지 못하는 걸까? 나에게 무슨 역할이 남아있다고 하는 것일까?

 

 어째서인진 몰라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이상, 나에게 죽고싶다는 바램은 허락되지 않는다. 억지로라도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슬비가 주변의 버스와 차를 염동력으로 모아다가 바리케이트 만들어 사거리의 한쪽 길을 봉쇄한 후, 나머지 세방향의 길을 각각 한명씩맡아 차원종의 접근을 차단한다. 끝도없이 몰려오는 차원종들의 앞에서 각자의 라인을 사수하는것 조차 고난이었는데, 슬비가 구축한 바리케이트는 오래 버티진 못할 것처럼 보였다.

 위상레이더를 통해 관측한 강남의 위상변곡률은 그렇게 까지 높지 않았다. 이렇게나 많은 물량의 차원종이 숨어있었더라면 분명 위상변곡률 수치가 높게 표시되었을터. 이 차원종들은 어느순간을 기점으로 동시에 새로 출현한 차원종들인 것이며, 차원종 유인기가 작동한 것 또한 어떤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수십-수백마리에 달하는 차원종들에게 둘러쌓여 탈출할 길도 없이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쾅 콰쾅 쾅쾅쾅!!'

 각자 자신이 맡고있는 길목을 틀어막는 일만 해도 보통 무모한 일이 아니었다. 차원종을 처치하기 전에 자신의 위상력이 먼저 바닥이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바리케이트쪽 방향에서 B급 차원종이라도 나타난 것일까? 강한 충격이 계속해서 바리케이트를 가격하여 점차 무너져가고 있었다. 검은양의 호위를 받으며 유인기에 바짝 붙어있던 송은이 경정과 채민우 경감을 포함한 열명 남짓한 특경대 요원들은 무너져가는 벽을 향해 일제히 총구를 겨눈다. 벽이 무너져 차원종들이 넘어오기 시작한다면 특경대원들의 목숨을 지켜줄 만한 곳이라곤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총기가 고작이었다.

 위상관통탄도 아니고 약간의 경직을 줄 뿐인 작식에 불과한 소총을 들고서, 특경대원드은 숨을 삼킨다. 전하접속탄으로 차원종들을 몰아가며 싸우던 슬비는 옷에 장착된 무전기를 통해 유리와 제이에게 알린다.

 "어느 누구 한명이라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거나, 벽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중앙으로 모여서 유인기를 파괴하고 특경대원들의 보호를 우선으로 움직여.그때까지 가능한 차원종의 머릿수를 줄이는거야!"

 ""알았어!""

 유리와 제이는 슬비의 지시를 받아들였다. 유인기가 파괴된다면 차원종들의 주의가 산만해지고 탈출할 틈을 만들어내는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렇게나 많은 수의 차원종들이 강남에 다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강남이 어디까지 파괴될지는 예상할 수 조차 없게 된다. 지금의 전력으로 이 차워종들을 모두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는 하지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선 한계의 한계까지 싸우는 수 밖에 없었다.

 '투쾅! 키기기긱!'

 바리케이트의 층을 이루던 버스 한대가 충격으로 인해 굴러떨어지고, 바리케이트의 높이가 낮아진다. 그리고 가볍고 날쌘 스케빈저 몇마리가 바리케이트를 타고 넘어오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

 '투다다다다-!!'

 특경대원들에게 일제히 사격을 당해, 그 충격으로 밀련 바리케이트 아레로 다시 추락한다. 차원종들이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하도록 사격을 가하지만, 타고 넘어오는 차원종의 수가 많아지면서 그조차도 역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버티는건 한계라고 생각한 슬비는 유인기의 파괴를 지시할 생각이었다.

 

 

 '투콰아아앙!!'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늘 위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바리케이트의 뒤쪽으로 추락하여 강한 충격파를 일으키고 그 충격에 휩쌓인 차원종들이 나가떨어진다.

 "뭐지?!"

 슬비는 예상밖의 요소가 전장에 끼어들면서 순간 혼란에 휩쌓인다. 유인기의 파괴도 제때 지시하지 못하고 여전히 길목으로 몰려드는 차원종을 불태우며, 잠깐의 여유를 틈타 바리케이트쪽 길목으로 고개를 돌린다.

 특경대원들과 바리에키트의 사이지점에 착지한 그는 건블레이드를 들고 있었다. 슬비는 순간적으로 그가 '이세하'인것 처럼 보여으나, 그의 외모와 옷차림이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남색으로 물든 팔과 밝은 하늘색 머리카락. 방탄복을 뺀 특경대원의 옷차림을 하고 있는 그는 바로 은하수였다.

 "으, 은하수?!"

 "전장에서 한눈팔지 마!"

 하수의 목소리였다. 그는 큰 목소리로 슬비에게 일침을 주고서, 바리케이트를 타고 넘어오는 차원종을 배어버린다. 검게 물든 오른손으로 거칠게 휘두르는 그의 검술은 결코 솜씨가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휘두르는 검에 배인 스캐빈저는 단순히 배이거나 날아가는 수준으로 그치지 않았다.

 검에 배이는 순간, 그 충격으로 완전히 파열되어, 둘로 나누어지더니 산산히 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 그는 차원종을 배어넘겼을때의 오른손의 감각을 머릿속으로 되세기고선, 바리케이트 쪽으로 달려든다.

 "거치적거려!"

 그리고 바리케이트의 벽면에 무작정 칼을 휘두르더니, 그 충격으로 발생한 충격파는 반대편 길목을 막고 있던 유리에게 까지 전해질 정도로 강력했다. 충격에 의해 폭파되듯이 날아가는 바리케이트를 구성하던 버스와 차량등의 파편 차원종들에게 충돌하여 피해를 준다.

 그의 일격으로 인해 바리케이트는 완전히 구멍이 나버리고, 그 길목을 통해 모여있던 수백마리의 차원종이 **듯이 달려든다.

 "흐아아아아!!"

 그는 손에 쥔 건블레이드에 힘을 모아 차원종들이 접근하길 기다힌다. 그가 가만히 있자 뒤에서 지켜보던 특경대원들은 위기를 느끼고 있었지만, 전장의 감을 길러온 송은이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은하수라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하아압!!"

 하수는 건블레이드에 축적시킨 위상력을 단번에 폭발시킴과 동시 검풍이 일을 정도로 강하게 검을 휘두른다. 왼쪽 아레에서 오른쪽 위로 사선을 그리며 배어진 검풍에 빙결 속성의 위상력이 휘감기면서, 검풍을 칼날 형태의 얼음으로 형상화 시킨다. 하수의 검으로 부터 튕겨져 나가는 그 얼음의 칼날은 길목을 매우고 있던 차원종들을 무참히 배어 관통하여, 길목의 차원종들의 3분의 1 정도를 몰살시킨다. 갑작스런 피해에 놀란것일까? 무작정 달려들기만 하던 차원종들도 그를 경계하여 대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한편 하수는 자신의 오른팔이 한결 가벼워 지는 것으 느낀다.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이지만, 오른팔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18년동안이나 가시지 않았던 고통이 해소되는것을 느꼈다. 단순히 해소되는 것을 넘어서 쾌감에 가까운 형태로 전해지는 이 감각에 심취하면서도, 하수는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고른다. 주변의 기온이 바짝 내려간 탓에 그가 숨을 내쉬는 동안 하얀 김이 서려선 공기중으로 퍼진다.

 '니녀석의 힘을 내가 쓸수 있다는게 뭔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이 힘좀 빌린다! 펜리르,'

 

 18년 동안이나 고통속에서 잠들어있던 자신이 눈을 뜬 후, 처음으로 마주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이들을 돕겠다는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세하가 자신에게 검을 내민 순간, 하수는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기쁘다고 생각했다.

 하수는 세하에게 검을 받는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꽤 무게가 나갈것으로 보였던 그의 건블레이드가 지나치게 가벼웠던것. …그리고 그것을 휘두르는 순간 팔에서 부터 전해지는 위화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검을 휘두르고 싶다고, 휘두르지 않고선 참을 수 없다고 나의 몸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한 불길한 본능에 몸을 맡긴다는것은 불안요소 덩어리에 순 흑화플레그 덩어리였지만, 기댈 수 있는 것이 이것 뿐이라면 도박에 걸어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지나치게 가볍단 말이지."

 하수는 펜리르의 위상력을 활용하여, 주변의 수증기를 끌어모은다. 세하의 건블레이드는 열 전도율이 좋아서 발열특성을 가진 세하의 위상력과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것은 반대로, 빙결특성을 가진 펜리르의 위상력과도 상성이 좋다는 이야기이며, 하수의 손에 들린 건블레이드는 일대의 열을 모조리 빼앗고선 한없이 한없이 차가워져 주변을 서리로 뒤덮는다.

 건블레이드에 빠르게 서리가 일기 시작하더니, 하수가 몇번 휘두르자 건블레이드를 중심으로 얼음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그것은 점차 크기를 키워선 말도안되는 사이즈의 거대한 대검을 만들어낸다.

 길이는 2미터가 넘고, 넓이만 해도 30센치는 가볍게 넘을것 처럼 보인다. 그 무식한 크기의 얼음대검은 무게만 해도 200키로를 넘을 그것을 가볍게 들이올리는 하수는 그것을 몇번 휘두르곤 만족한다.

 '아직까지도 가볍지만, 더 이상 크기를 키움 불편하겠는걸?'

 

 하수의 등장을 인식한 슬비와 유리, 그리고 제이는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어째서 그가 이곳에 있으며 세하의 건블레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가 발휘하는 어마어마한 힘과, 그리고 펜리르를 연상시키게끈 만드는 그의 빙결계 능력은 대체 무엇인지…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현제의 그가 아군이라는 것 만큼은 상황이 알려주고 있었다.

 그를 전력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매우 큰 도박이다. 그럼에도 슬비는 하수라는 새로운 전력 전력에 걸어보고서 새롭게 지시를 내린다.

 "모두들 체력하고 위상력은 남아있어? 얼마나 더 싸울 수 있을거같아?"

 슬비가 무전기를 통해 제이와 유리에게 묻자 두 사람은 자신있게 대답한다.

 "내 건디션이야 언제나 마찬가지로 최악이지. 평소와 다를것 없어."

 "적어도, 눈앞에 보이는 녀석들은 전부 쓸어버릴 정도? 그러는 슬비는 어떤데?"

 "충분해. …작전을 바꿀게. 차원종의 수도 많이 줄어들었어. …눈앞에 보이는 차원종을 섬멸하는거야. 할수있어?"

 둘은 슬비의 새로운 지시를 받아들이고서, 위상력을 좀더 끌어모아 전의를 불태웠다. 하수의 등장으로 인해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불안요소로 가득한 그이지만 어째서인지 더 이상 위기감 같은건 느껴지지 않았다.

 슬비도 보다 위상력을 끌어올리고서 수십개의 단검을 꺼내 공중에 띄우고, 일제히 눈앞의 차원종을 겨누어 위협한다.
2024-10-24 22:22: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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