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School Days -1
키라의패기 2014-12-09 0
조금은 언덕진 등굣길, 저마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책가장을 맨채 언덕길을 사뿐사뿐 올라가고 있다. 어떤 아이들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며 올라가거나, 묵묵히 걸어올라가는 아이, 뭐가 그리 바쁜지 열심히 뛰어가는 아이들도 보인다. 하지만 그런 무리들 중에서 눈에 띌 듯 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귀에 꽂혀있는 노란 이어폰이 연결된 게임기 에서는 커다란 칼을 든 전사가 마구잡이로 몬스터들을 죽이고 있었다. 아마 아무에게도 안들리곘지만 지금 이 소년의 귀에서는 아마 살육의 현장이 생생하게 느껴질 것 이다.
시선은 자신의 가슴팍에 있는 게임기에 고정시키고도 유유히 여유있게 걷고있는 모습 때문인지 아무도 이 소년의 게임기 사랑에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게임기만 보고 걷다가 미처 ** 못한 누군가와 부딪친 소년은 "앗" 하는 작은 소리만 내더니 이내 옆으로 슬쩍 비껴 다시 걸었다. 누군가와 부딪치건 말건 소년의 머리속은 온통 이제부터 붙게될 보스의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유유자적 게임기 속 세상에 몰두하며 오늘도 소년은 등교를 했다.
교실에 도착하자 소년은 잠시 게임기를 중지 시키는가 싶더니,가방을 매려놓더니 다시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교실이 얼마나 시끄럽든, 누가 떠들든, 소년의 귀에는 오로지 피터지는 게임의 현장만이 들릴뿐 이었다.
"이세하!!"
누군가의 커다란 고함소리에, 소년 '이세하'는 그제서야 '컴플리트' 라고 쓰인 게임기에서 시선을 떼더니 소리의 근본지를 찾아 고개를 휘휘 내둘렀다.
그러던 소년의 시선이 딱 멈춘 곳은 다름아닌 교탁, 담임선생님이 서있는 장소 였다. 소년은 커다란 검은 눈망울을 끔뻑거리며 손목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8시 30분. 종례를 시작한지 무려 10분이나 지났다. 소년은 흠칫 놀라는 듯 하더니 재빠른 손놀림으로 게임의 저장 버튼을 누르고선 등교시간 내내 귀에 꽃혀있던 이어폰을 빼내고 대답했다.
"왜요."
반성의 기미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소년의 대답에, 이마에 힘줄까지 솟아오른 담임의 특별조치가 내려졌다.
"복도에 나가 서있어!!!"
소년은 재빨리 게임기를 주머니에 넣고선 교실 뒷문을 빠져나갔다.
"도대체 몇년도 식의 처벌인지람. 하여튼 우리 담임쌤도 늙으셨어."
분명히 벌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톱만큼도 반성의 기미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복도에 쭈구려 앉아 몰래 가져온 게임기를 손에 들었다. 하지만 아까 게임의 최종보스까지 다깬 소년은 이 게임엔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흥이 떨어졌는지 게임기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선 일어나 조금은 벌을 받는척, 복도에 서서 교실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나이가 50은 조금 넘어보이고 머리가 빠져 정수리가 훤히 드러나는 중년의 남성, 즉 담임선생님이 보였다.
'도대체 저 머리는 어떻게 감추고 다니지 않을려나.' 하고 생각하고 소년은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교실 밖으로 얼핏 들리는 담임의 우렁찬 목소리는 대략 무언가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나 하는 톤이었다.
슬쩍 들은 내용은 '앞으로 학교 내에서 게임을 하는 녀석들은 특별지도를 할 것이다.' 라는 정도였지만 이렇게 짧은 내용은 몇분이나 구구절절 설명하는 담임의 모습에 소년은 하숨이 푹푹나올 지경있다. 화가 났을때의 담임선생님은 항상 얼굴 전체가 벌개졌다.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소년은 항상 저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곤 '문어를 닮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항상 소년의 머리속에서 담임선생님은 통칭 '문어'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단순히 모습만을 보고 담임에게 이런 별명은 지은 것은 아니다.
담임선생님은 학기초부터 소년의 게임기 하는 버릇을 지적했지만 몇개월이나 진전은 없었다. 다른 과목의 선생님들은 소년은 거의 내버려두다 싶이 했지만 담임만은 예외였다. 언제나 소년을 지적했고 그때마다 소년에게 다양한 벌을 주었지만 소년은 그러려니 하는 식이었다. '젠간 지쳐서 떨어지겠지.'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담임은 다른 선생님들과는 달랐다. 매일같이 소년에게 화를 냈다. 게임을 하지말라며 소년을 나무랬다.
심지어 보다못한 다른 선생님들이 '세하는 포기하세요.' 라는 충고까지 해주었지만 소년도, 담임도 변함이 없었다. 소년은 이렇게까지나 끈질긴 담임을 보고 '문어' 라는 명칭을 머리속에서 선사했다.
교실의 앞문이 열리고 소년의 반의 담임 선생님이 나왔다. 창문 너머로 슬쩍 보았을 때보단 얼굴의 붉은끼가 조금 옅어진 상태였다.
"따라와."
담임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매웠다. 복도를 뚜벅뚜벅 걷는 담임을 소년은 말없이 뒤따랐다. '오늘은 무슨 잔소리를 듣게 될까나...' 그런 생각을 하며 소년은 주머니 속의 게임기를 만지작 거렸다.
교무실에 들어서자 몇몇의 선생님들이 소년을 보고서는 흠칫했다. 몇명은 이제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고, 몇명은 오늘은 어떤식으로 나올지 기대하는 방응이었다. 어떤 선생님들은 아예 내기를 벌이기도 했다. 소년은 그런 선생님들은 한번 째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어짜피 이런 일따위 소년에겐 일상이기에 일일이 짜증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담임은 누가 보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담임은 자신의 자리에가서 풀석 앉았다. 바퀴달린 회전식 가죽의자가 밑으로 풀석 꺼졌다. 걷는 내내 등만 보이던 선생님의 모습이 이젠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다. 소년은 자신에겐 잘못이 없다는 듯이 꿋꿋이 고개를 세우고 앉아있는 선생님을 내려다 보았다.
"오늘은 뭡니까 선생님."
"...이세하. 너는..."
"찾았다!!!!!"
중간에 불쑥 두사람의 대화의 흐름을 끊은건 돌연 교무실에 난입한 짧은 핑크 단발머리의 여자아이였다.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소년에개 다가서더니..
-찰싹!
소년의 뺨을 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