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스토리] 티나 오디오 무비 본 후, 즉흥적으로 써보는 단편
루이벨라 2016-07-29 2
"정말일까, 저 작은 소녀가 '악령' 이라니..."
얼마전부터 벌처스 회사 내부에서는 그런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벌처스 처리부대 중 하나인 '늑대개' 팀에 정예 클로저를 수십명이나 죽인 프로 암살자인 '악령' 이 신규 멤버로 편입이 되었다는 소문이었다. 그런 소문이 난 직후, 못보던 얼굴 하나가 벌처스 회사 내에서 간간히 보이기 시작했고, 그 소녀가 소문에 그 자자한 '악령' 이라는 소문도 같이 떠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둘간의 갭 덕분에 믿지 못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자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무거운 총을 들어도 힘들다는 표정을 짓지 않고, 제일 두려웠던 점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1초에 대한 망설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에게 명령을 그대로 수행해야하는 로봇 같이 보였다.
"교관, 복귀했다."
"어서 와라, 티나. 임무에 별 문제는 없었나."
"없었다. 하지만 이 곳 사람들은 날 반기지 않는 모양이더군."
"그게 무슨 소리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던 소녀는 커다란 흉터를 가진 건장한 사내와 마주보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교관' 이라 불린 사내의 물음에, '티나' 라는 소녀는 잠시 고민을 하며 말했다.
"내가 악령이라고 뒤에서 수군거린다. 내가 악령이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기분이 좀 묘하다."
"...언제까지 네 입에서 악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인가. 넌 '티나' 라고 누누히 말했을텐데."
"...그렇군. 깜빡하고 있었다. 난 티나다. 하지만 내가 과거에 악령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
그 말에 남자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자그만 키의,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이 앳된 소녀가, 클로저들을 암살하기 위해 만든 암살용 안드로이드라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사내도 처음 티나의 정보를 접했을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단지 어리기만 한 외형 때문에 놀란 것만은 아니었다.
-교관님--!!
마음 속에서 환히 웃는 소녀와 저도 모르게 겹치게 되어서 사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티나, 넌 사람들이 널 어떻게 보아주었으면 하나."
"모른다. 애초에 난 인간이 아니다. 내가 그들의 시선을 신경써야하는 이유는 없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한 말은 잊어주기 바란다, 교관."
"...알았다. 이제 더 이상의 임무는 없으니 쉬도록."
"알겠다. 휴식 모드로 돌입하겠다."
총을 내려놓는 소녀에게서는 힘들다라는 표정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티나라는 소녀와 지낸지는 이제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소녀는 사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똑같은 건 겉모습뿐, 그 둘은 다른 인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차이가 매우 심했다.
사내의 기억 속에 있는 소녀는 늘 웃는 얼굴이었다. 아무리 훈련이 고되어도,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죽었을 때에도, 돌파 방법이하나도 없는 전장 속에 홀몸으로 있을때도, 늘 웃고 있었다.
하루는 소녀에게 물어봤었다. 어째서,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냐고. 그 말에 소녀는 이런 말을 했다.
-제가 매사에 긍정적인게 유일한 장점이거든요.
아니었다. 소녀에게는 수많은 장점이 있었다. 그걸 소녀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었다.
-교관님, 저 강해지고 싶어요!
소녀는 강해지고 싶다고, 사내에게 말을 했었다. 그리고 사내라면 자신을 분명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소녀가 전장에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사내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처음이었다. 소녀의 체력에 맞지 않는 훈련의 결과는 애꿎은 소녀의 몸만 늘 만신창이로 만들었고, 소녀의 몸에서는 상처약 냄새가 안 나는 날이 없었다. 화가 날 법도 하건만...훈련이 끝나면 소녀는 언제나 사내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고맙다고.
-교관님, 이번이 제 첫 공식적인 임무에요. 꼭 성공시키고 올테니 기다려주세요!
처음으로 전선에 나가는 소녀는 사내에게 단단히 고했다. 성공해서 돌아온다고, 그 말 밑에는 '살아오겠다' 라는 전제가 깔려있었을 것이다. 그런 소녀가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난생 처음 사내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져버린 소녀는 약간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곧 환히 웃는 것으로 대신 대답을 했다.
그리고...결국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 * *
"...티나."
"왜 그러지, 교관?"
"...아무것도 아니다. 임무에 집중하도록."
오늘따라 젊었을 적 만난 '그' 소녀가 떠오르는 것은 무얼까. 사내는 뒤를 돌아봐 한창 조준경을 맞추고 있는 '소녀' 를 바라보았다. 저런 긴 조준경을 맞추려고 하면 한창동안 낑낑거렸었는데...
예전에 물었다. 임무에 겁을 먹은건 아니냐고. 임무를 잘 해낼 수 있을거냐고. 그러자 돌아온 소녀의 말은 무미건조했다.
-그렇다. 나는 강하다.
-교관님, 저 강해지고
싶어요!
그때 강해지고 싶다던 전장 속의 소녀의 목소리는 결코 환청이 아니었다.
강해지고 싶다고 자신에게 염원했던 소녀는, 결국 강해져서 그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사내는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알던 소녀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존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교관, 무슨 문제라도 있나?"
"...없다. 임무에나 집중하도록."
전장에서 만났던 소녀의 마지막을 보내는 표정 또한 웃고 있었다. 곤히 잠든것처럼 보여서, 평안히 잠들어있는거 같아서, 하마터면 깨울 뻔했다. 입가에 옅게 미소를 짓고 있어서 무슨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을 정도였다. 어쩌면 그 꿈은 사내가 죽을 때까지 꿀 수 없는 꿈일 것이 분명했다.
죽어서야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소녀였다. 다시 만났을 때의 기분은 기쁨을 넘어서,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랬다. 소녀는 확실히 죽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내가 직접 확인까지 했었기 때문에, 일어난 이 '기적' 에 마냥 기뻐만 할 수는 없었다.
소녀의 뒷모습을 힐끗 보았다. 이러고 있으니 흡사, 그때의 시절, 전쟁을 하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말]
티나는 사랑입니다, 를 외칩니다.
클로저스에서 이렇게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세하 이후로 티나가 처음인거 같아요.
그래서 티나 관련된 소설을 많이 써보고 싶습니다.
가끔씩 티나 단편으로 뵐거 같은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이건 연습용이라 퀄이 좀 심히 떨어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