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들의 데이트-(4)

인생현시창 2015-01-30 67

전편 링크: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b%ac%b8%ec%a0%9c%ec%95%84%eb%93%a4&n4articlesn=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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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의 안은 제법 사람들로 북적였다. 벽에 붙어있는 거대한 포스터 중의 하나가 자신들이 볼 영화라는 것을 안 이세하는 무슨 포스터가 있나 천천히 둘러 보았다.


액션 영화나, 코미디 영화 등, 최근에 나온 건 별로 없고 예전에 나왔다는 소식만 몇 번 들은 영화들이었다. 게임을 할 시간도 이제는 바빠서 일하는 도중에 짬짬히 내야하는 탓에 보러 온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인터넷에 써있는 평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영화들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의 예매는 이슬비에게 맡기고, 자신은 뭘 보는지조차 듣지도 않았었다. 거의 영화를 보기 직전이지만, 지금이라도 알아놔서 나쁠 건 없겠지.


"야 이슬비, 우리 뭐 보는 거냐?"


"저거야."


이세하가 포스터 쪽을 가리키며 묻자, 이슬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맨 구석에 있는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포스터에 있는 한 쌍의 남녀를 시야에 들인 이세하의 몸이 굳어졌다.


처음에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몸을 밀착하고 있기에 그저 로맨스나 멜로 영화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포스터에 써진 글과 남녀 외의 다른 것들을 보고 나니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는 몸 깨끗한 곳 하나 없이 성한 곳도 없었으며, 그 둘 뒤의 배경으로 있는 것은 제법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암흑 속에 있는 단 하나의 눈동자였다.


……이거 공포영화잖아. 그것도 엄청나게 무섭기로 소문난 거. 소문으로는 보다가 졸도해버린 사람도 있다는 모양인데, 이세하는 자신이 곧 이런 것을 본다는 것이 영 기껍지 않았다. 게임 중에서도 호러 장르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 '무섭지만 재미있다'는 평에 몇 번 해보기는 했지만, 그런 게임들을 할 때에도 일일이 깜짝 놀라 심장을 졸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이런 고난이도 공포영화를 봐야 한다니…. 이세하의 표정이 서서히 썩어들어갔다.


"……딴 거 보면 안 돼?"


"안 돼, 이미 예매해놨으니까."


"끄응……."


그런 이세하의 반응에 이슬비는 생긋 웃었다.


"왜? 무서워?"


"무섭긴 누가!"


일단 부정하긴 했지만, 다시 한 번 포스터를 흘깃 보니 긴장감에 침이 절로 삼켜졌다. 정말로 이런 걸 봐야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닫고 말았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지, 이미 이슬비에게 예매도 다 하게 해놓고 여기까지 와서 내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장벽이 높았다. 장대를 넘는 것도 일단은 낮은 것부터 연습해서 차근차근 높이를 올리는 것이 좋은데, 처음부터 이러는 건 완전 무리게임 아닌가. 이세하는 힐긋 포스트를 훔치던 시선을 이슬비에게로 돌렸다. 이슬비가 저를 보며 웃는 모습에 이세하는 울컥했다.


"으…그래, 본다. 멀쩡하게 봐주겠어. 그러면 될 거 아니야!"


"난 뭐라고 한 적 없거든? 그리고 이미 예매한 이상, 돈이 아까워서라도 봐야지. 돈이 땅 파서 나오는 건 아니니까."


방금까지는 무슨 콩깍지가 씌였던 건지 순간이나마 귀여웠건만, 지금 보니 이리 얄미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슬비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게임 살 돈을 아껴서 영화를 보는 데 돈을 투자했는데, 안 본다고 하면 돈을 버리게 되는 일이니까. 아직은 학생이지만 이래 뵈도 월급쟁이다. 돈의 중함은 게임 덕분에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서 뭔가가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들이 볼 영화는 개봉한지 한 달도 채 안 된 신작 영화였다. 이슬비가 자주 보는 것이 신작 영화가 아닌 고전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세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뭐, 신작 영화를 안 보는 때가 없던 건 아니었으니 지금도 그런 거겠지. 어깨를 으쓱이고는 이세하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돈은 충분히 넣어놨기 때문에 제법 묵직했다.


"그럼 난 팝콘 사올게. 저기 앉아서 쉬고 있어."


"나도 같이 가."


"됐어. 고작 팝콘 사러 가는데 뭣하러 둘이서 가."


게다가 둘이서 같이 가다가 주변에서 뭘로 볼지 모르겠고……. 뒷말은 삼킨 채로 이세하는 곤란한 듯 볼을 긁적였다. 방금 전 잠시 투닥거렸을 때 날아온 주변의 훈훈한 시선이 그리도 신경 쓰일 수가 없더라. 뭔가 익숙한 시선도 몇 개 있었던 것 같았지만 단순한 기분 탓이겠지.


어쨌든, 이세하는 남들이 멋대로 자신들을 데이트 하는 연인으로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데이트는 맞지만 적어도 연인은 아니었기에 그런 착각과 시선이 낯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슬비로선 그런 이세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해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랑 같이 있는 거… 시, 싫어……?"


"──윽…."


얘, 얘가 지금 왜 이런데. 항상 자신에게 틱틱거리던 이슬비의 모습만 봐 오던 이세하였기에, 이런 이슬비의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다. 혹여나 이 상황이 몰래 카메라가 아닐까 싶어 슬쩍 주변을 둘러볼 정도로. 하지만 딱히 수상한 것은 보이지 않았기에, 이세하는 다시 시선을 이슬비에게로 돌렸다.


시무룩한 이슬비의 모습의 보고 있자니 왠지 표정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 하지만 이세하는 여기서 양보할 수 없었다. 정말로, 죽어도 이슬비와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은 사양이었으니까.


"그, 그냥 있어. 방금까지 막힌 차 안에 있었으니까 피곤할 거 아냐."


"별로 안 피곤해. 날 초등학생으로 본 어른들이 하도 앉으라고 하셔서……. 아무리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어주지를 않으셨어……."


웃다가 시무룩해졌다가 이번에는 금방 침울. 오늘의 이슬비는 참으로 감정의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이세하는 느꼈다. 그래도 이번 건 이해 못할 건 아니었던 탓에 이세하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세하도 처음 봤을 땐 완전 초등학생인줄 알았고, 그건 그때 같이 있던 서유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서유리는 이슬비를 초등학생 내지 중학생으로 취급하고 있는 판이고. 서유리가 그런데 이슬비를 처음 보는 어른들은 오죽했을까.


그래도 세상엔 양보할 수 있는 게 있고, 양보할 수 없는 게 있다. 지금 이 상황이야말로 후자의 경우가 아닌가. 이세하는 절대로 자신의 선택을 꺾지 않았다.


"네가 피곤하든 말든, 이런 건 남자가 하는 거야."


"……알았어.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영화 시간 되기 전에는 와야 해."


거기까지 강경하게 말하니 이슬비도 더 뭐라 할 수 없었는지 포기했다. 이세하는 이슬비에게 들키지 않도록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간신히 숨 돌릴 수 있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세하는 매점을 향해 걸어갔다.


'그나저나 이거, 줄이 상당히 기네….'


이 사람들 전부가 영화 볼 때 먹을 팝콘 따위나 사러 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긴 줄이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중이었기에 바로 줄에 합류. 제 앞에 있는 열다섯의 머리를 본 이세하는 질린 듯 얼굴을 구겼다. 만일 방금 전의 상황이 여자를 얼마나 배려하는가에 따라 점수를 얻는 상황이었다면 저도 모르게 큰 점수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폰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 보니 어느새 자기 차례였기에, 이세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카라멜 팝콘과 일반 팝콘 중간 크기를 각각 한 개씩 주문했다. 이슬비보고 콜라 돈을 내라고 말했었지만 정말로 그럴 생각은 아니었기에 당연하게 구매. 그러다가 이세하는 문득 자신의 시야에 무엇인가가 잡혔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저기 점원 형, 저건 뭐예요?"


이세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목걸이였다. 제법 멋지거나 귀여운 장식들이 만연하게 달린 그 목걸이는 어째서인지 이세하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자신이 악세사리 류에 큰 관심을 보였던 적은 지금 껏 한 번도 없었기에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여겼다.


"기념품이에요. 저희 영화관에서 팔아먹을 게 부족했는지 매점에 저런 걸 추가하긴 했는데…… 사가는 사람은 영 없네요. 주제에 은으로 만들었다는 모양이라 쓸데없이 비싸서 그렇지만."


"저거, 얼만데요?"


비싸다고 말했는데도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이 없는 건 아니라서, 점원은 별로 황당하게 **도 않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3만3천 원이요."


"두 개 주세요."


"네?"


점원이 자신이 잘못 들었냐는 투로 되물었다. 이딴 쓸데없는 장식품이 무려 3만 3천 원이라는 정신 나간 가격이라는 것을 알렸는데도, 앞의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은 한 치의 주저없이 사겠다고 말한 것을 들은 탓이었다. 그것도 두 개를 말이다.


"두 개 산다구요. 저거…, 랑 저거로."


이세하가 고른 것은 끝부분이 넓적한 십자가와 장미꽃 모양의 목걸이였다. 이세하를 황당하다는 눈으로 보던 점원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서는 이세하가 짚었던 목걸이를 가져다주었다. 그래,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돈 낭비하는 봉이 왔다갔다 생각하면 편한 것이었다.


돈을 치르고, 이세하는 자신의 손에 쥐인 두 목걸이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충동구매를 해버리긴 했는데, 막상 사고 보니까 이걸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을 도통 잡지 못하겠다. 곧바로 이슬비에게 주기도 그렇고…….


……뭐, 나중에 어떻게든 하겠지. 이세하는 대충 뇌까리고는 두 목걸이를 그대로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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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명예의 전당 오른 건 추천수 보고 대충 그러려니 하고 예상하곤 있었는데, 설마 추천 폭탄을 그렇게 던져주실 줄이야... 그것 때문에 저 엄청 부담스러워서 ㅂㄷㅂㄷ...하고 떨고 있는 거 아세요?


여튼 게임 한다고 너무 시간 끈 거 같아서, 오늘은 게임 조금만 하고 쓰고 갑니다. 미천한 자까가 던지고 간 글 명예의 전당까지 끌어 올려 주셔서 너무 감사하구, 관심 많이 주셔서 더더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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