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사랑하는 로리타를 위한-中
옐리나 2015-01-30 1
팀에 들어와서 좀 놀란게 하나있다면 우리 어린 아가씨에 대한 데이비드형의 평가가 제법 정확했다는 것이다.
이슬비가 연약하게 내리던 그 날의 꼭 쥐면 부서질 것같은 아기가 눈안에 박혀서 그렇지 우리 대장은 차원종 학살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제법 잘 적응했고,성실하고 착실하게 작전을 수행하고있었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냉정하게 효율을 추구하며 그리 강하지 않은 한계를 꾸역꾸역 노력으로 메워버리는 내 귀여운 아가씨는 마치 제 이름처럼 소리도 없을정도로 연약하고 꾸준히 내리는 이슬비가 기어이 옷과 그 안의 몸까지 적셔가는 것처럼 강했다.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은 이름아닌가.
이렇게 재미없는 자화자찬을 하며 어린애들의 부모가 된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오히려 남한테 들켜 이용이라도 당할까봐 몰래 먹을거나 보내던 때와 달리 부대장포지션이라는 이유로 슬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은 작전회의실이지만 결국 모두가 동아리방이라고 부르는 그곳에서 슬비는 예약녹화했던 드라마를 보고,유리는 음악을 듣고,세하와 테인이가 같이 게임하는 것을 보고있으면 안온하니 가족과 함께하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고,가끔 울리는 적색경보만 아니면 동아리방은 조금 좁을정도로 북적였다.
그 중심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은 역시 우리 어린 대장님이었다.
[단편]사랑하는 로리타를 위한-中
G타워에서의 일이 끝나고 잠깐의 짬을 이용해 검은 양팀은 하나둘씩 정식요원이 되기 위한 시험을 보고있었다.일찌감치 지명받아 테스트를 끝낸 세하와 유리는 몇십번이고 큐브를 다녀오더니 죽을것같다며 휴가를 냈고,어린 테인이도 잠시 독일에 가기로 하고,슬비도 지명을 받아 큐브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동아리방은 정말 간만에 한산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대장은 평소와 다르게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대장,오다가 남자한테 고백이라도 받았어?웬일로 이렇게 허둥지둥이야?"
"아,아,아아뇨,그럴,그럴리가요!"
"...진짜 고백이라도 받았어?"
얼굴이 발갛게 익은 슬비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아무 말도 못한다.맙소사..진짜로 고백이라도 받은거야?
뜨뜻한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위에서 찬물이 쏟아지는 느낌이 났다.
기분이,너무 나빴다.
"그게..그...네..."
"상대는?세하?한석봉?"
"아뇨,이세하는 집에가있고 석봉이는 유정언니를 좋아하는데 무슨소리세요."
"그래서,상대!"
"예?어,큐브의 관리요원분중,하나인데.."
"안돼."
"저,제이씨..왜 갑자기 화를 내세요..?"
"....아...아...미안.미안해 대장.자다가 깨서 기분이 영 안좋은가봐.미안."
"저기..그래서,아무래도 일도 있고 하니까..거절하는게 좋겠죠?"
"그거야 대장마음이지.왜 나한테."
"그래도..제이씨한테 물어보고 싶어서.."
"마음대로 해."
"제이씨는 제가,아무나랑 사귀어도 아무렇지도 않나요?"
"....그거야 네 마음이지.내가 어떻게 건들겠어."
약이 떨어졌다는 핑계를 대고 뛰쳐나와 한참을 걷다가 어디에선가 멈춰섰다.아.왜 이리도 기분이 안 좋은걸까.
여고생에게 남자친구가 있는게 뭐가 어때서.거기다,저렇게나 날이 갈수록 반짝거리는 아이인데.
아니,내가 기분이 나쁜건 틀림없이 그 고백했다는 사람이 형편없는 사람이어서 일 것이다.
못생기고,키도 작고,성격은 음습하고 여자를 제 악세서리처럼 알고 거만한 사람일거다.그런 주제에 집착은 강해서 약간 애정결핍이 있는,그래서 여린 구석이 있는 내 귀여운 대장님을 제 손에 쥐고 마구 흔들 인간일 것이다.
그런식으로 말도안되는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으려니,대단히 비참해졌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내가 정말로 쓰레기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그런데..여기는 어디야..."
덤으로 창피해졌다.
이렇게 되어버린거 휘적휘적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간신히 놀이터를 찾아서 앉아있는데,드디어 처량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맙소사.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실연에 빠진 남자주인공이 되어버렸잖아.
애초에 말이 안된다.지금도 눈을 감으면,이슬비 내리던 저녁의 그 여린 아기가 선명한데,그 아이가 좀 커서,좀 반짝반짝 빛나게 되어버렸다고 소설마냥 사랑에 빠진다니.그래서 질투랍시고 이런 추한 꼴을 보인다는건가.
내가 무슨 롤리타의 험버트 교수도 아니고.아니,애초에 그 자식은 범죄자가 아닌가.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가 아무리 훌륭했다고 해도,그 녀석은 그냥 범죄자였다.그만한 딸이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나이에 그 어린애에게 제 사랑을 강요한다는 것은 차라리 역겨웠다.그래.나는 그 자식과 다르다.
아...비..오래맞으면 건강에 안 좋을텐데.
나는 눈을 감고 다시한번 그 이슬비를 떠 올렸다.이슬비 내리는 저녁,제 볼을 만지던 내 손가락을 힘없이 잡아주던 그 아기.
그 여린 온기가 뭐라고 만신창이인 몸을 굴려 여기까지 왔는지.
"제이씨.감기 걸리면 약을 또 얼마나 드시려고요."
우산을 받쳐든 어린 소녀.
혹독한 수련으로 또래중 가장 위상력에 의한 자연변색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소녀.
강함을 추구하고,여린 구석이 있는 내 어린 소녀.
슬비는 우산을 건네며 '드라마같네요.'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집에 가서 약을 많이 먹으면 나아.괜찮아 대장."
"제이씨,음.이상형이 유능하고 예쁜 여자라고 하셨었죠."
"응.기왕이면 나랑 나이대도 비슷한."
"저,나이대도 안 비슷하고,아직 유정이 언니처럼 유능하지도 않고,예쁘지도 않지만.그렇게 될때까지 기다려주실래요?"
키스라기보단 박치기에 가깝게 입술을 대고 도망가버리는 슬비를 보았다.
"아..하하하...하하..."
너 이 녀석아,언제는 내가 당연히 유정씨랑 맺어져야 한다면서.
네가 롤리타야?무슨 중년 남자에 취미라도 있어?응?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귓가까지 고동소리가 올라와 쿵쿵거렸다.
나는 험버트와 다를게 없었다.그런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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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씨 되게 범죄자같아...슬비 얘가 왜이리 잔망스럽지...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