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스핀오프]사적인 대화
자쿠걸 2016-07-05 1
노년의 남자가 유니온 본부에 들어왔다. 노년의 남자는 유엔군 엠블렘이 걸려 있는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알렉산드로 중장님, 유엔으로부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오퍼레이터로 보이는 남자가 중장 앞에서 입을 열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돼 먹어가는가? 보고해주게나."
오퍼레이터는 그 앞에 종이를 꺼냈다.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로부터 세계의 평화와 질서가 제대로 유지되어 있다고 보고가 들어 왔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말에 중장은 입가 한쪽을 들어올렸다.
"뭐야? 그냥 형식적인 보고였나? 또 다른 건 없나?"
오퍼레이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뒤이어 입을 열었다.
"대체적으로 평화와 질서는 유지되어 지고 있으며, 각 대륙에 속한 국가들끼리 공동의 적에 대응한다는 방식으로 취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은 애초에 북대서양 조약 기구를 통해서 대응을 하고 있으며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는 구 소련권에 해당되는 국가들은 러시아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의 경우, 각 나라가 협력을 한다지만, 과거사 문제와 영토 문제 때문에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마치 독일과 영국, 프랑스처럼 말입니다."
중장은 보고를 끝마치자 입을 열었다.
"재미있군, 과거 그리스가 나토에 속했을 당시, 내 고향 그리스에서는 터키 놈들 때문에 홍역을 치뤘어.-키프로스 침공사태 참고- 그 당시 키프로스가 영국에서 독립했을 때, 터키 측에서는 영국이 재개입을 요구했었는데, 영국이 이 요구를 씹어버렸어. 그러자 이 제정신이 아닌 터키놈들은 미국과 나토의 후원 아래에 같은 나토 회원국인 그리스에게 덤볐고, 결국 북쪽은 터키놈들이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이라는 괴뢰 정부를 세워버렸지. 물론, 남키프로스는 유럽연합 소속이기에 정식국가 취급을 받고 있어. 여하튼, 이 사건을 계기로 그리스에서는 나토의 행동에 책임을 물었고 결국 그리스는 1974년 8월 14일에 한동안 탈퇴했다가 1980년에 다시 재가입했어."
오퍼레이터는 중장이 반쪽 짜리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키프로스 침공은 터키가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1974년 4월 당시, 키프로스 섬은 그리스계 키프로스 장교들이 그리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원인 제공을 보자면, 사실 그리스가 먼저 선빵을 날린 것이다.
"게다가, 각 대륙권에 속한 나라들도 일단은 협력을 하고 있지만, 과연 그 말대로 순수히 협력을 하기만 할까?"
중장의 말이 끝나자 오퍼레이터는 생각해 보았다. 각 대륙의 나라들이 군사적 연합을 하고 있다지만, 만약, 해당 국가가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면 명목상으로는 재건과 도움의 손길을 주겠지만, 그 나라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할 것이다. 차원종 녀석들은 외교라는 단어가 사전에 없기에 이들은 박멸 대상이라는 점에는 전세계적으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인간 세계에서는 외교는 아군과 적이 언제나 바뀐다.
"지금부터 나는 이 방을 나갈거야 그러니까, 우리 사적인 대화를 나눠보자고."
오퍼레이터의 눈에는 중장은 내심 터키쪽이 타격을 입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그리스의 발언권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언론에 공개되어서는 안돼는 발언이다. 유니온 뿐만 아니라 유엔군은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감시해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 때문에 중장과 자신의 직장에 짤려서는 안됀다.
"이봐 젊은이, 네 나라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오퍼레이터는 중장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제 고향은 동유럽에 속해 있습니다. 다만, 구소련권과 국경이 인접해 있어서 언제 그 나라의 영향력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에 항상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폴란드나 헝가리 출신일 것이다.
"좋아, 동유럽 젊은이. 우린 유엔군에 속해 있기에 이 대화는 사적인 대화로만 하자고, 우리의 임무는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네. 그리고, 인류를 수호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일세. 이상 알렉산드로 중장의 사적인 담화일세."
중장이 말을 마치고 오퍼레이터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보고를 들은 중장은 더 이상 볼일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