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892화- [이름을 버리면 정체성을 부정하는 줄 알았어?]
호시미야라이린 2016-07-04 0
“진짜?”
“그러니까 실망하진 말아주기 바란다.”
“헤! 꼰대~ 진작에 그렇게 말했어야지. 안 그래?”
“나타. 너 그렇게 말해야만 기분이 좋아지니?”
“뭐야~ 아...... 아니다. 그냥.”
“......네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지 알겠지만 그냥 참는다.”
“다행이죠, 트레이너 님?”
“물론이다. 레비아.”
공중전함 램스키퍼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 착륙해있는 그 위치에 계속 머무르며 여자가 요청했던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말로 그 의뢰가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질 때에 늑대개 팀은 다른 그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신속하게 투입되어 그들과 싸우게 될 것인데 전형적인 사냥개 성격을 보이는 나타가 가장 들뜬 상태이고 레비아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하피도 귀찮은 일이지만 대장이 그러라고 시키니 하는 거 외에 뭐가 더 있겠냐는 말을 한다. 이에 나타가 아까 그 ‘무표정 여자’ 가 어디로 갔냐고 묻자 본인은 따로 할 일이 있어서 이번 작전에는 빠지겠다고 했단다. 나타가 말하는 무표정 여자는 현 늑대개 팀의 임시멤버라 늑대개 팀과 억지로 같이 작전을 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 게다가 그녀에게 오는 의뢰는 정말로 많고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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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 그러니까 인간들이자 지구인들이라 불러도 될까. 지구인들은 본래의 이름을 대신하여 다른 이름을 받고 다른 사람으로서 살아가면 본인의 정체성을 애써서 부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본인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들의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난 그렇게 본다. 어떤 이름을 가진 자나 남들이 모를 여러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본인의 원래 이름을 대신해 다른 이름을 받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부정하는 이들은 다 그런 부류다. 이름을 바꿨다는 이유로 정체성을 부정한다고 생각하는 몇몇 지구인들은 그들의 사정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또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자기가 주장하는 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인간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진정한 본심이고 악심이다.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대개가 본인의 원래 이름을 대신해 벌처스 인식명이나 기타 가명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벌처스 종합전략사령부 수석연구원이라는 민가영. 민가영의 진짜 본명은 ‘최보미’ 라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보미는 최보나의 언니이자 벌처스에서 각종 화학무기를 연구개발을 하던 녀석이었다. 그 화학무기들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여 많은 죄책감을 느꼈고, 또한 동생을 살인자의 동생으로 만드는 걸 원치 않았다. 최보미는 본인의 본명인 최보미를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자 민가영으로 성부터 이름까지 과감하게 바꿨다. 동생의 미래와 인생을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대가로 지불했다. 오로지 동생을 위해, 그리고 본인이 그렇게 싫어하던 부모님들의 안위를 위해 본인의 모든 것을 대가로 지불했다.
유하진도 너희들이 잘 아는 ‘유하나’ 라는 그 여자의 가족이란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친척인지 친자매인지는 잘 모르겠다. 본인은 그냥 가족이라고만 말하니까. 정보부를 이용해 개인신상정보를 마음대로 보는 건 엄연히 사생활 침해니까. 유하진은 우등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원했는데, 부모님들의 과도한 교육열과 학대와 테러를 방불케 하는 폭력으로 인해 그녀는 거의 매일을 오락실이나 PC방을 전전하며 지냈고, 그것이 적발되어 지금의 F반으로 강제퇴출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벌처스 인식명을 부여받아 그 이름으로 사라가고 있는데 나도 처음엔 몰랐으나 나중에 그녀에게 물어본 바로는 본인이 그렇게 싫어하고 원망했던 부모님들을 위해, 그리고 가족인 유하나를 위해 본인의 이름을 모두 포기하는 그런 대가를 지불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부득이한 사정으로 다른 이름을 받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정말 많다.”
“......”
“그런 이들을 본인의 정체성을 애써 부정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상태가 정말 심히 의심스럽다.”
“넌 그렇게 생각하구나?”
“생명이 위태로운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죄다 바꿔버리는 이른바 ‘증인보호 프로그램’ 이란 것을 이용하고 있는 이들은 도대체 뭐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그것도 정체성을 부정하는 거라도 되나.”
“......”
“누구나 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본인의 이름과 모든 걸 포기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할 때가 있다.”
“......”
“하나 더 가르쳐줄까. 민가영이 생화학방위국 차석연구원에서 퇴출당했던 건, 홍시영 당시 감시관의 모략 덕분이었다.”
당연하다. 사람이 살면서 갖가지 위험에 처할 때가 있는 법인데 본인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경우에 필요에 따라서 ‘증인보호 프로그램’ 이라는 걸 통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릴 때가 있다. 물론 그걸 받아들이면 완전히 받아들이는 게 되기에 기존의 친구들과는 만나는 건 물론이거니와 전화조차 할 수가 없게 된다. 그야말로 근본 뿌리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거다. 뭐 증인보호 프로그램이란 게 받아들여도 본인이 불안하게 사는 건 똑같지. 왜냐하면 들킬 거 같으면 또 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하니까. 결국은 끝이 없다는 거다. 뭐 어쨌든 이름을 바꾸고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도 여러 복잡한 사정들이 있는데 그걸 정체성을 애써서 부정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건 심히 문제가 있지 않나. 그런 주장이야말로 뭔가 심히 수상한 생각이 맞다.
“그러니까 이름을 바꾼 이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봐선 안 된다는 거다.”
“맞아! 네가 모처럼 말을 많이 하네?”
“너야말로 비속어를 쓰지 않고 말하니 신기할 뿐이다.”
“그나저나~ 민가영이라 했지? 걔가 그 학교의 학생회장이 되었을 줄이야? 출세했네?”
“동생을 위해 모든 걸 다 지불하고, 학생회장을 쟁취한 거다.”
“가영이는 이제 그곳에 대해 모든 걸 관할할 수가 있네? 부러운데?”
“부러우면 네가 이 우주의 온 인류를 다 없애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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