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2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12 0
"아, 그게 몸이 안 좋아서 말이야."
이런, 슬비가 날 의심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 이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하필이면 슬비에게 들킬 위기라니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있었어?"
"세하와 유리가 임무수행하러 갔다고 알고 있었지?"
"응."
"그거 거짓말이야. 사실 네가 의심되어서 몰래 뒤를 밟게 했었지. 너와 학교사람들에게는 임무수행이라고 속이고 말이야. 이틀동안 미행했어. 폐건물에 들어간 것도 그렇고 말이야."
으윽, 이거 완전히 위기에 몰렸다. 깡패들은 우리가 뭘 하든 말든 별로 신경안쓰고 그냥 지나갔다. 그래, 지나가는 게 다행이다. 하지만 이래야지고 어떻게 해야될 지 몰랐다. 설마 슬비가 이런식으로 미행시킬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나는 혹시나 지금 유리와 세하가 근처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두리번거렸지만 슬비가 양팔을 가슴에 교차하면서 말했다.
"안심해. 두 사람은 여기 오지 않았어. 나와 너, 단 둘만 있어."
"슬비야. 넌 내가 라이칸 토스라고 의심하는 거야?"
"그래."
"하지만 왜 혼자온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분명히 누군가가 숨어있지?"
"어디까지나 나는 추측할 뿐, 확신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석봉아. 협조해줬으면 해. 난 석봉이가 라이칸 토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솔직하게 말해봐. 너는 인간이야? 라이칸 토스야?"
뭐라고 대답해야될지 몰랐다. 솔직하게 대답하면 아마 날 죽이려고 할 것이다. 지금 느껴지는 살기가 그 증거다. 그렇다고 인간이라고 해도 의심만 더 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수를 내**다. 벗어날 수를 말이다. 하지만 슬비는 내가 라이칸 토스라는 걸 확신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준우에게 얻어맞기만 했으니까 말이다.
"오늘 몸이 안 좋았었다고? 그럼 왜 밖으로 돌아다니지? 그리고 폐건물로 들어가다니 말이야. 집안에서 푹 쉬어야 되는 거 아니야?"
"그게, 잠이 안와서... 슬비야... 내가 정말로 라이칸 토스였으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널 죽이려고 했을 거야. 알고 있어? 그런데 왜 혼자 온거야? 내가 그렇게 의심되면 다같이 와야 되는 거 아니야?"
라이칸 토스는 A급 차원종이다. 그리고 잡아먹을 수록 더 강해진다. 지금의 내 힘으로 슬비를 따라잡고도 남는다. 전투기량이 한 A급클로저를 뛰어넘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 정도면 슬비는 간단히 찢어버리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슬비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다. 그녀를 어떻게 내 손으로 죽인단 말인가?
"말했잖아.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설령 네가 라이칸 토스라고 해도 나를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뭐?"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 내가 죽이지 않을 거라고? 그걸 슬비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내 정체가 라이칸 토스라고 들키는 날에는 나는 평화로운 일상은 그대로 끝이다.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는 목격자를 죽여야될 필요가 있다. 의심하는 건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여자다. 강재호 교수가 한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 남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살기 위해서 남을 희생할 것인지를 말이다. 왜 나만 이런 선택지가 주어지는 지 모르겠다. 이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문제는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슬비의 말은 진심이었다. 내가 라이칸 토스가 되어도 그녀는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답해줘. 한석봉.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말이야."
"나는 라이칸 토스가 아니야!! 내가 라이칸 토스였으면 준우일행을 그냥 놔두었겠어? 그들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지금까지 나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면 죽이고 싶어. 그런데 내가 힘이 없잖아. 그러지 못한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알아? 괜히 나 때문에 슬비가 준우와 사귀게 된 걸 알면서부터 나는 참을 수 없었어. 그래서 내가 도전장을 신청한 거야. 슬비 너는 이해 못하겠지. 너는 클로저고, 나는 게임중독자인 평범한 학생이니까. 의심할 거면 맘대로해.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라이칸 토스라고 의심까지 받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차라리 날 죽여줘."
나는 무릎을 꿇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슬비에게서 살기가 사라졌다. 확실히 라이칸 토스라면 그들을 진작 다 죽이고도 남는다. 슬비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난 상관없었다.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내는 것도 이제 끝내도 상관 없을 거 같았다. 차라리 빨리 죽고 세상을 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도 몰랐다. 계속해서 이러한 선택지에 시달리려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미안해. 석봉아. 아무래도 내가 착각한 거 같아."
슬비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마 그녀도 생각한 모양이었다. 라이칸 토스라면 진작에 준우일행이 전부 살해당하고도 남았다. 실제로 두명이 살해당했지만 말이다. 라이칸 토스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서 인간들을 학살하고 다닌다고 배워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죽여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슬비는 그대로 점프해서 벗어났다.
나는 그대로 혼자남게 되었다. 이게 잘된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이러한 상황이 계속 오게 될 것이다. 가만, 세하와 유리가 우리 아지트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럼 그 녀석들이 분명히 찾아갔을 텐데 어떻게 되는 걸까? 설마 그들에게 살해당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무슨 일이야? 석봉아.
"리더님, 거기 혹시 세하와 유리가 찾아가지 않았어요? 검은양 팀의..."
-아 맞아. 왔었어. 그런데 안심해도 돼. 여기는 그저 왕따들이 모이는 친목그룹이라고 속여넘겼으니까 말이야. 갑자기 찾아와서 진땀 흘렸다니까... 아무래도 아지트를 옮겨야 될 거 같아. 석봉이, 계획은 이틀 후로 당겨야겠다. 석봉이 네 말대로 이제 Union에서 우리들을 검문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야. 미각을 없애는 약을 손에 넣어야될 거 같아.
"네. 감사합니다."
다행이 세하와 유리는 죽이지 않았다. 확실히 죽였으면 위치가 노출될 우려가 있으니 아마 Union에서 쫓아올 것임에 분명하니까 말이다. 지금 우리 라이칸 그룹은 Union이 경계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은 다 죽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람 몇명 잡아먹는다해도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처음에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가면 갈 수록 느려지게 되는 것, 한마디로 RPG게임의 특징이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이번 고비는 겨우 넘긴 듯 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또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모르니까 말이다. 아마 Union에서 곧 학생들을 대상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볼 것이다. 육류를 주로 섭취하는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 Union도 바보는 아니라는 걸 나도 알기 때문이다. 일단 이틀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아야 될 거 같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