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TIME UP

온푸 2016-05-21 2

*지타워 이후, 플레인 게이트 이전의 스토리입니다!

*사실 제가 귀찮아서 램스 스토리를 안봐서 램스 이후는 무리...

*캐릭 안맞음 주의!






안녕, 이세하. 오랜만에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 같네. ...미안해. 나는 너한테 갈 수 없어. 그래서 이런 식으로 너한테 전하는 거야. 너는 나를 비겁하다고 생각하겠지. 이기적인 애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그러니까 들어줬으면 좋겠어. 요 며칠 동안 내가 너를 피해 다닌 이유랑 그동안 정리했던 생각들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검은양 팀을 세우고 너희를 처음 만났을 때가 돼. 나는 검은양 팀의 멤버로 그 전설의 클로저 요원 알파퀸의 아들이 온다는 말을 듣고 너랑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었어. 분명 그녀의 아들이니까 그도 훌륭한 클로저가 되기 위해서 이 팀에 온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금방 실망했지. 너는 그냥 그분이 억지로 밀어 넣어서 온, 클로저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도 없는 그냥 노는 것만 좋아하는 어린애였어. 그런데 유정 언니께 너가 검은양팀 중에서 제일 잠재력이 높다는 소리를 듣고 기가 막혔지.




나는 이해가 안 갔어.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 데도 왜 노력을 안 하려고 하는지. 왜 싸우려고 하질 않는지. 그래서 난 너한테 엄청 실망했고, 너를 싫어했어. 그와 동시에 너를 나무랐어. 노력도 안 한 너한테 노력만으로 여기까지 온 나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아직도 후회가 돼. 그야 그땐 나도 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때여서 그런 심한 말을 뱉었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 너한테 사과할게. 미안해. 아냐, 내가 그런 말을 했으니까 기분이 상했던 거잖아? 나도 그런 말을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상할 거야. 너는 너대로 노력해왔는데 나는 그런 너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았어. 존중해주지 않았어. 충분히 내가 잘못한 일이야.




그래도 이 말을 한 덕분에 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것 같아. 아니, 너무 많이 가졌다 라고 표현하는 게 좋으려나? 너가 그런 슬픈 표정을 지으니까 난 금방 내가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그때는 사과해야 한다던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야 당시엔 널 엄청 싫어했었으니까. 잘못했단 건 알지만 인정하기가 싫었지. 참 이기적인 생각이야. 후회는커녕 너에 대한 오지랖만 늘어갔어. 너가 느긋한 행동을 할 때마다 난 계속 너를 나무랐지. 뭐가 그렇게 억울한 건지 나한텐 이해하기 어려웠어. 하지만 신강고등학교에 차원종이 나타나고 거기서 정미를 만나고 너가 힘든 과거를 걸어왔다는 걸 알게 됐어. 거기서 깨닫게 된 거야. 우리들 검은양 팀에겐 각자 아픈 과거가 있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물론 나도. 당연한 걸 깨닫지 못했던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난 아카데미에서 그분을 만났어. 그분이 너무 반짝여 보였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점점 그분을 목표로 삼게 됐지. 그분처럼 되고 싶다고. 하지만 나한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렇지? 그래서 흉내라도 내려고 했던 거였어. 결국 그게 원칙만을 따르게 하는 나를 만들어냈지만. 내가 못 가진 것을 넌 갖고 있었어. 그래서 난 너가 부러웠던 거야. 내가 계속 갖고 싶었던 힘을 넌 갖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았다는 게 난 너무 싫었어. 그런데 이 마음이 너의 과거를 듣고 나니까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 힘을 갖고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게 아니었어. 너는 네가 가지고 있는 그 힘 때문에 친구들한테 괴물 취급을 받기도 하고, 어른들한테도 많이 휘둘러지기도 했지. 결국 그게 어른들에 대한 증오가 되었고, 너의 엄마를 따라 클로저가 되려고 했던 마음을 꺾어버렸지.




결국 어쩔 수 없이 떠밀려져 들어온 검은양 팀이었지만 지금 넌 후회하고 있어?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응,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난 검은양 팀의 리더잖아? 팀원이 생각하는 거쯤은 금방 알 수 있어. 이세하, 난 아직도 널 보면 새삼 내가 다 뿌듯해져. 하나가 차원종이 되면서 또 친구와의 갈등을 겪고 강남이 위험에 처해있을 때 어른들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너는 너의 소중한 친구들과 우리가 살고있는 이 강남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때 너는 참 멋져 보였어. 현실에 직면하지 않으려고 했던 어린이가 지금 여러 고난을 겪고 네가 가진 그 힘으로 누군가를 지키려고 한다는 게 난 너무 뿌듯했어. 팀의 일원으로써.




그래서 그… 역시 좀 부끄러운데. 그게 어… 분명히 팀의 일원으로써 멋져 보였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한 남자로서 멋져 보이게 돼서… 아니, 나도 몰라! 정말 정신 차려보니 그렇게 돼 있었단 말이야! ...아마 너가 점점 나의 이상형처럼 닮아가게 돼서 그런 걸지도 몰라. 처음엔 수백 번이고 의심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일에 집중도 안 하고 딴짓만 하며 노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셜록 홈즈 같이 착실하고 책임감 있는 그런 사람일 텐데. 여기서 눈치챘어. 지금의 너는 착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걸. 틀림없이 내 이상형이 너라는 걸 말하고 있었지. 그런데 그런 걸 갑자기 쉽게 인정할 리가 없잖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싫어하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좋아졌다는 걸 인정할 리가 없잖아.




그래서 괜히 널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기가 싫어서 도망쳤어. 눈은 계속 널 향했지만 제대로 마주하면 내가 더 이상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도망쳤어. 도망쳐서 해결되는 게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계속 도망쳤어. 그럼 언젠가 너를 잊지 않을까,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럴 리가 없잖아. 계속 신경 쓰면서 도망치고 있는데 어떻게 잊는 게 가능해. 어떻게 이 마음을 정리를 해. 너를 피할 때마다 마음이 점점 아파만 가는 것 같았어. 너를 피할 때마다 마음에 하나둘씩 유리 조각이 꽂혀 드는 느낌이었어. 그 탓인지는 잘 모르겠어. 뭐랄까 마음이 그냥 너무 아팠어. 마음 때문에 내 일에도 그다지 집중을 못 하게 됐어. 유정 언니한테 물어봤는데 일단 가급적 평범한 생활을 보내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학교도 평범하게 잘 나왔어. 어딘가 불안불안 하긴 했지만.




내가 너를 피해 다닌 것도, 너에 대해 많이 약해진 것도 그 불안함 때문이기도 해. 만약 내가 네 앞에서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너는 걱정이 많은 아이니까 나를 살리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려고 할 거야. 그건 분명 팀의 리더와 팀원 간의 관계겠지만 말이야. 어.. 그런 거야? 확실히 납득은 가네. 굳이 너가 아니더라도 모두들 그렇게 했을 거야. 후후, 정말이지 참 좋은 팀이란 말이야. 너에 대해 약해졌다는 건 다름이 아니고 유정 언니의 말씀을 실천하려다 보니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내 상태가 걱정이 되었는지 유정 언니는 당분간 작전도 없을 테니까 학교에 다니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달라고 나한테 당부했지. 그리고 동시에 꺼낸 말은 이제 더 이상 엄격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어. 나도 그렇고, 타인한테도 말이야. 가끔은 그냥 눈감아주고 가만히 내버려 두고 그냥 지켜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게 언니의 의견이었어.




지금도 기억에 남아. 게임기를 뺏으러 오는 줄 알았던 네가 내가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너가 당황하면서 오늘은 뭐라 안 해? 라고 물어보는 게 얼마나 귀엽던지… 아, 미안. 기분 나빴어? 역시 남자한테 귀엽다는 소리하면 기분 나쁘지? 그냥 그렇다는 소리였어. 어쨌든 그렇게 주위에 하나둘씩 신경을 끄면서 원칙을 따르지 않게 되자 왜 유정 언니가 나한테 한번 내버려 두라고 추천해 준 이유를 알게 됐어. 뭐랄까, 난 언제나 마음에 여유를 안 두고 살았잖아? 그렇게 마음에 여유를 두기 시작하니까 되게 내 자신이 편해진 느낌이었어. 굉장히… 기억에도 없지만 오랜만에 맞아보는 느낌이었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너의 게임기를 신경 쓰지 않게 되고 너를 나무라지 않게 돼도 나는 너를 계속 피해 다녔어. 마음이 편해진 이후로 너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기는 했지만 인정한 것과는 다르게 얼굴을 제대로 못 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너가 이때부터 내가 너를 피해 다닌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본격적으로 나를 찾아다녔을 거야. 거의 추격전 수준이었지. 솔직히 쫓아와 줬을 때 좀 기뻤다고나 할까.. 넌 전혀 나에 대해서 흥미 없어 보였으니까 내가 너를 피해 다녀도 넌 절대로 눈치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래서 굉장히 기뻤어. 그런 추격전을 벌이면서 나는 점점 너가 더 좋아지게 되고, 가끔 잡혔을 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여러모로 난 그런 매일이 즐거웠었나 봐. 나한텐 청춘이란 게 없었잖아? 드라마에서만 봤던 일상들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 같아서 엄청 두근두근했어. 물론 널 좋아한다는 마음까지 포함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한텐 시간이 없다는 압박감이 너무 가깝게 다가왔어. 단순히 내 감이었지만. 드러맞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나도 아직 여기에 있고 싶어. 너희랑 같이 지내고 싶어.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이세하. 전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이세하, 난 널 좋아해. 떠나기 전에 이 마음은 전하고 싶었어. 마지막 정리를 해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 난 가야만 해. 만약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전했었더라면 이렇게 안타깝게 끝나지 않아도 됐었을까? 좀 더 빨리 마음을 정리했었더라면 우리들의 무언가가 변했을까? 좀 더 일찍 너를 알았다면… 후회도, 미련도, 미안함도, 고마움도 이렇게 한꺼번에 밀려오진 않았을 텐데. 아무것도 해** 못하고 끝나는 게 역시 조금 아쉬워. 내가 앞으로 장담할 수 있는 건 넌 분명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잘해낼 거야. 넌 그때의 너랑 달라. 검은양 팀의 리더인 내가 하는 말이니까 틀림없어. 그럼 이만 작별이야, 이세하. 다음에 또 만난다면 그땐 이렇게 끝나지 않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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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하고 눈이 떠졌다. 눈앞에 이슬비가 있었다. 분명히 거기 있었는데..? 팔에다 엎드려 자고 있던 얼굴을 들어 침대에 누워있는 슬비를 확인해본다. 어제랑 별다른 점이 없이 곤히 자고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자고있는 이슬비의 얼굴이 약간 평온해 보였다. 또 다른 점은 심장 박동기에 더 이상 슬비의 심장 소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거기엔 이제 한없이 쭉 이어진 일선만이 있었다.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다보았다. 놓쳐버렸다. 그렇게 손을 뻗었는데, 가지 말라고 소리쳤는데, 놓쳐버리고 말았다. 내가 놓쳐버려서, 그렇게 멀리 가버린 거야..? 놓쳐버려서, 살릴 수 없었던 거냐고! 손에 주먹을 쥐자 부들부들 떨렸다. 눈에 눈물이 맺어지기 시작했다. 양손을 뻗어 이슬비의 어깨를 잡았다.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를 내며 어깨를 흔들었다.


웃기지 말라고, 이슬비! 그러는 게 어딨어. 사람을 잔뜩 걱정시켜놓고, 잔뜩 너를 쫓아가게 만들고, 잔뜩 너를… 좋아하게 만들고… 이런 게 어딨냐고! 네 할 말만 하고 가는 게 어딨어! 나한테도 말하게 해달라고! 너만 말하고 치사하잖아. 나도 좋아하는데, 어찌할 수도 없을 노릇만큼 너를 좋아하는데. 그냥 그렇게 가버리는 게 어딨냐고… 내가, 내가 앞으로 더 잘할게. 좀 더 네 마음에 들도록 노력할게. 너의 이상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까 부탁이니까 가지 마… 네가 없이 어떻게 살아가라고…


눈물이 두세 방울 이슬비의 목 근처에 떨어졌다. 양손을 어깨에서 떼고 그대로 슬비의 왼손을 감싸 쥐었다. 그 손을 자신의 이마에 대었다. 더이상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서로 좋아했다. 첫 만남은 안 좋았어도 제대로 서로 좋아하고 있었다. 보잘것없는 마음의 정리 때문에 시간만 끌다가 너를 놓쳐버렸다. 계속 잡아보고 싶었던 손. 내가 먼저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 와서 해봤자 너무 늦은 후회를 하면서 계속 울었다. 그저 하염없이 꺽꺽 울어대는 소리를 내며 계속 울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을 놓아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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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소재로 쓴 세하슬비입니다! 이거 쓸 때 지인 2명이랑 '정리'라는 소재로 각자 뭔갈 써보자 해서 전 이제 세하슬비로 골랐습니다! 그런데 어째 어느 순간부터 3명 중에 쓰는 사람이 저밖에 없...? 


후속  쓸 맘이 있긴 있습니다!  저 내용만 봐선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을 거고, 세하 시점으로도 쓰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에 후속은 언젠가..? 개인만족용이니 아마 언젠가 올리겠죠!


2024-10-24 23:01:5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