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좀 많이 늦은) 유리 생일 축하 소설 in 160517

루이벨라 2016-05-18 7

※ 막장, 급전개주의





 그날 아침은 매우 맑은 하늘을 자랑했다. 티브이에서 말하는 오후부터는 7월 중순의 더위를 보인다는 속보에 유리는 걱정을 했다.


 "흐음, 오늘 오후에 야외 임무가 있었던거 같은데...?"

 "유리야, 오늘 일찍 들어올거니?"


 토스트를 물며 한창 기상예보를 듣던 유리에게 엄마가 넌지시 물어보았다. 유리는 토스트를 잠시 내려놓고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오후 늦게 임무 하나 있던거 같던데 그게 언제 끝날지 잘 모르..."

 "눈치 봐서라도 오늘은 좀 일찍 와."


 엄마가 왠일이시지? 보통 때는 어느 때 들어오든, 심지어 철야를 뛰고 들어와도 그러려니하는 반응을 보이는 엄마였다. 게다가 학교에 간다는 쌍둥이 동생들에게도 오늘은 일찍 들어오라는 말을 하는거 보니 무슨 날이긴 했나보다. 아빠 생신이라도 되나?


♬~


 게다가 오늘은 아침부터 전화도 온다. 세하랑 커플로 맞춘 폰을 꺼내 알림창을 확인했다. '정미정미♥'. 정미였다. 대학을 가지 않고 곧장 유니온에 취직을 한 유리와 달리 정미는 신서울에 있는 명문대학교 화학과에 입학을 해서 바쁜 신입생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여보세요! 정미정미?"

 -나참, 그런 호칭 언제까지 붙이고 다닐거야?

 "하지만 정미정미는 정미정미인걸!"

 -...그보다 오늘도 일 나가?


 갑작스런 정미의 질문에 유리의 촉이 하나 섰다. 이거이거, 오늘 엄마도 그렇고 정미도 그렇고 넌지시 자신의 스케줄을 묻는걸로 보아 나 몰래 무슨 재밌는 일 치루나?


 "정미야, 뭔데뭔데! 오늘 무슨 날이야?"

 -...서유리, 너 정말 모르는거야?


 유리의 질문에 오히려 놀란 것은 정미 쪽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유리의 표정이 수화기 너머로 상상이 되어서 정미는 하는 수 없이 불었다.


 -뭐긴 뭐야, 오늘 네 생일이잖아!


 아...?




 5월 17일. 서유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봄같지 않게 여름처럼 더운 날씨에 벌서 여름인줄 알았는데 아직은 명실상부한 봄이었다. 그것도 5월의 화창한 중순.


 -정말 몰랐다는거야?


 이어지는 정미의 타박어린 목소리에 유리가 나름대로의 변명을 해보았다.


 "그, 그게...! 요즘 여름같이 더워서! 여름인줄 알았지 뭐야! 내 생일은 봄이니까 이렇게 덥지도 않으니까..."

 -핑계도 좋네.


 수화기 너머로 정미의 흥!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거 같았다. 뭐, 어이없을만도...자기 생일을 잊어먹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솔직히 말하면 자기 생일에 신경쓸 정도의 여유가 없이 요즘들어 많이 바빴다. 철야를 뛴것도 요 근래에 3번이나 되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주는 정미가 너무나 고마웠다.


 "고마워. 이렇게 전화라도 해줘서."

 -이럴줄 알고 전화를 건건데 말이야...요새 계속 바쁘다며? 아주머니한테 다 들었어. 그럼 오늘 생일은 검은양팀이랑 보내야겠구나.


 그제서야 엄마가 오늘 일찍 올 수 있냐고 물어본 이유를 깨달았다. 안그래도 요즘도 퇴근이 늦은 편인데 이대로 딸의 생일이 허투루 보낼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은 슬비한테 일찍 가도 되냐고 **봐야겠다. 유리는 조심히 다짐했다.


 정미와의 통화가 끝나니 톡이 하나 와 있었다. 바로 옆집에 사는 세하였다.



 '나와' 라는 간단한 두글자로 된 한마디. 얘는 온점도 안 찍어주니...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집을 나서본다.


 바로 옆집이기도 하고 같은 직장에 다니기도 해서 세하와 유리는 같이 출근을 하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우연히 같이 만나서 가는 경우를 조성했지만 올 새해부터는 세하가 저렇게 카톡으로 유리를 불러내며 기다려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날 이후, 유리가 세하한테 고백을 한 이후로 말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세하를 누군가에게 선수당할거 같아서 먼저 고백하기는 했지만...고백을 세하가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늘 수수께끼였다. 그 고백 이후로도 세하의 행동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같이 보내자는 말을 듣고서야 세하가 고백을 받아들여주었음을 경 깨달았다. 고백하고서 7개월 뒤에나 알아낸 사실이었다.


 가끔은 세하가 너무 서운한 태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유리가 속을 앓는 일도 많았다. 유리가 저장한 세하 이름은 '사랑니' 였다. 있어도 아프고 빼버려도 아픈, 그렇지만 포기할 수가 없는 존재.


 이런 세하가 자기도 까먹어버린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고 챙겨줄리가 없었다. 방금 확인한 '나와' 라는 짧은 톡덕택에 겨우 그 사실을 자각했다.


 집밖으로 나오니 자신의 집앞에서 팔짱을 낀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세하가 보였다. 안 그래도 키가 큰편인데 지금은 180을 진작에 넘어서 제이와 키가 비슷해졌다. 커져버린 키만큼 세하가 좀더 거리감도 느껴지는 유리였다.


 유리가 나온 것을 확인한 세하가 고개를 까닥거리며 가자는 모션을 취했다. 원래부터 말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고백 이후에 좀더 어색해졌다. 진짜 우리 둘이 사귀는 사이 같나요? 라고 모르는 사람을 붙잡으며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많이 어색했다.


 꾸밈없고 활발한 유리 성격상 세하가 아무리 뚱한 반응을 보여도 잘 다가갔지만 고백 이후로는 달랐다. 그런 속담도 있지 않은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기분이 다르다, 라고. 고백을 하고 나니까, 그리고 그걸 응해주니까 욕심이 조금씩 생겼다. 이 남자가 나랑 사귀고 있다는 걸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라는 욕심?


 오늘도 세하는 예의 그 게임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저렇게 게임기에 집중하면 걸어다닐 때 피해일텐데. 게임을 하며 걷는게 익숙해져서 세하가 장애물 같은거에 부딪히는 경우는 없었지만 이렇게 되면 더더욱 둘 사이의 대화가 없어졌다.


 어색하다. 차라리 늦을거 같으니 먼저 가라고 할걸. 자신의 생일날인데도 스타트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어색한 스타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은 꽤 호화로웠다. 오후에 임무가 있음에도 유정이 검은양을 전부 근처 식당에 데려와 밥을 사준 것이었다. 보너스가 나와서 전부터 유리가 노래를 불렀던 한우를 사주기로 한 것이다. 한창 고기를 먹는데 미스틸이 유리에게 무언가를 주었다. 스케치북이었다.


 "테인아, 이게 뭐야?"

 "오늘 유리 누나 생일이잖아요. 빈손으론 올 수 없어서 제가 그림을 그려봤어요."


 그제서야 유리는 유정이 일부러 점심을 유니온 구내식당이 아닌 일부러 외식으로 한 이유를 알았다. 내 생일을 챙겨주려고 일부러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었구나...괜시리 눈물이 났다. 미스틸을 필두로 슬비며 제이까지 유리에게 선물공세를 했다. 어서 풀어보라는 사람들의 재촉에도 유리는 나중에 아껴두었다가 풀어보겠다고 답했다. 여기서 풀면 주체없이 눈물이 나와버릴거 같아서.


 그런데 하나의 공백이 비어있었다.


 슬비가 세하를 째려보며 말했다.


 "이세하, 명색이 여.자.친.구. 생일인데 선물도 없니?"

 "..."


 물로 입가심을 하던 중인 세하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것에 무덤덤한건지, 아니면 유리 생일이었떤 것에 무덤덤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일수도.


 3명의 심상치 않은 눈빛을 받는 것이 거북했는지, 세하는 점심을 다 먹었다는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나가버렸다. 세하가 완전히 나가자마자 슬비는 곧장 투덜거렸다.


 "이세하, 쟤 좀 이상한거 아니야?

 "...내버려둬. 원래 세하 동생이 표현 잘 하지는 않잖아."

 "그래도...저건 너무해요..."


 그러자 이세하를 욕하는(?) 사람의 모임처럼 그동안의 세하의 만행(?)이 족족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고백한것도 유리, 그 고백을 응해준것도 7개월 뒤인 크리스마스 당일. 밸런타인 데이에 유리가 있는솜씨 없는솜씨 발휘해가며 준 초콜릿에 대한 보답이 전혀 없었음. 그렇다고 평소에 잘해주는 것도 아님. 늘 게임기를 보거나 대화가 있어도 전화가 아닌 톡으로 함. 그리고 오늘 유리 생일날에 역대급의 신기록을 세움.


 "이쯤 되면 유리 누나가 불쌍해요..."

 "...괜찮아요. 원래부터 세하는 저랬으니까."


 유리의 암울한 목소리를 끝으로 검은양 일행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유리는 선물 포장지를 꽉 그러잡았다. 원래부터 기대같은 건 안했으니까...오늘자 톡을 보면서도 이미 각오했잖아...그런데...


 마음이 아프다. 그것도 엄청, 많이.




 오후에 있던 임무가 일찍 끝나는바람에 유리는 가족과 오붓한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그것도 외식이었다. 비싼 레스토랑은 아니었지만 5식구가 즐겁게 먹고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아담한 식당이었다. 유리가 일찍 돌아왔기에 가족끼리 모처럼 영화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영화를 보니 오후 내내 서운했던 기분이 점차 사라지는거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 이제 슬슬 집으로 들어갈려고 하는데 유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아, 유리니? 어때, 가족들이랑 잘 보냈어?

 "네! 저녁도 잘 먹었고, 지금 영화도 보고 집으로 들어갈려고요."

 -어, 저, 유리야...이 사실을 말해야할거 같은데...


 유정의 진지한 목소리에 유리는 저절로 긴장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이런 밤에 전화를 하셨지? 유정이 밤에 전화를 거는 일은 급박스러운 상황이 아니고서는 별로 없었다.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인가.


 -아까, 점심에 고기 먹은거 말이야.

 "네. 엄청 맛있었어요!"


 근데...그 고기가 어디 잘못되었나요? 설마, 이제 와서 값 물어내라는 건 아니죠? 난 오늘 생일인데 말이에요!


 -그거 계산...사실은 세하가 다 했어.

 "네? 세하가요?"


 의외였다. 그럼 아까 유정이 계산하고 나온다고 하고 일찍 돌아온것은 이미 계산이 끝났었기 때문에? 세하가 미리 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오늘 검은양팀 점심 한우 먹자고 한거 사실은 내 결정이 아니야. 세하가 먼저 말한거였어.

 "...정말요?"

 -오더니 오늘 네 생일이니까 외식하자고 하더라고. 그리고 자기가 계산한거 알면 유리 네가 세하 대하기 더 힘들어질거 같아서 그냥 내가 보너스 받은걸로 쏘는거라고 말하라고도 했어.


 그걸 유정은 왜 이제 와서 알려주는걸까?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세하에 대한 마음이 곧장 녹은건 아니었다. 점심 이후로 임무를 같이 할때도 아예 거들떠도 ** 않으려고 애를 썼으니 그 마음은 당연했다.


 -세하가 표현이 좀 많이 서툴잖아. 적어도 내 눈에는 유리 널 어떻게 대해야할까 항상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어.

 "네...? 세하가...안절부절해했다고요?"


 그것도...내 앞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세하의 과거사.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늘 바빴던 엄마와 사고로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빠. 세하의 집은 한눈에 봐도 큰 편이었다. 그렇게 큰 집에서 세하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에서의 사람을 대하는게 어색해했고, 늘 게임에만 빠져있었다. 어렸을 때 처음 본 세하는 눈이 파란게 멋있다고 생각되어지던 아이였다. 그리고 유리와 눈이 마주치는게 부끄러웠는지 엄마인 서지수 뒤에 꼭 숨어있었고.


 "..."

 -세하도 사실 마음 아파하고 있어. 아무리 진심을 안다고해도 표현을 안 해주면 서운하기 마련이잖아. 그리고 진심이 아닐수도 있구나, 라고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단번에 고쳐지기는 힘들겠지만...


 바보야...표현을 하고 살라고...유정과의 통화를 끝낸 유리가 세하가 앞에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까~톡!


 '톡이 왔네...'


 톡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한 유리의 눈동자가 순간 커졌다.



 세하가 밤중에 톡을 보낸 것도 처음이었고, 말끝에 문장부호도 넣어준것도 처음이었다. '뭐해' 가 아닌 '뭐해?'로.


 세하는 밤에는 게임 레이드를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되도록 연락을 취하지 않는 편이었다. 기껏 톡을 보내도 몇시간 뒤에 확인해서 단답식의 답을 보내는 정도였다.


 뭐라고 보내지? 뭐라고 답해야 좋지?


 1초동안 수만 가지의 생각이 스쳐지나간 유리의 머릿속과는 달리 답장톡은 간단하고 사실적이었다.



 가족들이랑 외식 나왔어, 라고 보냈어야했나? 좀 짧은거 같은데?


 그런데 노란 메시지 옆에 있던 '1' 이 금방 사라졌다. 마치 지금 톡만 쳐다보고 있다는 듯이.


 


 이런 밤에 불러들이는 것도 처음이었다. 강남광장이라면 지금 유리네 가족이 영화를 본데서 5분 정도의 거리였다. 지금 세하도 밖에 있는건가? 검은양 회식이 아니면 밤에 밖으로 잘 나오지도 않는 주제에...


 그 다음 세하가 보낸 말은 더더욱 충격이었다.



 할 말이 있단다. 톡이 아닌, 전화로도 아닌, 직접 보고서 할 말이 있단다.


 사실 지금까지 자기 속을 애태운 세하의 답을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있었지만...!


 "엄마, 저 잠깐 강남광장 좀 다녀올게요! 먼저 집으로 가세요!"

 "유, 유리야!"


 이미 심장이 시키고 있는 일인데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을까.




 한달음에 달려온 강남광장에는 제법 많은 커플들이 보였다. 저마다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서 지나가는 커플 사이로 유리 홀로 있어야하니 좀 이질적인 배경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오후에 더웠던 열기는 어디가고 밤이 되니 약간 쌀쌀하기도 했다. 눈길을 돌려 세하를 찾는데 오늘 아침이랑 똑같은 자세로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 세하가 보였다.


 "세하야."

 "아, 왔네."


 어, 웃는다? 웃고 있어? 세하가 웃는 모습을 보니 유리의 마음 한구석이 쿵, 하고 가라앉았다. 아무리 미워하려고해도 저 얼굴만 보면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리 앞으로 다가온 세하는 어쩐지 뻘줌한 표정이었다. 답지않게 뺨에는 살짝 홍조도 보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할려고 이런 밤에 부른걸까. 지금 세하가 취하는 표정이나 행동으로 보아서는 많이 부끄러워할만한 말인거 같았다.


 유정의 말이 떠올랐다.


 -적어도 내 눈에는 유리 널 어떻게 대해야할까 항상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어.


 "오늘 세하가 사준 고기 맛있었어."


 너무 부끄러워하고 뜸을 들이는 세하를 위해 이번에도 유리 자신이 운을 띄워주기로 했다. 유리가 말한 사실에 세하는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어, 어떻게 안거야...?"

 "유정이 언니가."


 유정이 말했다는 사실에 세하는 귀까지 빨개지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진짜였다. 유정의 말을 듣고보니 세하는 자기에게 관심이 없어서 무덤덤한게 아니었다. 실제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것뿐...


 "난 세하가 사주어서 더 고마웠는걸?"

 "...미안."

 "응?"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도대체 무엇이...


 "뭐가 미안해?"

 "그냥, 이것저것 다...그냥...모든게 다..."


 이것도 유정의 말이 맞았다.


 -세하도 사실 마음 아파하고 있어.


 이...바보 둔팅아! 표현 좀 하고 살아!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다며?"


 이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세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말한다는 거에 부담을 꽤 크게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유리야, 서유리."


 끄덕.


 "내가 표현 잘 못하는 바보에다가, 진짜 나쁜 남자친구지만..."


 어쭈? 그런건 본인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


 끄덕.


 "어쩌면 최악이라고 생각될 애일지도 모르지만..."


 끄덕.


 세하가 양 손을 유리의 볼에 가져가대며 얼굴을 서로 밀착시켰다. 이제서야 알았지만 세하는 서클렌즈를 안 껴서 눈이 파란 상태였다. 저 상태로 돌아다니는거 싫어하더니만...집에서나 할만한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밖에서 계속 이러고 다녔다는건...


 서클렌즈도 끼지 못할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는건가?


 뭐가?


 "서유리...아니, 유리야."


 끄덕.


 "결혼하자."



 작가 System : 유리의 대답은...?!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보너스! - 21년 후의 이야기)

 "야야, 유성아."

 "응?"

 "엄마 폰에 아빠 뭐라고 저장되어있는 줄 알아?"


 뚱한 표정의 자신의 동생과 달리 누나는 아주 신이 난 표정이었다.


 "글쎄! 사랑니래. 와, 아직도 엄마아빠 불타시는구나..."

 "그냥...귀찮은 존재라는 뜻으로 사랑니라는 거 아니야?"


 불행히도 동생은 그런 누나에 비해 낭만이 별로 없었다.







[작가의 말]

카톡으로 좀 진지하게 전달할게 많아서 처음으로 톡만들기 어플을 써봤는데! 하하하!

유리 생축 소설이라면서 결국은 제가 좋아하는 스토리대로 썼네요. 하하하!

저 '사랑니' 라는 표현은 실제 저희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폰에 저장한 이름입니다.

그리고 사귈때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건 실례가 아니라고봅니다만...?(제가 먼저 남친한테 고백했거든요.)

현재 제가 쓰는 장편작에서 세하는 처음에 그렇게 좋은 남편, 아버지상은 아니었죠.(지금도 아버지상은 약간 애매모호 그 자체...)

저 청혼을 필두로 달라지기 시작했다는게 제 장편상 설정입니다만...어떠신지요?

아, 참고로 보너스 이야기에 있는 애들은 제가 네이버에서 연재중인 장편작 주인공인 세유 아들딸입니다.

아, 그리고 클로저스에서 제 최애캐 세하에요. 다만 세하 짝이 나타나 유리였으면 하는 바람만 있을 뿐이죠.


유리야, 다시한번 생일 축하해.

2024-10-24 23:01:5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