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기사(Knight of Janus)-1편
에피메테이아 2016-05-17 0
으음, 생각보다 봐주시는 분들이 많군요!(덧글이 없잖아?<-시끄러!)
그럼 오늘도 1편을 연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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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검은양 팀 휴게실.
“서울공항이라고?”
“네. 총합 300여 기의 차원종이 출현. 현재 서울공항을 경비하던 부대들이 먼저 대응하고 있다고 해요.”
서울공항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클로저 팀은, 현재 강남을 맡아서 활동 중인 검은양 팀 하나였다. 당연히 긴급한 연락이 그들에게 닿았고, 관리요원 김유정은 여느 때처럼 상황보고를 해주고 있었다.
“와. 300이라니. 엄청 바글바글 대겠네요. 무슨 이벤트 던전도 아니고.”
“이세하. 네 말대로 300이나 되는 숫자야. 장난이 아니니까 그런 식의 말은 삼가줄래? 기왕이면 게임기도 좀 끄고.”
“난 이미 장비 다 챙겼다? 가자는 말만 하면 일어날 테니까 잔소리는 거기서 스톱.”
“에이~ 슬비가 하는 말이 틀리진 않았는데 뭐. 유정 언니, 우리 언제 출발하면 돼요?”
“미스틸은 언제든 출발할 수 있어요!”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로 처음 맞이하는 대규모 차원종 부대였다. 제이를 제외한 팀원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한마디로 그 규모에 경악했고, 유정은 담담한 말투로 보고를 계속 이어나갔다. 제이 또한 별다른 감흥을 보이진 않았다.
“군부대가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니까, 랭크가 그리 높은 차원종들은 아닐 거야. 자기 몸들은 자기가 알아서 잘 챙기고, 가서 다치지만 마. 알았지?”
“예!”
“그럼 다들 가도 돼. 슬비가 대장으로 일이 바쁠 테니, 제이씨는 저하고 연락이 끊기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맡겨달라고.”
유정의 허가가 내려지기가 무섭게, 각자는 무기를 빼들었다. 세하는 옆에 치워놨던 묵직한 건블레이드를, 슬비는 양손에 들 정도의 날렵한 단도를, 유리는 시퍼렇게 날이 선 리펄서 검을, 그리고 미스틸테인은 들기도 어려워 보이는 거대한 창을 챙겼다. 몸으로 싸우는 제이는 그저 주먹에 매인 장갑과 천을 단단히 맬 뿐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간단한 인사말만 남기고서 검은양 팀은 출발했다. 건물을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서, 밖에선 사이킥 무브로 인한 공기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서울공항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던 관계로 이동을 서둘러야했던 것이다. 소음에 잠깐 얼굴을 찡그린 유정은 보고서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따르르릉!
‘누구지?’
그때, 휴게실 안에 있는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지부하고만 연결된 핫라인이었다. 이미 출동을 지시받았는데 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서, 유정은 조심스레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댔다.
“검은양 팀 관리요원 김유정입니다. 용건을 말씀하십시오.”
[…….]
“네, 네. 이미 출발했습니다. 늦어도 최소 대응시간 이내에는…….”
[…….]
“네에?!”
유정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전해주는 소식은 엄청난 것이었다. 유정이 급히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이 소식을 전해줘야 할 검은양 팀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아, 그럼 어쩌죠? 팀은 이미 출발했습니다만.”
[…….]
하지만 놀랄 일은 지금부터였다. 수화기 너머의 정보가 점점 복잡해졌고, 그걸 듣고 있는 유정은 갈수록 표정이 묘하게 변해갔다. 의아함과 호기심, 거기에 약간의 불안함이 마구 뒤섞인 표정이었다. 상대방이 말을 마치고서, 그녀는 약간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화를 끝냈다.
“그렇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분’과 저희 팀이 접촉한 것을 확인하고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한숨과 함께 수화기가 내려졌다. 생각도 못한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거칠게 머리카락을 휘저었다. 긴 생머리가 유정의 거친 손길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아! 이게 대체 무슨 난리람. 애들한테는 뭐라고 하지?”
약 10분 뒤.
“슬비야. 저기가 공항 맞지?”
“응. 비행기 같은 것들이 보이는 걸 보니까… 그런 것 같아.”
스포츠카에 가까운 속도로 뛰던 검은양 팀의 눈앞에, 연기에 휩싸인 공항이 보였다. 곳곳에 아직도 불길이 자욱한 모습에 전부 무기를 고쳐 쥐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듯했다.
“대장. 도착하고서 바로 흩어지지 말고 진형부터 짜놓자고.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고 하니까.”
“알았어요, 제이씨. 세하 너도 들었지? 혼자 나서지 마.”
“네네, 알았습니다요.”
“잡담은 여기까지. 이제 내려가자!”
제이의 말을 신호로 다섯 팀원들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수평으로 달리던 그들의 방향이 살짝 아래로 향했고, 곧 공항을 향해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달리고 있던 속도에 더불어서 낙하속도까지 더해졌다. 소리의 벽을 돌파한 그들은 전투 준비에 귀도 보호할 겸 위상력을 전개했다.
콰쾅!
폭발음이 연달아 활주로를 울렸다. 위상력을 머금은 사람의 몸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무기였다. 힘을 버텨내지 못한 아**트가 비명을 질렀다. 땅이 갈라지는 충격에서도 검은양 팀은 오롯이 멀쩡했다.
하지만…….
“어?”
“어라?”
그렇게 화려하게 내려온 그들을 환영해준 것은, 광포한 차원종의 무리가 아니라 얼떨떨한 표정의 군인들이었다.
“뭐야. 차원종은 어디 갔지?”
아이들은 물론 제이조차도 할 말을 잃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리 둘러봐도, 저리 둘러봐도, 바쁘게 돌아다니는 군인들이나 그들을 돕는 인부들밖에 없었다. 사람의 피나 시체 따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있어도 긴장감이나 적을 향한 적개심은 한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복구에 복구, 누가 봐도 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었다.
“유정 누나가 잘못 전달받은 거 아닐까요? 보니까 상황 전부 정리된 것 같은데…….”
따악!
“그러면서 은근슬쩍 게임기 꺼내진 말아줄래? 아직 상황이 어떤지 모르잖아.”
“씨… 머리 맞으면 뇌세포 죽는다고. 나 바보 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싸우지들 마라. 우리가 뭔가에 홀린 게 아니면 상황이 종료된 것이란 이야기인데, 군인들에게 물어보는 쪽이 낫겠군.”
바뀐 상황에 슬그머니 게임기를 꺼내려던 세하와 그걸 딴죽 거는 슬비, 둘이 다투려는 조짐을 보이자 제이가 두 사람을 말렸다. 베테랑답게 금방 정신을 차린 그는 선글라스 너머로 눈빛을 빛내며 주변을 살폈다. 마침 장교 계급장을 단 사람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기에, 제이는 그에게 마주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오시는 모습을 보아하니 클로저 분들 같습니다만…….”
“신서울 지부 소속 검은양 팀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차원종은 다른 곳으로 간 것입니까?”
제이의 질문을 받고 장교가 머뭇거렸다. 뭔가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던 듯, 강직하게 생긴 두꺼운 입술은 쉬이 열릴 줄을 몰랐다. 제이는 그 모습에 붕대 감긴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때.
“9분 37초. 매뉴얼 상으로 여기까지 오는데 주어지는 초동 대응시간은 10분. 첫 장거리 대응치고는 나쁘지 않은 시간이로구나.”
단아한 여인의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 자세한 내용은 저분에게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여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장교는 황급히 경례를 하고 물러났다. 남에게 떠넘기는 모습에 제이가 기가 막혀했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낭랑하게 말을 이었다. 검은양 팀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놀랄 필요는 없느니라. 마침 과인이 이곳에 와있어서 말이다. 차원종들은 먼저 다 처리했으니 안심하라.”
흑색 바탕에 은색 수실이 곁들어진 도포, 태양을 담은 것 같은 금빛 눈동자, 가냘프고 주름 하나 없는 10대 처녀의 얼굴… 그랬다. 검은양 팀을 맞이한 것은 10분 전에 비행기에 타있던 여인이었다. ‘딱 두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셋은 처음 보는 여인의 모습에 어리둥절해했다.
“어, 언니라고 불러야 하나? 어쨌든… 언니가 차원종들을 처리한 거예요?”
“우웅. 누나치고는 뭔가 분위기가 특이한 분 같은데.”
“유리야. 높은 분이면 어쩌려고 그래? 어쨌거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성함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말문을 연 슬비를 보고, 젊은 여인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녀는 슬며시 손가락을 들어서 한쪽을 가리켰다. 여인을 본 순간부터 말이 없던, 제이와 세하를 향한 손짓이었다. 그것이 신호인 양, 제이와 세하는 동시에 여인을 불렀다. 그 부름에는 생소함이 아닌 놀라움이 깃들어있었다.
“어, 어르신?”
“아주머니?”
젊음하곤 전혀 거리가 먼 호칭이었다. 유일하게 언니라 불렀던 유리는 뜨악한 표정으로 여인을 다시 보았다.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두 남자의 인사 아닌 인사를 받은 여인이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이구나. 제이군, 세하군. 제이군은 ‘그때’ 이후로 처음이고 세하군은 1년만이려나?”
두 남자를 부르는 호칭이 매우 친근했다. 나머지 세 사람의 놀라움은 극치에 달했고, 그들보다 더욱 경악한 제이와 세하는 아예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여인은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제이는 그것을 보고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차원전쟁에서 생사를 가늠하던 때를 떠올렸다.
“데이비드 국장의 요청을 받아서 왔느니라. 그때는 잠시만 함께했었다만, 이번에는 꽤나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와 똑같은,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었다.
“인사가 늦었구나. 과인은 백십자 기사단의 그랜드 마스터, 소피아 린도스라 하노라.”
그리고 그때와 똑같이, 여인은 함께하기를 청하고 있었다.
“잘 부탁하노라. 클로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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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는 다음편에서 쭉~(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