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5-05 1

D-105일.

 

삑삑거리는 소리에 나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내가 살아있는건가? 난 분명히 죽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지금 살아있는 걸까? 아픈 곳이 하나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 내팔에 주사바늘이 꽂혀있고, 맥박측정기가 반복되는 기계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분명히 나는 늑대인간같은 차원종에게 습격당했는데 몸이 멀쩡해 보였다.

 

"아, 깨어났구나. 다행이야."

 

간호사가 와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곧바로 어떻게 된 건지 묻자 바로 답변해주었다. 클로저가 차원종의 위험으로부터 구해줬다면서 말이다. 분명히 난 찢겨진 채 죽었을 줄 알았다. 찢겨진 느낌이 나긴 했지만 자세히 보니 상처가 하나도 없었다.

 

"잠시 기절한 채로 3일동안 잠든 거 뿐이야. 좀 더 쉬고 있으렴."

 

간호사가 이렇게 말하고 나갔다. 분명히 나는 차원종에게 공격을 받았을 텐데 멀쩡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설마 위상력 각성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 같은 반인 검도부 소속의 서유리도 늦게나마 위상력이 각성되어 클로저가 되지 않았는가? 혹시나 나에게도 그러한 힘이 생긴다면 세하와 같이 일해야되는 신세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살갗이 찢겨지는 느낌인 거 같았는데 멀쩡한 거 자체가 이상했다. 혹시 내몸에 특이사항 같은 게 있나 생각했지만 간호사가 한 말이 퇴원해도 된다고 하니까 특별히 내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 거 같았다. 그럼 단지 죽을까봐 두려운 나머지 잘못느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설마 만화처럼 내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건가? 내가 게임의 주인공이 된건가? 아니다. 정신차리자. 여긴 현실이다. 게임이 아니다. 그렇다면 역시나 내가 잘못느낀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의사선생님께서는 내몸에 아무이상없다고 하셨다. 당하기 전에 내가 기절해서 그 틈에 클로저가 구하러 와줬나보다 하면서 생각하고 다시 학교에 나갔다. 부모님께서는 걱정된다며 끝나면 일찍 집에 돌아오라고 말씀하셨다. 확실히 당분간 그래야될 거 같다. 세하도 항상 내옆에 있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석봉아. 너 괜찮은거야?"

 

세하였다. 교문앞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달려와서 걱정하는 말투로 말하자 나는 방긋웃으면서 괜찮다고 대답해줬다. 역시나 나를 걱정해준 친구는 세하밖에 없었기에 나는 그것만이라도 기뻤다.

 

"응. 괜찮아."

 

"어제 정말 큰일날 뻔했어. 슬비에게 고맙다고 해라. 걔가 널 구해준거니까."

 

"응? 슬비가?"

 

놀랐다. 어제 클로저가 나를 구해줬다는 간호사누나의 말이 있었는데 설마 그게 슬비였을 줄이야. 기뻤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이었다. 입장이 바뀐 거 같은 기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위상력능력자고 나는 나약한 민간인에 불과했으니까. 이런 경우는 생각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다.

 

"한석봉."

 

뇌리를 강하게 찌르는 듯한 목소리에 내 고개는 로봇처럼 천천히 돌려졌다.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모습에 가슴이 쿵쾅뛰는 느낌이었다. 자세히 보니 확실히 날씬한 몸매에 얼굴이 예뻤고, 특히 분홍 단발머리가 잘 어울려보였다. 세하가 얼른 고맙다고 말하라고 귓속말로 말하려고 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있었다.

 

"고... 고..."

 

"고맙다는 말은 되었어. 난 클로저로써 할 일을 한 거 뿐이니까. 석봉아. 당분간은 혼자다니지 말아줬으면 해. 어제 습격한 차원종은 주로 홀로있는 상대를 노리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

 

"라이칸토스가 혼자있는 상대를 노린단 말이야?"

 

"응, 자세한건 캐롤리엘씨가 연구중이래. 최근에 나타난 차원종, A급으로 알려진 상태니까 말이야."

 

"A급이라...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임무때문에 어렵잖아."

 

"걱정마, 우리 검은양 팀은 라이칸토스를 담당하기로 했어. 현장에는 다른클로저가 출동할거야."

 

둘이서 뭐라고 얘기하는지 몰랐다. 나는 그저 고개만 갸우뚱 했을 뿐이다. 라이칸토스? 늑대인간 차원종을 말하는 건가? 나는 그냥 라이칸 슬로프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거 같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세하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잘되었다. 석봉아. 앞으로 같이 하교할 수 있겠네."

 

"어? 그렇네."

 

"맞아. 앞으로 나도 같이 갈테니까 잘 부탁해."

 

헉, 슬비까지? 슬비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 나는 또 동상처럼 굳으면서 천천히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다. 작고 부드러운 느낌이 내 뇌에 박히는 느낌이었다.

 

"석봉아, 아직도 아파? 너 얼굴이 빨개."

"으응? 아니야. 다 나았어. 그냥 좀 놀래서 그런 거 뿐이야... 하하하하."

 

"뭐, 일단 수업시작할테니 나 먼저 들어갈게."

 

슬비는 시크한 말투로 먼저 들어간다. 어쩌면 저렇게 멋있을까? 귀엽기뿐만아니라 멋있기까지 했다. 세하는 그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야, 너 오늘 왜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오랜만에 학교오니까 기뻐서... 헤헤헤헤."

 

나는 도망치듯이 학교로 들어갔고 세하도 그런 나를 이상하게 보면서 뒤따라 들어왔다.

 

 

 

세하는 내 옆에서 게임얘기를 했다. 준우나 다른아이들이 나를 노려보면서 살기를 내뿜었다. 세하가 있으니 저들이 날 못건드리는 거다. 하지만 세하가 없을때는 나는 저들에게 빵셔틀신세였다.

 

"석봉아, 여기 레어아이템 제조비결 좀 알려줘."

 

"응. 그게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와, 대단하다. 역시 석봉이는 최고라니까."

 

레어아이템 강화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강화확률 성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강화석이 필요한 법, 그 강화석을 만드는 데도 재료가 있다는 게 게임의 설정이었다. 난 그러한 부류에서는 전문가였기에 세하에게 알려주고 또 알려주면서 캐릭터성장에 도와주었다.

 

 

 

오전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도시락을 꺼냈고,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준우일행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분위기를 보고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지만 세하는 지금 화장실 간 상태라서 지금 그자리에 없었다.

 

"야, 너 3일동안 땡땡이 쳤다며? 그런 주제에 여기와서 세하와 게임하면서 실실 쪼개더라? 죽고싶어?"

 

준우가 내배를 발로 걷어차자 난 들고있던 도시락통을 떨어뜨렸고, 그 안에서 밥과 반찬이 쏟아져나왔다.

 

"허, 이것봐라. 반찬도 거지같이 싸왔네. 양파, 마늘, 그리고 **? 어쿠, 소시지도 있네. 이건 좀 아깝다. 나머지는 꽝이야."

 

"그만해."

 

준우가 내 도시락안에 쏟아진 반찬을 짓밟았다. 아무도 이런 모습을 보고 도와주지않았다. 도대체 왜? 왜 애들은 나에게 이러는 거야?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서 만들어주신 도시락인데... 왜 이렇게 짓밟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정성을 들여만들어준 도시락을 보면서 주저앉으며 눈물을 흘리자 준우일행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야, 이** 봐라. 울고있네. 3일이나 무단결석한 주제에 울기는 앙!? 뚝 안그쳐? 야, 이 개념없는 놈 밟아주자."

 

준우일행이 나를 또 밟는다. 지켜본 애들은 아무도 뭐라하지 않고 그냥 눈치보면서 자기 도시락을 먹고있었다. 나는 아프다고 소리질렀지만 그녀석들은 멈출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하가 빨리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서와서 그만두라고 소리쳐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들었지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 그만두지 못해!?"

 

세하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우일행은 어떤 간큰녀석이 소리치냐고 상대방을 보면서 따지려고 했지만 상대를 보자 그들은 그상태로 얼어버렸다. 준우일행뿐만이 아니다. 밥먹고 있는 남학생들 모두가 넋을 놓고 지켜보았다. 남학생들의 모두의 우상이었던 E반의 이슬비가 지금 우리반에 왔던 것이다.

 

"스... 슬비야? 여긴... 어쩐일이야? 아, 지금 그러니까... 우리... 말이지."

 

슬비는 쩔쩔매는 준우일행은 무시하고 나에게로 와서 손을 뻗었다.

 

"일어설 수 있어?"

 

그 한마디에 모든 남학생이 발칵 뒤집히듯이 자리에서 쓰러지거나 젓가락으로 들고있는 반찬을 떨어뜨린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준우일행은 그대로 얼음이 되버린 상태였고 말이다.

 

"으응..."

 

"가자."

 

"어디로?"

 

"밥먹으러."

 

슬비의 손에 이끌려 나는 몸을 일으켰고, 도시락이 없다고 말했지만 괜찮다면서 따라오라고 하자 나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오늘 두번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작고 부드러운 손, 이 온기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나가면서 준우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조금 들린 듯 했다.

 

"저**... 죽여버릴거야."

To Be Continued......

2024-10-24 23:01: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