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nd #5 - 공(公)과 사(私)[2]
Interpol 2015-01-27 1
"놀랐어요. 아이들이라 해도 저정도의 위상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거에 대해..."
"그래...여태까지 보았던 위상능력자들 중에서 가장 특별한 케이스들이지. 그러니 우리가 더욱 신뢰하고 있는 참이고 말이지."
"그래도 전 걱정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아직 어린애들인데...유정씨랑 제이형이 클로저로써의 인생에 대해 잘 인도해주는 것 같기는 하지만 개인차이도 있고 무엇보다 의지에 따라 작전에서 목숨이 좌우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하하! 자네다운 대답이야. 하지만 저 아이들은 분명 잘 해낼꺼야 그렇기에 검은양을 창설한게 아닌가."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평가도 좌지우지 된다...이 말씀이신가요?"
"평가를 떠나서 난 개인적으로도 검은양 팀을 믿고 신뢰하고 있다네."
"3년전에 제 직속상관이 부장님 반만 닮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뭐...이제와서 얘기해봤자 아무런 의미는 없지만요."
"과거에 너무 연연하지는 말게. 지금의 자네는 3년전의 모습이 아닌 현재 검은양 팀의 지도요원이니까..."
"쓸데없는 말에 위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왜 부장님을 그렇게 좋아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네요."
"아...그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런가요?...뭐 아무렴 좋습니다. 별다른 사항이 생길 시 항상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홀로그램으로 나타나있던 데이비드의 모습이 사라지고 왼쪽 손목에 차고있는 광역 통신기에서는 현재 시간이 표시되어있다. 동아리실에서 종이컵에 들어있는 M사의 인스턴트 밀크커피를 마시며 창가를 바라보고만 있다.
PM 8 : 03
시간이 시간인 만큼 저녁노을도 사라진지 오래이고 강남의 하늘은 밝은 보름달과 미세하게 보일까 말까하는 수많은 별들, 그리고 파손되지 않은 건물의 간판이 어두운 강남을 환하게 비춰주고있다.
어디 강남이 아니랄까봐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출입통제구역(주로 도로)을 제외한 중심가, 골목, 번화가 등등에 완전무장한 특경대원이 2인 1조로 순찰을 돌고 있고 채민우와 송은이도 포장마차에서 분식을 먹고 있다. 송은이 혼자라면 몰라도 채민우와 송은이가 있다라...아무리 생각해도 채민우는 얼떨결에 송은이한테 끌려와서 앉혀진 것 같지만 현민의 눈에는 항상 티격태격하는 상사와 후임이 친목을 다질겸의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언제봐도 신서울은 보기가 참 좋구나..."
신서울...18년전 차원종의 예고없는 등장 및 침공으로 인해 서울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선 난리가 났었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지방청, 군부대에서는 급히 군경을 현장에 파견하였지만 일부 차원종들을 제외하고는 공격이 먹히지않았고, 그로인해 희생자가 속출하였다.
당시 군인은 약 10만명, 경찰은 약 3만명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차원종들과 혈전을 벌이다 목숨을 잃었고, 현재 전국에 있는 국립묘지나 호국원에 가면 차원전쟁때 희생된 군경들의 묘비들이 있다. 민간인들의 피해는 말이나 수치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났었다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당시 정치인들이나 현재 정치인들은 차원전쟁 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해 명확한 대안을 마련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나마나 자기들의 이익과 권력을 쟁취하게 서로 싸우고 있을게 뻔하다. 참으로 한심한 인물들이지만 그렇다고 전부는 아니다. 정치인들 중에서도 진심으로 국민과 클로저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다.
"현민씨."
동아리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유정의 목소리가 현민의 귓가에 들렸다. 현민은 창가에서 뒤돌아 유정을 바라보고 종이컵에 남아있는 커피를 한번에 입안으로 털어놓은 뒤 책상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책상의 정돈상태는 말로 표현한다면 지저분하다. 모서리에는 테이프 조각이 붙혀져있고, 문에서 기준으로 하면 왼편에는 노트북, 가운데에는 UNION이라 적혀있는 상자와 그 위에는 책 2권과 CD 1장, 옆에는 생수 2병, 오른편에는 과자봉지가 놓여져있다.
"퇴근하신줄 알았는데...여긴 어쩐 일이세요? 저야 뭐 당직이니까 여기서 시간도 때울 겸 대기하고 있는 상태인데 말이죠."
현민은 말을 마치고 지저분하게 방치되어있는 책상에 놓여있는 과자봉지에서 과자 1개를 꺼내 입에 넣고는 몇 초뒤 삼켜버린다.
"마음같아서는 퇴근하고는 싶어요. 하지만 관리요원이니 필요한 자료나 서류를 확인하고 정리해야하는 사무직이 쌓여있어서 그럴 수가 없네요."
유정은 한숨을 푹 쉰 뒤 책상 근처에 놓여져있는 의자에 천천히 기대앉고는 표정이 변화되는걸 현민은 보는데 피곤함이 넘쳐흐름이 얼굴뿐만 아니라 유정 주위에 방출되는 기운으로도 느껴진다.
"그러시구나...그 얘기는 당분간 정규 퇴근은 어림도 없는 소리인거네요."
"그러게요...쉬고 싶을 땐 쉬어야 근무의욕도 생기는건데...지금 상황에서는 쓰러질 것 같아요."
유정은 말을 마친 뒤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책상에 조심스럽게 엎드리고는 '흐아아...'라는 신음과 함께 현민에게 간접적으로 피곤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느낌도 어렴풋이 주고있다. 유정의 자세는 수업시간이 지루하거나 자신이 피곤함을 없애기 위해 취한다는 취참모드...딱 그 자세다. 현민은 마지못한 표정과 한숨을 살짝 내쉬며 머리를 긁적이고는
"사무직에 대해서 아는건 없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한에서 도와줄게요. 하지만 그 전에 커피 한잔 어때요? 아니 뭐...제가 마음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졸음이라도 달래기 위해..."
현민의 말을 듣고 유정은 언제 엎어져 있었냐는 듯이 밝은 표정과 함께 상체를 일으키고는
"정말요? 안그러셔도 되는데 고마워요."
뭔가 낚인 것 같다. 아니 같다가 아니라 이미 낚인거일지도...
"예예...일단 커피 한잔 타드릴게요."
현민은 그리고 창가쪽에 놓여져있는 커피포트의 뚜껑을 열고 담겨져 있는 물의 양을 확인하고는 커피포트를 행구는 듯 몇번 돌리더니 창가를 통해 밖으로 물을 뿌린 후 책상에 놓여있던 생수 2병 중 1병을 가지고 뚜껑을 연 뒤 커피포트에 적절하게 물을 붓고는 커피포트를 기기에 올려놓고 생수병의 뚜껑을 다시 닫고는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그나저나 저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서 여기에 온거 아니에요? 보아하니 절 찾으셨던 티가 나는데..."
현민은 창가쪽에 있는 의자에 앉고 턱을 살짝 괴며 자신의 도움을 제공한다는 것에 대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유정을 바라보며 자신도 약간 미소를 짓는다.
"예?...아 맞다. 현민씨 아까 작전에 나갔을 때 차원종들을 처리할 때 어떤 기술을 쓰신거죠? 말을 들어보니 특이한 기술이였다고 하는데 말이죠. 갑자기 차원종들이 쓰러진다던가...뒤따라오던 현민씨가 어느새 눈 앞에 있었다든가..."
말을 하는 동시에 유정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현민에게서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한 하나의 조치로 느껴지지만 현민은 그런 유정의 태도에 아랑곳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고는...
"아아...하긴 아이들이 보면 놀랄만도 하겠죠. 알고보면 단순한거인데도 원리를 모르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슬비가 얘기해달라고 했나보죠?"
현민은 능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유정을 바라**만 유정은 여유로운 현민과 달리 당황한 듯 한 기색을 내뿜고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당황은 했을 것이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고 누구때문에 이 얘기를 꺼냈는지에 대해 현민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흠...왜 제가 그걸 알고 있는 거에 대해 궁금해하시는거 같군요. 그냥 그 당시 슬비가 조금 저에 대해 두려워 했거든요. 그래서 이 얘기가 나온 것 보면 슬비가 유정씨에게 얘기를 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커피포트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김이 내뿜어지기 시작했고 현민과 유정과 약간의 신경전(?)이 펼쳐진 뒤 커피포트 기기에서의 버튼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현민은 커피포트 옆에 있는 종이컵 뭉치에서 2개를 꺼낸 후 종이컵 뭉치 옆에 있는 M사의 밀크커피 2봉지를 꺼내고 입구를 뜯어 한컵에 한개씩 부은 뒤 커피포트를 꺼내 일정한 양의 물을 컵에다가 붓고는 커피포트는 다시 원래자리에 가져다 놓고 빈 봉지를 컵에다가 적절히 휘젓고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커피가 들어있는 종이컵 한개는 유정한테 가져다 놓는다.
"내 타입으로 한거라 맛이 괜찮게 됬을지는 모르겠네요."
현민은 종이컵에 들어있는 커피를 조금씩 입에 가져다 대 마시고는 책상에 컵을 놓은 뒤 다시 입을열고는
"그래서 제 기술이 뭔지 알고 싶다고 했죠? 뭐...슬비에게도 말은 해주겠지만 그렇게 화려한건 아니에요. 온라인이나 비디오 게임에서 나오는 은폐(Cloaking)라는 거에요. 아무리 회복이된다한들 위상력이 빨리 소모된다는 점에서 오래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꽤 쓸만해요. 차원종들은 감지를 하지를 못하니 속수무책으로 당할테고...만약 은폐상태의 절 본다면 그 녀석은 바로 저세상으로 직행."
현민은 씁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책상에 놓여져있는 종이컵에서 커피를 한잔 들이켜 마시고는
"그래서 제가 특수요원이 된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이 기술 때문이죠. 넓은의미에서 보면 큰 이득이지만 이 기술은 쓰면 쓸수록 제 몸이 망가지기도 하거든요. 장점이 있다만 반대로 단점도 있어야 하잖아요? 오늘 쓴건 잠깐 맛보기 식으로 보여준거고요. 이 기술을 쓸 날은 거의 없기를 빌어야죠."
그러고는 컵에 남아있는 커피를 입에다가 쏟아부은 뒤
"기록 상에서는 보안등급이 설정되어있겠지만 아무래도 유정씨에게는 말씀을 드려야 할듯 하네요."
비어버린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던져놓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를 향해 걸어간 뒤 양 손을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숨을 한번 푹 내쉰 뒤 다짐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뒤돌아 현민의 말을 경청하며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유정을 바라보고는
"저는 3년전 한 사건으로 인해 해체되었던 특수팀의 요원이였습니다. 그 날 팀의 임무는 바로 차원종의 습격을 받은 어떤 한 백화점에서의 고립된 민간인 구출이였죠. 하지만 상부에서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상위층 인물을 구조하라 지시를 했고 저희는 그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죠."
현민의 말을 들은 유정은 무언가를 아는 듯 표정이 금세 바뀌었다는 것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지만 현민은신경쓰지 않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다시 입을 연다.
"하지만...과장님과 팀장님은 그러지 않았어요. 과장님은 팀장의 상황판단하에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팀장은 과장님의 지시에 따라 상위층 인물구조는 다른팀에게 인계하고 저희들은 1층부터 시작해서 3명씩 나누어 지하랑 지상을 오가며 민간인들을 구출하기 시작했었던걸로 기억해요. 전 당시 아마 수송지원이라 배제된 상태였죠. 처음에는 팀장님이 원망스러웠어요. 신참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일에는 항상 절 제외시키고 어린놈이라하면서 과잉보호하듯이 돌봐주셨거든요."
"어찌됐든간에 그렇게 구출임무는 잘 되는가 싶었는데...차원종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건물이 불안정해진 상태였고, 팀원들도 더 이상은 진입할 수 없다고 만류했지만 팀장님은 무시한 채 더더욱 깊숙히 들어갔다가..."
"건물이 붕괴되었었죠."
유정이 말을 끝마친 뒤 현민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먹을 쥐고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몸도 서서히 떨기 시작하더니 분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오른손으로 벽을 쳤다.
"그때...그때...내가 팀장님을 말렸었더라면..."
"그 팀에 대해서 저도 어느정도 알고 있어요. 그 일 이후 명령불복종으로 인해 팀원들이 전원 징계처분을 받았고 팀은 해체...팀원들은 인사조치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다고..."
유정이 그 사건 이후의 대해 이야기를 하였지만 현민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말이다. 현민은 주먹으로 벽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함과 설움은 쉽게 누그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속 그런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 감정적으로 나서면 안된다. 감정보다 직무와 사명감에 우선시 해**다. 그것이 클로저다. 그걸 생각하는 현민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크게 푹 내쉬고는 손으로 눈가를 한번 쓱 닦더니 푹 숙여있던 고개를 들어 유정을 바라보고 씁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예...그 일 이후 전 과장님의 보좌관으로써 일을 하다가 차원종과 손잡은 인간의 함정에 걸려들어 보기좋게 2년이라는 시간동안 철창에 있게되었죠."
"과장이라하면..."
유정이 무언가를 아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현민을 바라보면서 묻고, 현민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흐음...거리며 입을 열고는
"데이비드 국장님 말이에요. 3년전에는 요원지부 과장이셨고, 2년전에는 요원지부 부장...지금은 뭐 관리국장이라고 하시는데...전 그냥 편하게 부장님이라고 부르고 있죠."
"그렇구나..."
"커피도 다 마신 것 같은데...이제 슬슬 일하러 갈까요?...시간이 꽤 많이 흐른 것 같은데..."
현민은 미소를 지으며 손목에 차고 있는 광역 통신기의 홀로그램을 이용해 현재 시간을 스크린으로 크게 보여줬다.
PM 9 : 00
"벌써 1시간이 다되간다고요? 계속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면 내일도 무지하게 힘드실텐데..."
"그걸 아시면 미리 말씀해주셨어야죠!!! 자 빨리 가요!"
"예..예...여부가 있겠습니까? 누님."
"누님?...제가 왜 누님이에요? 현민씨가 더 나이 많아 보이는데..."
"저 20대 초반입니다...하하....으아아아악!!!"
유정이 현민한테 다가가서 오른손으로 왼쪽 귀를 잡고는 '자 일 도와주신다고 했죠?!'라는 말과 함께 끌고나갔고, 현민은 '아아아아악! 이거 놓고 말씀하세요 누님'이라고 말했다가 더욱 큰 비명소리와 함께 동아리실에서 끌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