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만에 휘갈긴 슬비땅 생일 단편 팬픽ㄱ
에베레베렙 2016-04-30 6
(관련 없지만 올리는 아름다운 슬비땅)
홀로 있는 듯이, 인공적인 온기조차 머물지 못하고 떠나버린 듯한 싸늘함이 침구의 한켠을 꿰어찼다. 벌써 1년째였다. 아무도 없는 침대에서 그의 사진만 보며 잠든 게. 1년 전, 갑작스런 해외 발령에 남편을 잃었다. 유능한 클로저랍시고 남편을 머나먼 타국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나만 남았다.
나만 홀로 남아 버렸다.
" .....오늘. 내 생일인데. "
아무도, 아무도 없었다. 쓸쓸히 2x살의 탄생일을 축하하는 내 눈은 씁쓸한 기쁨으로 넘쳐났다. 아무도 나를 축하해주지 않는다. 이런 기분은 수도 없이 느꼈다. 처음에는 나는 태어나도 축하받지 못하는 걸까라고 혼자 삽질하며 남몰래 울며, 부모님을 뺏어간 차원종들에게 울분을 풀으려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다. 직접 찢어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내가 아카데미 교육생이었을 땐 차원종을 직접 보는 것도 꽤나 어려웠다. 1년에 한 번도 볼 수가 없었을 만큼 출현 자체가 드물었다.
그렇게 지내오길 18년, 18살 때에 검은양 팀의 리더가 되었고, 그때부터 그런 감정은 느낄 수가 없었다. 항상 그들이 날 축하해주었다. 항상 내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축하해주었고, 나는 더이상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생일에는 오랜만에 그 느낌을 받았다.
" 다들 바쁘네. "
무릎을 모은 후 끌어안고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슬프지는 않았다. 쓸쓸한 건 쓸쓸한 거지만. 차원종들에게 더이상 울분을 풀 수도 없었다. 그럴 만큼 뭔가 마음이 공허했다.
" ...축하 문자라도 보내줬으면 했어. "
검게 물든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물론 그에게서도.
" ....3개월째...실종.... "
사랑하는 그이가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유니온에서 나돌았고, 그건 현실이 되었다. 딱 오늘이, 그가 실종된 지 3개월이 되던 날이란다. 머나먼 타국에서 실종되었다니. 열심히 수색을 하고 있다고- 지껄였지만 뭐 어떻게 약간의 흔적도 찾지 못했단다. 열심히 하고 있긴 한 건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 .....세하야. "
어깨까지 내려오는 분홍빛 머리칼이 힘없이 늘어져 버렸다. 나, 그동안 어떻게 버틴 걸까. 3개월이 너무나 빨랐다. 마치 24시간 같았다.
테이블 위에 외로이 놓인 한 조각의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그 위에 처량하게 빛나는 가느다란 한 양초가 눈에 일렁거렸다. 초라했다. 한참 쳐다보다 촛불을 후 불었다.
' ....어두워. '
어두웠다. 힘없이 사라져버린 유일한 광원이 사라지자 어둠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마치 내 마음 같았다.
" ...그만 자자. 이제 됐어. "
그 말을 끝마치자, 종이 울렸다.
" ....? "
초인종이었다. 이런 시간에 누구인 건지.
" 누구세ㅇ... "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날 꽉 껴안았다. 뭔가 익숙한 향이었다. 칠흑빛 머리칼에서는 익히 맡아본 샴푸 냄새가 흘러퍼졌다. 이건...
" ...유리야? "
" ....스을비이야....! "
길게 늘여 말하는 것이 술 한 잔 걸친 듯 했다. 한숨을 폭 내쉰 그 순간.
" 생일 축하해/한다/해요!!!"
아름다운 하트가 피어올랐다. 하트 모양 케이크에서 피어오른 듯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순간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았다.
내게 안겨 있는 칠흑빛 긴 머리칼의 여성, 하트를 한 손으로 들고 흰 백색의 머리를 자랑스레 흔든 남성. 아름다운 은빛 투블럭 헤어를 한껏 흔들며 웃고 있는 사내.
그들이 앞에 있었다.
" .....제이씨...미스틸......! "
" 생일 축하해. 대장. "
" 생일 축하드려요. 슬비 누나! "
미스틸이 정말 기쁜 듯 해맑게 웃었고, 제이가 푸근하게 웃으며 트레이드마크인 자신의 노란 안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 생일 축하해! 우리 슬비! "
부드러운 살결들이 내 볼에 비벼졌다.
" 이구궁. 우리 슬비이~ "
" ....유리야... "
자신의 얼굴을 열심히 내 얼굴에 비비고 있는 유리가 아름다운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
" ...모두...못 온다고.... "
" 어떻게든 끝내고 왔지. "
" 오늘 같은 날에 못 축하해주면 언제 해! "
" 오늘 슬비 누나 생일이니까.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오려고 했어요! "
그들이 웃었다. 나도 웃어 보였다. 그러나. 어딘가 모자른 웃음이었다. 뭔가가 걸렸다.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는 나는 결국, 그 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 ....네 명....이네. "
네 명이었다. 한 명이 없었다. 내 생일날에는 게임기를 조용히 집어넣고 살짝 웃으며, 결혼 후엔 꼭 끌어안고 날 쓰다듬던 그 손의 주인이 없었다.
" 한 명이....없어. "
그 말에 분위기가 바로 변하고 말았다. 모두들 내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 만 듯이 분위기가 씁쓸해졌다. 내가 괜한 소리를 하고 말았다. 날 축하해주러 왔는데, 괜히 내가 망쳐버리고 말았다. 안절부절 못하던 나는 사과하려 다시 입을 열었다.
" ....미안ㅎ... "
" 좀 너무하잖아. 집들이를 5년이나 지나서 하다니. 그것도 내 '아내' 생일에. "
전율했다.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목소리가 울려퍼져선 내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고개를 돌렸다. 유리도,제이씨도,테인이도 놀라 고개를 돌렸고, 시선의 끝엔...그가 있었다.
" 슬비야. 오랜만이야. 생일 축하해. "
그가, 세하가 내 앞에 서서 뭔가를 내밀었다. 펭귄 인형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 이 밖에 눈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가 내민 선물을 깔끔히 무시하고 그를 죽일 듯이 끌어안았다.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눈물을 그의 옷자락에 비벼 닦으며 오랜만인 그의 향기를 맡았다. 그의 검은 눈을 보았다. 또한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래도 흐르는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못했다. 눈물샘이 고장난 건가.
" .....그렇다고 선물까지 무시하다니, 너무 오래 못 봐서 그런ㄱ... "
그러나 그의 입은 열리지 못했다. 내가 틀어막았다. 그의 입 안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내가 삼켜 버렸다. 입술을 맞대고 오랜만인 그의 숨결을 맡고 또 맡았다. 오랜만에 맡은 탓일까. 또 눈물이 흘러 볼을 적시고 말았다.
" ...푸하.... "
" ...후우..... "
입술을 떼고 숨을 고르며 눈을 맞댔다. 아까까지만 해도 죽을 것 같던 기분에 활기가 돌아온 듯이 기뻐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다시 입술이 나를 덮쳤다. 이번엔 내가 한 게 아니었다. 그가 입술을 맞댔다.
달콤했다. 마치 초콜릿처럼 달콤한 그의 입술은 나를 붕 뜨게 만들었다. 옛날에, 처음 그가 했던 첫키스가 내 뇌를 스쳐지나가며 행복감을 선사하고는 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갔고, 그도 나와 똑같았는지 아름다웠던 그날. 처음의 입맞춤을 재현해갔다.
그러나 우리가 까먹고 있는 게 있었다.
" 동생. 계속하면 풍기문란으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
" 우우. 우린 신경도 안 쓰고 있네. "
" 유리 누나. 이럴 땐 죽창이 필요하다고 인터넷에서... "
" ....테인이는 도대체 뭘 본 거니? "
푹. 우리 둘의 볼이 푸욱 익었다. 깜짝 놀라 하던 걸(...) 멈추고 뒤돌았다. 그의 얼굴이 내 뒤통수에 걸려 버렸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결국 이렇게 흑역사를 생성하고 말았다. 나는 땅을 쳐다보며 부들부들 떨었고, 세하는 멋쩍은 듯 웃으며 하늘만 쳐다보았다.
" 근데 세하 너. 어떻게 온 거야? 저어어기 미국에서 실종됬다고 들었... "
" 아 그거? "
그가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 국경 넘었지. "
" ....응?/뭐?/네? "
" ....국경..? "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그가 얘기했다.
" 탈주해서 남미 쪽으로 건너간 다음에, 배타고 유럽 쪽으로 넘어간 후에, 사이킥 무브로 여기까지 왔어! 유니온한테 안 걸리려고. "
믿지 못할 것 같은 그의 모험담에 벙 찐 우리였다.
" .....진짜로? "
" ...엄청난 바**을 했구나. 동생. "
" ....그럼 3개월동안 실종된 게..... "
그가 해맑게,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머릴 긁적였다.
" 헤헤. 부끄럽네. "
" 이세하..... "
" .....엉? "
그렇게 잔소리가 울려퍼지려 한 순간. 테인이가 우리 둘에게 끼어들며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 자.자. 부부싸움은 나중에 하고요, 일단 우리 파티해요 파티! "
" 그래 그래! 배고파아! "
" 촛농이 흘러내릴 대로 흘러내렸어. 동생들. "
제이씨의 그 말에 제일 빨리 반응한 건 유리였다. 음속베기를 쓰는 것 처럼 빠르게 제이씨의 손에서 케이크를 뺏어들고 모든 초들을 뽑아버렸다. 그리고는 집 안으로 훌쩍 들어가 버렸다.
" 빨리 안 오면 딸기들이 남아나지 않을 거야! "
" ...ㅈ.잠깐만? 유리 동생! 딸기는...딸기는 다 먹으면 안 돼! "
" 딸기 혼자 다 드시면 안 돼요! 유리 누나! "
곧이어 제이 씨, 테인이가 안된다는 절규를 흩뿌리며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안에서는 쿠당탕 쿵 거리면서 시끌시끌거렸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런 시끄러움도 너무나 좋았다.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내 손을 꼭 쥐었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검은 눈동자를 쳐다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도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웃어 주며 내 분홍빛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그의 손길이 기분 좋았다.
" ....우리도 가자. "
" .....응. "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어느새 켜진 밝은 빛이 내 눈에 새어들어 푸른 눈동자를 비추었다. 한 발짝 내딛고, 또 한 발짝을 내딛어 집에 들어갔다. 그와 함께.
천천히 문을 끌었다. 천천히 끌려온 문은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아 주었다. 깊은 밤이 지났음에도 들려오는 웃음 소리는 밤의 어둠을 그들의 기쁨으로 채워나갔다.
생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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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비땅 생일 축하해양!
3시간 휘갈겨 쓴 단편입니다. 3시간 걸린 만큼 제가 뭘 쓴 지도 모르게 급하게 썼어요. 거의 조각글 수듄...설마 홍대에 갈 일이 생길 줄이야....집에서 여유롭게 쓸 생각이었는데....
결론은 그래서 퀄이 똥망이라구요.
재성합미다ㅏ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