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염장질 1. 이 x 이 (2)

시이라 2015-01-27 3

이하의 묘사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는 벌쳐스'의 영상제공으로 서술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스태프들이 치우고 있을때까지 두 사람은 계속 붙어 있었다.


".... 이제 가자. 막차 끊겼겠다."


슬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

 

 

나는 폭소를 참지 못하고 터트려버렸다.


"''이래, ''! 푸하하하하하! 천하의 슬비가 '그래'도 아니고 ''이라니!"


유정 언니도 제이 아저씨도 최대한 웃음을 참으면서 웃었고, 영상을 들고 온 김시환씨는 여전히 능글능글거리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유정 언니가 김시환씨에게 물었다.


", 김시환씨 이 영상 어디서 구한거에요? 지금 찍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웃느라 힘들었는지 숨을 몰아쉬면서 유정언니가 물었다.


"관리요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지금 찍고 있는 거에요."


순간 사무소 안의 공기가 싸해졌다.


"그럼 설마 우리도 평소에..."


제이 아저씨가 물었지만 김시환씨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는 벌쳐스 입니다. 일단 두 사람의 영상을 보시죠."


뭔가 찜찜하지만 우리는 무언가를 연결한 TV를 보기로 했다. 세하와 슬비는 말 없이 손을 잡고 경기장을 나와서 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된 경기탓에 막차는 끊겨버렸고, 두 사람은 밖을 나와서 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세하가 슬비가 구두를 신은 것을 보고 말했다.


"발 아프지? 택시 타고 가자."


고개를 숙여서 앞머리로 눈을 가린 슬비가 세하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달빛을 받은 슬비의 머리와 얼굴이 더 하얗게 빛났다. 세하도 이 모든 앵글을 보고 있는 우리도 침을 꼴딱 삼켰다.


"걸어서... 가자. 걷고 싶어."


세하의 심장이 고동쳤다. 너무 귀엽다고 생각하는 게 얼굴과 심장에 티나 난다. 둘이서 손을 잡고 얼마나 걸었을까, 세하가 앞에서 슬비가 뒤에서 걸어왔고, 뒤에 오는 슬비가 힘들진 않을 지 가끔씩 뒤를 돌아서 슬비를 쳐다봤고, 기쳑을 느낀 슬비가 고개를 들어서 세하와 눈이 마주치면 둘 다 홍당무가 되서 제자리에 멈춰서기를 반복했다.


", 길이 막혔다."


두 사람이 길을 꺽자 차원종과의 전투로 인해 무너진 건물로 막혀버린 길이 나왔다.


"사이킥 무브로 지나가자."


슬비가 차분한 목소리로 치마를 올려잡고 사이킥 무브를 할 준비를 취했다.


"..."


세하는 뭔가 생각하더니 우물쭈물하면서 망설였다.


"안갈꺼야?"


슬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세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미리 말하는데, 난 네 그런 옷이 헤질까봐 그러는 거야. 절대로 다른 뜻은 없어."


슬비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묻기도 전에 세하가 슬비를 안아올렸다. 왼손은 어깨를 감싸고 오른손은 다리를 감싸서 안는 일명 '공주님 안기'였다. 슬비의 드레스차림도 한 몫해서 더할 나위 없는 공주님 같았다.


"괜찮지? 간다."


"...."


그리고 세하는 도움 닫기 후 건물을 훌쩍 넘었고 달을 가린 두 사람의 그림자는 마치 영화의 한장면같았다.



 

 

"도대체 이 앵글은 어디서, 누가 잡고 있는 거에요?!"


내가 딴지를 안걸고 넘어갈 수가 없어서 김시환씨에게 말했다. 김시환씨는 '후후후'하고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언제나~"


"또 그거에요?!"

 


 

다시 영상으로 돌아와서 두 사람은 착지에 성공했지만 파괴된 구간이 생각보다 길었고, 구두로 걷기 힘든 길이 많았기에 세하는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대공원 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호랑이 조각상과 전투 후에 열심히 한 복구 끝에 만개한 꽃들이 두 사람을 반겼다. 세하가 힘들어하면서 잠시 쉬고 있자 슬비는 주변의 꽃밭을 구경했다. 세하의 호흡이 가다듬어 질때 슬며시 슬비가 말했다.


"저기... 이세... 아니, 세하야."


", , ?"


꽃밭사이에서 웃고 있던 슬비의 옆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세하는 당황했다.


"그게... 고마워."


", , 뭐가. 방금 전에 사이킥 무브?"


슬비가 슬비치고 정말 의외이다 싶을 정도로 요정같은 목소리로 웃었다.


"후후, 아니."


세하는 열심히 머리와 눈을 굴리면서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은 꽃에 둬야할지 슬비에게 둬야할지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 그럼 택시타자고 한 거?"


슬비는 이번에도 아니라고 하면서 꽃밭에서 세하에게 등을 돌린 채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 , 그럼 여, 여자친구라고 한거?"


"으음~ 그건 보류."


세하는 '보류가 뭐야, 보류가.' 하고 중얼거렸다. 슬비는 꽃을 꺾어서 빙글빙글 돌렸다. 지금 카메라 각도로는 무슨 꽃인지 보이질 않았다.


"어어... 그러면 오늘 경기 같이 보러 온거?"


슬비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오늘 같이 있을 때 게임기 꺼내지 않기로 한 약속 지킨거?"


"후후, 그러고보니 그런 약속도 했지. 그것도 아니야."


세하가 투덜거렸다.


"그럼 뭐가 고마운데? 생각나는 건 다 말했는데."


슬비는 빙글 돌아서 검은 양팀도 관리요원인 유정언니도, 미쳐** 못하고 돌아가신 슬비의 두 부모님도 본 적 없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슬비의 손에는 머리색과 같은 분홍색 꽃이 들려있었다.


"전부 다 고마워. 같은 팀으로 있어준 것부터 아까 인터뷰할 때도... 의외였지만, 고마웠어.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도..."


두 사람은 멎쩍어했고, 슬비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세하는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왕 말 나온 김에 확실히 말해버릴래."


세하는 빠른 걸음으로 슬비에게 걸어갔고,


"나는--"

 

 


 

푹 하고 화면이 꺼졌다. 나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똥말똥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상태로 코드를 뽑은 제이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아아, 제이 씨. 자는 것도 포기하고 보러 온건데!"


뒤를 보니 은이 언니가 어느새 팝콘을 가득 들고 와있었다.


"Wow, Romantic Closer...!"


그 옆에는 캐롤 언니가,


"시환... 굿 잡..."


란 언니도 와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방안은 물론이고 밖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이는 걸 보니 사람들이 잔뜩 모인 것 같았다.


"제이 씨 다시 꽂아줘요! 이제 막 재미 있어지려 하는데!"


은이 언니가 항의하자 제이 아저씨가 딱 잘라 거절했다.


"안됩니다. 이후부터는 두 사람만의 시간이에요. 유정 씨도 관리요원으로써 동의하지?"


모두의 시선이 유정언니에게 쏠렸다.


", 아니 저는 보고 싶기는 한데..."


제이 아저씨가 선글라스를 뚫고 무서운 기운을 쏘아 보냈다.


"역시 두 사람의 사적인 시간까지 간섭하는 건 아니겠죠? 자자, 이제 다들 집에 갑시다. 막차도 끊겼는데 어서 흩어지죠."


그렇게 해서 구경꾼들은 흩어졌고, 임무가 다시 시작되어서도 두 사람은 여전히 싸웠지만 가끔씩 보내는 서로의 따스한 눈빛을 주변 사람들이 보면서 흐뭇해했다.




------------------------------------------------

다음 편이 마지막이겠네요. 짧을테지만 자르기 애매해서...


2024-10-24 22:22:2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