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브레이커 Part.10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2)

안gel리na 2016-04-22 0

"으. 으으...! 디, 디아블로 님이...! 디아블로 님이...!"

"어, 엄마아...!"

"이거... 심각한 정도가 아니네요..."

석봉이의 집 안방 침대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40대 초반의 갈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의 여성을 본 카이넌스는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벌벌 떠는 석봉이에게 말했다.

혼자서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 그녀는 무언가에 사로잡혀 잠도 안 잤는 지, 눈밑이 새까매지기도 했다.

"석봉아..."

"디아블로? 디아블로가 뭐지...?"

석봉이의 모습에 슬퍼하기 시작한 슬비를 옆에 두고 로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석봉이의 어머니가 중얼거리는 디아블로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 역시나, 예상대로 석봉 씨의 어머님은 디아블로의 저주에 한 번 침식당하셨던 적이 있으셨군요."

"네, 네에...? 그게 무슨..."

석봉이는 카이넌스의 말에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카이넌스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후우..."

석봉이의 말을 무시하고 카이넌스는 땅이 **라 한숨을 내쉴 뿐이였다.

그리고 어머님의 어깨에 손을 얹자 핏빛의 위상력이 그녀를 감싸돌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핏빛의 위상력은 이윽고, 그녀의 온 몸 구석구석을 감싸돌며 그녀 몸 밖으로 나오는 검은 위상력이 핏빛 위상력에 삼켜지기 시작했다.

마치, 이 핏빛의 위상력이 검은 위상력을 탐하기라도 하듯이 그녀에게서 계속 검은 위상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지, 지금, 대체..."

"석봉 씨, 제 위상력으로 어머님의 몸 곳곳에 침식된 디아블로의 위상력을 제거했습니다. 이대로 그녀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세요."

"잠깐만, 카이 오빠!"

석봉이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로 일을 진행하는 카이넌스에게 슬비가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 뭐야?"

카이넌스는 슬비에게 뒤돌아 바라보며 그 답지 않는 차가운 눈빛을 띄일 뿐이였다.

"오빠, 왜 석봉이한테 아무런 설명도 안 해주는 거야! 우리는 몰라도 석봉이한테는 제대로 얘기해줘야지!"

"너는 디아블로가 어떤 놈인지 몰라서 그래. 알 필요 없어."

슬비의 외침에도 카이넌스는 계속 차가운 눈빛만 띄며 나지막히 대답했다.

평소에 장난스럽고 익살스럽게 웃는 그와는 전혀 딴판인 차가운 모습에 로토와 슬비는 그 답지 않는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형, 형 답지 않게 왜 그래?"

"... 그 전에 말입니다, 석봉 씨? 당신... 클로저도 아니고, 위상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아직 고등학생인 당신이 어떻게 우리 해결사에 올 생각을 한 거죠? 그것도 지금 저렇게 벌벌 떨고 계셨던 어머니를 두고 말입니다."

"네, 네에...?"

로토의 말까지 무시하며 카이넌스는 갑자기 사나운 눈빛을 띄며 석봉이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당신도 이 게임, 저 게임 해봤으면 이런 장면들 여러 번 봤을테니 모를 리가 없을테죠. ... 누구의 사주를 받고 우릴 찾아온 겁니까? 누가 우릴 노리는 겁니까?"

"으, 으아아...!"

석봉이에게 얼굴을 바짝 붙이고 무섭게 얘기하는 카이넌스 때문에 석봉이는 몸을 세차게 떨며 정신을 잃을 지경이였다.

석봉이에게 비춰진 카이넌스의 눈은 전에 자주 보였던 검붉은 눈동자와 송곳니였기 때문에 평소에도 소심한 석봉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오, 오빠! 석봉이한테 왜 그러는 거야!"

"형, 진정해!"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슬비와 로토가 카이넌스의 양 팔을 잡으면서 말리기 시작했다.

"... 이거 놔."

"오, 오빠아!"

"형, 진정 좀 해!"

카이넌스가 나지막히 양 팔에 힘을 꽉주면서 저항하자 슬비와 로토는 어쩔 줄 몰라했다.

로토와 슬비는 이렇게 화가 잔뜩 난 카이넌스를 ** 못했기 때문에 더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쩌면, 그 디아블로라는 것이 카이넌스에게 있어서 이렇게 화를 나게 만들 뭔가와 연관되있는 모양이다.

"으. 으으... 저, 저는 단지 슬비한테 얘기를 들어서 부탁드린 거 뿐이에요..."

"... 정말이야, 이슬비?"

석봉이가 울먹거리면서까지 겨우 카이넌스에게 대답하자 카이넌스는 슬비를 향해 검붉은 눈동자로 날카롭게 노려보며 물었다.

"으, 으응...! 석봉이가 우릴 어떻게 하려고 했겠어? 그니까 그 눈 좀 어떻게 해봐...!"

"..."

슬비가 불안한듯한 눈빛을 띄자 카이넌스는 곧바로 원래의 검은 눈동자를 띄고 송곳니도 사라지게 됬다.

"미안했다, 김로토, 이슬비. ...석봉 씨도 죄송했습니다. 아무튼, 저희는 그 병원에 가보도록 하지요. 그 병원에서 어떻게 어머님의 기억을 없애고 했는지도 궁금하구요."

"네, 네에..."

"슬비야, 미안하지만 석봉 씨 좀 달래주고 와줄래?"

"응? 으응..."

"김로토, 우린 먼저 나가 있자."

"..."

로토는 카이넌스가 먼저 나가버리는 뒤따라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석봉아, 카이 오빠가 차원전쟁 참전자라서 좀 안 좋은 게 떠올랐나봐... 사무실에선 그냥 이상한 오빠야..."

"으, 응... 미안해, 슬비야."

"미, 미안할 게 뭐가 있니? 너희 어머니는 걱정하지 말고 곁에 있어드려."

"으응..."

석봉이는 옆에서 위로를 해주는 슬비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눈물을 닦을 뿐이였다.

아무래도,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형, 이제 좀 괜찮아?"

"그려, 아깐 미안했다."

"뭘... 왜 그렇게 난리 블루스를 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은 너무 감정적인 거 같아."

"면목 없다..."

카이넌스와 로토는 석봉이의 집을 나서면서 서로 아까 있던 일에 대해서 차차, 풀기 시작했다.

한 달 밖에 지내지 않은 사이라지만, 로토는 카이넌스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이해해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디아블로라는 건 차원종, 그것도 군단장급에 도달한 엄청난 차원종임에 틀림없으며 차원전쟁 시절, 카이넌스가 고전을 면치 못해 결국 죽이지 못한 놈이라고 로토는 생각했다.

"어이, 김태호~ 니 거서 뭐하노?"

"음? 은자 영감님?"

이 때, 길바닥에 앉아서 초록색 막걸리 패트병을 입으로 들이붙는 한 이상한 노인이 카이넌스를 불러세웠다.

머리가 금발에 로토처럼 삐죽삐죽 올라서고 무슨 원시인 마냥, 네츄럴 스타일의 짐승가죽 옷을 입은 50대 초반쯤 되는 땅딸막한 이 노인은 딱 봐도 강남 뒷골목에서 볼 수 있던 노숙자였다.

"은자 영감님? 누구야, 이 분은?"

로토는 갸웃거리면서 카이넌스를 옆에서 바라보며 물어봤다.

"아~ 우리 검은 해결사의 정보통이신 은자 피에르 씨셔. 인간이고 차원종이고 모르는 게 없으신 분이시지. 이분 만한 정보통은 없다고. 단, 좀 비싸서 그렇지..."

"니는 그라케 비싸게 의뢰비 뜯어먹고는 내 정보 사는 돈이 그렇게 서럽냐?"

로토에게 자신을 소개해준 카이넌스에게 은자 영감은 짜증을 부리면서 얼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은자 피에르는 자칭, 신서울 뒷골목의 패왕이라고 하는 노숙자들의 두목으로 별 볼일 없어보이는 노인네지만, 그가 가진 정보력은 유니온과 벌처스보다 더 광범위하게 알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더군다나, 차원종들의 다양한 정보들까지 가지고 있는 그야 말로, 아직까지 인간과 차원종의 폭풍전야 같은 상황에 있어서 더할나위 없는 보물같은 존재일 것이다.

물론, 그가 천성이 개으르고 귀차니스트인지라 유니온에 이런 정보를 넘겨주지 않기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말 그대로 길바닥에 앉아잇는 신세지만 말이다.

아무튼, 카이넌스와는 오랜 사업 파트너로 카이넌스가 차원전쟁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두터운(?) 친밀함을 가지고 있었다.

"에이~ 영감님도... 저희 사정 아시잖아요?"

"내가 할 소리다, 임마... 근데 니 그거 아나? 대장장이 지그라고 알지? 행방불명이라 카는데?"

"엥? 아~ 그 사극 말투 쓰시는 분이셨죠, 아마?"

은자 영감의 말에 카이넌스는 차원전쟁 시절에 수많은 이름난 위상무기를 만든 대장장이 지그를 떠올릴 수 있었다.

카이넌스도 얼마 전에 들은 지그 행방불명 사건은 세간에서 제법 유명한 사건으로 유니온에서도 그의 행방에 대해서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어떤 단체에 납치되어 엄청난 위상무기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신서울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킬 것이다.

"저기, 영감님?"

"응? 뭐야, 이 고슴도치는?"

로토가 은자 영감에게 말을 걸자 영감은 퉁명스럽게 대꾸할 뿐이였다.

"아, 예에... 저는..."

"로토 크라이시스, 독일 출신의 클로저. 플레인 게이트의 소울테이커라 불렸으며 최근 심령사건을 일으키다 개과천선해서 카이넌스의 졸개가 됬다. 맞지?"

은자 영감은 로토의 말을 가로막고 그에 대해서 상세히 내뱉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쓸데없는 정보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저, 저기... 저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소상히..."

"뭐 임마? 내가 정보상인이란 거, 김카이가 얘기했잖어."

로토가 식은땀을 흘리며 물어보자 은자 영감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툭툭 내뱉을 뿐이였다.

"아, 아무튼... 디아블로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게 있으신가요?"

"뭐? 디아블로? 어이, 김태호... 이 꼬꼬마, 차원전쟁 참전자여?"

"... 아뇨, 디아블로는 이번 의뢰에 끼어있을 뿐입니다."

은자 영감의 되물음에 카이넌스는 갑자기 얼굴이 차갑게 굳은 채로 시선을 피하면서 나지막히 대답했다.

아직도, 카이넌스는 디아블로에 연관되는 일엔 좀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이다.

"흐음... 어이, 꼬꼬마... 그 디아블로에 대해서 알고 싶은거야?"

"... 네, 일단 저도 검은 해결사 맴버이니, 의뢰에 얽힌 놈에 대해서는 알고 싶으니까요. 혹시 군단장급 차원종인가요?"

"이야~ 이 꼬꼬마, 그걸 딱 알아맞추네? 맞아, 그 놈은 공포의 군단의 군단장인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다."

로토의 예측에 감탄한 은자 영감은 키킥 웃어제끼면서 무릎을 손으로 탁 쳤다.

"공포의 군단이요?"

"너 플레인 게이트에 있었으면 메피스토라고 알 거 아니냐? 붉은 추종자 군단과 동맹 관계가 바로 공포의 군단이지. 덤으로 파괴의 군단 군단장인 바알도 있..."

"아, 아니, 무슨 블리X드가 만든 악마사냥이에요? 무슨 디아블로에 바알이라니...!"

은자 영감의 말을 듣자니, 어이가 없던 로토가 영감의 말을 멋대로 막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16년 전에 차원종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파란을 일으킨 온라인 게임 악마사냥을 만든 블리X드가 떠올랐던 로토는 이 은자 영감이란 자가 정말 카이넌스의 정보상인인 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정말이야, 김로토. 차원전쟁 시절에 공포의 군단과 파괴의 군단도 나타났었는데, 디아블로와 바알이 그 붉은 추종자 군단의 메피스토와 형제라고."

"아, 아니, 진짜... 형까지 왜 그래! 블리X드가 차원종을 모티브로 게임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능청스럽게 얘기하는 카이넌스에게 로토는 삿대질을 하면서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 때는 블리X드가 차원종들 끄나풀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

"그렇죠, 그래서 데뷔작 내놓자마자 유니온한테 쫓겨다닐 신세였다죠? 그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했으니 망정이지 그거 아니였으면 순식간에 모가지다니까요~"

카이넌스와 은자 영감은 로토의 태클에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주고 받았다.

슬비 또래의 어린애 태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아저씨들의 강한 멘탈이 돋보이는 순간이였다.

"아니, 진짜!! 무슨 소리들 하는 거야!"

"로토, 너 그러다가 울화병 걸리겠어... 일일이 바보 오빠 얘기에 딴지 걸지 말라고 했잖아."

결국, 울화통이 터져서 화를 버럭 내는 로토의 옆에서 슬비가 한숨을 내쉬면서 로토의 어깨에 손을 대며 말했다.

슬비는 자신이 검은양팀에서 세하를 컨트롤하랴 힘든 자신의 모습이 카이넌스에게 딴지를 쉴세없이 거는 로토와 겹쳐보였는지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스, 슬비야... 잘 달래주고 왔어?"

"응, 석봉이는 괜찮아. 그건 그렇고 저 할아버지는 누구셔?"

슬비의 말에 로토가 그새, 화를 거두고 물어보자 슬비가 팔짱을 끼며 카이넌스와 같이 웃어제끼는 은자 영감을 가리키며 물었다.

"... 그냥 이상한 영감이야."

로토가 은자 영감을 힐끗 보더니, 슬비를 향해 눈을 가늘게 띄면서 혀를 한 번 차며 말했다.

아무래도, 로토에게 은자 영감은 ** 영감으로 제대로 낙인 찍힌 모양이다.

"이상한 영감이라니! 내 정보망에 의하면 이슬비 양의 오늘의 팬티 색깔은 검은..."

"꺄아아악!!"

은자 영감이 로토의 말에 반박을 하는 도중에 슬비가 커다란 비명소리와 함께 은자 영감의 안면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말았다.

퍽!

"쿠아아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은자 영감은 저 먼치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꺄아아아악!!!!"

퍼버버벅!!

이어서, 시끄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슬비가 쓰러진 은자 영감의 몸을 발로 세차게 밟아대기 시작했다.

은자 영감의 발언은 이렇게 슬비의 감춰진 폭력성(?)을 일깨워주고 만 것이였다.

"스, 슬비야아아!!"

로토는 슬비의 남다른 폭력성에 입을 떡 하니 벌리며 그녀를 말리려 했다.

평소엔 딱딱하기도 하며, 조용한 그녀 역시, 여자였던지라 상스런 발언을 하는 남자, 그것도 노인이 소름끼치도록 싫을 것이다.

"... 그러고 보니까 남자들은 검은색에 약하지... 음... 오늘이야 말로 세하에게 제대로..."

"그게 중요하냐, 이 양반아아!!"

이어진, 카이넌스의 진지한 드립에 로토는 또 다시 딴지를 걸며 삿대질을 할 뿐이였다.

예상은 했다지만, 은자 영감이 어린 소녀를 좋아하는 로리타 콤플렉스였을 줄이야...

게다가...

"으헉... 으헉... 스, 슬비쨩... 더 세게 밟아도 된단다...!"

어린 소녀에게 맞는 걸 좋아하는 마조히스트였을 줄이야!

어떻게 이런 양반이 정보상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카, 카이 오빠아~! 저, 저 ** 할아버지 좀 어떻게 좀 해봐아아~!"

은자 영감이 발길질에 느껴버리자 소름이 쫙 끼친 슬비가 카이넌스의 등뒤에 바짝 붙으면서 어쩔 줄 몰라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슬비도 이제 열 여덞살의 여고생이였던 터라, 징그럽게 소름 끼치는 거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였다.

"니가 더 무서워, 임마아!!"

하지만, 카이넌스는 오히려, 질색을 하며 슬비를 때놓으려고 작정했다.

차원종과의 전투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며 때론 슬며시 나오는 복수심에 가차없이 차원종들을 제거하며 임무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슬비의 이런 소녀틱한 모습에 카이넌스는 역으로 소름이라도 끼쳤나 보다.

"진짜 이 바보, ** 오빠 같으니!"

"아까처럼 그냥 밟아서 묻어버려, 임마아!"

"난 클로저라고! 차원종이 아니고 어떻게 같은 인간한테...!"

"그럼 아까 밟은 거는 뭐가 되는데! 넌 그냥 펴~엉생! 문이나 닫고 살아라!"

"진짜 재미없는 개그네, 이 바보 오빠!"

"두 사람 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냐고오!!"

쓸데없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카이넌스와 슬비에게 로토가 버럭 화를 내면서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 이래 가지고 언제 그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 간단 말인가?

"아, 아무튼! 빨리 가자!"

"하아... 미치겠네..."

"에휴... 영감님, 알아서 몸 좀 추스리시구랴~"

슬비가 얼른 재정신을 추스리고 혼자 가버리자, 로토가 그 뒤를 따랐고, 카이넌스는 입을 떡하니 벌리며 덜덜 떨고 있는 은자 영감을 애처로운 말을 해주고는 뒤따라갔다.

이윽고, 세 사람이 사리지고 나자, 은자 영감은 바탁을 털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후우... 이것 참, 한동안 조용해지더니... 이놈의 신서울이 또 다시 시끌벅적해지겠구만... 뭐 그래야 우리 같은 정보꾼들이 먹고 살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는 은자 영감의 모습은 정말로 이 신서울 뒷골목의 패왕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연륜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아~ 그럼 조심히 애들 챙기고 댕기라고, 카이넌스... 예전처럼 빼았기지 말고 말이야..."


"오빠, 아까 어떻게 한 거야?"

"뭘 말이여?"

"아까 석봉이 어머님 말이야..."

"나 참, 넌 어떻게 그렇게 밖에 못 물어보냐? 오라버니~ 힘 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라고도 못 말해주니?"

한석봉의 집에 나와서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 슬비의 넌지시 질문에 카이넌스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였다.

"나도 궁금한 걸, 카이 형? 빨리 얘기해줘. 그러고 보니까 나랑 슬비, 형 위상력에 대해서 그닥 아는 바가 없네."

"니네들, 지금 나 심문하니?"

이어진, 로토의 말에 카이넌스는 잔뜩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띄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로토와 슬비는 카이넌스의 위상력이 핏빛에 일렁이는 조금은 섬뜩한 느낌으로 알고 있었으며, 그 위상력을 기초로 해서 이루어지는 블러디 핸드가 거대한 검붉은 손톱과 핏빛으로 투박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손이 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로토가 일으킨 한 달 전의 심령사건 이후로 사실상, 두 사람은 카이넌스의 위상력에 대해서 자세히 볼 겨를이 없었을 정도로 한가로운 한 달이였으니 오늘 같이 위상력을 쓴 카이넌스에게 제대로 물어볼 심산일 것이다.

"... 별 거 없어. 내 위상력은 상대의 음기를 잡아먹는 거랑 내 피를 블러디 핸드처럼 이형의 무언가로 만드는 거 밖에 없다고."

"상대의..."

"음기...?"

퉁명스럽게 나지막히 대답한 카이넌스에게 로토와 슬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리둥절할 뿐이였다.

카이넌스는 차원전쟁을 겪으면서 위상능력자가 된 1세대 클로저로 상대의 음기, 즉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의 기운을 잡아먹으며 몸 속의 피를 이형의 무언가로 만들 수 있는 위상력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이 위상력을 가지게 되어 자기도 모르게 다른 이의 음기를 잡아먹으며 그 음기들을 컨트롤하지 못해 결국, 매 순간마다 화를 내는 미치광이가 되었던 적이 있었으나 스승인 드루이드를 만나 음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피를 통해 만든 블러디 핸드와 상대의 음기를 흡수해 폭발적인 전투력을 발휘하는 등, 당시의 클로저들에겐 물건이라고 알려졌을 정도였다.

카이넌스가 차원전쟁에서 차원종들에게 쉴 틈 하나, 주지 않고 폭주하는 광전사 마냥 학살할 수 있던 것도 이 상대의 음기를 흡수하여 발생하는 분노표출과 어떤 위상무기 부럽지 않는 블러디 핸드의 강함을 이루는 그의 위상력 덕택이였던 것이다.

상대의 음기를 흡수하여 부정적인 감정과 화는 점점 불어일으켜지고, 이는 곧 화풀이, 즉, 전투를 갈구하게 되며 슬비처럼 부모를 차원종으로부터 잃어서 생기는 복수심으로 태어난 분노를 표출하는 카이넌스에게 있어서 그의 능력은 차원종 학살에 더할나위 없는 능력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왜, 나 가끔씩 화나면 눈이 검붉어지고 흡혈귀처럼 송곳니가 생겨지고 그러잖아? 그것도 내가 전부터 타인의 음기를 많이 먹어왔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거든."

어리둥절하는 로토와 슬비에게 카이넌스는 자신의 눈과 입을 오른손 검지로 번갈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무튼, 난 어머님의 몸속에 가득찬 음기를 빼낸 것 뿐이야. 차원종의 음기를 너무 많이 받으셨던 모양이야. 평소에 많이 힘들으셨던 게 아닐까 싶네."

"그럼... 다시 또 그러시는 거 아니야?"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해. 그 음기는... 어머님이 애타게 부르던 그 디아블로의 음기였으니까."

슬비가 걱정스런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띄며 묻자, 카이넌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형, 디아블로에 대해서 아는 게 있음 우리한테도 알려주지 그래?"

"알 거 없어, 임마~ 갈 길이 바쁘니, 서두르자고."

'진짜 이 형이...'

'도대체, 그 디아블로라는 게 뭐길래...'

계속해서 디아블로에 대해 언급하길 꺼려하는 카이넌스에게 슬비와 로토는 의구심을 품으며 그의 뒤를 따라갈 뿐이였다.
2024-10-24 23:01:0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