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저스]하이브리드 -혼성체- ] 5

칼질중독 2015-01-27 1

 "고, 공격이 먹혔어!"

 세하는 슬비의 활약을 보고서 놀랐다. 슬비가 염동력으로 조종한 콘크리트 조각의 위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세하의 건블레이드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두들기는 정도의 위력일 뿐이다. 하지만 세하의 건블레이드에도 끄떡도 하지 않던 그 철벽같은 보호막이 어째서 슬비의 염동력에 뚫린 것일까?

 "저녀석의 보호막은 강력하지만, 내뿜는 위상력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해. 순간적으로 힘이 약해지면서, 위상보호막이 사라지는 순간이 존재하는거야."

 "그렇구나. 슬비 대단하다아!"

 슬비의 추리에 유리는 크게 감탄했고, 세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눈치였지만, 제이는 그렇지 않았다.

 "네 말이 대략 맞는거 같지만, 슬비양. 하나 틀린 점이 있어."

 "… 그게 뭐죠?"

 제이는 말했다.

 "위상력이 약해지는 순간 보호막이 사라지는게 아니야. 그 반대다. …녀석의 보호막이 사라지는 그 순간, 펜리르가 내뿜는 위상력은 오히려 급상승했어. 순간 출력량만 보면 과거 내가 본 펜리르와 맞먹는 정도로 말이지."

 슬비는 그것이 어찌된 영문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제이의 말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위상력을 감지하는 능력은 검은양중에서도 위상호흡을 몸에 익힌 제이가 가장 뛰어나다. 그런 그가 설명을 덪붙혀 말하는것이,

 "위상력이 강해지는 순간을 노리면 공격이 먹힐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때 녀석이 공격했다간 위험해 지는수도 있다는 거지."

 그 말에, 세하는 머리를 글쩍이며 물었다.

 "도통 이해가 잘 안되는데요? 어째서 위상력이 강해지는데, 위상보호막이 반대로 약해지는 수가 있죠? 보통 반대잖아요."

 세하의 그 질문에는 유리와 슬비도 공감하는 바였지만, 제이는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하아, 글쌔 모르겠다. …어쩌면 저 개 목걸이 때문일지 모르지."

 그리고 제이를 뺀 나머지 셋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챘다. 털과 갈귀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앗지만, 펜리르의 목엔 기계장비 같은 것이 체워져 있었다. 제이는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덪붙힌다.

 "아까 녀석의 뒤통수를 갈겼을때 봤는데 말이야. 저 개목걸이는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마치 억지로 위상력을 뽑아내는 장치가 아니고서야, 녀석의 위상력의 흐름이 이따구일리가 없지. …그리고 녀석은 아무래도 펜리르가 맞긴 맞는거 같다. 녀석의 피를 봐봐."

 유리와 슬비가 준 상처로 부터 흘러내리는 푸른색의 피. 그것이 뚝뚝 떨어져 지면에 닿는 순간, 지면은 차갑게 얼어붙고 그곳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한다. 위상보호막으로 신체를 보호하느라 검은양 일원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금 그 일대의 기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어다.

 "펜리르라는건 ……체온이 엄청나게 낮다는 건가? 자칫 스치기라도 했다간 상처에 동상까지 입겠군."

 슬비는 분석했고,

 "저 녀석의 힘을 이용하면 냉방비를 아낄 수 있다던가…?"

 유리도 분석했고,

 "얼음속성이라 이말이군. 나하고 상성 좋은걸?"

 세하도 분석했다.

 "대충 알아낸건 여기까지인가? 저 녀석의 보호막이 어떻게 돼먹은건진 알 수 없지만, 이정도면 충분해. …녀석의 위상력이 강해지는 순간은 고작 3초 정도다. 내가 신호를 보낸 후 3초안에 화력을 퍼부으면, 뭐 잡히겠지."

 슬비는 제이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 지시를 내렸다.

 "들었지? 제이 아저씨의 작전대로 가는거야. 하지만 그 3초동안 적의 공격력도 강해진다는것도 명심해둬."

 "오케이! 리더~"

 "드디어 공략인가…."

 "글쌔, 아저씨 아니라니까?"

 

 펜리르의 주변에서 생성되는 차원종들을 처리하면서, 펜리르와의 대치를 이어간다. 쓸모없는 공격은 기력을 낭비할 뿐. 펜리르의 공격 또한 방금 전 보다 거세졌다.

 "■■■■────!!"

 …펜리르가 소리칠때마다 서리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검은양의 발을 묶었고, 그것과 동시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차원종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꽤나 성가신 일이었다. 데미지를 입고난 이후의 펜리르는 이전보다 더욱 난폭해져 이리 저리 휘두르는 팔을 피하고 막는 것에만 해도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펜리르를 일격에 쓰러뜨릴 화력을 비축해두면서 싸워야 한다는것이 문제였다.

 '부우웅!'

 건물 한체만한 덩치의 펜리르가 갑자디 높이 뛰어올랐다. 그만한 무개의 덩치가 높이 뛰어오르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힘이 필요한걸까? 아니나 다를까, 뛰어올랐을 뿐인데, 지면이 강하게 흔들리고, 다른 차원종들 마저 넘어지며 바닥을 굴렀다.

 "우와왓?! 아야야…."

 그 충격의 영향으로 넘어지고 만 서유리. 아픈 엉덩이를 매만지면 신음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만큼 여유로은 상황이 아니었으니…,

 "뭐하고 있어! 빨리 피해!!"

 "엣?"

 제이가 그렇게 외쳤지만, 이미 뛰어오른 펜리르는 유리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걸 뒤늦게 알아체고선, 그녀는 그저 식은땀을 흘렸다.

 '푸콰아아앙!'

 펜리르가 착지한 순간 지면에 파이고 시멘트가 들어올려지며 흙먼지가 사방에 날렸다.

 "후우, …죽는줄 알았네."

 가속능력으로 어찌어찌 빠져나올 수 있었던 서유리는 몸을 털어내며 검을 다시 치켜올린다.

 "칫, 타이밍을 놓친건가…? 미안하다."

 제이는 혀를 차면서 사과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펜리르는 자신의 보호막이 약해지려고 하는 순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땅의 울림 때문에 펜리르의 위상력 감지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제이가 바로 반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설마 저 녀석…, 보호막이 약해질때마다 뛰어오를 생각은 아닌거겠지?"

 '성가셔….'라고 작게 곱씹으며 세하는 한숨을 토해낸다. 스케빈저들을 상대하던 슬비는 이렇게 말한다.

 "같은 패턴으로 나온다면 나한테 생각이 있으니까, 다시한번 노려보자. 제이 아저씨. 다시한번 부탁드릴게요."

 "글쌔, 아저씨 아니라니까….'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제이는 아까전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차원종을 상대한데에도 힘을 가담하고 있기 때문에, 일격을 날릴 힘을 보충하고, 차원종을 상대하고, 적의 위상력을 감지한다는 세가지 일을 동시에 해낸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리는 제이 아저씨가 집중할 수 있게 보조해줘!"

 "오케이~ 맡겨달라고!"

 슬비의 지시에 따라 유리는 제이 쪽으로 다가오더니, 제이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그에게 다가오는 차원종을 막아선다. 제이는 그녀의 보조에 가볍게 감탄한다.

 "호오, 제법인걸?"

 "이정도야 보통이죠!"

 그 사이, 세하와 슬비는 계속해서 나타나는 차원종의 수를 줄여간다. 펜리르가 세하와 승비쪽으로 뛰어들지만, 지금 펜리르의 움직임은 피하는데 문제 없을 정도로 둔하다. 둘은 가볍게 양 옆으로 흩어져서 피한 뒤, 가볍게 양쪽 앞발을 공격한다. 어차피 보호막 때문에 피해는 줄 수 없는 공격이지만, 펜리르는 양쪽으로 갈라진 둘을 번갈아보며 어느쪽을 먼저 상대해야 할지 살핀다.

 "……크르르르르,"

 그리고 펜리르는 도약하려는 듯 몸을 움츠린다. 그 순간, 펜리르가 내뿜는 위상력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제이가 외친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듯 유리와 세하는 검에 위상력을 휘감고서 뛰어들지만, 그것과 동시, 펜리르는 또 다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푸콰과가가가가가가가!'

 어찌나 빠르게 뛰어올랐던 것일까? 정면으로 머리에 버스를 들이박은 펜리르였다.

 "하아아아아압!!"

 슬비는 펜리르의 힘과 육중한 무개를 견디기 위해 위상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그것으론 힘이 부족했던 것일까? 펜리르는 아직 위쪽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건강 제일!"

 그리고 버스를 못삼아 망치질하듯 강한 충격을 내리꽂는 제이가 있다. 위 아레 동시에 충격을 받으며, 이미 수직으로 세워진 버스는 이미 산산히 조각나 납작해 지고 말았다. 이중으로 머리에 충격을 받은 펜리르는 그대로 지면을 향해 빠르게 추락했다.

 '퍼버버버벙!'

 그것과 동시 세하와 서유리의 검이 펜리르의 배를 가르며 수십차례의 위상 폭발을 일으킨다. 연속된 폭발로 인해 섬광이 시야를 가리고, 높은 밀도의 위상력이 강남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슬비가 제이에게 물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거죠?"

 펜리르는 지면에 완전히 추락한 이후로도 폭발을 계속하였고, 그 폭발로 인해 주변의 차원종들이 정리되었다. 폭발에 휘말리지 않도록 빠져나와 있던 검은양 일원들은 폭발이 그친 후 펜리르의 상태를 확인하러 폭발의 중심으로 향했다.

 "크르르르르, 크르르르르"

 펜리르는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 몸체는 보통의 늑대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작아져 있었으며, 상반신 밖에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하반신은 인간의 어깨에 연결되어 있었다.

 "저건, …누구지?"

 "…그, 그럼 저 사람이 펜리르였던거야?"

 펜리르와 함께, 그 자리에 쓰러져 있던 '인간'이 한 명이 있었다. 밝은 하늘색에 다 해진 목차림을 한 그 청년은 18세 전후로 보이는… 세하와 또래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의 오른쪽 팔은 어께에서 부터 점파 푸른 색으로 물들더니, 그대로 작아진 펜리르의 상반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인간의 팔과 연결되어 있는 펜리르는 머리를 흔들며 몸부림 쳤다. 신음을 멈추지 않고 머리를 계속해서 지면에 박으면서 괴로워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목에 체워져 있는 저 개목걸이 때문인걸까…?

 목걸이라기 보단 구속구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것은 거대했을 적의 펜리르가 차고 있던 것과 같은 형태였으나, 크기는 작게 줄어들어 있었다.

 검은양 일원들은 곤혹한 상황에 처했다. 저 인간은 대체 누구이며, 어째서 팔에 차원종이 붙어있는 것인가?

 

 세하는 건블레이드를 세우며 쓰러져 있는 청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자, 잠깐. 이세하? 뭘 하려는거야?"

 슬비가 묻자 세하는 뒤돌아보며 대답했다.

 "몰라서 물어? 저 개목걸이를 부숴버리러 가는거지. …제이 아저씨가 말했잖아? 저게 강제로 위상력을 방출시키는 물건이라면 파괴해 버리면-"

 "세하야 위험해!"

 유리가 위험을 알렸지만, 세하는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거대해진 펜리르의 앞발이 세하쪽으로 날아와, 그 손톱이 그의 등을 관통했다.

 "…커헉…!!"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피를 토해내는 세하. 유리는 곧장 앞으로 달려나가 펜리르의 앞발을 잘라버린다. 잘려나간 펜리르의 앞발은 그대로 위상력이 되어 흩어져 버리고, 유리는 세하를 대리고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보고서, 슬비는 머릿속에 어떤 기억의 파편이 프레임 지나가듯이 스쳤다. 그 순간 그녀는 살의를 드러내며, 허리에 찬 단검을 여러개 꺼내 염동력으로 띄워 쓰러진 청년을 겨누었다.

 "그만둬! …그런짓을 하면 안된다는걸,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슬비를 막아선것은 제이였다. 팔을 내밀어 슬비를 가로막으며 설교하지만, 슬비는 작게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저, …알고 있어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는 존제해요. 지금 없애지 않으면……."

 "안돼! 슬비야!"

 뒤에서 세하의 상태를 살피던 유리도 그녀를 부르며 중제했다. 유리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것인지, 슬비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깨닫는다.

 제이가 유독 위상력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건 위상력을 가진 자들이라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딱히 제이가 아니더라도, 검은양 일원의 전원은 이미 알고 있다.

 저 청년의 팔에 달려있는 펜리르라는 차원종의 위상력은 매우 불안정하고 불길하다. 하지만 그것과 동지, 쓰러져 있는 저 청년은-

 위상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

 저 청년으로 부터 느껴지고 있는 위상력의 기운이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알려주고 있다.

 '난 지금,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거야….'

 그 사실을 깨닫고, 슬비는 아렛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그리고-

 '피융-'

 단검 하나가 제이의 팔을 넘어 청년 쪽으로 쏘아진다. 순간 놀란 제이는 곧장 뒤로 돌아**만, 슬비가 날린 단검은- 펜리르의 목에 달린 구속구를 파괴하였을 뿐, 청년에겐 아무런 상처를 주지 않았다.

 "…제이씨의 말이 맞다면, 저 구속구를 파괴하려고 했던, 세하의 판단은 일리가 있엇어요. …절 막아줘서 고마워요. …제이 아저씨."

 "후우, 너무 마음쓰지 말라고. 오늘 넌 많이 애썻으니 말이야. …그보다도 유리야. 세하의 상태는 어때?"

 유리는 세하의 상의를 벗겨 그의 상처를 막으려고 하고 있었지만, 출혈이 너무 심해 위급한 상황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슬비가 곧장 지시를 내렸다.

 "유리는 세하를 대리고 가능한 빨리 특경대하고 합류해!"

 지금 강남인 이곳 주변은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간 상태이다. 위상억제기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차원종이 출현하고 인명피해가 커지면서, 주민들을 피난구역으로 대피시킨 것이다. 그때문에 이 주변 병원에는 사람이 없다. 때문에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의사는 특경대 소속의 위생병 정도일 것이다.

 서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하를 등에 업고 위상보호막으로 그를 감싸 충격을 완화시킨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제이씨는 저와함께 여기서 기다리죠. …다른 요원들이 여기 도착할때까지 말이에요."

 슬비는 그렇게 말하며, 쓰러져있는 청년을 다시 응시했다.

 "…저건 또 아이러니한 상황이군요."

 청년의 오른 팔은 인간의 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여전히 남색계열로 물들어 있는체로 말이다.

 제이는 그 청년을 향해 한걸음찍 다가갔다.

 "제이 아저씨! 다가가는건 위험하다니까요?!"

 "이젠 괜찮을거야. …그리고 아저씨 아니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쓰러져 있는 그의 몸을 돌려, 그것의 얼굴을 확인했다.

 "…역시 이녀석이었군. 어쩐지 보호막이 단단하더니만…."

 "제, 제이 아저씨. 혹시 아는 사람인거에요?"

 그는 한숨을 내쉬며, 청년을 들어올려 어깨에 매고는 말한다.

 "그래. …차원전쟁때 행방불명됐던 위상능력자. …은하수란 녀석이지."
2024-10-24 22:22:2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