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nd #4 - 공(公)과 사(私)[1]

Interpol 2015-01-27 3




유니온의 호송차(이현민 담당)가 강남 CGV에 도착한 후 문과 가장 인접한 자리에 있었던 슬비와 유리가 제일 먼저 차에서 내린 뒤 김유정에게 간단한 보고(및 잡담)를 한 후 유리는 차 안에서의 피로함은 어디다가 팔아먹었는지 밝은 표정과 함께 강남 CGV 중심가 쪽에 있는 포장마차로 걸어나갔고, 슬비는 유리가 간 뒤에도 유정과 1~2분 정도 대화를 더한 뒤 호송차에서 나올기미가 보이지 않는 남자들을 봤다.


현민은 앉은 상태에서 왼쪽손목에 차고 있는 광역 통신기의 홀로그램을 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고, 제이는 체력과 스테미나회복(?)을 위해 수면을 취하고 있고, 세하는 여자들이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자고 있었던 놈이 금세 누운상태에서 게임기를 조작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표정과 짜증나는 표정, 그리고 위기감을 느끼는 표정을 거의 규칙적으로 지으며 플레이하고 있다. 


그런 남자들을 보며 슬비는 한심하다는 표정 대신 한숨을 한번 내쉰 뒤 자신이 직접 개입할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자신이 나서는 것보다 유정이 나서주는게 더 낫다고 판단했는지 유정에게 차 안에 있는 남자들을 가르키며 몇 마디를 주고 받은 뒤 자신도 어디론가 가버렸고 슬비의 말을 들은 유정은 열려있는 호송차 문 앞에 선 뒤 굳은 표정을 하며 입을 여니...



10분 뒤




3명의 남자가 호송차 앞에서 넋을 잃은 채 서있다. 그러는 와중에 세하는 눈이 아닌 손가락으로만 게임기를 조작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플레이어 정신이다. 그 정신으로 작전이나 훈련에 제대로 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작전이나 훈련을 하나의 게임으로 생각하면 세하에게는 최적의 일이 아닐까...생각한다.


"저기...우리 방금 뭘 겪은거지? 벌써부터 온몸에서 삭신이 쑤시기 시작했어. 빨리 약을 먹지 않으면..."


넋을 잃은 사람들 중 가장 먼저 정신 차린 제이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현민과 세하를 바라보며 묻고 있지만 둘은 제이의 말에 안중에도 없고 저녁 노을이 지고 있는 먼 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세하 손가락은 정신을 차렸지만 말이다.


"하아...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나 보군...어쩔 수 없지"


제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둘의 앞에 선 뒤 '하아압!'이라는 기합소리와 함께 둘의 이마에 '쫘아악!'소리와 함께 '강스파이크!' 라 하며 강하게 내리쳤다. 그리고는 언제그랬냐듯이 선글라스를 손가락으로 치켜세우고는 조용히 둘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자리에서 떠났다.


그렇게 남겨진 현민과 세하는 제이의 특별 강스파이크를 이마에 정통으로 맞고 나뒹굴기 시작했고 이 광경을 지나가다가 본 슬비와 유리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역시 조용히 떠났다. 이 와중에 세하의 손은 재빠르게 [SAVE]칸을 누른 동시에 손으로 게임기를 감싸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도대체 뭐라 불러야 맞는걸까...



30분 뒤


유니온 신서울지부 강남거점 검은양 임시본부(동아리실)


어느 덧 퇴근시간과 함께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공무원 및 공기업은 오후 6시에 퇴근을 하니 정부기관인 유니온에 속해있는 클로저들도 보통 퇴근시간은 6시 정도이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해짐에 따라 사실상 퇴근시간은 존재하지는 않는다 봐도 무방하다. 어차피 거점 근처에 주거가 마련되어있는 클로저들이 아니라면 보통은 거점 내에 있는 합숙소를 이용할테니 말이다.  


"이로써 법적으로 규정된 근무시간은 끝났다는 것인가...배속되자마자 정말 많은 일을 겪었어"


현민이 의자에 앉아 창가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듯이 누군가가 듣기를 원하는 듯 중얼중얼거리고 있지만 다들 자기할일이 있는지 아무도 현민의 말에 귀기울이거나 호응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걸 눈치 챈 현민은 약간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동아리실에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자마자 뜻 밖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어?...유정씨?"


"어라?...다들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에 있던 거에요?"


"보시다시피요. 뭐 저는 이제 막 이탈하려고 할 참이였고요."


현민은 어깨를 으쓱대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해야 한다라는 마인드로 대답한다.


"다들 있다니 마침 잘 됐네요. 전달사항이 있으니까...현민씨도 참석해야죠?"


유정의 말에 현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수 없이'라는 말과 함께 동아리실로 다시 들어왔고 아까 앉았던 의자에 앉고, 유정도 현민이 다시 동아리실로 돌아가자마자 화이트보드 앞에오고는 서류들을 한번 쭉 훝어보고는 입을 연다.


"오늘 첫 임무를 멋지게 해냈어. 퇴근시간에 맞게 처리를 해줘서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도 없었어. 앞으로도 이렇게 해주길 바래. 오늘 정말 수고했어."


유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동아리실이 수근거리는 소리로 덮어지기 시작했다.


"작전 중에도 게임을 할 수만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지..."


세하는 어딜가나 어느 장소든 손에서는 게임기가 떠나지 않는다. 방금 전 유정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않았을꼐 뻔하다. 뭐 그래도 딱히 문제는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말을 마친 세하는 곧장 슬비의 눈초리와 함께 일종의 선도조치를 받고있기 때문이다.


"첫 임무였지만 정말 멋지게 해냈어요! 이걸로 공무원의 길에 한발 더 다가선거 맞죠?! 예? 그쵸? 유정언니."


유리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유정에게 보내며 대답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의 심정을 간접적으로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유리는 그만큼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간절함이 담겨져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민에게는 그저 어리광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작전 중에 부상을 입으면 유니온에서 4대보험 처리 해주는 건 맞지? 작전 나간 뒤로 몸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서 말이지."


제이는 뭐...그렇다. 어딜가나 건강걱정. 그것 뿐이다. 하지만 그건 평소의 모습이고 작전 중에는 자신이 언제 환자였냐고 얘기하는 듯 대답대신 전투로 표현하고 있기에 작전 중에서의 모습을 보면 그 누구도 제이가 병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흐음...그럼 이번에 전할 전달사항은 뭐죠? 유정씨."


앉은상태에서 조용히 오른손을 든 뒤 유정이 시선이 현민에게 집중되자 입을 열며 현민은 아까 문앞에서 만난 유정의 전달사항에 대해 물었다.


"아 그래 맞아. 주간에 작전에 참여하여 차원종을 소탕하는 것은 클로저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야. 또한, 위상변곡률을 통해 수시로 확인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차원종이 출몰할지 모르는 예측불가능한 상태에서도 항상 출동대기해야
것도 클로저의 임무 중 하나야. 이것은 주간 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야. 그래서 그런데 현재 여기있는 5명중 2명은 당직을 서야하는데...자발적으로 할 사람은 손 좀 들어줄래?...역시 없을려나"


유정의 전달사항은 꽤나 충격적인 내용이다.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야간근무를 서야 한다니 이 청전벽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말인가. 성인들도 기피하는 야간근무를 미성년자만 3명인 팀에서 2명이 해야 한다면 아마...


"미안하군...도와주고는 싶은데 난 꾸준한 건강생활패턴이 있어서 말이지. 하루라도 깨지면 내 몸은 무너진다고.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근무자의 건강과 컨디션이 아니겠어? 지금도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아. 쿨럭" 


제이의 절묘한 변명. 하지만 제이의 변명은 신빙성과 확고한 상황증거(목격)가 있으며 객관적인 자료도 있다. 물론 자료는 유정이 가지고 있을테니 모를리는 없고 현민 또한 제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 뿐만 아니라 슬비, 유리, 세하도 알고는 있지만 제이를 노려보더니 이내 서로를 노려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현민을 노려본다.


"저기...난 어떻게든 빠져나가보려해도 하게될 운명일게 뻔해서 딱히 언급을 안했지만 그런 눈초리는 오히려 의욕상실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어떤 일에 대해 반감이나 후회가 있어도 체념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한 자의적인 아닌 반자의적 즉, 다수의 압력으로 인해 마지못해서 자신이 희생하겠다는 말투. 그러고는현민은 말을 마친 뒤 한숨을 푹 내쉬고는 창가를 보기 시작한다.


"그럼 한명 남았네...누가 하면 좋을까? 세하는...그 망할놈의 게임때문에 하라해도 안할게 뻔하겠구나."


그런 유정의 말에 세하는 신경을 쓰는지 세하의 시선과 집중은 오로지 게임기에 쏟아부고 있는 상태이다. 슬비의 조치에도 꿋꿋이 게임에 몰두한다는 것은 프로인지 폐인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이다. 그리고는 도저히 진행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답답해졌는지 현민이 아까처럼 오른손을 든 뒤 입을 연다.


"후...그냥 저 혼자 할게요. 야간에 미성년자가 근무를 하는 건 솔직히 체력적이나 건강적이나 문제가 있기에..."


현민의 말에 유정도 공감을 하는지 잠시 굳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을 열고는


"현민씨의 뜻이 그렇다면...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양어깨를 으쓱대며 알겠다는 표정을 유정에게 보여준 뒤 '먼저 일어설게요.' 라는 말과 함께 동아리실의 문을 연 뒤 조심스럽게 모습을 감추고는 문을 닫는다. 현민이 나가고 얼마 안돼 세하가 게임기를 잠시 멈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아리실에서 나가고, 제이와 유리도 나가고 3분 뒤 서류 정리를 끝마친 유정도 나갈려고 할 찰나


"저기...언니 잠시 시간 돼요?"


슬비가 안절부절 못한 채 유정을 불러 세우고는 시선을 이리저리 회피하다가 이내 유정을 보고는


"왜? 무슨일이야 슬비야?"


"언니...저 무서워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유정을 바라보는 슬비를 유정도 차마 바쁜다는 핑계로 회피하지는 못할게 뻔하다.


"뭐가 무섭다는거니 슬비야? 천천히 말해봐."


그에 비해 유정은 그런 슬비를 어린아이 달래듯이 미소를 지으며 슬비를 감싸는 동시에 등을 토닥이며 걱정하지 말고 얘기해보렴의 안정감을 주며 다정하게 '괜찮아.'라는 말을 슬비의 귓가에 남겨주고 슬비도 이성을 찾았는지 눈가에 젖혀진 눈물을 닦으며 차분하게 심호흡을 한번 한뒤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 검은양 팀에 합류한 현민 아저씨에 관한거에요. 첫 임무에서 그 아저씨의 위상력을 봤는데 양**관에서도 본적도 없는 힘과 기술이였어요. 갑작스럽게 고통을 호소하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차원종들...그리고 그 중심에서 차원종의 피를 뒤집어쓴 채 앞에서 먼저 처리하고 있던 우리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하는 태도...무언가 모르게 섬뜩했어요. 그리고 당시 그 아저씨의 표정도..." 


슬비는 오늘 임무에서 자신이 본 것, 겪은 것, 느낀 것에 대해 유정에게 빠짐없이 설명을 했다. 분명 그녀에게는 이현민이라는 존재는 두려움의 대상이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 허나 확실한 것은 이현민은 분명한 인간이고 유니온에 소속된 클로저이며 검은양 팀에 제이 다음으로 성인이다. 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에게 고의성을 가지고 한 행동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랬구나...현민씨가 임무에서 한 행동은 너에게는 충격을 주었구나. 내가 현민씨에게 가서 무슨 능력을 썻는지 물어볼게.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말이지. 그러니까 걱정은 하지마. 하지만 동시에 현민씨가 잘못을 했다는 것은 아니야. 분명 악의적으로 그러지는 않았을테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는 말고...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슬비야."


슬비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동아리실의 문의 문고리를 잡고 돌려 문을 연뒤 나갈려고 할때 무언가 떠올랐다 듯이 고개를 유정쪽으로 돌리고는


"아..언니...그리고 이번 야간근무 저도 하겠습니다. 팀의 리더로써 팀원들의 업무태도도 봐야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되죠?"


"어?...어 그러렴."


유정의 승낙에 슬비는 미소를 짓고는 '고맙습니다.'와 함께 유정 혼자 있는 동아리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2024-10-24 22:22:1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