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의 게임 단절기 -1-

게임좀한다 2016-04-05 0

 어느 한가로운 오후, 바깥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새들은 지저귄다.

 이렇게 평화롭지만 따분한 날에는..

 "게임이 최고지." 

 한 손에 게임기를 들고 있는 채 기지개를 핀다. 

 "으으으응.. 하.. 평화롭구만. 뭐, 그런고로 저번에 깨지 못한 스테이지나 깨볼까나. 쓰읍.. 이거 석봉이도 깨지 못하겠다던데..
일단은 해보겠지만. 공략이라도 봐야하나? 끙.."

 화면에 시선을 집중한채 불만스러운 혼잣말을 내뱉는다. 
 
 요즘에는 차원종도 쉬는 모양인지 잠잠한 모양이다. 그래서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다.

 .. 아니 뭐 딱히 게임만 하는게 아니라 훈련 프로그램도 가끔식 참여하긴 힌디. 절대로 농땡이를 피우는 건 아니다.

 ..

 ..아마도

 뭐 지금은 게임 생각만 하자. 그런 일은 게임을 다 하고 나서 생각하는거야. 지금 그런 걸 생각 해봤자 골치만 아플 뿐이다.

 어디보자.. 일단 여기에 공성용 포탑 하나 깔고..

 "이세하, 너 아직도 게임 중이야? 아까 잠시 들렀을 때도 하더니만 이때까지 계속 게임 한거야?"

 "아 깜짝이야!.. 놀랬잖아 이슬비.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좀 마. 인기척 좀 내고 다니라고. 그리고 '아직도' 라니
난 아까까지만 해도 밖에서 쉬고 와서 이제 게임 하는 중 이라고."

 갑자기 툭 등장하신 검은양팀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프고 나랑 죽이 안맞는 잔소리꾼이시다. 

 쥐도 새도 모르게 등장하신 탓에 게임기 화면에는 'Game Over" 라는 빨간색 문자가 뜨고 기분이 나빠질 만큼의 소리가 게임기에서 들려 온다.

 "쉬다 왔다고?  몇분 정도 쉬고 왔는데?"

 "10분"

 "..."

 우리의 리더님의 표정이 사나워지신거 같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내가 해야할 일이 있다. 오늘 만큼은 이 게임의 엔딩을 봐야 오늘 밤 편안히 잠 들 수 있을 거 같기 때문이다. 

 다시 게임기의 화면에 시선을 돌리던 참에.

 "어. 아앗! 뭐야! 이슬비. 게임기 안 내놔?!"

 리더님이 내 손안에 있던 게임기를 강탈해가셨다.

 "이세하, 넌 자기가 게임 중독이란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무서운 눈초리로 따가울 만큼 째려보면서 말한다.

 "야, 나도 그런것쯤은 알고 있다고. 하지만 요즘은 한가롭잖아? 차원종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위에서는 딱히 지시도 없고. 심심하단 말이야. 요즘 같은 날에는 괜찮잖아? 자 자 알아들었으면 내 게임기 내놔,"

 공중에 중력을 무시하고 둥 둥 떠날고 있는 게임기에 손을 갖다 대는 순간.

 게임기가 더 높이 날아가버린다.

 "아니. 넌 정말 심각한거 같아. 옛날부터 생각 해왔던 계획을 지금 당장 옮겨야겠어."

 .. 계획? 무슨 계획? 저기 죄송하지만 리더님, 그 계획이라는 거 정말 불안한 생각밖에 들지 않거든요? 기분탓이죠? 기분탓이라고 말해주실래요?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저기 리더님 그 계획이란게 무엇인지 자세히 좀 말해주실래요?"

  사악하신 우리의 리더님은 차갑기 그지없는 미소를 나에게 지어보였다

 "훗. 뻔하지, 오늘부터 이세하, 너의 게임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너와 단절시키겠어."

 그리고 폭탄같은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뭐..뭐라고오오오오??!!"


2024-10-24 23:00: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