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게임대회 3 (32강전. 이세하vs정도연)
시공간여행자 2015-01-26 6
클로저스 팬픽 - 천하제일 게임대회 3 (32강전. 이세하vs정도연)
클로저스 팬픽 - 천하제일 게임대회 3 (32강전. 이세하vs정도연)
신서울. 최근에 차원종의 출현으로 인해 일대 혼란이 일어났던 도시였지만, 유니온의 검은양팀의 눈부신 활약으로 그 혼란이 많이 안정화되어가는 평화로운 도시이다.
이 평화로운 도시 중심의 강남 GGV 광장은 현재 ‘쇠주먹X’ 게임리그의 열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지금부터 유니온배 ‘쇠주먹X’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쇠주먹X’는 플레이어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서 적절한 커맨드로 공격하여 상대 캐릭터의 체력을 깎아 0으로 만들면 승리하는 전형적인 3D대전격투게임이다.
최근 전쟁상황으로 인해 더 이상 게임 개발에 관련된 소식은 들려오기가 매우 힘들었지만 이렇게 신작 게임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현재 이곳 신서울에 나름대로의 위안이 되는 것이었다.
사회자가 관객들과 같이 호응하며 분위기를 띄워주는 동안 절대 우승후보 이세하는 지금 대진표를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디보자, 우리 팀은 전부 다 뿔뿔이 흩어졌네. 올라오면서 만날 수 있으려나?”
대진표를 보니 이세하를 포함한 모든 검은 양 팀 맴버들은 서로 뿔뿔이 흩어져 각각 다른 일반인들과 경기를 할 예정인 모양이었다.
그 외에도 몇몇 유니온 본부 사람들의 이름도 적혀져있는 것이 보였다.
“으아, 역시 한석봉이도 여기 출전했구나. 이거 매우 긴장되는데?”
세하의 이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도 한석봉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한석봉은 이세하의 가장 절친한 게이머로서 그 실력은 이세하와 막상막하였다.
한석봉이 상대라면 자신도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만일 우리들이 전부 승리해서 서로 겨루게 된다면 아마 준결승전에서 만나게 되겠군. 결승전 상대에겐 미안하지만 준결승 경기가 가장 뜨거울 것 같은데?”
세하는 속으로 한석봉을 어떻게 이길지 생각하면서 자신의 경기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자기 옆으로 돌렸다.
꽤나 의외의 인물의 이름이 자기 이름 옆에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이기 때문에 이런 경기에 참가한 것이 아닐까?
“정도연씨? 설마 정도연씨가 이 경기에 참가했을 줄이야.”
“당연히 참가하고 말고요. 오랜간만이에요. 이세하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돌아본 이세하의 시선에는 스킬큐브 연구원 정도연이 서있었다.
“안 그래도 연구비가 많이 부족했거든요. 비록 이세하군이 이곳에 참가한다는 소리를 듣고 포기할까 생각해보긴 했지만, 특별히 참가로 인한 손실은 없으니까요.”
“아 네, 오랜간만이네요. 정도연씨.”
“그래서 어차피 사람들도 많이 왔겠다.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기회에 홍보를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 아니겠어요?”
“…설마 여기 있는 관객들을 전부 로봇으로 만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글쎄요? 후훗?”
심하게 불길한 소리를 하는 정도연의 발언으로 등에 식은땀이 나는 이세하였다.
“하여튼 경기장에서 봐요. 설마 첫 상대로 이세하군이랑 상대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서로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죠.”
“예에….”
이세하는 신서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결코 이 경기에서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지금부터 참가자를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있는 이 게임의 주인공! 더불어 이번 경기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이세하!!!”
“와아아아!”
이세하는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일부 야유 소리를 들으며 (대충 들리는 대로 말하자면 밸런스 파괴자라거니, 씹OP라거니 등의 이야기다.) 경기장에 들어섰다.
앞의 경기장을 보니 격투게임용 조이스틱이 양쪽에 나란히 놓여져있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이 앞에 있는 경기용 스크린을 보면서 경기하는 구조인 듯하다.
그 앞에는 관객들이 경기의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대형 프로젝터 스크린이 보였다.
“그리고 이세하를 잡기 위해 나타난 도전자! 과학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 땅에 떨어진 거 먹지 말고 사서 먹어라! 정도연!!!”
“와아아아!”
여러 가지 의미로 의미심장한 엔트리와 함께 정도연도 맞은편에서 나타났다.
경기에 대한 긴장감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경기에 크게 관심없는 듯한 그런 모습이 뭔가 이세하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양쪽 선수가 모두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서로간의 격투를 위한 캐릭터를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쇠주먹X’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각양각색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구를 골라도 각 캐릭터마다 독특한 조작법으로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싸움을 할 수 있다.
2주간 이 게임을 만져**도 못했던 이세하에게 이 캐릭터가 좋은가 나쁜가 등의 상하관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이세하가 할 수 있었던 선택은 자신이 가장 잘 다루는 캐릭터를 선택해 상대의 캐릭터에 맞추어 싸워나가는 것이었다.
“아, 역시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선택하는 캐릭터도 주인공입니다! 너무 노골적인 선택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루기 쉽고 범용성이 뛰어나서 선택한거야…. 그런 거창한 이유는 없다고.”
사회자가 묘하게 자신에게 깐족대는 것 같지만 먼저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했다. 상대의 선택은 과연 누구를 고를 것인가?
“이에 맞서 도전자 정도연 선수는 ‘격투용 무쇠 로봇 캐릭터’를 선택하였습니다! 역시 과학자여서 그런가요? 단순한 애정인가요?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습니다!”
“후훗, 세하군. 제가 왜 이 캐릭터를 선택했는지 의문이라는 얼굴을 하시는데요?”
“…아니오, 정도연씨가 자기 캐릭터에 너무 솔직한 것 같아서요.”
“이렇게 된 이상 특별히 세하군에게만 진실을 밝히도록 하지요.”
정도연은 분위기가 진지해졌다.
마치 자신의 마지막임을 예견한 듯 끝에 와서 자신의 목적을 밝히며 발악하는 마왕의 심정과 같이 정도연은 자신의 목적을 말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번 경기의 목적 중 하나는 상금이 맞아요. 언제나 부족한 연구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도 제게 위안이지요. 하지만 그 연구비의 획득만이 제 모든 목적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
조금 전의 모든 것에 달관한 듯한 그 분위기는 어디가고 정도연의 눈빛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요! 모든 인류는 불안정한 인간 피부에서 벗어나 완전한 기계 몸을 가져야 하는 것이에요! 질병, 상처, 고통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 인간의 몸에서 기계의 몸으로의 개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기… 정도연씨? 지금 캐릭터가 망가져가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지금 제 눈앞에! 인류의 꿈을 현실로 이루는 것을 성공한 존재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경기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함으로서 전 세계 인류에게 알리겠어요! 기계 몸은 위대한 것이라고!”
“지금부터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됩니다! 양쪽 선수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자! 이세하군! 얌전히 쓰러지도록 하세요! 그리고 가장 첫 번째로 기계 몸의 위대함을 이곳에 있는 전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하아아….”
이세하는 한숨을 쉬었다. 정도연씨가 이런 캐릭터였나.
“아앗! 무슨? 말도 안돼? 강철로 된 몸인데도 어떻게 이런 데미지가?”
"아흣? 안돼, 더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 그만!"
하지만 승부는 승부다. 신작 게임이긴 하지만 컨트롤은 전작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몇 번 조이스틱 패드를 만져본 이세하는 곧바로 정도연의 캐릭터에게 18단 콤보를 3연속으로 시전하며 간단하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저기, 정도연씨?”
옆에서 절망하여 쓰러진 정도연을 향해 이세하는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위로의 말을 건냈다.
“기계 몸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기계 몸을 조작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마음이 없는 기계는 그저 단순한 쇳덩어리니까요.”
“이대로 끝날거라고 생각하지 마요! 이세하! 인류에게 진정한 기계 몸의 가치를 알려주기 전까진 절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어요!”
“어? 저기, 정도연씨! 그냥 가버리셨네….”
흔하디 흔한 삼류 악당의 퇴장 대사를 남기고 간 정도연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 이세하는 곧바로 다음 경기를 위해 자리에서 나섰다. 경기장에서 내려가는 동안 이세하는 ‘기계 몸으로부터 온 인류를 지켜낸 용사’라면서 관객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