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x슬비] 조금만 더 시간을 줘...
열갱 2016-03-15 13
[조금만 더 시간을 줘...]
“후우…”
드륵-
무겁고 차가운 문이 미끄러지듯 열린다.
병원의 특유한 약냄새가 은은하게 코를 찌른다.
세하가 입원한 병동으로 걸어가는 내내 발걸음이 무겁다.
나도 모르게 불안과 초조함에 한숨이 나온다.
이대로는 버틸 수가 없다……
세하가.. 차원종화 되고 있다니……
-
얼마전, 같이 임무수행을 위해 세하와 둘이 작전 구역에 진입했을 때부터 이상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었다……
“너 몸상태가 좋아보이진 않는데, 괜찮은거야?”
작전 구역에 진입하자마자 세하의 상태가 많이 어두워 졌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뭔가 검은 오오라같은게 세하 주위를 맴도는 것만 같았다.
“난 괜찮으니, 얼른 끝내자”
세하의 상태가 썩 내키진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적진으로 갔다.
“윽……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차원종을 섬멸하다 돌연 세하가 머리를 부둥켜 쥐며 주저 앉았다.
“뭐..? 이세하! 지금은 아직…! 히압! 적이 …!!”
난 쏟아져나오는 차원종들을 섬멸하기에 바빠 세하를 부축해줄 여건이 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세하는 고통에 견디지 못하고 혼절한 것 같았다.
“야! 이세하!, 이세하! 정신…! 윽! 차..차려!”
안절부절 못하고 초조함과 불안감이 커져간 나는, 세하를 열심히 불렀지만,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고전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차원종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이..이럴수가…”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염동력으로 세하를 데리고 사이킥무브를 시전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땐, 평소에 너무나 멀쩡했던 애가 갑자기 기절을 하고, 당황한 나머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반쯤 멍해진 상태로, 세하를 부둥켜 안았다.
“이세하…”
차원종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 저들이 하는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지만, 왠지 그땐 다 알아 들었다.
‘지금이야’ , ‘여자애부터지’ , ‘어떻게 죽여버릴까’ , ‘저 남자애한테서 낯설지 않은 느낌이 나는데?’
그 순간, 내 품에 안겨있던 세하가 나를 밀치고 주춤거리며 일어섰다.
난, 분명히 보았다.
세하의 눈…
흰자가 검게 변해있었고, 눈동자는 분명 갈색 렌즈를 끼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붉은빛이 심히 돌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눈앞에 있는 적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렸다.
이게 정령 세하의 힘인가… 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의 어마어마한 위상력에 난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였다.
적들이 다 전투불능 상태가 되자, 땅에 털썩 쓰러져 버리는 세하.
나는 세하가 쓰러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이세하! 괜찮아? 이세하!”
얼른 세하에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연신 그의 상태를 살폈다.
세하의 몸은 불덩이같이 뜨거워져 있었고, 무릎위 허벅지가 뜨거워서 살짝 따끔거렸다.
“이세하! 이세하!”
연거푸 세하의 이름을 부르지만, 그는 호흡만 가쁘게 할 뿐이다.
“여기있었네요!!”
미스틸테인의 목소리다.
“우웅, 누나 임무수행하는거면 미스틸도 끼워 달라구요”
미스틸테인이 볼에 바람을 불어넣고 불평을 하며 걸어왔다.
“세..세하형!”
뒤늦게 쓰러진 세하를 본 미스틸테인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누.. 누나! 세하형이…!”
“온몸이 불덩이야, 얼른 병원에 가야…!”
미스틸테인의 도움을 받아 세하를 유니온 소속 병원에 옮기기로 했다.
‘제발… 제발 무사해.. 세하야’
-
드륵-
무겁고 차가운 문이 미끄러지듯, 쉽게 열린다.
“어… 왔네…”
세하는 정말 많이 지쳤었는지, 목소리가 예전처럼 밝지 않다.
나는 세하 옆으로 다가간다.
링겔을 꽂고 있는 세하에게서 소독약과, 화학약품 냄새가 진동 한다.
“응… 몸은… 괜찮아…?”
“…”
세하는 예전처럼 게임기를 꺼내 게임을 하지 않는다.
몸 상태가 정말 많이 안 좋다는 걸까.
“그때…”
세하가 조심스레 말문을 연다.
“그때…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고… 그 후로 기억은 없지만…
깜깜했어… 칠흑 같은 어둠에… 어디로 향해야 할진 모르겠고…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
“넌, 더 강해질 수 있어… 우리에게 널 맡겨봐… 네 힘을 일깨워 줄 테니…”
순간 내 뇌리에 스쳐 지나간 그때 세하의 눈.
‘설마…’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봐봐, 멀쩡해졌는걸!”
애써 억지웃음을 띄우고, 자신보다 조금 큰 병원복을 입은 채 팔을 위 아래로 연신 흔들지만, 그가 팔을 흔들 때마다 여윈 팔이 눈에 띈다.
“음…그래서, 내 상태는 어떻대…?”
말할 수가 없었다. 네가 차원종화 되어가고 있다고, 그걸 막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한다고, 그래도 막지 못한다면, 실험재료로 쓰이게 된다고…
목이 메여 말문이 턱턱, 막히는데 꾸역꾸역 내뱉는다.
“괘… 괜찮대, 몇일만 푹 쉬면, 안정이 좀….되면… 퇴원… 할 수 있대”
“……. 다행이네…”
조용한 적막이 흐른다.
나는 침대 옆에 살짝 삐져나온 의자를 꺼내 앉는다.
허벅지를 감싸던 치마가 살짝 올라온다.
빨갛게 튼 허벅지가 보인다.
아차…
“너… 다리가…”
신경쓰이게 하기 싫었는데...!
세하는 입을 꾹 다문다. 마치 자신이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나는 치마를 애써 무릎까지 내리끌며 대답한다.
“난 괜찮아. 괜찮으니까, 너나 ㅁ…”
세하가 내 손목을 홱-하고 낚아 채더니 남은 한 손으로 내 눈가를 훑는다.
눈물을 흘렸나 보다.
“나한테… 무슨 일… 있는 거지?”
평소에는 눈치가 없던애가,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이니 당황스럽다.
내 속내를 들킨것같아, 안절부절 초조해 하고 있자,
읍-
‘이…이세하?’
눈가를 훑던 손으로 내 뒤통수를 감싸고, 두 손을 확 끌어당기자 내 몸의 중심은 앞으로 쏠려버렸고, 이내 입을 맞추었다.
세하의 입술은, 텁텁하게 메말라 있었다.
난 이 순간이 당황스러웠지만,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혹여 다른사람이 볼까봐, 그를 살짝 밀쳐냈다.
여자인 내가, 아주 살짝 밀쳐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떨어뜨릴 수가 있었다.
“이세하”
그의 얼굴은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하지만 난 짐작할 수 있다. 부끄러워서, 쑥스러워서, 입을 맞추어서 붉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상체가 힘을 잃고 내 품에 쓰러진다.
그런 세하를 두 팔로 꼭 껴안는다.
뜨겁다. 불덩이다. 의식을 잃은 듯한 그의 숨이 또 다시 가빠진다.
그를 안은 내 몸이 뜨거워서 따끔거리지만 꾹 참고 병실 침대 옆, 호출버튼을 누른다.
“세하야… 세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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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를 사랑하는 슬비, 차원종이 되어가는 세하'
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당 ㅎ
주제가 다른 사람들과 겹칠수는 있으나,
내용 까진 똑같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ㅎㅎ...
클저 소설 쓰는건 처음이구...
여기 겟판도 처음이구...
갑자기 써보고 싶어서 썼고,,,
이 다음을 써야할지 망설이고...
여기서 끝낼까 하는 생각도 있구...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