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전쟁 이야기.
고트첫번째 2015-01-25 2
똑똑똑.
경적을 깨는 단아하고 일정한 노크소리. 나무 뒷편에서 울리는 소리가 김유정의 귓가를 자극한다.
"들어오세요."
"수고가 많네 김유정양."
"아, 국장님! 갑자기 어떤일로...?"
김유정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사라지질 않는다.
"그게말이야, 시간을 좀 내줄 수 있나 해서 말일세."
"저, 저에게 이미 열번이나 차이시고 포기 못하신거에요!?"
"아아, 그 얘기가 아니야 하하하. 자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서 찾아온거야."
"옛날....이야기요?"
김유정의 얼굴은 당황 반 어이없음 반의 표정으로 서서히 바뀌어갔다.
"내가 자네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진지한 이야기일세. 끝까지 경청해주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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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멀다고도 할 수 있지만 멀지 않다고도 할 수 있는 20년 전 차원전쟁 당시일세.
수많은 차원문이 열리고 차원종들이 출현하며, 동시에 위상력자들이 생겨난 시기이기도 하지.
나는 전쟁 시기에 자네와 같은 담당 요원이었어. 아이든 어른이든 나와 비슷한 또래의 클로저들이라면 모두 내 관할이었네.
그래서 나는 내 담당 클로저들을 무조건 만나보고 이해하고 친해져야만 했고, 그들과의 첫 대면은 언제나 똑같았지.
하지만 어느날이었어. 자기 스스로가 참전하겠다며 한 소년이 찾아왔네.
그래. 그 소년이 바로 제이야.
그의 첫인상은 정말로 독특했지. 대략 9살정도로 보이는 외형이었지만, 정말 세밀하게 발달된 몸 근육, 그리고 경계를 풀지 않는 매의 눈.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건 그 어린 나이에도 모발이 희게 탈색되어 있었다는 점일세.
알고보니 그는 나를 찾아오기 이전에 혼자서 차원종 격퇴를 진행한 듯 보이더군. 그의 열정과 노력이 담긴 주먹을 보고 알 수 있었지. 혼자서 차원종들을 상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야.
그는 정말 강했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른 위상능력자를 뛰어넘는 위상구현도, 절대로 적들 앞에서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
아참, 제이 그 친구는 지금 맨주먹으로 싸우고 있지 않던가? 그 당시 위상력이 막강했던 제이는 맨주먹으로 싸우던 무대포가 아니었어.
위상력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었지. 비록 잔상뿐이었지만 희미하게 빛나며 차원종들의 목을 베어넘기는 그의 푸른 칼날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네.
아, 이야기가 샜군. 미안하네.
우리 팀은 지원부대였어. 말이 지원부대였지 사실상 우리 팀의 화력은 대한민국 유니온 팀 내에서 가장 강력했지.
왜냐면 전설이라고 불리는 서지수 요원이 우리 팀 소속이었기 떄문일세.
꼭 서지수 요원 때문만도 아니지. 제이도 함께였으니까.
아시아의 모든 1차 방어선을 재탈환하는 3개월간 제이와 나는 모든걸 털어낼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지.
꼬마였던 그와 어른이었던 나의 연령 차이는 엄청났어. 하지만 보다시피 우리는 서로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고 서로를 의지했네.
비록 어린아이지만 클로저로써 의무감과 인류를 지켜야만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가장 먼저 선두에 뛰어나갔지.
나는 모든 클로저가 제이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전쟁에 임한다고 믿었었네. 하지만, 아니었어. 그 일이 생긴 후로부턴 말일세.
아시아의 방어선 탈환을 마치고, 2차 영토 탈환작전을 앞둔 우리들 앞에 나타난 자들이 있었다네.
바로 애쉬와 더스트.
내 눈으로 목격하고 믿을 수 없었어. 둘은 인간이자 인간이 아니었고, 그들은 엄청난 규모의 차원종 군단을 이끌고 나타났네.
그 둘이서 차원문을 열어버리고 말일세.
우리의 방어선으로부터 훨씬 떨어진 거리에서 차원문이 출현했다고 했지만, 그 거대한 크기때문에 많은 클로저들이 위상력에 겁을 먹고 도망쳤지.
그들은 우리에게 경고했네. 인간이란 나약한 생물들의 발악은 더의상 의미없다고. 자신들의 힘을 뺏어서 사용하는 짝퉁들은 진정한 알파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내 눈앞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은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차원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고도 남았네.
나는 잠시동안 방황했었지. 저들은 누구인가? 어떠한 목적으로, 아니 어떤 방법으로 차원문을 개방한 것인가?
그 혼란기 속에서 우리 팀은 다시한번 전선을 가다듬었네.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어.
제이의 의지였지.
제이는 이러한 상황일 수록 더욱 더 굴복할 수 없다며 이번에야말로 토벌작전을 펼치자고 클로저들을 설득해 나갔지.
우리는 더이상 지원부대가 아니었네. 유니온 대한민국 지부의 정규 토벌군이 되어버린거지.
그 선택은 후회하지 않네.
아, 자네 차원종들이 사용하는 위상력과 클로저들이 사용한 위상력의 차이를 알고있을거야.
차원종이 사용하는 위상력은 제1위상력, 인간이 사용하는 위상력은 제2위상력.
위상력은 하나의 모습이었을거야. 차원종들이 지니고 사용하던 방식으로. 하지만 그들이 차원문을 열게 되면서 위상력이 지구에 흘러들어 왔네.
지구에 빠른속도로 유입된 위상력은 우리별의 환경에 더더욱 빠르게 적응해나갔네. 산소와 인간에 맞춰서.
그 위상력은 체질에 맞는 인간들을 각성시켜 나갔고, 결과적으로 클로저들을 탄생시킨거야.
이 현상을 나는 뒤늦게서야 알아차렸네. 눈앞에 거대한 차원문이 나타난 지금이 바로 기회라는것을.
예상대로 우리팀은 눈 깜짝할 새에 차원문 근처의 구역을 탈환하는데 성공했지.
본래 위상력을 지닌 클로저들은 더욱 더 강한 위상력을 뽐냈어. 어찌보면 애쉬와 더스트, 그의 부하들이 나눠준 힘이었어.
하지만 역시는 역시네. 짝퉁은 알파를 이길수 없었어.
아스타로트의 아버지뻘쯤 되는, 선대 용이라고 자칭하는 자가 막아섰다네.
왠만한 A급 요원들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네. 그의 힘은 너무나도 막강했어.
우리는 전선을 가다듬고 다시한번 방어진을 구축한 뒤, 냉전상태에 돌입했었지.
이유는 간단해. 아시아를 비롯한 유럽, 아프리카 대륙의 방어선은 대부분 구축되었고 굳이 희생을 일궈내며 차원종 무리를 격퇴 할 필요가 없었던거야.
냉전상태라도 끊임없이 위상력에 각성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우리 전력에 도움이 되어주었네. 우리 인류는 희망을 더 큰 가능성으로 바꾸는데 성공한거야.
하지만 이 상황에 반대하는 사내가 한 명 있었네.
그.....도 제이였어.
그의 나이 12세. 나와의 첫 대면 후 3년이 흘렀어.
그런데도 그의 눈은 조금도 변함이 없더군.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데 너무 치우쳐있던거야.
반드시 용을 격퇴해야 한다고 말했어. 나도 그럴 필요성은 느꼈지만 반대했네. 이미 유럽쪽의 또다른 용인 헤카톤케일이 제압되었다는 보고가 들려왔거든. 결과적으로 남아있는 방어선은 유일하게 우리 대한민국 하나였어.
또 다른 하나의 이유로는, 유니온 내부에서 세력이 가장 강한 서지수 요원의 반대령이었네.
제이 역시 실력있고 뛰어난 요원이야. 하지만 당시 더 연상이고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던 서지수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당연했을걸세.
제이는 언제나 불만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서울 복구작업에 참가했네. 그렇게 몇일이 흘렀을까,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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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요원님! 언덕 방면에서 엄청난 위상력 반응이 감지됩니다!"
"뭐? 무슨소리인가? 이미 그 부근의 차원종들은 섬멸에 성공했네만?"
"아...아니 다시 한번 확인해본 결과...그게...."
"그게 뭐! 빨리 말하시오 특경대양반!"
"이건.....인간의 위상력 반응입니다..."
데이비드의 뇌리를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한가지 생각.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면서 더욱더 확신하게 된다.
"데이비드! 데이비드!"
"아...무슨 일입니까 서지수요원?"
"제이가....제이...제이가.... 혼자서 차원문 속으로...."
"크윽.....혼자두는게 아니었는데...이 바보가.......
알겠습니다 서지수요원. 당장 S급 요원들을 소집하시고 보좌관들과 함께 제이를 구출해주세요."
"저기...데이비드, 아마도 제이를 발견해도 데려올수는 없을거야...."
"네? 무슨말씀...이시죠?"
"제이는 말했어. 이 전쟁의 끝을 보겠다고. 누구도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가 해내겠다고."
데이비드는 애써 불안한 기운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뒤돌아 섰다.
"...... 알겠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대응해 주시고 가능한 한 제이를 데려와 주십시오. 아마도 이 전투가 마지막 전투가 될 수도 있을겁니다. 그럼 건투를..."
서지수 요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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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라....비켜!!!!!!"
이미 머릿속이 새하얗다. 내 상대가 되지 않는 녀석들의 목을 수차례 베어봤자 돌아오는건 없다. 내가 원하는건 그 두 녀석의 목숨.
손과 옷, 아니 신체의 모든 부분이 빨간 피로 물들었다.나는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내가 죽인건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차원종들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힘없는 다리를 터벅터벅 움직인다. 이번에는 어떤 녀석이 나를 습격할까, 궁금하지도 않다.
"큭...크크큭....으흐흐흐흐...하하하..."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온다. 서지수 누나에게 뜬금없이 전쟁을 종결시키겟다며 뛰쳐나온 내가 너무나도 한심햇기 때문이었다. 하지만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이건 내 스스로가 선택한 결말이니까.
몇분을 걸었을까, 더이상 드라군의 형태를 한 차원종들은 보이지 앟는다. 어느새 무의식에 잠겨 거대한 벌판 한가운에데 도착했을 뿐이다.
"차원문 속이라도 달은 밝구나..."
"그렇지? 그래도 밖은 아마도... 태양이 빛나고 있을거야."
"...누구냐."
"흐음, 나를 못알아보다니. 누나가 조금 섭섭한걸?"
나를 어린애 취급하는 날카로운 목소리. 서지수 누나가 ..... 그럴리가 없다. 저녀석은 차원종 군단의 최고간부중 하나. 더스트 일 것이다. 고개를 쳐들어 눈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하나의 하늘 아래.....두 개의 태양은 존재할 수 없다..."
"엉? 뭐라는거야! 좀더 크게말해~ 하늘에 누가있다고...."
더스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이는 다리의 힘만으로 뛰어오른다.
"**. 다시한번 입을 놀릴수 없게 만들어주지."
어느새 제이는 더스트의 눈을 째려보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무엇이든지 태워버릴 듯한 불꽃. 닿기만 해도 재가되어 사라질듯 한 푸른 불꽃이 제이의 몸을 감싼다.
"더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더스트. 오늘 이곳에서 끝을 보자."
순간적으로 제이의 푸른 칼날과 더스트의 마력구가 맞부딪힌다.
허공에서 광명하게 빛나는푸른 불꽃들이 그들의 이동 경로를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이날 밤, 어두운 배경을 안주삼아 보람찬 빛을 뽐내는 보름달 아래에서 감히 보름달이 하나라고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뒤늦게 도착한 서지수 일행. 그들이 마주한 장면은 **듯이 부딪히는, 희미하며 선명한, 불투명한 푸른색의 잔상이었다.
서지수는 이미 직감했다. 더욱더 화려하게 빛나는 푸른색 불꽃이 제이일 것이라고. 그를 도와야만 한다고.
"이런이런. 우리 누나를 건드리게 놔둘 수는 없지."
지면에 울려퍼지는 쉰 목소리. 화가 단단히 난 듯 들린다.
"거기 아가씨, 우리 좀..."
애쉬가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서지수는 섬광과 같은 속도로 애쉬를 잡아 땅에 쳐박아버렸다.
"쳇, 성질 급한 아가씨로군.....그나저나 이 용녀석은 어디로간거야?"
'용...? 방금 연못에 목이 잘려 누워있던 사내를 말하는건가? 아, 잠깐만 설마....그것도 제이가?'
놀라움과 경악.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서지수.
"그렇다면 나 역시 네놈과 싸워야만 하는거겟지. 않그래 꼬맹이?"
"누가 누굴보고 꼬맹이라 부르는거냐...짝퉁주제에!"
서지수는 자신이 직접 개조한 무기를 하늘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는-
"위상력 개방."
한 순간 서지수의 몸과 그의 무기, 건블레이드에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푸른 불꽃이 일렁인다.
"오늘 여기서 끝장을 보자. 애쉬"
다른 S급 요원들이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 이미 하늘에는 하나의 달과 그 주위를 빛내는 네 개의 별이 자태를 뽐낼 뿐이었다.
서지수의 보조관이 겨우겨우 위상력을 차단하며 거대한 벌판의 하늘을 촬영한다. 그 이외에 나머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듯 해 보였다.
"이게 진정한 위상력의 힘인가...."
애쉬는 아무것도 없는 손에서 마법처럼 불덩이, 돌조각 따위의 물체들을 끊임없이 소환해냈고 그것들은 모조리 폭발했다.
"그러한들 나도 방법이 있지!"
한 단계 몸을 움츠리는 서지수. 이내 애쉬를 향해 다시한번 푸른 섬광으로 돌변한다.
애쉬의 불구덩이를 왼쪽 어꺠로 받아치는 서지수. 하지만 그녀의 위상력과 애쉬의 위상력이 보이지 않는 선에서 격돌하여 다시 한번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위상력이 한차례 한차례 주고받을 때마다 그녀의 보좌관이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는 잠깐잠깐 끊겼고 이를 지켜보는 데이비드의 마음 속도 군데군데 타들어가는 듯 했다.
거대한 폭발 속에서 가장 먼저 뛰어나온 사람은 바로 서지수. 건블레이드를 두 손으로 쥐고 다시한번 애쉬를 향해 겨눈다.
"그따위 장난감이 내게 통할듯 싶으냐!!!"
서지수는 그저 미소를 잃지 않은 상태로 위상력을 모아, 건블레이드를 발포한다.
다섯 차례로 폭발하는 공파탄 중 하나가 명중했는지, 애쉬의 움직임이 잠시 둔해졌다.
"크윽...어쨰서.....너의 위상력이 내 위상력을 관통하는거지?"
"후훗, 그건 간단해. 아니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겟군~"
".....무슨...헛소리..냐..."
"알기 쉽게 정리해주지. 네놈이 이 차원문을 개방하기 위하여 소모한 위상력의 일부가, 내 몸에 흘러들어와 나의 것이 되었다. 이정도면 이해가 됬어?"
"그런건가...이런...이런.....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군 그래....크흐흐흐흐"
"하나로 통일되버린 이 시공간에서, 두개의 태양은 공존할 수 없단다. 이만 사라져 줘야겠어!"
"그렇게는 않되지....."
애쉬는 피식 웃더니 도주하기 시작한다.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 이제 그만 최후를 맞이하시지!"
"떠나기 전에 나 혼자 떠날수는 없지!"
애쉬가 말을 끝내며 멈춰섰다. 멈춰 선 자리는.........서로 큰 상처를 입고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제이와 더스트의 위. 제이는 애쉬가 온걸 아는지 모르는지 더스트를 노려보기만 한다.
"너...너......지금....뭘 하려는거야!!!!!"
서지수는 놀라 언성을 높인다. 그 소리에 놀란 제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하지만-
푹-
제이의 몸에 무언가가 꽂혀 들어온다. 간신히 지탱하던 소년의 몸이 뒤로 넘어지려고 한다.
"너의 몸속에 내 위상력을 그대로 흘려넣었다. 그릇이 작은 네놈의 몸뚱아리는 두가지 위상력을 견딜 수 없을거...커헉..."
"이야아아아압!"
나지막하게 당황하는 말투로 내뱉는 애쉬의 신음소리. 오른쪽 어꺳죽지부터 가슴팍까지 피가 솟구친다.
더스트는 이미 제이와의 전투에서 위상력을 대부분 잃었다. 그리고 애쉬도 죽기 몇분 전.
그 상황에서 멀쩡히 살아남은 사람은 서지수 하나 뿐, 그러나 그녀라도 이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제이! 제이! 괜찮은거야? 응? 어서 일어나봐! 본부로 돌아가서 입원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거야. 누나랑 돌아가자 빨리. 빨리!"
보통 사람이라면 쇼크사 하고도 남을 엄청난 고통을, 조그만 소년은 정신력으로 버티며 눈을 간신히 떳다.
"누나...이...이 싸움은.....커헉....내 손으로....끝내겟어....."
서지수의 부축을 받으며 후들거리는 두 다리로 망신창이가 된 몸뚱아리를 지탱한다.
"그 검.....아니 건블레이드였던가...? 나에게 잠시 빌려주지 않겠어.? 허..헉....어서..."
"너 혹시......않돼! 그러다가 목숨을 잃을수도 있어!"
"지금 중요한건 내 목숨이 아니야.....같은 사람이면서 수도없이 괴물이란 말을 들어왔고,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어깨에 짊어 진 한명의 사람으로써......이 전쟁의 끝을 봐야만 해....빨리...나에게..."
서지수는 눈물을 땅바닥에 소리없이 흘려냈다. 그리고는 건블레이드를 작고 여린 소년의 손에 쥐어준다.
"고마워 누나.... 위상력 개방."
떨리는 목소리가 서지수의 마음을 한번 더 찢어놓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새파란 빛줄기가 어두운 밤하늘을 가득 메운다. 서지수는 직접 보고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 어린 소년의 위상력이, 차원문의 입구를 틀어막으려고 에워싸고 있었다.
새파랗고 눈이 부시는 위상력을 받아 애쉬와의 전투 떄보다 더 힘이 강해진 서지수는, 재빨리 제이를 양손으로 업고 S급 요원들과 함께 차원문을 통과한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거대한 자태를 뽐내던 위상력의 결정체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제이를 품에 안고서 방어선에 도착한 서지수는 철없는 아이를 구하고 마지막 전쟁을 종결낸 영웅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하지만 누가 진정한 영웅인지는 서지수, 그리고 제이 본인만 알고 있다. 이 전쟁이 끝이 아니라는 것 역시도.
제이에게는 제1 위상력과 제2 위상력의 융합이 이루어져 신체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커다란 부상을 영원히 짊어지게 되었다.
당시 그의 나이 15세엿다. 세상을 구한 소년은 행적을 감추고 사라졌다. 그리고는 잊혀져갔다. 영웅으로 빛나는 서지수의 그림자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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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년 후, 서울 한복판에 다시 한번 차원문이 개방되기 시작한다.
그녀의 아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함께 차원종의 격퇴를 목적으로 움직인다.
조그맣던 소년은 다시금 소년 소녀들을 바라본다. 옛 생각에 깊이 잠기면서.
그리고는 그는 자신의 열정과 의지를 주먹에 담고 전장에 합류한다.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으로써.